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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요리] 루이뷔통은 조폭떡볶이를 사랑해

2013.12.25 | 조회수 320

1 서울의 맛집과 여행지를 소개한 정보서들.

1 서울의 맛집과 여행지를 소개한 정보서들.


서울 시티 가이드북 출간한 루이뷔통과 인기 국내 맛집 가이드북 ‘블루리본 서베이’ ‘다이어리알’

지난 10월께 2014년 미국 뉴욕 미슐랭 가이드에 고급 한식당 ‘정식’(JUNGSIK)이 별점 두 개를 받았다. 한국인 오너 셰프 임정식씨가 뉴욕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한인 2, 3세가 아닌 토종 한국인 셰프로서는 처음이다. 미슐랭의 별점은 곧 실력 있는 셰프라는 증거가 된다. 역사가 오래된 레스토랑 가이드북은 정보서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한 시대의 식문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미슐랭 가이드를 비롯해 최근에는 한식이 유서 깊은 가이드북에서 자주 언급된다.

지난달 28일 서울 청담동 명품가방업체 루이뷔통 매장에서는 거창한 행사가 열렸다. 배우 이병헌,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대사 등이 참석했다. 신제품 소개 행사가 아니었다. 1998년부터 루이뷔통은 지금까지 120개 도시의 시티가이드북을 출간해왔다. 미슐랭 가이드처럼 여행지 정보와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다. 출간 15주년을 맞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 러시아의 모스크바, 중국 베이징 등 15개 도시의 시티가이드북을 출간했다. 이번 목록에는 처음으로 서울이 포함됐다. 일본 도쿄(2009년), 홍콩과 마카오(2012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중국 베이징과 함께 세번째다. 루이뷔통 쪽은 패션, 도시미학, 도시의 다채로움, 여행자에게 강렬한 경험 선사 등이 선정기준이라고 한다. 집필자 중 한 명인 프랑스 저널리스트 미셸 테만은 “서울은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져 즐겁고 역동적인 도시라서 너무 매력적이다”라고 취재 후기를 남겼다. 책은 국어, 영어, 불어 등 3개 국어로 번역돼 세계 66개국 468개 루이뷔통 매장에서 판매된다. 프랑스 여러 매체의 도쿄특파원을 지낸 미셸 테만과 니콜라 피네, 장이브 뤼오 등 저자들은 아시아통이다. 책 판매 수익금은 내년 2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2 각종 맛집 소개서에 등장한 ‘을지면옥’의 수육.

2 각종 맛집 소개서에 등장한 ‘을지면옥’의 수육.


320쪽의 책은 얇다. 유명 패션회사답게 보라색의 책 디자인은 세련됐다. 서울 거리를 담은 사진 말고는 어떤 사진도 없다. 4만2500원이라는 가격은 매우 부담스럽다. 다른 도시의 가이드북과 달리 배우 이병헌의 인터뷰가 들어간 점이 특이하다. 버스요금, 렌터카 등 외국인 여행자에게 유용한 정보가 적혀 있는데 정보는 매우 주관적이어서 부정확한 측면이 있다. ‘부동산 평균 가격은 400만~1000만원, 실제 지급 평균 월급은 250만원, 대학교수는 650만원’을 서울 물가지수로 소개했는데 근거를 알 수 없다. 서울시민들의 첫인상을 ‘이른 아침부터 지하철 손잡이에 몸을 맡긴 채 선잠을 청하는 승객’이라든가 ‘어두운 계열 색상의 단정한 정장 차림의 사업가와 간부들, 반항적이면서도 세련된 카키색 차림의 대학생들, 약간 흐트러진 옷매무새의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이라고 적었다. 서울시민의 생활상도 필자들의 주관이 담뿍 담겼다. ‘서울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많다? 아니 그냥 바쁜 거다’라는 제목을 달고 ‘저녁시간 직장 일이 끝날 때면 싸이의 최신곡을 목청이 터져라 노래하러 가기 바쁘다’고 적었다. 우리 회식문화를 ‘저녁시간이 되어도 회사생활은 이어진다’고 기술했다. ‘서울사람들은 외국인들의 실수에 관대하지만 타인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몇 가지 예의범절에 대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라는 일침도 담았다. ‘팝 아트 토이’를 파는 곳까지 소개할 정도로 패션, 액세서리, 가구, 인테리어, 편집숍 등의 정보가 꼼꼼하다.

