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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초록의 녹음을 즐기며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실은 어떻게 하면 더위에 지지 않고 즐거운 여름을 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아직은 푸르른 봄날의 끄트머리에 서서 맛있는 리듬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내려 한다. 쾌적하고 깨끗한 실내도 좋겠지만, 솔솔 뺨을 스치는 바람을 맞이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곳도 좋겠다.
그래서 5월의 뉴테이스트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내추럴 와인 수입사 뱅브로의 와인에 밍글스 강민구 셰프의 안정적인 메뉴가 뒷받침된 성수동의 새로운 와인바 뱅글부터 미국의 치지(cheezy)한 스피릿을 가득 담은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 전문점 썬더롤스, 신용산 안쪽 골목에 새로 등장한, 홍콩의 차찬탱과 묘한 분위기의 바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웨이 용산을 선택했다. 또한 새로운 셰프와 키친팀이 선보이는 강력한 매력으로 무장한 임프레션의 새시즌과 젊은 한식 셰프와 탄탄한 와인 서비스를 펼치는 소믈리에가 만들어 낼 강북의 루키, 레스토랑 주은의 등장을 소개한다.
뱅글 VINGLE
밍글스 레스토랑에서 몇 킬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성수’라는 상권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더군다나 성수동의 메인 상권에서 동떨어진 영동대교 끄트머리의 작은 2층 건물이라니. 메쉬커피, 프라이데이무브먼트, 다로베와 라루나, 팩피, 온더, 세스크멘슬, 푼토돌체, 제제 등 성수의 이름난 라인업들의 색과는 사뭇 다른 노선을 선택한 뱅글은 낮에는 커피, 밤에는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아지트의 느낌이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접근성과 푸른 식물들로 개방감을 펼쳐 낸 공간에서 앞으로 펼쳐질 재미있고 맛있는 일들이 기대된다.
내추럴 와인 수입사 뱅브로의 와인은 여느 업장들에서 쉽게 만날 수 없다는 희소성을 지니고 있는데, 뱅글에서 만큼은 넉넉하고 다양한 뱅브로의 와인을 즐길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어느 때에는 커피 머신 세팅을 체크해주는 프릳츠커피 컴퍼니의 김병기 대표도 만날 수 있고, 브레이크 타임에 넘어와 서비스를 돕는 강민구 셰프와 마주칠 가능성도 꽤 높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1층이 2개의 공간으로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데, 한 곳은 밍글스의 수셰프를 역임했던 이원석 셰프가 오픈한 레스토랑 매튜로, 그리고 나머지 한 공간은 엘피(LP) 플레이어와 레코드판이 진열되어 있는 뱅글의 또다른 홀 공간이 된다. 2층으로 올라가서 중정의 테이블과 루프탑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1층 공간 또한 아늑함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뱅글 1층 뒷편에 위치한 매튜
음식으로 넘어가 볼까? 밍글스의 음식과 코드가 전혀 다른 캐주얼한 스몰 디시들부터 파스타와 생선요리, 샤퀴테리 플레이트 등 점점 그 가짓수가 늘어가고 있다. 올리브 피낭시에와 뱅글의 마스코트인 토끼를 위한(?) 메뉴일 듯한 당근 케이크까지, 비건 디저트 또한 준비되어 있으니 보틀부터 글라스 와인, 커피와 비버리지 메뉴들을 쉽게 선택해 즐겨 보자.
시저샐러드
바질 파스타와 제철 나물
엔초비 브라운 버터를 곁들인 생선구이
카치오페페 쇼트 파스타와 소시지찜
콜드컷과 샤퀴테리
올리브 피낭시에
당근 케이크
전화 02-465-7306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18길 16
영업시간 12:00~16:00(카페 메뉴)/16:00~17:00(디저트만 주문 가능)/17:00~22:30(와인바 메뉴) | 일, 월요일 휴무
썬더롤스 Thunder Rolls
올해는 여의도 IFC몰에 새로운 브랜드의 유입이 눈에 띈다. 마마리다이닝부터 노티드도넛, 그리고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샵 썬더롤스까지. 익숙한 IFC몰에서의 펀타임이 자연스레 연장되는 느낌이다. 갤러리와 영화관, 그리고 먹을 것에 대한 풍요로움이 받쳐 준다면 굳이 더현대(THE HYUNDAI)의 아수라장에 힘을 더할 필요가 없어진 듯하다.
