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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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맛과 온기를 찾아 나서는 12월의 신규 업장: 뉴테이스트⑧ by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2021.12.09 15:08:12


겨울의 맛을 찾아 나선 셰프가 펼치는 한상 차림. 그 안에서 한국의 땅과 바다에서 나는 겨울의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웅크리게 되는 추위 속에서도 사람의 손에서 피어나는 음식의 따스한 온기, 그리고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레스토랑 한상 더 테이블을 만났다.

노련한 시선으로 상권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소비자를 위한 샌드위치와 음료를 내는 세련된 샌드위치 숍 알리스 샌드위치는 가오픈부터 사람들을 줄 세우기 시작했다.

식생활의 다양성을 고민하며 완성된 비건 & 글루텐 프리 디저트, 그리고 향신료와 중동의 뉘앙스를 선보이는 독특한 콘셉트의 공간 선샤인 팔러,

송리단길에 아기자기한 비주얼로 오픈한 카페 빠아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12월의 신규 업장에서 뉴테이스트를 즐겨 보자.(가나다순)


1. 빠아빠 PAS A PAS


송리단길의 인기를 실감하게 되는 것은 빽빽하게 들어선 다양한 업종의 매장 사이에서 반가운 브랜드를 발견하게 될 때다. 외식 업장의 새로운 집결지로 이름난 송리단길에 지난 9월 이상화 파티시에가 새롭게 카페를 오픈했다. 주로 백화점 팝업에서 만날 수 있었던 케이크와 과자를 송리단길 카페에서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으며, 창 너머로 보이는 귀여운 회전 목마 오르골과 2단 트레이를 가득 채운 쿠키와 스콘이 눈길을 잡아 끄는지 지나가는 이들이 한참을 서서 구경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디저트 카페의 중요성이 가장 잘 느껴질 때는 추운 공기에 시달리던 몸을 녹일 겸 카페에 들어가 향 좋은 따스한 차와 케이크 한 조각으로 기쁨이 채워지는 순간이 아닐까. 특히 누구나 사랑에 빠질 듯한 송리단 딸기 케이크는 폭신한 시트와 촉촉하게 스며드는 생크림, 그리고 딸기의 단순한 조화가 풍성한 맛을 만들어 낸다.

송리단 딸기 케이크와 크리스마스 티


다만프레르의 크리스마스 티와 함께 케이크 한 조각을 맛있게 먹고 나왔다. 친절한 점원과 따스한 분위기의 실내 공간에서 즐기는 잠시의 여유, 그리고 나올 때 손에 들려진 케이크 박스가 몸과 마음을 모두 온화하게 만들어 주었다.


주소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 45길 20

영업시간 11:00-22:00 | 부정기적 휴무(인스타그램 공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as_a_pas_baking_studio0272/


2. 선샤인 팔러 Sunshine Parlor

뉴욕마피아


다시금 불타오르는 해방촌의 대로변에 눈에 들어오는 카페가 생겼다. 올데이 브런치와 커피, 그리고 비건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독특하고도 편안한 공간인 선샤인 팔러. 편안한 이층집 주거 공간을 개조한 듯한 인테리어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밝은 톤의 컬러가 반겨주는 홀 공간과 창가 바 자리는 개성 넘치는 선샤인 팔러의 매력을 대변해 준다.

레바니즈 플래터

당근 후무스롤


이곳의 시그니처로 꼽히는 레바니즈 플래터는 중동 지역의 대표 음식 팔라펠*과 후무스*로 구성되었으며, 진정 ‘먹어서 세계 속으로’ 빠져들 것 같은 이국적인 메뉴다. 하지만 그 맛은 너무 이질적이지도 않고 너무나 로컬라이즈 되지도 않은 적절한 밸런스의 매력을 담고 있다. 또한 멕시칸 전통의 열정적인 맛을 담은 멕시카나는 절구로 빻은 재료들을 섞어 만든 전통 방식의 과카몰레, 초리조 햄, 치즈 등 12가지의 풍성한 재료로 채워진 부리토와 달걀 프라이의 조합이 인상적인 음식이다. 여기에 고소한 멕시칸 콘샐러드가 곁들여지며 그 맛의 완성도는 최고조가 된다. 특히 새로 선보이는 후무스롤과 마늘 떡볶이는 두 메뉴의 조합이 너무 좋아서 세트 메뉴 구성을 요청하고 싶을 정도. 이쯤이면 김형석 셰프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이국적인 메뉴들의 아이디어는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진다.

펌킨 파이

캐롤 캐롯 케이크

스노우 스트로베리 타르트


선샤인 팔러의 비건 디저트를 담당하는 파티시에는 일상에서 비건 디저트의 필요를 느껴 만들기 시작했다는 진정성을 이야기한다. 모델 활동을 하면서 건강하고 속이 편안한, 먹고 난 후에도 기분이 좋은 비건 디저트에 대한 열망이 시작되었다는 톱 모델 김진경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공부와 수련을 통해 매일 아침 키친에서 직접 제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쌀가루와 아몬드 가루, 그리고 천연 재료들의 퓌레와 가루 등을 활용해 글루텐 프리와 비건 디저트를 선보인다. 펌킨 파이의 녹진하면서도 결이 느껴지는 식감과 코코넛 휩크림의 밸런스 그리고 캐롤 캐롯 케이크의 발랄한 뉘앙스들은 선샤인 팔러 커피와의 매칭이 좋다. 특히 선샤인 팔러의 콜드브루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식생활의 다양성을 현실화 시키는 상업 공간에서의 중요한 요소를 잘 다듬어 선보이는 구성원의 역할이 눈에 띈다. 각자의 스킬과 정체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선샤인 팔러만의 차별성이 아닐까.

