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차분하게 시작하는 2023년의 신규 업장: 뉴테이스트 by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2023.01.29 15:21:49

연말의 분주했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차분하게 시작하는 2023년.

단아하게 차려내는 맡김 차림의 한식 레스토랑과 동네에 숨겨진 보석 같은 빵집,

부산에서의 기세를 몰아 성수동 양꼬치 거리에 입성한 사천요리 전문점과

뉴욕의 힙한 감성을 그대로 담아 온 커피 브랜드까지.

올 한해는 더욱 더 바쁘고 활기찬 외식업계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푼주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도 그에 걸맞은 ‘결’과 ‘깊이’를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다녀온 레스토랑 푼주에서 심도 있는 요리와 우리 술이 어우러지는 단아한 식사를 하고 왔다. 지평주조와 함께 김세진 오너 셰프가 만들어 나가는 ‘푼주’가 바로 그 곳. 

한국 전통의 맛을 제철에 만날 수 있는 식재료와 다양한 조리기법을 더해 완성한 요리들과 100년의 역사를 지닌 지평주조에서 개발한 프리미엄 전통주와 곁들이는 코스, 즉 맡김 차림을 만날 수 있다.

‘푼주’ 라는 이름은 밑은 좁고 입구는 넓은 사기 그릇을 의미한다.

지평 막걸리를 넣어 숙성해 구운 지평 바게트는 서리태콩 버터와 함께 서빙이 된다. 이어서 따뜻한 계란찜이 전복과 감칠맛이 터지는 김장아찌와 함께 나오는데 식사를 시작하는 에피타이저로 짝 좋은 맛. 뒤이어 주안상 콘셉트의 타파스가 등장한다. 주병을 분리(?) 하면 파인애플칩과 김부각, 문어와 토마토, 감태와 참치 육회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퍼포먼스가 깔끔하면서 군더더기가 없어 단아한 느낌을 잘 유지하고 있다.

회는 한국식으로 숙성 광어와 가리비찜, 제철 맞이한 회들이 호방하게 등장한다. 각각 매칭이 되는 소스나 장아찌 등으로 친절하게 한입씩 즐기기 좋다. 차가운 회를 맛보았으니 뜨끈하게 지진 통새우전과 할라피뇨 터치를 더한 사라다가 깔려 있어 느끼함을 조절했다. 이런 셰프의 센스란.

뒤이어 스모키한 향이 잘 머금어진 푼주 보쌈이 나온다. 미나리 장아찌, 참나물 절임, 보쌈 김치속, 이렇게 3가지 찬을 곁들여 막을 수 있는데 각각의 매력이 돋보이는 조합이다. 마치 어젯밤에 네가 무슨 일을 한 지 알고 있다는 듯 등장한 오늘의 해장국은 밥과 칼칼하면서도 두툼한 맛이 일품이었는데 대파와 버섯이 든든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깔끔한 마무리를 위한 오렌지 셔벗과 로즈메리에 상큼한 레몬 제스트의 풍미로 마무리. 점심 식사임을 고려함에도 푸짐하지만 속이 부담스럽지 않는 맛들의 조합으로 구성이 되어 충분히 만족스러운, 차분한 식사였다. 

가족모임으로도, 외국 친구들과의 식사로도 충분히 추천하고 싶은 곳. 바와 홀, 룸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룸의 경우는 미리 예약을 하길 추천한다. 약간의 추가금이 있다.

전화 02-408-6444

주소 서울시 송파구 새말로 114 1층

영업시간 12:00-21:30. (브레이크 15:30-17:00), 일요일 휴무


베이커리합

바게트가 맛있는 빵집을 찾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잘 팔리는 날은 바구니가 채워지기 무섭게 빠져나가지만 두툼하고 고소한 크러스트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보니 기술자들은 늘 소심하게 생산수량을 잡곤 한다. 하지만 베이커리 합에서는 뾰족한 끄트머리까지 제대로 살린 아주 맛있는 바게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거기에 이 바게트로 만든 샌드위치인 잠봉뵈르부터 잘 조리한 돼지고기를 잘게 찢어 소스에 잘 버무린 풀드포크 그리고 꽤 신경 쓴 테가 많이 나는, 알차게 채워진 샐러드가 준비되어 있다. 이 원효로 주변에는 우스블랑, 베이커리 무이, 오츠 커피, 위베이크 러브, 헬카페 보테가 등 작은 권역에 둥글게 자리잡고 있는 내공 있는 맛집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 중 한 곳이 베이커리 합. 연말에 구입한 슈톨렌을 맛보고 나서도 다른 빵들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바게트 뿐 만 아니라 큼직하게 구워 진 비에누아즈리들과 사워 도우 등 식사용으로도 만족스러운 빵들이 쇼케이스를 채우고 있다. 많은 종류의 빵을 구워 내기 보다 잘하는 품목을 아주 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듯한 이 작은 베이커리의 맛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전화 0507-1309-3191

주소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77길 24 1층 101호

영업시간 11:00-19:00, 월화 휴무


라라관 성수

온통 빨간 조명을 밝힌 넓은 홀에 테이블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사천의 맛. 마라 전골과 훠궈를 메인으로 사천요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라라관이 부산에서 서울 성수동 양꼬치 거리에 등장했다. 실제 부산에서 핫한 브랜드로 이미 성장을 하고 마파 두부 밀키트로 코로나 시대를 버텨 낸 성공신화를 보여 준 곳이다. 

유튜브로 중국의 사천요리 기행을 소개할 정도로 열정적인 활동을 해 왔던 김윤혜 대표는 과감히 부산과 서울 두개 지점의 운영을 결정하고 지난 연말 라라관 성수를 오픈했다. 기본적으로 마라 전골과 훠궈를 맛볼 수 있지만 요즘은 김윤혜 대표가 선보이는 코스, 라라카세를 예약을 받아 진행을 하기도 한다.

맛과 재미 그리고 다양한 사천 요리들을 만날 수 있는 라라관 성수에서 크고 작은 모임들을 도모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전화 02-465-8585

주소 서울시 광진구 동일로18길 10 2층

영업시간 12:00-22:30 (브레이크 15:00-16:30, 21:30 라스트 오더)


버치커피

코로나 이전 뉴욕을 방문해 매일 아침 커피 전문점들을 돌아 다니며 나름 커피 로드를 펼쳤던 경험이 있다. 그 중 무척 좋았던 기억의 버치 커피가 한국에 조용히 지점을 냈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했다. 힙한 뉴욕 맨하탄에서만 해도 12곳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버치 커피는 심지어 홀푸드 마켓에서도 원두를 만날 수 있는 인기 있는 브랜드다. 

2009년 처음 시작할 즈음만 해도 작지만 사람들이 모여 앉아 그 분위기 만으로도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브랜드였다. 카페 라테도 좋지만 카페 오레를 좋아하는 내게 좋은 기억을 주었던 곳. 

성수의 중심가와는 조금 떨어진, 뱅글이 있는 권역에서 오픈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 생각을 하면서도 꽤 잘 어울리는 입지가 아닐까 혼자 웃음을 지었다. 

아침 오픈시간에 맞춰 들어선 나는 추억의 카페 오레를 주문했고 넓은 컵을 들고 한 모금씩 마실 때 마다 보이는 컵 안의 Birch loves you 의 문구가 무척 반가웠다. 여럿이 마시는 커피보다 혼자 마시는 커피를 원할 때 추천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버치 커피.

전화 02-6083-0186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로16길 27,

영업시간10:30-22:00, 월요일 휴무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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