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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더위와 맞서 싸워야 하는 7월에는 청량함을 담은 요리나 디저트를 찾게 된다. 요즘은 장르의 경계 없이 요리사의 센스와 도전으로 완성되는 개성 넘치는 음식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칠링이 잘 된 화이트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장어와 하귤 디시를 선보이는 와인바, 아니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와인 앤 다이닝이 펼쳐지는 빈호, 신선한 등골과 양지 무침 등을 만날 수 있는 우정, 빵이 없는 일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모토를 외치며 개성 넘치는 빵을 만드는 라이프브레드, 옥수동 언덕을 달콤하게 만드는 스위피, 그리고 심도 있는 플레이팅 디저트를 선보이는 핀즈까지 풍성한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뉴 테이스트들을 소개한다.
빈호 VINHO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업계인들에게 이미 아지트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빈호. 밍글스 출신의 김진호 소믈리에와 전성빈 셰프, 장하나 디저트 셰프가 만들어 내는 와인 앤 다이닝의 진보적인 공간이 탄생했다. 요리는 6시부터 7시반에 시작되는 코스 메뉴와 페어링 메뉴, 그리고 8시 반부터는 단품으로 즐길 수 있다. 같은 코스로 2번을 즐겼지만, 충분히 즐겁고 맛있게 즐겼던 지라 꼭 소개하고 싶었다. 처음은 와인 페어링으로, 두 번째는 좋아하는 와인을 보틀로 주문해 곁들였다.
코스의 처음은 삼배체 굴로 시작한다. 묘하게 감칠맛이 터지는 토마토 주스가 은은하게 적셔져 있고 다시마, 미역, 그리고 허브의 풍미가 드러난다. 페어링으로 나온 와인은 무려 차콜리. 입안 가득 머금었을 때의 청량함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후로 잿방어 타르타르를 소테한 버터 레터스로 감싸고 가쓰오부시 크림과 파슬리 오일로 완성했다. 전성빈 셰프는 도쿄 프로리레쥬와 오사카 라심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프렌치 소스의 전형을 잘 살려내는 것 같다.
전복과 아스파라거스는 달걀으로 만든 비네그렛이 독특하게 맞아 떨어졌다. 작은 플레이트지만, 그 안에 집중된 맛들이 지루하거나 단조롭지 않았다. 특히 여름 보양의 상징인 장어 요리는 나문재와 하귤로 색다른 조합을 선보였고, 뒤이어 나오는 숯불에 구운 덕자는 커리가 아닌 카레 오일 그리고 가리비 관자 소스, 리조니 파스타, 겨자잎으로 맛을 돋우었다.
메인은 양갈비와 봉화 오리 중 선택이 가능하다. 귤오일을 더한 봉화 오리에는 레드 와인이 자연스레 페어링 되고 디저트도 3코스로 이어지면서 와인의 농후함을 이끌어 내는 쪽을 선택했다.
특히 밍글스 출신의 장한나 디저트 셰프는 산뜻한 프리 디저트와 약과로 선보이는 메인 디저트 그리고 함안 양파로 만든 마카롱과 고르곤졸라 피낭시에로 마무리를 담당한다.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맛있는 것에 맛있는 것을 더한다는 느낌이 있었던 빈호. 오픈한 지 두 달을 넘어선 지금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것을 보니, 그 다음 스텝에 대한 기대감도 몽글몽글 솟아오른다.
전화 010-9677-2302
주소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43길 38 논현웰스톤 지상 162호 | 주차 가능(아파트 지하주차장)
영업시간 18:00~24:00 (마지막 주문 22:00) | 일요일, 격주 월요일 휴무
우정 牛正
우정양곱창에 이은 중앙축산의 또 다른 브랜드 ‘우정’. 역시 축산이 전공인 브랜드답게 신선한 부속 부위를 이용한 메뉴가 눈에 띈다. 참기름과 성글게 다진 파, 통들깨를 뿌린 등골 메뉴는 어릴 적 시골에서 특별히 신선한 소의 등골을 먹여 주시던 할아버지를 떠올리게도 한다. 요즘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맛이 아니던가. 푸딩처럼 보들보들한 식감에 독특한 맛이기 보다는 밀키한 맛에 참기름장이 주는 고소함이 더해진 맛으로 요 등골을 먹는 것인가 싶다.
최상급 소의 부산물 뿐 아니라 특수 부위를 다양하게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우정에서는 한우 스지와 투뿔 양지, 된장과 한우 사골 육수로 뽑아내 끓인 한우 스지된장전골도 꼭 맛보아야 할 메뉴다. 물론 한 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군더더기 없는 우개장이나 사골양지곰탕이야 당연히 만족스러운 맛이지만 한우 더덕 육회와 한우 육전, 내장 무침이나 양지무침과 같은 메뉴는 여럿이 와서 술을 진하게 마시며 함께 먹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와인의 경우는 콜키지가 있으며, 일부 메뉴는 포장도 가능하다고 한다.
전화 02-515-1808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55길 23 1층 | 주차 발레 파킹
영업시간 11:00~15:00/17:00-22:00(마지막 주문 21:00) | 연중무휴
라이프브레드 LIFE BREAD
‘No bread No life’를 주장하는 서초동 서리풀 터널 위 작은 빵집, 라이프브레드.
