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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글 ∙ 사진 심재범
바야흐로 K(orea)-스페셜티 커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008년 한국 최초의 큐그레이더 (서필훈 커피 리브레 대표) 이후, 2019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부산 모모스 커피 이사)의 등장까지, 지난 12년의 시간 동안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업계는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성장을 진행 중이다. 커피 품질을 평가하는 큐그레이더의 수와 실력은 10년째 최고이고,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업계는 100배에 가까운 성장 중이며, 커피리브레, 모모스커피, 나무사이로커피, 엘카페, 커피몽타주, 프릳츠, 펠트커피와 같은 한국을 대표한 커피 업체들은 전세계의 커피 옥션과 커피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커피 전문가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고 COE와 같은 세계적인 커피 옥션이 가장 우선적으로 초대하는 손님이 되었다.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의 실력은 블루보틀과 같은 대중적인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을 능가하고 있다. 하지만 블루보틀의 성공과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의 유사 스페셜티 커피 진출 등은 기존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에게 생존의 고민을 다시 한 번 제시하고 있고, 현재 리브랜딩 중인 커피 몽타주의 사례는 커피인들에게 품질과 생존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블루리본서베이는 그동안 다양한 형식으로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성장 과정을 기록했으며, 이번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업체의 로스팅, 추출, 생두 선정과 같은 상세 내용을 심재범 작가의 필력을 빌려 시리즈로 정리할 예정이다. 소중한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한 업체들에게 감사하고 향후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단단하게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용어설명
스페셜티 커피* :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 산하 큐그레이더 들이 향미, 맛, 질감, 밸런스 등 10가지 항목을 평가하여 8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커피를 의미한다.
첫번째 이야기: 커피 몽타주
2013년 성내동 주택가에서 시작한 커피몽타주가 올해로 7주년을 맞이했다. 커피 몽타주는 커피리브레, 모모스커피, 엘카페, 나무사이로커피와 같은 1세대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프릳츠, 펠트커피, 베르크로스터스와 같은 후발 업체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리모델링 중이다.
비터스윗라이프
커피 몽타주 초기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비터스윗라이프’로 상징되는 블렌딩 커피다. ‘비터스윗라이프’는 전통적인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처럼 진득한 질감과 단맛, 산미가 안정적인 블렌딩을 말한다. 이외에도 산미와 향미를 균형 있게 배분한 ‘센스앤센서빌리티’ 블렌딩 같은 다양한 종류의 블렌딩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비터스윗라이프의 생두 구성은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인디아로 되어 있다. 화사한 향미와 수세식 커피*의 우아한 산미가 인디아 커피의 질감과 함께 강한 임팩트를 준다. 센스앤센서빌리티는 콜롬비아, 페루, 에티오피아의 조합으로, 개성과 향미를 표현하고 있다.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 받는 과정 중 몽타주 바리스타들이 손님에게 커피를 설명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신 커피’ 혹은 ‘우유와 어울리는 커피’와 같은 단답식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고 커피의 다양한 향미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직관적인 네이밍, 개성 있는 향미, 합리적인 가격의 블렌딩으로 몽타주는 스페셜티 커피의 B2B (납품) 시장이 확대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블렌딩 커피 외에도 몽타주는 콜롬비아 아나로빅*을 비롯하여 아라쿠파이널*, COE*와 같은 다양한 싱글오리진커피*들을 소개하고 있다. 신재웅 대표와 이현석 로스터는 아시아 최고 권위 아라쿠커피경진대회 심판관으로 2년째 초청받고 있다.
에스프레소, 라테 (Espresso, Latte)
로스팅 물량이 많은 몽타주는 몇 년 전 생산 시설을 하남으로 이전했고, 성내동에는 커피 매장만 남아 있다. 매장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 GS3에서 아우렐리아, 시네소, 키스반더웨스턴 스피릿을 거쳐 지금의 달라코르테 모델까지 변화했다. GS3는 소형 하이엔드 머신으로, 초기에 사용되었으며 이후에는 범용적인 아우렐리아 머신이 대중적인 스페셜티 커피를 표방하는 몽타주의 커피를 오랫동안 추출하였다. 하이엔드 머신 시네소와 키스반더웨스턴과 같은 가변압 온도 변화 머신들도 사용했는데, 현재는 안정적이면서 기능적으로 만족스러운 달라코르테 XT 모델로 정착했다. 달라코르테는 레전드 바리스타 김사홍 커피템플 대표가 선호하는 머신으로, 바스켓을 바꿈으로써 산미와 단맛의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고, 특히 커피의 단맛을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다.
