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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가스트로노미, 혹은 미식] 프랑스 요리를 이해하는 두 키워드 오트 퀴진과 누벨 퀴진

2015.08.10 | 조회수 477

가스트로노미의 어원 가스트로노미는 고대 그리스어 ‘가스트로노미아’에서 유래한다. BC 4세기경 그리스의 시인 아르케스트라토스는 시의 형식을 빌려 음식과 식재료에 관하여 노래했다. 아르케스트라토스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미식가라 할 수 있다. 그로부터 2000년이 넘게 지난 후 프랑스에서 미식의 혁명이 일어나면서 이 단어가 다시 생명을 갖게 되고 가스트로노미는 세계의 미식을 이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가스트로노미의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프랑스 미식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프랑스 요리 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용어가 두 가지 있다. 바로 오트 퀴진과 누벨 퀴진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오트 퀴진은 고급 요리라는 뜻으로 가스트로노미의 태생인 귀족문화의 일종이다. 누벨 퀴진은 새로운 요리라는 뜻으로 20세기 후반에 오트 퀴진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사조다. 그리고 21세기의 프랑스는 오트 퀴진과 누벨 퀴진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공존하고 있는 형태다.

18세기 말 레스토랑의 탄생이 프랑스혁명이라는 정치적 사건에 빚지고 있다면 20세기의 누벨 퀴진은 과학의 발전과 유통 경로의 발전, 여행산업의 발전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누벨 퀴진 이야기는 다음 회에 다룰 것이다.


프랑스 요리의 창조자 카렘과 완성자 에스코피에

프랑스혁명 이후 일부 특권계급이 독점하던 사회문화적 혜택이 부유한 부르주아를 통해 대중으로 퍼져나가게 되었고 서적이나 잡지, 신문 등의 저널리즘의 역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레스토랑 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고, 본격적인 미식 비평이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비평가는 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로, 최초로 ‘식통연감(Almanach des Gourmands·1803~1812)’이라는 레스토랑 비평서를 발간하였다.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은 ‘미각의 생리학(Physiologie du Gout·1825)’이라는 비평서를 발간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다.(우리나라에는 ‘미식예찬’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다.) 이렇게 저널리즘에 의해 가스트로노미도 해방되어 일반 대중에게 침투하게 된다. 이를 가스트로노미의 민주화라고 부른다.

19세기에 활동했던 앙토넴 카렘(본명은 마리 앙투완 카렘)은 나폴레옹 시절부터 시작해서 러시아 황제, 영국 왕세자, 로스차일드 가문에 봉사했던 요리사로, ‘왕의 요리사’라고 불리면서 요리사를 예술가의 반열에 올리는 역할을 하였다.

카렘은 당시로서는 현대적인 요리를 개발하여 현대 프랑스 요리의 창조자라고도 불린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요리를 주장하였다. 카렘 요리의 키워드는 단순함과 조화로, 기존의 것을 새로운 것과 조합한 다음 다시 체계적으로 재구성하였다. 또한 처음으로 소스의 역할을 제대로 분석하였다. 카렘은 또한 자신의 요리 세계를 여러 권의 책으로 남겨 후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전설로 남게 되었다.

카렘 이후 많은 요리사가 카렘의 방식을 계승하였는데, 19세기 말이 되어 오트 퀴진을 완성한 사람은 바로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다.

카렘이 왕족과 귀족을 위해서 요리했다면, 에스코피에는 일반 시민이나 예술가와 교류하였고 이는 가스트로노미의 주역이 일반 시민까지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에스코피에는 “요리는 진화의 과정”이라고 했으며 진보는 도중에 멈추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까지 전해지던 고전적인 프랑스 요리와는 다른 새로운 요리를 보여준다.

또한 현대적인 주방 시스템을 확립하였는데, 주방을 다섯 개의 파트로 나누어 팀으로 일하게 한 것이다. 또한 레스토랑을 주방과 홀, 캐셔로 분리하여 현재의 레스토랑 모습을 확립한다.

에스코피에의 가장 큰 업적은 프랑스 요리를 집대성하였다는 데 있다. 요리를 학문화시키고 고전을 단순화시켜 재구성하였다. 그가 쓴 ‘요리입문서(Le Guide Culinaire·1902’는 지금까지도 프랑스 요리를 하는 사람들의 교과서로 읽히고 있다.

이렇게 하여 에스코피에는 ‘프랑스 요리의 완성자’로 불리게 되었다. 즉 오트 퀴진은 에스코피에에 이르러 완성된다.

   

에스코피에 요리의 재현
   


▲ ❶오렌지를 곁들인 솔 뫼니에르(가자미 요리의 일종) ❷샴페인에 브레이징한 넙치 ❸푸아그라를 넣은 송아지 볼기 투르트(고기 요리를 파이지로 감싸서 구운 것) ❹베이코프 스타일로 익힌 돼지갈비. 베이코프는 알자스 지방의 전형적인 요리 중의 하나로 갈비찜과 비슷한 요리다.
   에스코피에의 ‘요리입문서’는 현재까지도 프랑스 요리를 하는 모든 요리사들의 교과서다. 지금도 영문으로 여러 번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을 정도다. 고전적이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에스코피에의 레시피를 셰프들은 각자 자신만의 요리로 재해석해낸다. 파리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윤화영 셰프(메르씨엘·부산)가 에스코피에의 요리를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제공해 주었다. 오트 퀴진의 정점을 보여주는 요리답게 화려하면서도 클래식한 모습이다. 윤화영 셰프는 다음과 같은 것에 중점을 두고 좀 더 부담없이 가벼운 오트 퀴진을 제안한다. 이러한 재해석은 누벨 퀴진에 일부 영향을 받은 것이다.
   
   ① 퀴송 시간(굽는 시간)의 감소 - 에스코피에 시절에는 다들 이가 안 좋아서 포크를 대면 무너질 정도로 고기를 익혔다고 한다.
   ② 오리지널 레시피에서 지방과 설탕 감소
   ③ 소금량의 감소
   ④ 알코올량의 감소
   ⑤ 루(소스에 밀가루를 넣어 걸죽하게 만드는 것)를 배제하고 리덕션(육수를 조린 것)을 사용
   ⑥ 포션(한 접시에 나오는 분량)의 축소
   ⑦ 프레젠테이션 변경-에스코피에 시절에는 아시에트(assiette)라는 커다란 접시에 여러 명이 먹을 수 있게 푸짐하게 담겨 나왔지만 여기서는 플라(plat)라고 하는 작은 접시에 1인분만 담겨 나온다.
   ⑧ 커다란 접시에서 각자 덜어 먹던 스타일과는 달리 플라로 나오는 서비스는 능숙한 메트르도텔(프랑스 식당의 지배인을 말함) 필요.

김은조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국장


원문 링크: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36910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