외식기업 SCBH가 오픈한 썬더롤스는 우리에게 필리 치즈 스테이크로 더 가깝게 알려져 있는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부터 오스트리아 프리어스사(FRIERSS)의 살라미와 모르타델라, 위스키 슁켄햄을 풍성하게 넣고 신선한 채소와 고다치즈를 더한 콜드 컷 샌드위치까지 4개의 메뉴를 주력으로 선보인다.
썬더립
치즈스테이크
대표 메뉴인 치즈 스테이크는 얇게 썰어 낸 소고기와 구우면 더 달큰하게 입에 붙는 양파와 피망그리고 양송이 그리고 치즈 위즈를 올려 묵직하면서도 진하게 감기는 맛이 인상적이다. 여기에는 꼭 탄산음료가 아닌 셰이크를 곁들여 줘야 제대로 미국 감성에 젖어 들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치즈도 화이트 아메리칸 또는 프로볼로네*로 선택할 수 있다. 이 외에 홈메이드 포크 패티가 큼직하게 들어 간 썬더 립 샌드위치는 딜* 피클의 풍미와 양파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제대로 바비큐 소스가 빛을 발한다.
밀크셰이크
칠리칩스
수제 할라피뇨 피클과 스프레드
썬더롤스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할라피뇨 피클과 매콤, 달콤, 새콤한 맛의 썬더 스프레드를 샌드위치에 곁들이는 것이다. 특히 치즈 스테이크에 할라피뇨 피클 한덩이를 쿡 박아서 함께 먹으면 안정적인 밸런스가 조금 더 위트 있는 맛으로 변신하게 된다. 도전해 보자!
썬더립
썬더롤스의 4가지 메뉴가 맛있는 이유로는 생각보다 평범해 보이는 호기번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포근하고 버터리한 번이나 직관적으로 딱딱하지만 고소한 바게트가 아닌 속재료들을 마음껏 품어 내는 호기번이야 말로 진한 육류와 소스를 함께 머금을 수 있었던 아주 훌륭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모르타델라(mortadella, 이탈리아어 ): 이탈리아의 소시지. 곱게 다진 돼지고기에 깍둑 썬 돼지기름, 후추 등 향신료, 그리고 피스타치오 등을 섞어 만든 소시지.
*프로볼로네(provolone):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지방의 특산 치즈. 속이 매끄럽고 크림 빛을 띤 백색이며, 숙성 기간 중에 매달아 두었던 가느다란 끈의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딜(dill): 식용 허브로 많이 사용된다. 씨와 잎, 줄기 모두 식용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잎과 줄기를 사용한다. 생선의 비린내와 발효 음식의 꿉꿉한 냄새를 줄여주어 생선 요리, 피클 등에 많이 사용된다.
전화 02-6137-5180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 IFC몰 L1층 144호
영업시간 10:30~21:00 (라스트 오더 20:30) | 연중무휴
웨이 티하우스 앤 레스토랑 WUI Tea House & Restaurant
낮에는 티하우스, 밤에는 바&레스토랑으로 운영되는 신용산의 새로운 핫플, 웨이 티하우스 앤 레스토랑. 오픈 소식을 듣고 재빠르게 방문을 한 이유는 청키면가의 완탕과 레몬소금콜라, 그리고 원앙차를 맛보고 싶어서였다. 차찬탱 아니 차찬바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치와 함께 재미있는 콘셉트의 새로운 공간이라는 사실이 무척 매력적이지 않은가.
