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신규 매장 소개: 송훈 대표의 ‘필리스 커피’

2020.11.05 11:55:16



글. 사진 심재범


바리스타들의 선생님, 송훈 대표의 필리스 커피가 창업 1주년이 되었다. 송훈 대표는 커피 리브레의 서필훈 대표와 함께 커핑, 로스팅, 추출 분야를 아우르는 한국 스페셜티 커피업계 최고의 선생님으로 꼽힌다. 개업 당일에는 월드바리스타챔피언(WBC) 전주연 바리스타와 브루잉 국가대표 정형용 바리스타가 일일 스탭으로 참여하는 등 커피인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 등으로  개업과 동시에 전국의 수많은 바리스타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매장은 일산 가구 공단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규 건물 전체를 카페와 대형 로스팅 룸으로 분리하여 운영 중이다.  커핑 테이블로 사용하는 초대형 커피바가 인상적이고, 공간이 넓어 쾌적하며, 햇살의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필리스 커피는 독일 현지에서 리빌트 (전문 업체에 의한 재가공 )한 프로밧 UG15 로스팅 머신을 설치하였다. UG는 최고의 로스팅 머신으로 손꼽히는 독일 프로밧의 원형으로 열풍과 복사열 전달에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관 상태와 리빌트 과정이 관건인데, 독일 현지 전문가가 리빌트 한 모델을 송훈 대표가 꼼꼼히 검수하여 설치한 것이다. 빈티지 모델이지만 수입 및 설치 비용에 1억 원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매장의 추출 머신은 라마르조코 피비. 에스프레소는 향미 있는 커피에 좋은 코니컬 그라인더, 브루잉 커피는 플랫 그라인더, 커피 수율 관리에 적합하다. 첫 번째 커피는 송훈 대표의 추천으로 벤사 허니 프로세싱 브루잉 커피를 마셨다. 에티오피아 커피 특유의 섬세한 과일향이 주도적이면서 애프터의 꽃향, 초콜릿과 같은 뉘앙스가 힘있게 따라오고 있다. 두 번째 커피는 콜롬비아  산타로사 지역 라비베라 농장의 콜드프로세스* 내추럴 가공 방식의 게이샤 커피. 자스민과 자몽, 복숭아와 같은 향미의 화려한 게이샤 커피에 질감과 단맛이 증폭되었다. 송훈 대표는 로스팅에서 향미와 질감 스위트니스의 지속성과 복합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게이샤와 같은 하이엔드 커피는 로스팅의 지향점에 따라 애프터의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필리스 커피의 커피들은 대부분이 초반의 임팩트를 후반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필리스 커피 브루잉 커피를 감자와 세트 메뉴로 제공하고 있다. 매장의 권장대로 ‘커피 두 모금 후 감자 한 조각’의 순서로 음용할 것을 추천한다. 인간의 후각과 미각 기관들은 커피의 향미를 순간적으로 포착하지만 의외로 마취 역시 빠르게 진행된다. 이 때 감자와 같은 전분 혹은 탄수화물 등은 구강의 미각 기관을 리셋하는 효과가 있다. 파인다이닝에서 음식을 연결하는 빵과 같은 효과인데, 특이하게 커피의 경우 향미의 리셋 효과가 크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궁합이지만 결과물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커피와 음식의 마리아주에 대해 접근하는 송훈 대표의 고심이 메뉴에 잘 녹아있다.


최근 송훈 대표는 대회를 준비하는 바리스타들을 위한 (커피 전문가 혹은 진정한 애호가를 위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였다. 메뉴 구성은 에스프레소와 미니라테. 이름은 챔피언 세트(가 유력하다) 대만 출신 바리스타 챔피언 버그 우가 선별한 커피 생두를 필리스 커피에서 로스팅 및 추출 세트로 구성했다. 커피 세트 전체의 밸런스도 좋지만, 테이스팅 노트가 인상적이다. 압도적인 딸기 (베리)향과 블랙 초콜릿과 같은 향미들이 날카롭게 분리되듯이 선명하다. 특히, 베리류와 블랙 초콜릿의 선명한 향미가 우유의 질감 속에서도 명확하게 갈라지는 느낌이 매우 강렬했다. 최근 들어 업계 전체적으로 과도한 용어의 남발로 인해 커피 표현의 인플레이션 효과가 종종 있는데, 송훈 대표의 시그니처 세트는 칼같이 날카로운 향미를 통하여 충분히 좋은 커피를 표현하였다. 커피인들 뿐만 아니라 기본을 고민하는 커피애호가들에게 추천하는 메뉴다.

마지막으로, 필리스 커피의 드립백을 추천한다. 추출 커피 용량이 일반 드립백 보다 50% 가까이 증량되어서 커피 향미가 깊고 다양하다. 기본 블렌딩 드립백도 훌륭하지만 시즌에 따라 나오는 싱글오리진 드립백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최근에는 에티오피아 게이샤 빌리지의 커피를 싱글 드립백으로 출시했다. 커피와 함께 동봉된 레시피대로 추출하면 매장에서 마시는 커피에 비해 손색이 없다. 필리스라는 명칭은 핀란드어로 ‘느낌’이라는 의미고, 영어의 바이브와 유사한 표현이다.  즐기는 커피를 표방하는 송훈 대표의 커피 철학이 매장 이름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이다. 최근 들어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홈카페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집에서도 필리스 커피와 같은 멋진 커피를 즐기는 슬기로운 커피 생활을 희망한다.


용어 설명

*콜드프로세스(Cold Process): 최근 새롭게 화제가 되는 가공방식으로, 아나로빅(무산소가공)*을 저온 유지 (수비드와 비슷한 효과)하여 커피의 질감 특히 단맛을 보강한 프로세싱이다.

*아나로빅(Anaerobic): 무산소 가공, 산소를 차단함으로써 무산소 발효를 유도하는 생두 가공 방식


필리스 커피

전화: 070-8877-1101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동국로 109-10



저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