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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절정에 문을 연 4월의 신규 업장: 뉴테이스트⑫ by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2022.04.14 13:03:30

벚꽃비도 막바지에 다다르는 봄의 절정이다. 순식간에 흘러가는 봄의 정취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나서기도 하고 봄 뉘앙스 가득 담은 디저트를 사러 나가 보기도 한다.  봄 식재료로 밥상 위에 기분을 내보기도 하는 요즘, 새로운 콘셉트와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오픈하는 2022년 2분기를 보내며 뉴테이스트를 찾아 보았다.

전 세계가 서울을 주시하는 듯한 요즘 트랜드에 어울리게 구찌 오스테리아가 상륙, 심지어 마시모 보투라 셰프도 직접 다녀갔다. 그들이 선보이는 오스테리아의 메뉴들을 맛보았다. 핸드폰 앱에서 몇 번의 터치만 하면 문 밖에서 픽업할 수 있는 배달의 시대에, 전화로 주문하고 직접 픽업을 가야하는 아날로그 모드의 피자 전문점 피자 아이코닉과 캐나다 식재료를 담을 수 있는 그로서리샵과 점심과 저녁 솥밥, 와인 앤 다이닝이 가능한 광화문의 핫플 롱 위켄드, 리치몬드과자점의 권형준 대표가 소리소문 없이 오픈한 작고 단단한 과자점 온고, 그리고 소월길에서 성수로, 이제는 강남역으로 진출한 하이엔드 샌드위치 전문점 큐뮬러스를 다녀왔다.


1,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GUCCI OSTERIA SEOUL

구찌라는 명품 브랜드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가 만든 구찌 오스테리아가 이태원 구찌가옥 6층에 문을 열었다. 구찌 오스테리아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본점을 오픈한 후, LA, 도쿄에 이어 네 번째 도시로 서울을 선택했다. 마시모 보투라 셰프는 월드50베스트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서 1위를 한 바 있어, 이미 그의 명성과 영향력은 전세계를 아우를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와 구찌가 선택한 이태원 구찌 가옥은 쇼룸 이 외에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구찌라는 이탈리안 브랜드가 직접 선택한 한국적인 요소와 정신을 담아낸 독보적인 라인업, 그리고 소품 등을 따로 만들어 독점 판매할 정도로 다른 매장과 달리 콘텐츠를 관리하는 부티크 공간이기 때문이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5코스(12만원)와 7코스(17만원), 2종류의 코스 메뉴로 점심과 저녁 영업을 한다. 7코스 안에 포함되어 있는 에밀리아 버거를 놓칠 수 없어 둘 중 7코스를 선택했다.

아뮈즈 부슈

처음 나오는 3가지의 아뮈즈 부슈 다음으로 서울 가든(Seoul garden)이 등장한다. 피렌체의 레스토랑에는 구찌 가든이라는 이름의 샵이 있는데 여기서 모티브를 이어온 듯한 네이밍이다. 지노리(GINORI)*와 함께 커스터마이징한 플레이트는 노란빛 톤과 화려한 프린트 때문에 음식의 색을 잘 담아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눈 앞에 놓인 작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안초비가 곁들여진 로메인 샐러드는 어찌나 디테일 넘치며 재기 발랄하던지. 오감을 끌어올리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메뉴였다. 

서울 가든

병아리콩과 스트라치아텔라를 이용한 파리나타*는 한 손으로 쏘옥 접어 먹을 수 있는 크기의 산뜻한 팬케이크였다. 이어져 나온 디시는 토르텔리니*. 가장 심플하지만 가장 마시모 보투라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메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마시모 보투라의 고향 모데나를 떠올리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의 쿰쿰한 감칠맛이 입안을 채우는 아주 맛있었던 디시다.

파리나타

토르텔리니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에밀리아 버거. 핑크빛 구찌 박스를 열면 작은 버거가 나오는데, 채소가 켜켜이 쌓여 있는 기존 버거의 비주얼이 아닌 돼지고기 햄인 코테키노*와 살사 베르데 소스와 치즈로만 구성이 된 작고 탄탄한 맛이다. 요거 하나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더라.

에밀리아 버거

하지만 다음에 나올 메인을 생각하면서 참는 걸로. 한우 56.7이라는 이름의 채끝스테이크와 파, 호박 퓌레의 메인 요리는 양으로 푸짐한 매력 보다는 퀄리티와 섬세한 조합을 고민한 듯한 느낌이었다. 셰프가 생각하는 한우를 가장 맛있게 조리하는 온도가 56.7°라고 한다. 