참숯골 비빔밥, 산내리 불고기
서울 최고로 꼽아
라이프스타일 재미난 해석도
4만2500원 가격도 명품 스타일

맛집 소개는 어떨까? ‘간단한 길거리음식부터 최고급 레스토랑의 고급 퀴진까지 서울은 모든 미식가에게 있어 축제의 장소’라고 총평했다. ‘프랑스인과 중국인 못지않은 열정으로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하면서 ‘최근 들어 서울의 레스토랑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능 있는 셰프로 최현석, 에드워드 권, 노영희씨를 들었다. 소개한 150여곳의 맛집은 미식동호회원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곳들이다. ‘남포면옥’, ‘을지면옥’, ‘석파랑’, ‘소선재’, ‘토속촌’, ‘엘본 더 테이블’, ‘비스트로 드 욘트빌’, ‘홍대 조폭떡볶이’, ‘스시선수’ 등. 맛집 선정과 평도 철저히 주관적이다. ‘참숯골’의 비빔밥을 서울 최고의 비빔밥 중 하나라고 평하고 ‘명동교자’의 칼국수 면발은 부드럽고 육수는 진한데 찐만두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고 한다. ‘산내리’의 불고기는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서울 최고’라고 평했다. ‘무얼 먹을지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에게 ‘대도식당’을 추천한다. 소개한 커피집 목록에는 요즘 뜨고 있는 로스터리 커피전문점은 거의 없다. 실제 루이뷔통 쪽은 ‘주관적이고 철저한 프리스타일 방식’으로 여행지와 맛집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미셸 테만은 “어떻게 보면 에세이 같은 책”이라며 “작가의 주관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들의) 이모션(감정)을 실으려고 했고 그 점을 독자가 같이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작기간은 6개월.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는 개성있는 정보서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이방인의 다른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3 서울 강남의‘개화옥’은 여러 종류의 맛집 소개서에 올랐다. ‘개화옥’의 된장국수.

3 서울 강남의‘개화옥’은 여러 종류의 맛집 소개서에 올랐다. ‘개화옥’의 된장국수.


미슐랭 가이드처럼 공정성을 내세워 매년 출간되는 국내 맛집 가이드북도 있다. <블루리본 서베이>와 <다이어리알>이 대표선수들이다. 모두 2005년께 처음 출간됐고 정보가 비교적 정확하다는 평이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연말에 서울판을, 연초에 전국판을 발간한다. 잘 팔리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발간 첫해 5만부가 다 팔릴 정도로 인기였다. 당시 가격인 1만8000원을 아직까지 고수한다. 셰프, 음식평론가 등 전문가 20여명과 미식동호회원이나 맛집 파워블로거 등 누리꾼들의 의견을 참조해 맛집을 선정하고 평에 따라 ‘블루리본’을 부여한다. 3년 전 앱을 출시한 뒤 올해는 3만부만 발행했다. 여행지의 정보와 결합한 <서울에서 할 수 있는 867가지>도 출간했다. 편집장 김은조씨는 “맛집만 소개하는 것은 한계에 왔다”며 “반면 일반 여행서들은 맛집의 비중이 적다”는 단점을 파악하고 출간을 계획했다. 서울편은 1458곳, 전국판은 약 3500곳(2012년)을 소개한다. 그가 내다본 2000년대 서울 식문화 변천사는 흥미롭다. “10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했는데, 이탈리아 음식에서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로 최근에는 프렌치가 대세다.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아직 양적인 팽창은 미흡하다.” 이 책은 정보의 양이 많다. 소개한 집만도 3000곳이 넘는다. 명가, 분위기, 가격 대비, 지역별, 음식별로 찾아보기 편하다. 독자들의 날것 그대로의 의견을 단 게 특징.

<다이어리알>은 서울판과 전국판 각각 700곳을 소개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는 휴대하기 편한 장점을 갖고 있다.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직접 검증작업을 나서는 기자와 외부 리포터들을 활용해 제작한다. 발행인 이윤화씨는 “파워블로거보다는 소신 있게 맛집을 선택하는 이들(외부 리포터)의 관점을 활용한다”고 한다. 외부 리포터들은 셰프, 의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가격은 1만6000원. 이씨는 책 출간으로 생기는 수익보다는 브랜드 가치에 관심이 더 많다. “요즘 종이(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콘텐츠는 살아 있다. (음식과) 관련된 기획 제안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는 몇년째 기업의 음식 탐방, 관공서의 음식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진행하는 일을 한다. “작년과 올해 뚜렷한 경향은 오너 셰프의 약진과 개성 있는 카페, 비스트로의 등장, 프렌치가 대세다.” 실제 레스토랑을 방문한 878명의 온라인 투표와 전문가 점수를 합쳐 맛, 서비스, 분위기, 가격 대비 만족도 등 항목별 최고의 맛집을 뽑은 점이 특징이다. 분위기를 설명하는 정보가 <블루리본 서베이>보다 자세하다.

그밖에 2011년 미슐랭 가이드 한국판이 출간된 적이 있으나 레스토랑을 소개한 ‘레드북’이 아니라 여행지 위주의 소개 책자인 ‘블루북’이었다. 지금은 불어판(약 5000부 발행. 25유로. 약 3만8000원)만 있다. 같은 해 현대카드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출판업체 자갓과 계약을 맺고 <자갓 서베이> 서울판도 출간했다. 현재는 현대카드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한다. 곧 계약이 만료돼 이후 계약 여부는 미지수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원문 링크: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6170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