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혁신을 통한 성장의 예, 두 군데 : 주당클럽의 미식플렉스④

2022.04.04 11:52:56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고 자기만의 확실한 색을 내지 못하는 곳은 설 자리를 점점 잃어 가는 모습이다. 작고 특색 있는 요즘스러운 맛집들은 유래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안정을 추구하던 대형 매장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지난 달에도 많은 외식을 했지만, 이번에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혁신을 통한 성장과 그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게 된 두 식당에 대해 집중 조명해볼까 한다. 작고 특색 있는 소형 점포로 사랑을 받는 곳과 대형 규모지만 시장판도를 바꾸는 곳, 두 가지 방향에서 이야기해 보겠다.

철저하게 현지화된 굿손


<철저히 계산된 현지화, 굿손>

약 2년 전쯤, 혜성처럼 등장한 아시안 퀴진의 강자 남준영 셰프가 첫 주인공이다. 어떠한 계기로 호주에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우연한 기회에 중식 레스토랑에 일을 하게 되었고 마침 윗사람들이 대거 그만두게 되며 얼떨결에 주방의 책임을 맡아 아시안 퀴진에 본격 입문하게 되었단다.

귀국 후 모던 베트남 식당으로 유명했던 타마린드에서 한국 실정을 익혔고 그 후 잦은 출입국을 통해 아시안 음식 문화를 더욱 습득했다고 한다. 몇 년 전 모임에서 남 셰프를 처음 만났는데 조용해 보이지만, 꽤나 강한 포스와 자기 주관이 명확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대화 중 정말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었는데, “저는 문화창출을 하고 싶어요.” 라는 말이었다. 그때도 꽤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남 셰프가 추진해가는 사업 방식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무슨 뜻인지 더욱 명확해졌다. 남 셰프를 알게 된 후 그 유명한 효뜨에 첫 방문을 했었고 신용산에 베트남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떤 문화 요소가 효뜨를 그렇게 특별하게 했을까? 잘하는 요리사라면 당연히 음식은 확실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는 음식 하나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하루가 멀다고 생겨나는 독특한 식당들, 의외의 경력에서 발산되는 기획력, 단순 콜라보를 넘어 3자, 4자가 함께하는 협업 등 몇 해 전에는 볼 수 없던 재미나고 기발한 현상들이 외식업계에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준영 셰프의 경우 문화 습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덕에 효뜨를 국내에서 가장 authentic 한 베트남 식당으로 만들었다.

나도 베트남에 몇 번 놀러 가본 경험이 있지만, 어떤 맛이 가장 베트남스러운 맛인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베트남에 가보지 못했더라도 매체나 SNS를 통해 베트남을 엿본 사람이라면 효뜨는 마냥 베트남스럽다는 인식을 단번에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테리어, 소품, 음식, 에너지 등 구구절절 논하는 것마저 사치로 느껴지는 효뜨다. 효뜨는 그냥 베트남 그 자체다.

남 셰프는 효뜨의 성공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내는 것에 더 속도를 낸다. 한우 육수로 진하게 뽑은 쌀국수를 내는 남박, 홍콩식 스트리트푸드를 재현한 꺼거, 정말 서서 먹어야 하는 일본식 선술집 키보, 그리고 올 초 새로이 런칭한 분짜 전문점 굿손 등 베트남 음식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아시아의 음식 문화, 아니 문화 식당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최근 궁금증이 폭발하여 굿손에 방문했다. 이 식당은 또 어떤 인사이트를 품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베트남 밥집인 껌땀을 표방하는데 돼지고기 덮밥인 껌승과 우리에겐 찍어먹는 쌀국수로 알려진 분짜 등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콘셉트로 또 어떤 변주를 주는지 참으로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굿손 역시 또 베트남이다. 다섯 테이블 남짓 아주 작은 규모지만, 효뜨 못지않게 모든 게 베트남이었고 메뉴 역시 기대했던 만큼 철저히 현지화를 했다. 몇 해 전 호찌민에 방문 했을 때 무려 오바마도 거부했다는 그 콧대 높은 분짜닥킴에서 먹었던 분짜의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껌승도 너무 맛있어서 이분은 돼지갈빗집을 별도로 해도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다소 사이드 격인 반미와 매운 쌀국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물론 베트남처럼 깨진 쌀을 써서 밥을 짓지는 못하고, 다양한 로컬 허브들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완벽하게 호찌민을 옮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준영 셰프가 말하는 문화는 아무래도 이 시대의 기획자인 남 셰프만이 할 수 있는 철저히 계산된 현지화가 아닐까?


