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센터

신문, 잡지, 방송 등 언론이 전한 블루리본 서베이의 소식, 보도자료를 소개합니다

[매일경제] [weekend Interview] 16년간 하루 6~7곳 돌며 찾은 맛집 비결은?

2020.12.25 | 조회수 5,376

한국판 미쉐린 가이드 `블루리본 서베이` 펴내는 여민종·김은조 부부


동갑내기 미식부부인 여민종 비알미디어 대표(왼쪽), 김은조 편집장이 2005년부터 발간한 블루리본 서베이 책자와 블루리본 스티커, 모바일 웹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선정된 맛집은 `블루리본 스티커`를 부여받는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최근 모바일 웹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사진설명동갑내기 미식부부인 여민종 비알미디어 대표(왼쪽), 김은조 편집장이 2005년부터 발간한 블루리본 서베이 책자와 블루리본 스티커, 모바일 웹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선정된 맛집은 `블루리본 스티커`를 부여받는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최근 모바일 웹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살기 위해 먹는다.

음식을 먹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인 활동이다.

소설가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왜적과 맞선 조선 수군의 군량미 부족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끼니는 시간과도 같았다. 굶더라도, 다가오는 끼니는 피할 수 없었다. 끼니는 파도처럼 정확하고 쉴 새 없이 밀어닥쳤다. (중략) 끼니는 칼로 베어지지 않았고 총포로도 조준되지 않았다."

먹기 위해 산다. 경제 발전으로 인해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TV에선 각종 요리·맛집 소개 방송이 넘쳐나고, `먹방`은 유튜브 인기 콘텐츠다.

코로나19 첫 발병 후 1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강화로 인해 식당을 찾는 발걸음은 많이 뜸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집은 여전히 우리의 주 관심사다. 문제는 수도 없이 많은 자칭 `맛집` 속에서 진짜 맛집을 찾는 일이다. 여기 진짜 맛집을 찾아 16년간 전국 팔도를 돌아다닌 동갑내기 부부가 있다. 미쉐린 가이드, 자갓 서베이처럼 한국의 고유한 맛집 가이드북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비알미디어의 여민종 대표(57)와 김은조 편집장(57)을 만나 맛집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무엇인가.

▷여민종 대표=국제적인 대도시라면 도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맛집 가이드북이 있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우리나라 최초·최고의 맛집 가이드북이다. 국내 최초로 (일반인) 다수 의견을 수렴하는 `서베이` 방식을 채택했다.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한다는 의미에서 `서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왜 `블루리본`인가.

▷김은조 편집장= 영어권에선 `블루리본(blue ribbon·파란 리본)`이 맛있는 음식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요리·제빵제과·와인 전문학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는 프랑스어로 `파란 리본`이란 뜻으로, 프랑스 대혁명 이전인 앙시앵 레짐기의 프랑스 최고 권력기관 `성령 기사단`을 의미했다. 기사단은 파란 리본을 훈장처럼 달고 다녔는데, 이 기사단이 즐긴 성대한 만찬이 유럽 각국으로 전파되면서 블루리본에 `최고의 요리`란 의미도 담기게 됐다. 맛집 가이드에 이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 싶어 블루리본으로 명명했다.

―미식(美食)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김 편집장=미식은 맛을 즐기는 것이다.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 이게 미식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 서빙하는 사람의 기술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음식을 잘 만들고, 잘 서빙하고, 먹는 사람이 가치를 느낀다면 그게 `미식`이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내용인데, 맛집 찾는 비결 좀 알려 달라.

▷여 대표=고민할 거 없다. `블루리본 서베이`를 보면 된다. 정답은 거기 다 있으니까. 나도 맛집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블루리본 서베이`를 권한다(웃음).

▷김 편집장=16년간 전국 맛집을 다니면서 생긴 노하우가 있다. 내비게이션이 개발되기 전 이야기인데,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에 전화해 찾아가는 길을 물어봤을 때 친절하게 알려주면 맛집일 가능성이 크다. 여러 사람이 전화해서 길을 물어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내비게이션 검색해서 오세요"라고 답해줄 것이다.

▷여 대표=간판도 있다. 간판에서 맛집의 기운이 솔솔 풍기는 곳이 있다.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부분인데, 아마 간판을 보면 금방 눈치챌 거다. 이런 곳은 맛집일 가능성이 크다.

▷김 편집장=지방은 도청 근처에 맛집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 미팅이 인근에서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분께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맛집은 찾기 어려운 데 있다는 속설이 있다.

▷김 편집장=맞는 말이다. 지방에 있는 재첩국 맛집을 찾아간다고 가정하겠다. 고속도로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진짜 맛집일까. 아닐 가능성이 크다. 원조 맛집 주변으로 경쟁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열 때 이 식당들은 고속도로 출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 잡는다. 손님들이 진짜 맛집에 도착하기 전 먼저 손님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주소 등 정확한 정보를 모르고 온 사람들은 찾아가기 편한 유사 맛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이유로 보통 국도변에 자리 잡은 식당은 맛집이 아니다. 찾아가기 쉬우니까.

―전국 맛집을 다녔는데 재밌는 일화가 있나.