최근 몽타주는 에스프레소 도징작업*을 포함한 추출 과정을 수정하였다. 아메리카노와 라테의 베이스인 에스프레소는 계량과 도징작업에 따라 결과물의 편차가 심하다. 일부 바리스타들이 부분적으로 보정 작업을 진행하는데 반해 몽타주 커피바의 추출 작업은 동선이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추출 과정 변화 후 에스프레소의 단맛과 밸런스가 한결 좋아졌다. 라테와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같은 밀크커피들은 적절한 온도 60도씨로 설정되어 있다. 겨울철 일부 손님들이 뜨거운 커피를 찾기는 하지만, 우유 스팀 과정에서 카제인 단백질 성분이 경화 되기 직전의 가장 적절한 온도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비유지방 밀크커피의 대안으로 오트밀크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종교, 건강, 환경 측면에서 비건(Vegan)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두유, 아몬드밀크와 비교해서 오트밀크가 더 만족스럽다.
브루잉 (Brewing Coffee)
몽타주의 브루잉*은 추출 속도가 빠른 하리오 드리퍼를 이용하고 있다. 레시피는 원두 투입 16그램, 온수 주입 250그램을 통해 220그램을 추출하고 불림 과정은 30초, 한 번의 휴지와 함께 2분 30초 이내 추출이다. TDS 1.2% 정도의 마일드 커피로, 싱글오리진과 같은 커피의 향미가 매우 섬세하게 표출된다. 아이스브루잉 커피는 16그램의 커피를 곱게 분쇄하여 불림을 1분까지 확대하여 소량의 얼음이 담긴 서버에 160그램의 커피를 추출한 후 아이스를 추가한다. 불림을 길게 하고 추출량을 소량 감소시켜 아이스커피의 질감과 향미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2019 KBRC브루잉 챔피언을 코치했던 몽타주 로스팅팀의 추출 레시피로, 아이스브루잉 커피의 향미를 고민하는 애호가들에게도 추천한다. 온두라스내셔널 위너 세븐드훌리오의 아이스브루잉 커피를 매장에서 시음했을 때 체리와 리치를 연상시키는 아바타 품종의 특징이 잘 발현되었다.
시그니처 음료 (Signature Beverages)
B2B 납품이 많은 몽타주의 특성상 시그니처 커피와 같은 창작 메뉴들이 많지 않지만, 최근에는 에스프레소 플래터 메뉴들의 반응이 좋다. 메뉴 구성은 에스프레소와 콜드 마키아토로 되어 있다. 매장의 대표격인 에스프레소와 질감 있는 밀크커피를 동시에 마실 수 있어 커피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메뉴다. 최근 김사홍 커피템플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마스코바도 설탕 베이스 시럽을 바닥에 침전시킨 에스프레소와 콜드 마키아토 플래터 세트를 추가하였다. 강렬한 향미로 시작하여 초콜릿과 같은 질감, 마지막 원당의 입체적 단맛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맛있고 멋있다. 이외에도 콜드브루, 콜드브루 카푸치노, 콜드브루 아포가토로 구성된 콜드브루 샘플러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소비자로서 만족스럽고 동 업계라면 참조하고 싶은 메뉴다. 매장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 4천 원, 라테 4천5백 원, 에스프레소 플래터 6천 원, 콜드브루 샘플러 9천 원이며 원두를 구입하면 드립백을 무료로 제공한다.
리브랜딩과 로스팅
2020년 현재 커피 몽타주는 브랜딩 전문업체 제너럴 그래픽스와 함께 리브랜딩 작업 중인 동시에 로스팅 프로파일을 미세하게 수정하였다. 산업 초기 스페셜티 커피의 단맛을 지향하던 몽타주 커피는 향미의 발현에서 산미, 향미, 단맛을 아우르는 밸런스가 강조된 커피를 표현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몽타주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안정적이면서 개성 있는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브랜딩 교체 과도기와 업계 위상에 비해서 좁은 공간이 아쉽다는 지적이 있지만, 브랜드 활성화가 가시화 되고 있고 직원 교육도 마무리 되리라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한 소셜 미디어가 활성화 되어 있고 비대면 부분에서는 업계에서 앞서고 있다.
용어 설명
*수세식 커피(워시드 커피): washed coffee 커피 수확 후 생두를 가공할 때 과육 부분을 물로 씻어낸 커피
*아나로빅(무산소 가공): anerobic process산소를 차단함으로써 무산소 발효를 유도하는 생두 가공 방식
*아라쿠파이널: India Aracu Finalist 인디아 아라쿠커피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원두
*COE: Cup of Excellence, COE 생두품질평가대회에서 85점 이상을 받아야 COE 커피로 인정된다.
*싱글오리진커피: single origin coffee, 한 종류 혹은 한 지역의 원두로만 만든 커피
*도징작업: dosing process 커피의 분쇄부터 가압 직전까지 에스프레소 추출 작업
*브루잉: brewing Coffee. 프렌치프레스, 에어로프레스, 푸어오버와 같은 다양한 침지, 압력, 투과 방식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최근에는 핸드드립에서 브루잉으로 용어가 정리되고 있다.
*TDS: Total Dissoved Solid용존 커피 비율. 브루잉 커피의 농도를 판단하는 기준
커피 몽타주
서울특별시 강동구 올림픽로48길 23-12 (성내동) 상지빌딩
전화 070-8262-1303
저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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