<유통 구조의 혁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뷔페 크랩52>

최근 SNS에서 난리 난 식당이 있다. 마치 이곳을 다녀오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지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 크랩52(Crab52)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뷔페,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상설 뷔페, 세상의 모든 갑각류를 다 먹을 수 있는 최초의 Crustacean 뷔페 등, 오픈 하자마자 수많은 수식어를 탄생시키고 있는데 과연 누가 이런 겁나는 시도를 할 수 있을까? 바로 바이킹 그룹의 박제준 대표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시간 뷔페를 운영하고 연구한 사람으로 아는데 20대 초반부터 뷔페 사업에 손을 대었다고 한다. 그 후 한국에 시푸드 뷔페를 안착시킨 그 유명한 토다이의 한국 사업자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바이킹스워프라는 랍스터 무제한 뷔페로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식사업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 했다. 바이킹스워프가 처음 오픈했을 때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미화 100 달러라는 황당한 가격 정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독이 될 수 있는 전략이 노이즈 마케팅을 타며 1등 뷔페로 단숨에 자리 잡았다.  

바이킹스워프를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시 생각했던 것 랍스터의 구매였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운영하던 시푸드 뷔페도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에 다른 영세업체에 비해 바잉 파워가 있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랍스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는 건 일반 구매의 영역과는 또 다른 문제였을 터. 그래서 그는 랍스터와 각종 관련 해산물들을 직접 수입하고 유통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런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재료 공급과 단가 경쟁 우위를 차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쉽지 않은 영역이었지만 유통에 진출한지 몇 년 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로 갑각류를 유통하는 회사로 거듭났고, 또 그 한 수로 인해 바이킹스워프의 성공에 수익까지 보장하는 탄탄한 구조가 완성되었을 것이다.

이런 큰 성공에도 박대표는 또 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다. 이번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뷰를 자랑하는 뷔페를 선보이는데, 이곳에서는 랍스타 뿐 아니라 킹크랩, 대게, 던지네스 크랩 등 모든 갑각류와 독보적 퀄리티의 해산물을 역시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가격도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높은 미화 200달러. 아무리 갑각류지만 20만원이 넘는 뷔페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왜 없었겠는가. 그렇지만 최근 크게 자리잡은 고가의 오마카세와 치솟는 물가를 생각하면 도전해 볼 만한 과제이고, 이곳을 한번만 방문해 본다면 그런 걱정은커녕 Crab52의 수익성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더 재미있는 시도가 엿보이는데 요즘 가장 핫한 외식기업인 네기 컴퍼니와의 협업을 통해 해산물을 활용한 일식코너와 vip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 룸의 코스메뉴를 선보인다. 이제는 단순 시푸드 뷔페가 아닌 새로운 브랜디드 뷔페가 완성된 것이다.




두 대표의 없을 것 같은 공통점은 바로 혁신이다. 두 분 모두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본인들만의 핵심 역량을 장착한 것인데, 남준영 셰프는 ‘문화창출’이라는 혁신적인 기획력, 박제준 대표는 ‘유통구조의 수직계열화’라는 큰 무기를 가졌다.

지금의 외식시장은 하나만 잘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다. 맛과 좋은 콘셉트는 물론,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뾰족한 킬링 포인트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세상이다. 궁여지책으로 식당이나 해보지 라는 그런 오만함은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가 되었고 프로만이 존재하는 국내 외식시장은 이제 월드 클래스에 올라 있다. 앞으로 더욱 고도화되어 갈 이 시장이 참 기대가 된다.  



필자 소개  주 당 클 럽

2004년부터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여 1세대 파워 블로거라는 명칭을 얻은 미식가이며 하루에 2회, 1년에 700회 이상 외식을 하는 대식가이기도 하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그의 글을 유심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짐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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