▷여 대표=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내비게이션이 없어 지도책을 펴고 찾아다녀야 했다. 하루에 식당 10곳을 들리기도 했는데, 길을 못 찾고 헤매 아내에게 잔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루에 7~8끼도 먹은 적이 있다. 대식가냐고? 전혀 아니다. 한 입씩만 먹어본 뒤 다음 식당으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가령 맛집 5곳을 가면 다섯 끼를 먹어야 하지 않나. 5분의 1인분씩 먹으면 된다고 생각할 텐데 그게 더 어렵다. 첫 번째로 들린 식당에서 한 끼를 다 먹고, 그다음 식당에선 한 입씩만 먹고 나오는 게 차라리 낫다.

▷김 편집장=2005년 `블루리본 서베이` 첫 발간 때 2000개 식당 리스트를 뽑아서 이 중 1000곳을 책에 수록했다.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돼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예쁜 상태로 사진부터 찍는 게 `당연한 문화`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어색한 일이었다. 왜 사진을 찍느냐고 화를 내는 식당 사장님도 있었다. 요즘은 음식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그릇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예쁜 각도를 잡아주는 등 사장님들이 더 적극적이다.

―맛은 주관적인데, 맛집을 어떻게 정하나.

▷김 편집장=맛집 기준에 대한 개인차는 분명히 있다. 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맛집이 있다고 생각한다. 설렁탕을 내놓는 A식당과 B식당이 있다고 하자. 같은 설렁탕을 내놓지만 A식당에만 사람이 몰린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A식당이 B식당보다 맛있다고 생각해서 많이 찾는 것이다. 즉 대중은 직감적으로 맛을 아는 것이다.

―맛집도 트렌드가 있을까.

▷김 편집장=우리나라에 간판을 단 식당은 약 65만개다. `블루리본 서베이`에 수록되는 건 이 중 1%도 안 된다. 서울판에 1500개, 지방판에 3500개가 담기는데 매년 발간하다 보니 연도별 트렌드가 보인다. 책이 처음 나왔던 2005년 즈음 이탈리안으로 대표되는 서양 음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2010년을 전후해 프랑스 요리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당시에는 호텔 양식당밖에 없었는데, 프랑스에서 공부한 셰프들이 한국에 돌아와 정통 프랑스 요리 전문점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 중반부터는 오리지널 일식과 중식이 꽃피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김 편집장=1990년대 여행자유화가 이뤄졌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배낭여행보다 패키지여행이 대세였다. 이후 배낭여행이 유행했는데 배낭여행객은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젊은 층이 많았다. 이들이 현지에서 경험한 식문화가 국내로 흘러 들어온 것이 2010년대 후반이다. 중식을 예로 들면 화교들이 만들던 자장면으로 대표되는 중식에서 마라탕, 딤섬 등으로 메뉴가 다양해졌다. 일식도 초고추장을 곁들여내는 (한국화된) 일식 일색에서 선술집인 이자카야 등으로 다채로워졌다. 이런 음식점들이 문을 열면서 서울 음식이 다양해졌다.

▷여 대표=지방은 서울과 15~20년 정도 격차를 두고 유행을 따라가는데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0년대 들어 해외에서 공부한 셰프들이 귀국해 식당을 열면서 미식의 저변이 넓어지는 중이다.

―도심 재개발, 코로나19 등으로 최근 식당들이 많이 문을 닫았다.

▷김 편집장=매년 평가를 진행하며 오래된 식당인 `노포(老鋪)`들의 변화도 살펴본다. 흥미로운 점은 1970년대 이전에 문을 연 노포들은 잘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대료·재개발 등 외부 요인으로 문을 닫긴 하지만 장사가 안 돼 문 닫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과거 피맛골에 있던 식당들도 재개발로 아예 문을 닫은 게 아니라 다른 동네로 옮겨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로 미식도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여 대표=코로나19로 인해 외식을 줄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이 한 번을 먹더라도 좀 더 근사한 곳에서 식사하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파인 다이닝을 찾는 것이다.

▷김 편집장=코로나19로 인해 요식업 전체가 어려워지면서 올해 트렌드를 분석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장르(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가 식당을 나눌 때 한식, 중식, 일식 이런 식으로 나누지 않나. 지난해엔 `무국적 맛집` 즉 캐주얼 다이닝이 인기를 얻더라. 가령 파스타에 한식도 내고, 사시미도 내고 이런 음식점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중 어느 하나로 구분해 설명하기가 어렵다.

―향후 목표는.

▷여 대표=모바일이 보편화된 시대지만 종이로 된 책은 계속 내려고 한다. 책으로 펴내야 신뢰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바일 서비스 비중을 늘릴 것이다. 배달음식, 가정간편식(HMR), 레스토랑간편식(RMR)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블루리본 서베이`를 만들고 싶다.

▷김 편집장=`블루리본 서베이`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맛집 정보 확인부터 식당 예약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다.


▶▶ He is…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맛집 가이드 `블루리본 서베이`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맡고 있다. 현재 `블루리본 서베이` 모바일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 She is…

여행과 미식을 좋아하는 편집자.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대에서 심리학, 홍익대 대학원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했다. 2005년부터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장을 맡고 있다. 미식과 관련된 저서와 번역서를 다수 펴냈다.

[이영욱 기자]


원문 링크 :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12/1320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