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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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의 신규 업장: 뉴테이스트 by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2022.10.17 16:14:54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맛있는 버터향이나 불에 익어가는 고기의 향이 더욱 깊숙이 마음을 흔드는 계절이 왔다. 코로나로 인해 무서울 정도로 침체되어 있던 요식업 시장에도 활기가 불고 있으며, 되려 인력난으로 인해 영업 시간을 단축, 조정해야 하는 업장들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리뉴얼과 오픈을 선택한 선수들을 찾아가 보았다. 


다로베 DAROBE

둥그런 화덕에 쉴 새 없이 구워져 나오는 깊이 있는 피자로 뚝섬역 부근의 맛집으로 자리 잡았던 다로베 성수의 휴업에 이어, 다로베 청담을 정리하면서 가졌던 휴식기가 마침내 끝났다. 시스터 브랜드 라루나가 있는 자리를 다로베로 리뉴얼하여 오픈한 후 런치와 디너 서비스를 시작한 다로베. 언제나 키친 너머로 반죽을 잘 펴고 재료를 올린 후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두른 후 화덕에 쓰윽 밀어 넣는 강우석 셰프의 퍼포먼스 아닌 퍼포먼스를 보며, 적절히 마리네이드 된 올리브와 파프리카로 입맛을 돋우는 것으로 식사의 시작을 알린다. 늘 파스타와 피자의 메뉴 안에서 먹고 싶은 메뉴가 많아 고민하게 되는, 마음을 성급하게 만들 정도로 좋아하는 피자와 파스타가 있는 곳이다.

올리브, 파프리카, 버섯 절임

루콜라샐러드

시그니처피자

마르게리타

비스크소스의 파스타

부라타치즈를 올린 칼조네

부라타 치즈를 옵션으로 추가한 칼조네는 반드시 주문을 하게 되는 메뉴로, 만두처럼 반달 모양으로 구워진 피자 위에 얹어진 부드러운 부라타 치즈를 칼로 펼쳐 촉촉하고 노릇하게 구워진 피자와 함께 먹기를 추천한다. 입 안에 퍼지는 부라타 치즈의 고소하고 실키한 맛과 풍미가 치즈와 고소한 피자 도우가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이끌어 낸다.

다로베에서는 음식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이탈리아 맥주와 와인들이 구비되어 있어 꼭 같이 즐겨 보기를 추천한다. 탄산 음료가 메꿀 수 없는 마리아주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 02-465-3666

주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11길 7 1층

영업시간 12:00~15:00/17:00~22:00(마지막 주문 20:30) | 토, 일요일 12:00~15:00/17:00~22:00 (마지막 주문 20:00) | 월, 화요일 휴무


렁팡스 L’enfance

성수에서 이름을 알렸던 랑팡스가 올해 6월 말 광화문 시대를 열었다. 요즘 핫한 신문로 식로드에 주역이나 다름없는 레스토랑 주은과 같은 건물 3층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광화문 서식자들에게는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과한 인테리어나 콘셉트에 음식의 퀄리티나 맛이 묻혀버리는 유행에 편승하는 레스토랑이 아닌, 군더더기 없이 맛에 집중한 렁팡스만의 꾸준한 맛이라는 것이 있다(조금 더 섬세한 코스를 즐기자면 김태민 셰프가 함께 운영 중인 디템포레를 추천한다). 캐주얼 다이닝의 좋은 예시가 되는 렁팡스의 음식은 가볍지 않은 맛을 가지되 어려운 형식을 탈피한다.

짭쪼름한 올리브를 크리스피하게 튀겨 그릭요거트를 푸욱 찍어 먹는 조합은 누구나 환영할 만한맛이 아닐까? 산뜻한 드레싱과 채소, 과일들이 조합을 이루는 엔다이브* 에피타이저와 진한 풍미와 감칠맛을 자랑하는 크램파스타도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올리브튀김과 그릭요거트

고트치즈와 자몽을 올린 엔다이브


크램파스타

글래스로 주문한 와인을 한 잔 더 청했으니. 메인으로 선택한 본 인 포크 로인은 그야말로 만화에 나오는 주먹만한 고기의 비주얼이다. 구운 망고와 고수에 곁들여 먹는 조합이 이국적이면서도 뻔하지 않는 조합이라 더욱 반가웠다. 디저트도 소홀하지 않게 얼그레이 푸딩과 패션 프루츠 아이스 크림을 선택할 수 있다.

본인포크로인

얼그레이푸딩

명확하게 타겟층에 대한 인지와 그에 맞는 메뉴가 또렷한 곳, 렁팡스.

이제 가을의 맛으로 새로이 단장했을 그윽한 신문로의 렁팡스를 다시 찾아야 할 시간이다.

*엔다이브(endive) 벨기에의 대표적인 샐러드 채소. 배추속처럼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흰색인꽃상추의 일종이다.