한우 56.7°

이후로 시트러스의 매력이 팡팡 터지는 듯한 아름다운 디저트 스프리츠(spritz) 와 찰리 트래블스 투 가옥(Charlie travels to GAOK)이라는 이름을 지닌 초콜릿, 헤이즐넛, 바닐라 구성의 스틱 바를 선보인다. 도시마다 마지막 정착지가 다르게 표기되는데, 여기서 찰리는 마시모 보투라의 아들 이름이라는 점! 에스프레소나 티와 함께 준비되는 미냐르디즈*로 짧은 듯 긴 코스가 마무리 된다. 기대 이상으로 맛이 안정적이었고, 구찌라는 브랜드의 색을 패브릭과 타일, 천장 조명과 테라스 바닥의 대리석에 자연스레 입힌 센스 또한 눈여겨 볼 만한 포인트였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메뉴는 마시모 보투라와 구찌 오스테리아 피렌체 총괄 셰프 카림 로페즈, 그리고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전형규 총괄 셰프와 헤드 셰프 다비데 카델리니가 함께 개발했다.

스프리츠

찰리 트래블스 투 가옥

미냐르디즈

예약의 열기가 좀 사그라들면 테라스에서 즐기는 런치를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지노리(GINORI 1735): 173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된 명품 도자기 브랜드로, 모든 공정이 이탈리아 세스토 피오렌티노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2013년 명품 브랜드 구찌에 인수 합병되었다.

*파리나타(farinata): 병아리콩을 재료로 얇게 구워내는 바삭한 파이(팬케이크) 일종으로, 이탈리아 리구리아주 제노바의 전통 음식이다.

*토르텔리니(tortellinis): 돼지고기, 치즈 등으로 속을 채운 뒤 반달 모양으로 접어 만든 만두형 파스타로, 이탈리아 볼로냐와 모데나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Parma)와 레지오에밀리아(Reggio-Emilia)를 중심으로 모데나, 만투아, 볼로냐 일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성치즈(hard cheese).

*코테키노(cotechino): 돼지고기의 힘줄, 지방, 껍데기 등의 여러 부위를 섞어 만든 이탈리안 소시지(햄)로, 모데나 지역에서 기원한 음식이다.

*미냐르디즈(mignardises): 프티푸르, 당과류, 초콜릿, 과일 젤리 등 식후에 먹는 한입 크기의 작은 디저트.

전화 02-795-1119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3 구찌가옥 6층

영업시간 11:30~22:00 | 연중무휴

홈페이지 https://gucciosteria.com/ko/seoul


2. 롱 위켄드 long weekend

광화문 또는 서소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들에게 알음알음 입소문이 난 롱 위켄드.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그로서리 섹션과 레스토랑 섹션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캐나다에서 나는 식재료를 제품과 요리, 저장 제품, 쿠키 등으로 선보이고 테이블 웨어와 플레이트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퇴근길 와인을 골라 구매해가는 손님도 눈에 띈다. 

레스토랑 공간은 점심과 저녁으로 나누어 운영을 한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점심 시간의 솥밥과 밑반찬, 국의 반상세트는 맛 좋은 쌀밥과 계절의 신선한 재료들로 구성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귀리쌀을 넣어 지은 소고기&가지 솥밥과 삼치무 솥밥은 광화문에서 손꼽는 밥맛 좋은 메뉴가 아닐까 싶다. 캐나다산 방목 소고기를 아낌없이 가지와 함께 조리해 올린 솥밥은 간이 섬섬하면서도 재료의 맛을 살려주는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같이 차려진 무안의 곱창김과 달래장만으로도 한 솥은 금새 비운다. 같이 준비해 주는 카무트* 차를 부어 고소한 누룽지를 즐기는 것도 잊지 말자. 

소고기&가지 솥밥

삼치무 솥밥

저녁은 약간 다른 와인 앤 다이닝 모드로 변신하게 된다. 8가지 코스의 식사 모임으로 미리 예약해서, 준비된 와인 리스트와 함께 즐기는 것도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카무트(Kamut) 고대 이집트 및 중동 지역에서 재배되던 고대 곡물인 호라산밀(khorasan sheat)을 제조하는 캐나다의 브랜드명. 호라산밀은 단백질, 미네랄, 식이섬유 등이 풍부해 수퍼 곡물로 알려져 있다.

전화 02-735-2333

주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23길 54 1층

영업시간 그로서리 11:00~22:00 | 레스토랑 11:30-15:00/18:00-22:00 |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long_weeknd


3. 온고 Ongo

리치몬드과자점의 2세 기술인인 권형준 대표가 연희동 작은 공간에서 혼자 과자를 굽기 시작했다. 소리 소문 없이 오픈을 한 터라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잦아지면서 연희동의 명소가 되어가는 중이다. 원래 하고 싶어하던 과자들을 하나 둘씩 꺼내 가며 사람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매장은 기술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림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휴일과 영업일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운영된다.

