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검색을 이용해보세요
1. 검색 조건을 조합해서 내가 원하는 맛집을 정확히 찾을 수 있는 멀티검색 기능
2. 내 주변의 블루리본 맛집을 빠르게 찾아주는 주변 맛집 검색 기능
3. 매년 발행되는 블루리본 최신판에 수록된 맛집만 검색할 수 있는 기능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글 ∙ 사진 심재범
지금, 망원동이 후끈하다. 홍대앞, 연남동, 합정동이 젠트리피케이션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망원동의 빛나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은 비교적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는 망원동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을 정리해보았다.
1. 딥블루레이크
이름처럼 파란색으로 건물 전체를 도색한 딥블루레이크는 망원시장 옆 공영주차장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매장 입구에 자리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스피릿 키스반더웨스턴(Spirit Kees Van Der Westen), 그라인더는 새로운 스타일의 코니컬 콜드(Conical Kold)이다. 스피릿은 독립보일러 3구 머신으로, 추출 압력이 일정하고 가변압 추출까지 가능해 커피인들에게는 꿈의 머신으로 통한다. 향미1 좋은 커피와 어울리는 코니컬 그라인더는 매장의 지향점을 표현하고 있다. 이외에도 싱글오리진 커피는 ek43을 사용해서 독립적으로 도징을 하고 있다.
최근에 방문했을 때는 코스타리카 엘파라이소 리치(Costa Rica El Paraiso Lychee) 원두의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와 피콜로라테를 마셨다. 엘파라이소 농장은 코스타리카 CoE2 10위를 차지한 곳으로, 1위 옥션 가격을 뛰어넘어 화제가 되었다. 엘파라이소는 무산소 가공 더블 아나로빅 프로세스를 통해 독특한 향미를 발생시키는데, 향미의 개성에 따라서 열매인 플럼(Plum)과 리치(Lychee) 등의 특성이 도드라진다. 커피를 2차 가공하면서 부산물로 나오는 향미라는 점에서 논쟁적이지만, 현재까지 보이는 시장의 흐름과 반응은 폭발적이다. 대회 출전 선수를 포함해서 로스터들의 수요가 누적되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엘파라이소 생두를 구경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딥블루레이크의 대표인 이철원 로스터는 로스팅 대회에 입상하는 등 검증된 로스팅 실력을 바탕으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향미의 북유럽 노르딕 스타일의 커피를 지향하고 있다. 매장 1층 한 공간을 차지하는 대형 로링(Loring) 로스팅 머신은 매장의 지향점인 청명한 커피를 구현하고, 숙련된 바리스타는 약배전 커피를 안정적으로 추출하고 있다. 커피 가격은 오픈 초기부터 4천원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끔 선보이는 대회용 커피나 초고가 생두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추천 메뉴는 커피러버세트다. 시즌별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와 피콜로라테, 두 잔의 커피를 6천원의 가격에 마실 수 있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내부가 좁지만, 분위기가 섬세하고 러블리하다. 인테리어 작업은 이철원 로스터의 아내가 직접 마무리했다고 한다. 양질의 커피와 친절한 직원들, 러블리한 매장까지. 어느덧 딥블루레이크는 망원동 스페셜티 커피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
주소 서울 마포구 포은로6길 11 (망원동)
전화번호 02-323-8532
2. 비전스트롤
테일러커피, 스텀타운, 콘하스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김종헌, 이재선 바리스타가 망원동에 비전스트롤이라는 이름의 매장을 오픈했다. ‘꿈길을 걷는다’라는 상호의 뜻과 느낌도 좋고, 미국 서부 포틀랜드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덕택인지 금세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매장을 방문한 시각은 비 오는 평일 오후 4시, 진한 커피 향기와 음악, 커피를 좋아하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김종헌 바리스타의 진득하고 달콤한 커피를 주문했다.
첫 번째 에스프레소는 브룬디 스머프(Burundi Smurfs) 원두의 싱글 오리진이었다. 스페셜티 커피업계에서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찬스커피에서 로스팅한 원두다. 삼나무 향이 근사하고 가벼운 과일 향과 꽃 향, 스위트니스3와 밸런스4까지 아주 잘 어울린다. 브룬디 스머프는 아프리카 브룬디 키안자 마을에서 생산된 스크린 사이즈 12 미만의 소형 피베리 원두로,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사이로를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획기적인 품질과 윤리적인 수입 과정을 보여 커피인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이 모두 좋아하는 커피다.