전화 02-722-8053

주소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 36 3층

영업시간 11:30~15:00, 토, 일요일, 공휴일 12:00~15:00(마지막 주문14:00)/18:00~22:00(마지막 주문 20:00)


쁘띠우스 이수점 Petit ours bakery

김영수 셰프의 우스블랑 시스터 브랜드인 쁘띠우스가 분당 야탑에 이어 두번째 매장을 이수에 오픈했다. 쁘띠우스는 우스블랑 샌드위치와 브런치 메뉴가 좀 더 본격화 된 카페 베이커리 콘셉트다. 너른 홀 공간에서 즐거이 여유로운 빵 식사를 즐기는 손님을 많이 볼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매장 안에서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만들어져 있는 점도 무척 좋았다.

물론 우스블랑 청파동 본점에서도 오전부터 샌드위치와 스프를 즐길 수 있지만, 이번 쁘띠우스 이수점을 방문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넓은 오픈 키친 공간과 바삐 움직이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유려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우스블랑의 스테디 셀러인 후추 크루아상이나 키슈*, 쿠인아망도 있고 주력인 샌드위치는 바게트와 크루아상, 포카치아가 기본적으로 맛이 보장되어 있다보니 무엇을 골라도 풍성한 양과 신선한 채소들과 치즈, 햄들로 채워져 만족스러운 맛을 낸다.

맛있는 빵집이나 브런치 레스토랑이 많지 않은 지역인지라 가오픈 기간부터 매장이 손님들로 꽉꽉 채워지는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습에 무척 기분이 좋았다. 10여 년의 꾸준한 브랜드가 새로운 콘셉트와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는 에너지와 열정이야말로 후배들과 동료들에게도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키슈(quiche) 프랑스의 대표적인 달걀 요리로, 달걀, 우유에 고기, 야채, 치즈 등을 섞어 만든 파이의 일종이다.

전화 02-523-8428

주소 서울시 동작구 사당로 300 1층 104호  

영업시간 08:00~20:00 | 연중무휴


아티피크 atypique

레스토랑 공간 들어서자 마자 요즘 가장 핫한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이 반기는 모던하고 세련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아티피크는 우드 앤 파이어를 적극 활용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콘셉트를 잡고 있다. 

'비정형적인, 이례적으로 뛰어나다'는 의미의 단어를 이름으로 선택한 만큼 정중한 홀 서비스와 와인 서빙은 기본으로 요즘 트렌드에 걸맞게 사용하는 식재료를 트레이에 스타일링하여 식사 시작 전에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기본적인 플레이트들 외에 오브제나 트레이에 빼놓지 않고 우드와 숯, 돌 등의 연출을 이어가 식사를 하는 동안 은은하게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점도 인상 깊었다. 한입거리의 먹물 딱새우 튀김, 당근 주스, 무화과, 송아지를 이용한 핑거 푸드들을 시작으로 단새우, 가리비 등의 해산물을 주인공으로 발효 자두 주스를 더한 에피타이저를 선보인다.

아뮈즈부슈

아뮈즈부슈

카르티에 박스에 담겨져 나온느 블랙 트러플을 어디에 얹어 주려나 했더니 푸아그라가 올라간 머슈룸 와플이 등장했다. 포근하고 쫄깃한 식감에 푸아그라와 트러플의 조합이면 부족할 리가 없지.

아뮈즈부슈

아뮈즈부슈

아뮈즈부슈

그에 이어 화려한 자연의 색감을 플레이트에 가득 담은 25가지의 야채, 과일, 허브, 꽃으로 구성된 샐러드가 등장한다. 오늘의 생선 요리는 대구와 뱅존소스 그리고 캐비아. 메인이 등장하기 전 메추리가 준비 되었다. 가슴살과 다릿살을 나눠 준비하고 특히 다릿살의 쫀쫀한 조직감이 반가웠다.

샐러드

대구와 뱅존소스

메추리

빵과버터

빵과버터

송아지안심

가니시

메인으로 송아지 안심과 한우 투뿔 채끝등심을 선택할 수 있다. 송아지 안심의 귀여운 비주얼을 서포트 하듯 본 매로우가 함께 등장해 골수를 긁어내 덜어 서빙한다. 우드 앤 파이어 콘셉에 아주 잘 어울리는 메인 요리에 미니 코콭체에 가니시를 준비해 주었는데, 요 간단한 채소와 버섯의 맛이 정말 좋았다.

프티푸르로 나온 디저트는 정말 간결한 딸기와 발사믹의 조합이었고, 메인 디저트는 숯 파우더를 만들어 뿌린 초콜릿과 라즈베리 무스 케이크가 준비되었다.

차와 프티푸르

프티푸르


딸기발사믹

초콜릿, 라즈베리, 스노우

삼성동 지역에 배산임수와 같은 제철 재료를 지향하는 곳부터 포멀한 매력으로 특별한 순간들을 빛낼 화려한 파인다이닝까지 새로운 상권을 일구어 나가는 선수들이 모여들고 있다. 식사를 하면서 함께 오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를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다.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유리구슬 조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유리, 스테인리스스틸, 금박 등의 다양한 물질과 풍부한 의미를 엮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화 02-544-1222

주소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122길 2 1층

영업시간 17:30~23:00, 토요일 12:00~15:00/17:00~23:00 | 일, 월요일 휴무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5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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