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7월의 무더위 속에 선보이는 신규 매장, 커피트렌드 by 심재범

2022.07.19 10:31:19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2016년 세계 바리스타 대회의 컵테이스터 (WCTC: World Cup Taster’s Championship) 부문 한국 국가대표로 참여, 세계 2위를 기록한 이동호 씨의 커피바 <그로니>가 문을 열었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세계 최고 카페 25곳으로 선정된 베를린 <보난자커피>가 한국 현지 로스터리를 오픈했다. 

이외에 <피어커피>는 한남동에 새로운 에스프레소 전문점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스페셜티 커피인들을 대표하는 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한국 지부는 부산 테크노파크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커피 산업을 준비 중이다. 


1. 그로니 GRONI

2016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컵테이스터 부문 준우승을 기록한 이동호 바리스타의 그로니가 상수역에서 멀지 않은 합정동에 문을 열었다. 그로니는 로스팅 작업을 하는 로스터리와 카페를 겸하고 있는 쇼룸으로, 로스팅은 한국형 스타트업 로스팅 머신 회사인 이지스터의 8킬로 중형 머신을 사용한다. 에스프레소는 라마르조코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리네아 PB 2구 모델, 에스프레소 그라인더는 안핌, 브루잉커피 그라인더는 EK43 모델이다.

매장의 추천 커피는 챔피언의 브루잉 커피 (핸드드립, 푸어오버*) 위스키 칵테일 ‘네그로니’다. 브루잉 커피는 엘파라이소 리치피치.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농장에서 가공한 엘파라이소 커피는 무산소 가공을 통해서 열대과일 리치, 복숭아, 블루베리를 포함한 시럽과 같은 단맛이 인상적이다. 좋은 재료와 세계 챔피언의 로스팅, 추출 삼박자가 매우 조화롭다. 그로니의 추천 칵테일은 그로니 칵테일을 커피로 멋지게 변주한 네그로니. 캄파리와 스위트 베르무트를 기반으로 한 묵직한 칵테일을 버번 위스키와 진하게 추출한 커피를 추가해서 매장의 상징 위스키 칵테일로 변주했다. 편안하면서도 일상의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그로니의 지향점이 잘 엿보인다. 커피와 칵테일, 정갈한 분위기와 음악까지 모처럼 되돌아온 챔피언의 매장이 빛을 발한다.

*푸어오버 pour over 도구를 사용하여 물을 연속적으로 붓는 방식. 물 붓는 속도보다는 수율, 농도, 추출 비율, 원두의 양, 추출 시간 등 구체적인 정량적 수치에 조금 더 중점을 두어 추출함으로써 항상 일정한 커피를 만드는 방식이다.

전화 070-8862-2612

주소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3길 5-6 1층

영업시간 12:00~19:00(마지막 주문 18:30) | 화요일 휴무


2. 보난자커피 BONANZA COFFEE ROASTERS

더반, 파이브엘리펀트와 함께 베를린 커피를 상징하는 보난자가 한국 상륙 6년 만에 로스터리 겸 카페를 오픈했다. 스페셜티 커피 업체가 해외에 로스터리를 확장한 사례는 블루보틀 이후 보난자커피 코리아가 첫 번째다.

보난자커피의 위치는 어린이대공원 앞 군자동이다. 어린이대공원역에서 멀지 않고, 군자역에서도 도보로 접근 가능하다. 한여름 햇살이 뜨거운 오후에 매장을 방문했는데, 손님이 가득했다. 시작과 동시에 지역과 단단하게 밀착된 느낌이었다. 헤드 로스터의 협조 하에 가장 먼저 로스팅 작업 공간을 살펴보았다. 보난자커피 코리아는 한국 정식 진출과 함께 프로밧 빈티지 45킬로 제품을 보강 재조립한 리빌트 모델을 설치했다. 프로밧 빈티지 모델은 특유의 주물 강철이 특징으로, 열풍과 독특한 복사열을 발생해서 커피의 단맛을 포괄적으로 깊게 표현한다는 이론이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가변압과 안정적인 추출을 병행할 수 있는 시네소, 브루잉 커피는 독특한 언더카운터 대용량 배치브루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다.

