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트로노미의 어원 가스트로노미는 고대 그리스어 ‘가스트로노미아’에서 유래한다. BC 4세기경 그리스의 시인 아르케스트라토스는 시의 형식을 빌려 음식과 식재료에 관하여 노래했다. 아르케스트라토스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미식가라 할 수 있다. 그로부터 2000년이 넘게 지난 후 프랑스에서 미식의 혁명이 일어나면서 이 단어가 다시 생명을 갖게 되고 가스트로노미는 세계의 미식을 이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가스트로노미의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프랑스 미식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 서울을 대표하는 프렌치 비스트로 ‘레스쁘아 뒤 이부’. 양파 수프, 오리다리콩피, 테린 등 캐주얼한 비스트로 음식을 고급스럽게 맛볼 수 있다. 메뉴는 대부분 전통적인 방식의 레시피를 따른다. 임기학 셰프는 ‘프랑스보다 더 프랑스적인’ 음식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
누벨퀴진은 1970년대에 시작돼 수많은 스타 셰프를 만들어냈고 1990년대부터는 본격적인 오너셰프의 시대로 들어갔다. 즉 누벨 퀴진 이후부터 손님은 레스토랑과 셰프를 동일시하게 되었고 셰프의 개성과 독창성을 즐기게 된 것이다. 반면 셰프는 단순히 요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품관리와 인사관리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영인이 되었다. 그리고 호텔에서도 오너셰프의 레스토랑을 입점시키거나 스타 셰프를 영입하는 경우가 늘게 되었다.
가스트로노미 또는 파인다이닝(Fine Dining) 레스토랑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스타 셰프 레스토랑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프랑스인조차 일생에 한 번 가볼까 말까 한다고 한다. 가스트로노미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프랑스에는 훌륭한 레스토랑이 수없이 많다.
예를 들어 프랑스 음식을 파는 곳을 때에 따라 레스토랑, 비스트로, 또는 브라스리라고 부르는데 이런 분류가 헷갈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한국인은 구별을 잘 못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한국인이 한정식집과 백반집, 한식주점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990년대 말부터는 가스트로노미 레스토랑 셰프가 부담스러운 고급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캐주얼한 비스트로(작은 규모의 레스토랑)를 차리는 일도 생기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레스토랑을 비스트로노미(비스트로+가스트로노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네오비스트로라는 좀 더 전위적 형태의 비스트로도 나타난다.
한국의 프랑스 요리 역사는 조선호텔 ‘나인스게이트’(현재는 ‘나인스게이트그릴’)에서 시작하여 최근까지도 양식당으로 불렸다. 본격적인 프랑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 오픈한 신라호텔의 라 콘티넨탈(현재는 콘티넨탈)과 그랜드하얏트호텔의 ‘파리스그릴’이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프랑스 요리에 대한 수요도 늘게 되었다. 2008년에 ‘레스쁘아’(서울 강남구 청담동)가 비스트로를 표방하면서 한국에도 다양한 프랑스 레스토랑의 시대가 열렸다. 또한 2008년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피에르가니에르서울이 오픈한 해이기도 하다.
- ▲ 서울을 대표하는 프렌치펍 ‘루이쌍끄’. 비스트로보다는 좀 더 모던한 요리와 플레이팅을 선보인다. 전통적인 레시피보다는 셰프의 영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메뉴가 대부분이다. 이유석 셰프는 프랑스에서 요리 경력을 쌓았지만 보케리아(스페인어로 시장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시그니처 메뉴는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10년에는 프렌치 펍 ‘루이쌍끄’(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가스트로노미와 비스트로가 결합된 음식을 선보였으며 2013년에는 가장 아방가르드한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네오비스트로 ‘제로컴플렉스’(서울 강남구 서래마을)가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그전에는 아주 비싸고 접근하기 어려운 이미지였던 프랑스 레스토랑이 이제는 프랑스 본토처럼 캐주얼하게 즐기는 프렌치부터 저녁때 술 한잔하는 프렌치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양적인 면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프랑스 레스토랑의 최근 트렌드는 다음에 21세기의 가스트로노미를 살펴볼 때 더 자세하게 다뤄보기로 한다.
여행과 미식을 좋아하는 편집자. 서울에서 출생하여 성장하였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라이프 스타일 여행 매거진 ‘트래블+레저’ 한국판 편집장을 역임하면서 세계 각국의 고급 레스토랑, 호텔&리조트를 취재하고 글을 썼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최초의 레스토랑 가이드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미식을 즐기는 데 사용하고 있다. |
원문 링크: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8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