산이백욱
당초육
청키면가 완탕
소금레몬콜라
원앙차
번화한 신용산의 빌딩 숲 뒤에 오래되었지만 잘 관리된 빌딩 1층에 자리잡은 콘셉트와 기획력이 돋보이는 웨이 티하우스의 점심은 간단한 메뉴로만 준비된다. 심지어 12시 30분도 안되어 음식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일찌감치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작교자와 냉채, 탕수육, 그리고 청키면가의 완탕면 이렇게 4개의 메뉴만이 준비된다. 저녁 메뉴로는 거지닭과 티 스모크 메추리, 허니 바비큐 등 좀 더 무겁고 다양한 맛의 메뉴를 선보인다고 하니 또 한번 방문할 이유가 생겼다.
작교자
전화 02-795-2125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21길 25 한국여성단체협의회 1층
영업시간 11:30~15:00/18:00~22:00(마지막 주문 21:00) | 일요일 휴무
임프레션 L’Impression
임프레션이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다. 캐나다, 호주, 프랑스와 한국에서 경험을 쌓아 온 실력 있는 셰프인 윤태균 셰프가 보트닉, 반얀트리 페스타 바이 민구를 떠나 임프레션의 새 스테이지를 여는 주인공이 되었다.
식재료의 수급과 계절성에 따라 코스 메뉴의 요소들을 유난히 자주 변경하는 것으로 유명한 셰프인 만큼 그 순간에 주어진 최적의 맛을 찾아 집중하는 고집이 디시에서 여실히 보여진다. 마치 잘 짜여진 내추럴 와인바의 완성도 높은 디시들이 코스로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짜임으로 구성된 플로우를 만나게 되었다. 가오픈 기간을 갓 벗어난 시기였음에도 역시 쌓여진 내공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맛과 무드 그리고 와인 페어링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코스 메뉴
원산지
가리비 산딸기 크렘프레시
한치미나리튀김 먹물소스
토마토에센스 프로마주블랑
특히 채소들과 홍합크림, 그리고 블랙 트러플 소스 전복과 하몽 이베리코는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까지 머릿속과 혀 끝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메뉴다.
채소들과 홍합크림
배 그라니타 적시소
킹크랩 참나물 알배추 샬로 비네그레트
덕자병어 새조개 동죽 원추리 캐비아소스
블랙트러플소스 전복 하몽이베리코
한우 메인
라즈베리 디저트
트러플 초코릿 디저트
박수이작가의 옻칠나뭇잎
럼을곁들인디저트
럼을곁들인디저트
소믈리에 야니스의 와인 서비스와 윤태균 셰프의 음식이 만나 더욱 강한 시너지를 불러 일으킬 앞으로의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예약을 서두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천한다.
전화 02-6925-5522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64길 24, 5층
영업시간 12:00~15:00/18:00~22 | 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limpression_seoul/
레스토랑 주은 Restaurant JUEUN
신문로 길을 걷게 되는 일이 오랜만이었다. 가끔 가던 오래된 커피집과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던 극장 외에 이쪽에 나와 걷게 되는 일이 있던가. 새로 올라 선 깨끗하고 단아한 빌딩 5층에 주은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오픈했다.
뚜르 디 메디치(Tour di Medici)를 운영하는 서현정 대표와 한식공간에서 수련해 온 젊고 귀한 인재인 박주은 셰프, 그리고 수려한 와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김주용 소믈리에의 삼합이 잘 맞아 떨어지는 한식 레스토랑이다. 한국의 미를 한껏 뽐내고 있는 레스토랑 곳곳의 아름다움, 식기와 오브제들도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한식에 대한 젊은 열정과 그에 상응하는 서포트가 진행된다는 점이 레스토랑 주은의 가장 빛나는 점이 아닐까 한다.
한입거리
대게죽
새조개냉채
잡채와 땅두릅전
쑥도다리만두
금태조림
떡갈비
솥밥과 반상
솥밥과 반상
다과
최기 작가가 끌로 한땀 한땀 만들어 낸 나무 플레이트, 해인요의 김상인 작가와 감꽃님 작가의 그림이 더해진 백자합의 아름다움은 식사의 전후를 맡아 감동의 여운을 고스란히 이어주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레스토랑 주은의 첫 시작은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다음 계절의 맛부터가 본격적인 여정의 색이 되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전화 02-540-8580
주소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 36 8층
영업시간 12:00~15:00/18:00~20:00 | 일, 월요일 휴무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4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