매장의 추천 커피는 사사바 에티오피아 내추럴 브루잉 커피. 2016년 독일 브루어스 컵 우승, 2017년 영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에 사용된 커피로, 명확한 향미와 커피의 단맛이 인상적이었다. 기본 브루잉 커피 외에도 에스프레소 커피를 함께 마셨는데, 라이트 로스팅 커피의 밝은 향미와 함께 프로밧 빈티지 로스팅으로 발현된 깊고 풍부한 단맛이 길고 여운 있게 이어졌다. 보난자 특유의 경쾌한 생두의 산미와 깊고 풍부한 단맛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에스프레소가 인상적이어서 피콜로* 를 연달아 마셨는데, 농밀한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궁합이 인상적이었다. 커피 뿐만 아니라, 독일식 호밀빵 펌퍼니클을 기반으로 하는 오이, 페타치즈, 잠봉 등을 추가한 오픈샌드위치가 매력적이었다.

매장의 분위기는 초대형 매장임에도 초록색 식물이 풍부하고 의외로 채광도 좋다. 편안한 분위기와 여유있는 환경, 다양하고 안정적인 음악까지 보난자가 벌써부터 장안의 커피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진정성 있는 보난자커피의 모습이 향후에도 꾸준하기를 기원한다.

*피콜로 piccolo 작은 사이즈의 미니 카페라테로, 호주에서 선호도가 높다. 에스프레소 보다 짧은추출 시간으로 쓴맛은 줄이고 단맛을 높였으며, 추출한 후에 우유를 넣어 고소한 맛을 낸다.

전화 070-4110-3113

주소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239-1 | 주차 가능

영업시간 09:00~22:00(마지막 주문 21:50) | 연중무휴


3. 피어커피 PEER COFFEE

성수동 로스터리에 이어 광희문 매장까지, 지역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피어커피가 세 번째 매장을 열었다. 피어커피는 개성 있는 생두, 실험적인 로스팅과 더불어 친절하고 활기찬 바리스타들의 환대가 인상적인 커피 업체다. 피어커피의 세 번째 매장인 에스프레소바는 한남동 언덕 위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상가가 많은 한남동 지역이 아니고, 한남대교를 넘어 오른쪽에 위치한 한가한 언덕이다. 커피바를 포함한 매장의 규모는 작지만, 전체적으로 채광이 좋고 동선을 섬세하게 설계해 편안하고 아늑하다.

피어커피의 추천 메뉴는 기본 에스프레소와 망고 셔벗, 프루티 콘판나를 포함한 다양한 창작 메뉴다. 기본 에스프레소는 새롭게 출시한 라콜리나 블렌딩을 기본으로 라이트 로스팅의 밝은 산미를 경쾌하게 표현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아피아 2그룹 모델이고, 그라인더는 밸런스 좋은 미토스원이다. 피어 에스프레소바의 인기 메뉴 망고 셔벗은 매장에서 직접 제작한 망고 셔벗에 에스프레소와 허브를 조합했다. 시원한 아이스 메뉴이면서 기본 커피의 개성과 어우러진 달콤한 디저트와 과일의 청량함이 매력적이다. 프루티 콘판나는 에스프레소, 과일 퓌레, 풍부한 질감의 마스카포네 크림을 함께 마시는 질감과 청량함, 달콤함까지 맛과 밸런스를 모두 갖추었다. 이외의 추천 메뉴는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 매장 오픈 기념으로 파나마 마마카타 농장의 게이샤 커피를 5천원이라는 특별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 연달아 세 잔의 커피를 마시는 후유증이 있었지만, 밝고 아름다운 언덕 위 피어커피의 커피와 친절하고 세심한 바리스타의 환대가 오랫동안 여운 있게 기억에 남았다.


전화 070-7777-3674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대로10길 36 | 주차 불가

영업시간 10:00~19:00 | 목요일 휴무


4.  커피 연구 개발  인증 사업 (부산 테크노파크)


지난 7월 4일, 서울 상연재에서 한국 스페셜티 커피를 상징하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 (SCA) 한국 지부가 부산 테크노파크와 협업하는 데이터 기반 커피와 K-Coffee 인증 작업 전문가 포럼이 개최되었다. 

부산 테크노파크는 한국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 그룹인 스페셜티 커피 한국 지부의 협업으로 커피 연구 개발 및 인증 사업을 준비 중이다. 현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커피 산업 IT 스타트업인 에그스톤의 커피 데이터 작업과 K-Coffee 인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몽타주 커피의 신재웅 대표, CBSC의 윤선희 이사를 포함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한국 최고 스페셜티 커피 전문 기관과 커피 도시를 꿈꾸는 부산시의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최근 조원진 작가와 함께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를 공동 출판하였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