이어서 맛본 밀크커피는 밀로커피에서 로스팅한 과테말라 원두였다. 블랙커피도 훌륭하지만, 우유와의 궁합에서 보이는 박력과 조직력이 발군이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업계에서 존경받는 밀로커피의 황동구 로스터가 선보이는 원두와 비전스트롤 김종헌 바리스타의 추출이 조화롭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슬레이어(Slayer), 그라인더는 로버(Robur)다. 향미와 스위트니스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커피에 최적화되었다. 좋은 커피와 멋진 로스팅, 추출까지 매장의 개성이 잘 묻어나고 있다. 자본이 부족해 투자를 못했다고 하지만, 분위기가 박력 있고 음악도 분위기와 어울린다. 이외에도 스탠딩 메뉴라고 불리는 테이크아웃 커피는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오픈한지 이제 막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단골들이 줄을 잇는다.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로 61 (망원동)
전화번호 02-326-1002
3. 아이덴티티커피랩
효창공원 인근에 있던 아이덴티티커피랩이 망원동으로 이전했다. 아이덴티티커피랩은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 망원동 매장은 로스팅 작업을 병행하는 커피랩에 가깝다. 로스팅 머신은 열풍식 기센(Giesen)이며 에스프레소 머신은 슬레이어 2구, 브루잉 그라인더는 ek43을 사용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하리오(Hario) 드리퍼를 사용한 브루잉 추출이 인기 있다.
원두는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랑구르 내추럴(Langur Natural), 게이샤(Geisha) 품종도 두 가지 이상 준비되어 있으며, 대부분 브루잉으로 추출해서 마실 수 있다. 콜롬비아 게이샤 커피가 한 잔에 6천원 정도이고, 전반적으로 다른 커피의 가격도 5~6천원 정도다. 양질의 품질에 비해 커피 가격이 저렴하다.
최근 방문했을 때는 코스타리카 엘피에다 블랙허니를 두 가지 버전으로 마셔보았다. 염선영 바리스타가 터뷸런스를 이용한 와류 방식으로 하리오 드리퍼를 사용해 커피를 추출했다. 와류 방식은 난기류와 유사하게 커피와 온수를 비정형으로 과도하게 접촉시켜 짧은 시간 동안 커피의 향미를 극대화하는 추출에 적합하다. 두 번째 맛본 커피는 특이하게 알칼리수를 사용해 새로운 향미를 표현했다. 브루잉 국가대표 선발전 본선에서 아이덴티티커피랩의 윤원균 로스터가 시도한 추출 방식이다. pH8 정도의 특수 추출수를 사용해 산미를 톤다운하고 마그네슘과 칼슘을 비롯한 미네랄 수치를 증가시켜 향미의 밸런스를 잃지 않았다. 산미를 자제하면서 커피가 가진 향미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매장 또한 아름답고 섬세하며, 바리스타와 로스터의 의견 교환이 원활해 커피의 맛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고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로11길 41 (망원동)
전화번호 02-3873-1070
딥블루레이크, 비전스트롤, 아이덴티티커피랩까지. 특별한 망원동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추억의 시간을 만끽하시기를 희망한다.
저자 주:
1. 향미: 커피에서 나타나는 향기로, 스페셜티 커피에는 다양한 향미가 있다. 과일 향, 꽃 향, 초콜릿, 캐러멜, 토질과 같은 다양한 향미가 있으며, 국가별로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다.
2. CoE(Cup of Excellence): 커피 산지의 경진대회로, 커피업계에서의 올림픽과 같은 경연대회라 할 수 있다.
3. 스위트니스(sweetness): 커피 맛에서 느껴지는 달콤함. 전세계 표준인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 커피 품질 연구소에서 커피 맛을 평가할 때 쓰는 척도 중 하나다.
4. 밸런스(balance): 향미, 산지, 질감, 스위트니스 등 커피의 여러 가지 맛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느냐의 느낌이다. 복합적이더라도 입안에서 다양한 맛과 향기가 기분 좋게 느껴지면 좋은 커피라 할 수 있다.
<필자 약력>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카페마실》과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