첫 방문이라면 리치몬드과자점의 슈크림과는 약간 다른 진함과 뉘앙스가 매력적인 온고슈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팽드젠느과 파브루통, 그리고 레몬위크앤드로 점점 취향을 넓혀가 보면 깊이 있는 맛의 뉘앙스를 차례차례 즐길 수 있다. 권형준 대표가 근무했던 일본의 오봉뷔탱(Au Bon Vieux Temps)과 한국 리치몬드과자점의 DNA도 살아있지만, 지금 현재의 기술인으로서 만들어가는 맛이라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온고의 과자들을 소개하자면 맛의 근본이 있는 과자, 그 자체로도 설명이 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온고슈

위크엔드

팽드젠느

전화 0507-1301-5590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길 71 지층

영업시간 12:00~18:00, | 화, 수, 목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ongo_patisserie


4. 큐뮬러스 cumulus

예전 이태원에 '플랫 아이언(Flat Iron)'이라는 이름으로 첫 샌드위치 샵을 낼 때부터 독창적인 재료의 조합이나 스터핑의 총체적인 맛에 대한 집중도가 남달랐던 진유식 대표가 2019년 성수동에서 큐뮬러스를 오픈했었다. 작년 '쉐즈 알렉스(Chez Alex)' 오픈 후, 2022년에는 파미에스테이션점과 함께 강남 뱅뱅사거리에 새로 올린 공유주택 ‘에피소드 강남 262’ 빌딩에 큐뮬러스로 입점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연어 샌드위치

1층이 개방된 형태의 공간에 원형 테이블과 바 좌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저녁에는 샌드위치와 스프 등을 와인과 곁들일 수 있는 메뉴로 구성하였다.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는 조식 메뉴만 가능한 것과 같이 건물의 특성에 맞춰 유동성 있는 운영을 하고 있다. 하이엔드 샌드위치라 할 수 있을 만큼 자체적으로 구워낸 빵들에 재료를 아끼지 않고 쌓아 완성하는 메뉴들은 약간 높은 가격대를 이해시킬 만큼 좋은 맛을 구현한다. 그래서인지 배달앱을 이용한 주문이 꽤 많은 편이라고 한다.

로스트비프샌드위치

새우완자수프

넓은 작업 공간을 바에서 엿보며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있노라면 주문이 들어옴과 동시에 그리들에 빵을 펴서 데우고, 비프 또는 연어를 채소, 토마토와 함께 자유자재로 조립하는 직원들의 손길을 볼 수 있다. 로스트비프 샌드위치는 통밀 식빵을 베이스로 하바티 치즈와 풍성한 고기, 양파, 토마토 등을 와사비 마요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접시 한 켠의 올리브와 샐러리, 방울토마토 피클이 군데군데 입맛을 돋우는 포인트가 되어준다. 연어샌드위치는 노르웨이산 생연어와 아삭한 적양파를 담뿍 넣어 만든 샌드위치로, 새우완자수프와 함께 곁들여 보기를 추천한다.

전화 0507-1336-7587

주소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299 1층

영업시간 Breakfast 08:00~11:00 | 08:00~22:00(마지막 주문 21:30) | 연중무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umulus.shop


5. 피자 아이코닉 Pizza Iconic

친구들이 사무실에 방문하기로 한 평일 저녁 식사로 피자 아이코닉을 떠올렸다. 삼성동 시절에도 인기가 꽤 많았는데, 어느새 강릉으로 이전하여 운영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뉴욕식 피자로 수요미식회에서도 소개되었던 곳이다. 

다시 서울 논현동 아파트 상가에 매장을 오픈한 후, 화덕에 구워낸 페페로니와 치즈 피자 두 종류의 메뉴로만 운영한다. 먹는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미리 전화로 예약한 후 직접 픽업을 하러 가는 시스템이다. 마침 사무실 근처라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한층 올라가 매장을 찾았다. 


페퍼로니피자

치즈피자

시크하신 사장님께서 화덕에 구워낸 피자 도우가 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니라고 미리 당부의 말씀을 하는 것으로 보아 손님들에게 탄 피자 도우에 대한 피드백을 꽤나 많이 들으신 듯 하다. 실제로 먹어보면 전혀 탄 느낌이 아니라 구수하게 토핑과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정도라고 느껴진다. 원하는 페페로니와 치즈 반반으로도 주문 가능하다. 패밀리 사이즈의 큰 크기지만 먹다보면 훌쩍 없어질 정도로 맛있어서 친구들도 단숨에 두세 개를 먹어버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개성 있고 맛에 집중하는 피자를 원한다면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전화 02-547-0108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 615 B131호

영업시간 12:00~21:00(마지막 주문 20:00) | 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pizzaiconic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5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