*팔라펠 Felafel 병아리콩 또는 누에콩을 마늘이나 양파, 고수 등과 함께 갈아 둥글게 빚어 튀긴 중동의 음식.

*후무스 Hummus 삶은 병아리콩을 으깨어 만든 음식으로 중동 지역에서 딥 소스 형태로 즐겨 먹는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30

전화 070-4190-3560

영업시간 11:00~14:30/17:00~21:00 | 토, 일요일 11:00~21:00 | 연중무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unshineparlor_seoul/


3. 알리스 샌드위치 Alice Sandwich


신용산의 핫플로 떠오른 어프로치 커피팀이 또 한번 홈런을 날렸다. 11월 가오픈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벌써 줄을 세우기 시작한 영국식 샌드위치 전문점 알리스 샌드위치. 1층에서 주문을 하고 2층 홀에 앉아 있으면 직원들이 더미네이터를 이용해 직접 음식을 가져다 준다. 키친을 이끄는 이수형 셰프가 만든 두 가지 소스가 테이블마다 배치되어 있는데, 입맛에 따라 소스를 즐기는 영국인의 습관에서 모티브를 따와 특별한 오일과 핫소스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수형 셰프의 특별 소스

알리스 샌드위치

솔트 비프 샌드위치

프라운 샌드위치


시그니처인 알리스 샌드위치부터 푸짐한 솔트 비프 샌드위치, 녹진한 소스가 너무나 매력적인 프라운(prawn) 샌드위치에 사이드 메뉴를 더해 주문을 했다. 오늘의 수프인 양송이 수프와 꼭 주문을 추천하는 주키니 프라이, 토마토와 페타 치즈로 구성된 샐러드를 곁들이면 플레이트가 완성된다. 여기에 어프로치 커피의 원두로 내려지는 알리스 라테의 조합도 추천한다. 생크림이 올라간 알리스 라테는 아인슈페너와 같은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맛으로, 아이스만 준비된다. 세 명이 각자 다른 메뉴를 주문해서 나눠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웨이팅을 피하려면 애매한 시간을 공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늘의 수프인 양송이수프

주키니 프라이

토마토 & 페타 치즈 샐러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알리스 라테

바닐라 라테

주변 직장인들을 위한 메뉴를 구상하다가 완성된 곳이 알리스 샌드위치라고 설명해주는 린다 대표는 이미 영국과 프랑스에서 이름을 떨친 온 더 밥의 오너다. 어프로치는 물론 이제는 알리스 샌드위치에서도 린다 대표와 이수형 셰프가 만들어 내는 맛과 감각을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38가길 23

전화 02-797-8883

영업시간 09:30~18:30 (마지막 주문 18:00) | 연중무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licesandwich_/


4. 한상 더 테이블 HANSANG THE TABLE


파인다이닝 톡톡과 세븐스도어를 책임감 있게 맡아 온 한상호 헤드 셰프가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한식을 베이스로 하되, 그가 꾸준히 수련해 온 일식 기법과 더불어 톡톡의 노 바운더리 퀴진(no boundary cuisine) 영향을 받은 이탈리안 등의 뉘앙스도 느낄 수 있다. 바로 ‘요리의 경계 없는 한상’ 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처럼 자리에 앉으면서 설레임이 동반되는 미식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8인 좌석이 있는 ㄷ자 형태의 바와 6인을 수용할 수 있는 룸으로 구성된 한상 더 테이블은 한상호 셰프의 이름과 동시에 그가 준비하는 요리들로 차려지는 한상 차림의 밥상을 의미한다. 그레이 톤과 원목의 가구로 차분하게 채워진 홀 공간은 코스가 시작되면 마치 무대 위의 쇼맨과 같이 혼자 움직이는 한상호 셰프의 조용한 움식임에 집중하게 된다.

마른반찬인 서해 뱅어포와 새우칩

청포묵 테린, 튀긴 빈대떡, 먹태 식해의 웰컴 한상

오늘의 날생선

오골계수란 흑마늘 소스


단일 코스로 진행되는 한상 더 테이블의 요리는 9코스의 구성이다. 먼저 서해 뱅어포와 새우칩으로 준비되는 마른 반찬으로 시작된다. 입맛을 돋우는 자연의 감칠맛으로 시작해 인상적인 웰컴 한상이 차려진다. 청포묵 테린, 튀긴 빈대떡, 먹태 식해로 꾸며진 한 입 거리의 애피타이저는 그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맛의 결합이다. 뒤이어 오늘의 날생선이 준비되고 인상적이었던 오골계 수란과 흑마늘 소스가 등장했다. 귀한 보양의 에너지가 필요한 계절이어서인지 농후한 수란과 발효로 완성된 소스의 조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곧 다른 재료로 교체될 예정이라는 통영 가오리찜은 따스한 소스가 더해져 서빙 된다. 

통영 가오리찜와 스파이스웜 소스

한우 원플러스 채끝

지리산 쑥부쟁이 파스타

유자 디저트

다과상


이런 포인트들이 다이닝의 지루함을 깨는 요소가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한 촉촉하게 잘 조리된 한우 원플러스 채끝에서 지리산 쑥부쟁이 파스타로 이어지는 메인은 든든한 바디감의 맛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차와 다과를 선보이는 퍼포먼스 또한 한상호 셰프가 추구하는 음식의 결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던 좋은 신호였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이 눈부신 젊은 셰프의 탄탄한 시작을 응원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48길 28 3층

전화 010-9211-1213

영업시간 12:00~15:00/18:00-21:30 |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hansang_the_table/ 


필자 소개 김혜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4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