빵이 없는 일상이란 얼마나 팍팍하고 재미가 없을지 혼자 생각을 해 보았다. 잘 구워진 빵이 전하는 구수한 내음과 은은한 버터 향 만큼 행복을 주는 요인이 있을까. 라이프브레드에서 만드는 빵들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여느 빵집과 확연히 다른 개성을 지닌 메뉴가 눈이 띄었고 특히 조리빵 계열은 케첩이나 마요네즈를 배제한 건강한 채소의 단맛과 커리와 같은 향신료와의 구성으로 만들어 진 것들이라 새로운 느낌이었다.
인기 절정이라는 파래 김 루스틱은 이미 품절이었기에 소금빵, 메론 소금빵, 고로케 등과 같은 메뉴와 연근과 파프리카가 올라간 데니시류의 메뉴도 선택했다. 술과 함께 먹을 빵들을 만들기 위해 빵집을 오픈했다는 유쾌한 사장님의 말씀처럼 한 켠에 준비된 냉장 쇼케이스에는 선별된 맥주들 또한 구비되어 있었다.
집에 가져와서 나도 한 번 빵맥을 즐겨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빵 봉투를 열고 차갑게 칠링한 맥주를 꺼내어 즐겨 보았다. 아, 이것이 또 여름의 낭만인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레몬 민트 캉파뉴와 장봉 프로마주도 무척 맛있다고 하던데, 다음엔 꼭 도전해 보아야지! 참, 익숙하고 좋아하는 맛인데, 참 구하기 어려운 밀크 파베도 빼놓지 말 것!
전화 010-3400-3419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34길 19, 1층
영업시간 08:00~19:00 | 화요일 휴무
스위피 sweefi
옥수동에 오래 다니던 작은 디저트 샵이 있었다. ‘아니스’라는 이름의 그 곳에서 당근 케이크와 커피를 즐기곤 했는데, 얼마 전 아니스는 폐점을 하고 새로운 디저트 전문점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은 참 좁다고 ‘스위피’ 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곳은 성수동 FAGP에서 디저트를 담당하던 이정아 파티시에의 공간이었다.
달콤한 디저트와 그 다양한 형태를 머릿속에서 도형으로 구성하여 고민해 만들어 진 이름, 스위피 (sweet + figure = sweefi). 그래서인지 네모난 브라우니들과 동그란 케이크들이 작은 쇼케이스를 채우고 있었고, 작은 정사각형 박스 패키지 안에는 4종류의 브라우니를 담아 포장을 할 수 있었다. 브라우니라는 것이 구워낸 후에도 얼려 두었다가 데워 먹을 수 있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알라모드*로 즐길 수 있는, 간단하지만 친숙하고 커피와의 조합도 좋은 디저트이기도 하다. 스위피에서 만날 수 있는 브라우니는 클래식, 블루베리 크림치즈, 오레오 레드벨벳, 쑥찰떡 등 다양한 맛이라 선택의 즐거움이 있다.
나의 또 다른 추천은 체리 초콜릿 케이크다. 포레누아 또는 블랙 포레스트라는 이름으로 체리와 초콜릿의 조합이 빛나는 생크림 케이크도 유명하지만, 이렇게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초콜릿 시트에 직접 졸여낸 체리 콤포트*, 그리고 부드러운 화이트 초콜릿 가나슈 몽테를 프릴처럼 장식하여 완성했다. 이 간단한 조합에도 산미와 과육, 풍미 등을 고심한 파티시에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있었다. 선물용으로 좋은 브라우니 세트와 나를 위한 체리 초콜릿 케이크를 사기 위해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알라모드 a la mode 각종 파이나 케이크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내는 후식. 원래는 ‘유행하는 양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콩포트 compote 과일을 설탕에 천천히 졸인 것으로, 잼과 유사하다.
전화 02-2282-7399
주소 서울시 성동구 독서당로 160 한남하이츠상가 1층
영업시간 11:00~18:00 | 일, 월요일 휴무
핀즈 FINZ
압구정에서 첫선을 보였던 플레이팅 디저트 전문점 핀즈가 성수동 작은 주택가로 이전을 했다. 소나, 밍글스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았던 김범주 파티시에가 그가 가진 특유의 차분함과 꼼꼼함으로 아름답고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어 이미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성수동 이전에 맞춰 선보이는 디저트들을 고루 맛보았는데, 여름이라는 계절을 담은 시즈널 메뉴와 핀즈의 정체성을 담아낸 시그니처 디저트를 만날 수 있었다.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삼총사 디저트를 먼저 소개하자면, 복숭아와 메론과 같이 수분감과 당도가 함께 유지되는 과일과 부드러운 치즈 무스, 소금 우유 아이스크림을 함께 구성한 피치 베르, 고수가 지닌 향을 도드라지게 뽑아내지만 청량한 여름의 뉘앙스에 어울리게 제피를 곁들여 완성한 그린 러시, 붉디 붉은 체리와 머랭을 더해 완성한 로제 플럼은 밸런스를 잘 설계하여 여름 과일이 지닌 맛과 풍미를 잘 표현한 메뉴였다.
타코 같은 모양새를 지닌 핀즈의 시그니처 디저트는 뿌리 채소와 약재가 블렌딩 된 훈연 아이스크림이다. 세미프레도* 같은 느낌인데, 핀즈에서 준비하는 다양한 토닉이나 음료와 곁들이기 좋다.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세밀하고도 농밀한 아름다운 디저트를 만나려면 핀즈로 달려가시길!
*세미프레도 semifreddo 고체와 액체 사이의 중간 형태를 띠는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 이탈리어로 ‘반쯤 차가운’이라는 뜻이다.
전화 02-6952-0620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일로3길 4-13 / 02-6952-0620
영업시간 12:00~19:00 | 토, 일요일 12:00~21:00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5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