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매장 소개 : 신창호 바리스타의 '디폴트 밸류' 오픈

글 ∙ 사진 심재범

2020년 3월, 국가대표 중의 국가대표로 손꼽히는 신창호 바리스타의 디폴트 밸류가 오픈하였다. 디폴트 밸류의 신창호 바리스타는 2013년 KCIGS(Korea Coffee in Good Spirits) 챔피언, 2015년 사이포니스트 챔피언, 2017년 KNBC(Korea National Barista Championship) 파이널리스트, 2019년 KNBC 파이널리스트까지 전주연, 이종훈과 함께 국내 최고의 바리스타로 손꼽힌다.

매장의 위치는 연희동 104고지 정류장 앞. 외부와 내부가 흰색으로 마감되어 깔끔하고 정갈하다. 안쪽에 빨간색 디드릭 로스터가 있고, 바에는 페이마 에스프레소 머신, 안핌 그라인더, 광 사이폰이 세팅되어 있다. 신창호 바리스타의 수상 능력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디폴트 밸류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에스프레소와 응용 음료(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사이폰*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추천 메뉴는 압도적인 시그니처 카페라테. 2019년 국가대표 파이널 시연 메뉴를 매장에서 훌륭하게 재연하였다. 응축시키듯 추출한 에티오피아 커피에 수분을 조절하여 조직감과 단맛이 도드라지는 특수 가공 우유를 사용하여 커피의 향미와 버터와 같은 질감의 우유가 극도로 섬세하게 조합되었다. 개인적으로 올 한 해 마신 밀크커피(라테,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특히 일반 우유 대비 원가가 다섯 배 이상 비싼 우유의 힘이 크지만, 재료 선택과 로스팅, 추출과 같은 바리스타의 능력이 한층 발휘되었다. 이왕이면 따뜻한 시그니처 라테를 추천한다. 잠시 귀국 중인 런던의 갤빈 윈도우즈 레스토랑의 원주영 헤드세프와 조수진 파티시에도 디폴트의 시그니처 라테를 마시고 커피와 우유의 조합에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다음으로 사이폰. 가능하면 여름철에는 디폴트 밸류의 아이스 사이폰 브루잉*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진공 원리를 이용한 사이폰 추출 방식은 미묘한 변수가 많아 아이스 커피가 어렵지만, 디폴트의 신창호 바리스타는 사이폰의 특징을 살리면서 아이스 커피를 표현하였다. 콜롬비아 아나로빅* 커피를 사이폰 아이스 브루잉으로 마셨는데 아이스 커피에서도 특유의 향미를 질감의 손실 없이 추출하였다. 매장의 또 다른 추천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산미 있는 에스프레소를 얼음과 함께 블렌딩 머신을 이용해서 조합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속칭 ‘아아’를 창의적으로 변형했다. 얼핏 밀크커피로 착각할 만큼 거품이 미세한데, 단맛이 증가하고 산미가 순간적으로 톤다운되며, 시간이 지난 후 청량감이 도드라진다. 마지막으로 크루아상 2인분으로 만든 크로플 역시 맛있고 인기가 좋다.

디폴트 밸류라는 매장의 이름은 컴퓨터 시스템 설정의 ‘기본값’이라는 의미다. 신창호 바리스타가 대기업의 후원을 거절하고 매장을 시작하였을 때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디폴트 밸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게 정착하였다. 과거 쟁쟁한 바리스타들의 좋지 않은 선례들을 모범적으로 극복하여 동료 커피인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코로나까지 겹친 상황에서 챔피언 출신 바리스타가 현장에서 묵묵히 버텨낸 모습을 개인적으로도 높게 평가한다. 이제 매장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지금은 전국의 커피 애호가들이 찾는 매장이 되었다. 최고의 바리스타에서 오너로 성장하는 신창호 바리스타의 디폴트 밸류가 변함없이 기본값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

용어설명

* 사이폰: syphon,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추출 방식으로, 진공식 추출 방식에서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추출이 이뤄지기에 바리스타의 추출 방식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심해진다.

* 브루잉: brewing, 커피의 추출을 뜻하는 말로, 머신을 제외한 모든 방식의 추출을 통칭한다. 통상적으로 핸드드립, 푸어오버와 같은 호칭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 아나로빅(무산소 가공): anaerobic, 산소를 차단함으로써 무산소 발효를 유도하는 생두 가공 방식

디폴트 밸류

서울시 서대문로 성산로 333 1층

전화  02-2293-3889

저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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