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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추석 연휴를 보내고 벌써 가까이 다가온 듯한 연말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이 시기에 조금은 묵직한 맛을 가진 음식들로 심신을 추스르며, 모두 함께 나눠 먹을 소중한 이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순간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허해진 체력을 위해 선택하는 중식 마스터의 보양식 따뚱바이허우, 저녁 시간을 여유로이 보낼 수 있는 작은 와인바 OP(오프), 청계천을 바라보며 즐기는 스페셜티 커피 펠트커피,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 픽업을 할 수 있는 치킨 세트 효도치킨콤보스 4곳을 소개한다. (가나다 순)
1. OP (오프)
밍글스와 타르틴의 오픈을 함께 했던 이석현 셰프가 드디어 자신의 공간을 완성했다. 오디너리 플레저(Ordinary pleasure), 줄여서 ‘오프’라는 이름의 이 모던한 공간은 논현동 안쪽 골목 깊숙이 언덕을 올라 다다르게 된다. 조용한 동네에서 밝게 빛을 내는 오프는 내추럴 와인과 컨벤셔널 와인을 고르게 리스팅 한 와인바인데, 단순한 세팅이라기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수입사 뱅브로의 핫한 아이템들이 눈에 들어와 재빨리 머릿속에서 다음 와인을 골라 놓게 되는 조급함을 이끌어 낸다.
음식은 간단히 전채와 메인 그리고 디저트 3개의 카테고리에서 주문할 수 있다. 파프리카, 허머스, 항정살, 비프타르타르 등 직관적인 네이밍의 메뉴들은 각각 맛의 악센트가 명확하여 역시나 술과 페어링을 했을 때 그 세밀한 의도들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모던 한식과 모던 아메리칸 다이닝을 고루 경험한 이석현 셰프가 표현하는 맛의 안정감이 오프의 강점이 될 거라 믿는다.
첫 스타트를 새초롬한 파프리카 절임으로 시작했다. 대신 매칭할 와인은 감미가 돋보이고 실키한 리슬링, 제라드슐러를 선택하여 밸런스를 조절했다. 감자튀김은 알감자를 으깬 후 튀겨내서 스틱형의 프렌치프라이로는 주기 어려운 뭉근한 질감을 잘 표현했다. 계속 주문하게 되는 사이드의 다양함이 결국 메뉴판의 처음부터 끝까지 도전하게 만든다.
좋았던 메인 디시는 오리와 항정살이다. 돼지 항정살이 가지고 있는 촉촉한 근조직감이 입안에서 지방과 함께 고소함이 퍼지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우리 동네에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그런 작고 소중한 공간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평대로55길 94 씨엘빌딩
영업시간 17:00~22:00(마지막 주문 21:00) - 일, 월요일 휴무
2. 따뚱바이허우
전설의 중식 요리계의 어르신, 신라호텔 팔선을 40여 년간 이끌었던 후덕죽 셰프가 리버사이드호텔 따뚱의 새로운 수장이 되었다. 르메르디앙호텔이 영업을 종료하며, 그의 브랜드 허우의 이름을 더해 리버사이드호텔이 ‘따뚱바이허우’로 올봄 4월에 새 단장을 했다. 모든 공간을 룸으로 마련하고, 후덕죽 셰프의 특선 메뉴를 코스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유명한 베이징덕, 북경오리 요리도 유명하지만 가장 손꼽아 선호하는 메뉴는 바로 불도장과 샥스핀 요리가 아닐까? 스지와 전복, 오골계와 샥스핀, 그리고 관자, 해삼, 자연 송이가 작은 팟에 담겨 있는 불도장은 6시간 너머를 푹 고아 만드는데 다른 곳에서 맛보던 것과 확연히 다르다. 차별점을 지닌 포인트를 꼽자면 맑고 깨끗한 맛을 구현해 낸다는 것.
분명 입안에서 넘어가는 국물은 가볍고 맑은데 맛이 가지고 있는 두툼한 풍미는 그대로라니, 무척 진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샥스핀은 특유의 오독오독 씹히는 작은 결들이 내는 소리가 경쾌하다. 이 두 요리만 먹어도 이미 몸에서 자연스레 열이 나고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다양한 구성의 코스가 있지만, 적어도 10만원 이상대의 코스 또는 제일 상위 코스를 선택하는 편을 추천한다. 어떤 요리를 주인공으로 삼을지 마음먹고 코스를 선택해서 베이징덕을 추가하는 방법도 좋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6-1 리버사이드 호텔
전화 02-6710-1888
영업시간 11:30~15:00/17:30~20:00 - 연중무휴
3. 펠트커피 청계천점
한국에서 스페셜티 커피 신을 이끌어 가는 괄목할 만한 브랜드들이 있다. 단연 그 라인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펠트커피가 청계천점을 새로 오픈했다. 창전동 쇼룸을 시작으로 도산공원점, 광화문점을 잇는 4번째 매장이다. 오페라 극장을 연상시키는 실내 인테리어 구조는 간결하면서 집중도를 높여준다.
커피를 준비하는 스테이션이 중앙에 배치되어, 커피를 주문받고 만들어서 내 손에 당도하는 순간까지 모두 지켜볼 수 있다. 앞선 매장들과 같이 웨스턴 일렉트릭 혼을 선택한 디테일은 역시나 펠트가 추구하는 선을 그대로 이어간다.
펠트는 유수의 디저트 숍에서 선호하는 원두 납품처이기도 하다. 단맛과 잘 어우러지는 맛과 향을 뽑아내는 로스팅 실력에 디저트를 매칭하기 좋다는 평이 많다. 또한 매장이 아닌 홈카페 또는 사무실에서도 즐겨 마시는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다. 콜드브루, 드립백을 이용해 자가 추출이 어려운 초보 커피 선호가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가는 센스를 지니고 있다.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오후, 청계천을 거닐다 들러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을 기억해 두면 좋겠다. 회사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아침 일찍 7시부터 문을 열어 밤 9시까지 영업을 한다.
주소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 14, 1층전화 02-3789-5946,
영업시간 07:00~21:00 | 토, 일요일, 공휴일 11:00~21:00
4. 효도치킨콤보스
논현동에서 시작한 꽈리멸치킨의 열풍을 넘어서 이제는 더 캐주얼하고 위트 있는 시스터 브랜드를 선보인 효도치킨. 논현동과 광화문점에 이어 디타워 1층 소호길에 작은 키오스트 매장 ‘효도치킨콤보스’를 열었다. 기존 효도치킨이 유지하고 있는 꽈리멸치킨, 바삭치킨, 고마워치킨을 넘어서 콤보스의 주된 메뉴는 2가지다. ‘텐더’와 ‘치마호크’. 뼈가 붙어 있는 등심에서 유래해 위트 있는 네이밍이 돋보이는 ‘치마호크’가 나의 원픽이기도 하다.
치마호크콤보는 촉촉하게 튀겨낸 닭다리를 감싼, 바삭을 넘어 두툼하고 크런치한 펀치를 먹이는 치마호크 두 조각과 칩스, 작은 모닝롤을 할머니 사라다로 채운 샌드위치가 담긴 세트로, 치마호크로만 채워진 단품박스도 즐길 수 있다. 텐더 마니아들도 같은 구성의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종로와 광화문에서 일을 보고 나면 꼭 생각이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르게 되는 이 마성의 맛은 오로지 광화문 디타워에 있는 효도치킨콤보스에서만 만날 수 있으니 꼭 동선에서 미리 체크할 것.
주소 서울시 종로구 종루3길 17 116호 디타워 1층
전화 02-2251-8028
영업시간 11:00~21:00
필자 소개 김혜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4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