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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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커피 업체들의 파동, 8월의 커피 트렌드 by 심재범

2023.08.17 14:08:50

유난히 뜨거웠던 8월, 굵직한 커피 업체들이 새로운 매장을 선보였다. 커피인굿스피릿 챔피언 강민서 바리스타는 대전역 주변에 <챔프스페이스커피>를 오픈, 커피리브레, 모모스, 펠트와 함께 한국 최고의 스페셜티커피로 손꼽히는 <프릳츠커피>는 제주 성산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연희동의 <룩백커피>는 다양한 전문 커피 매장 사이에서 꾸준하게 지역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고 있고, 예멘 생두업체 <디진테제>는 뚝섬 헤이그라운드 10층 라운지에 세계 최초 예멘 커피 전문 매장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최초의 에스프레소바 <리사르>는 국내 최초 직접 생산한 캡슐커피를 선보였고, 스페셜티커피 전문 캡슐머신 모닝과의 협업으로 캡슐레시피 스로우다운 행사를 성공리에 주최했다.


챔프스페이스커피

2018년 커피인굿스피릿 국가대표 바리스타 강민서 챔피언의 챔프스페이스 커피가 대전역 소제동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커피인굿스피릿 대회는 커피와 알코올 주류음료를 응용한 칵테일 커피를 변주하는 바리스타 대회이다. 다양한 베이스의 음료를 응용하는 현대의 트렌드에서 굿스피릿대회 출신 바리스타들이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챔프스페이스커피의 위치는 1930~40년도 철도 기술자, 노동자 관사촌 이었던 소제동이다.

 

챔프스페이스 매장 역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철도 관사 중 하나이며, 구옥의 요소를 재해석했다. 매장 입구 오른쪽에 챔프스페이스 커피의 로스팅 룸이, 안쪽에 커피를 추출하는 커피바가 위치하고 있다.

매장의 로스팅 머신은 이지스터, 깔끔하고 청량하면서 섬세한 로스팅이 가능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우유 스티밍이 원활한 모델이다. 매장의 추천 커피는 챔피언의 시그니처 커피 칵테일.

2018년 국가대표 바리스타 강민서 챔피언이 브라질 세계 대회에서 시연한 커피칵테일을 매장에서 재현했다.  보드카, 진, 리큐르와 커피를 혼합해서 백색 꽃과 같은 향기와 백도, 파인애플, 자두맛 사탕과 같은 입체적인 향미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두번째 추천 커피는 챔피언 블렌드.  챔프스페이스 커피는 트로피 블렌드와 챔피언 블렌드 커피가 있다. 트로피 블렌드는 커피인들이 좋아하는 섬세한 산미와 아름다운 향미를 표현하지만, 강민서 챔피언은 모든 커피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운아몬드 헤이즐넛, 흑설탕, 다크초콜렛을 연상하는 강한 질감의 챔피언 블렌드를 추천했다. 커피, 공간, 음악, 친절하고 잘생긴 바리스타까지 대전역 주변의 완전 뜨거운 핫플이다.


프릳츠커피성산

커피 리브레, 모모스 커피, 펠트 커피와 함께 한국 최고 스페셜티커피로 손꼽히는 프릳츠커피가 서울 도화, 원서, 양재, 하이브 사옥의 성공에 이어 제주에 새롭게 매장을 열었다.

전국적으로 매장 수가 많은 테라로사를 제외하고 수도권 혹은 부산권에 위치한 스페셜티커피 매장이 제주에 성공적으로 매장을 연 경우는 프릳츠가 처음이다. 프릳츠 제주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제주에서 열악한 성산이다. 제주에서 가장 문화 혜택이 적었던 성산에 매장을 오픈한 프릳츠의 결단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매장의 위치는 광치기 해변에서 성산일출봉 방면이다. 광치기 해변이 끝나는 곳, 일출봉 바로 앞이라 매장에서 바라보는 성산 일출봉이 미묘하게 감동적이다.  오래된 마을회관을 개조한 단층 건물이고, 매장 내부에는 좌석이 밀집되지 않아 쾌적하다.

 

커피바는 아일랜드 방식이라 에스프레소바와 브루잉 커피를 위한 전문 커피바가 함께 위치하고 있다. 매장 중간에 커피바가 있다면, 입구 오른편에는 프릳츠의 유명한 빵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히 양재와 원서점에서만 판매하는, 프릳츠 도나스가 인기가 많다. 제빵이 전문 분야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릳츠의 도나스가 한국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프릳츠 제주의 추천커피는 브루잉커피와 제주 시그니처 커피 ‘우당탕(제주 우도 땅콩을 사용한 땅콩 라테)’ 브루잉커피는 시즈널 블렌딩인 여름방학 블렌딩 커피를 마셨다. 

프릳츠 여름방학 블렌드는 에르바주비야사치 수세식, 코스타리카산로케수세식, 에티오피아 수세식과 자연건조식 총 4가지 커피를 블렌딩했는데 아이스커피로 마셔도 맛있고 따뜻하게 마셔도 훌륭하다.

제주 우당탕은 제주에서만 마셔볼 수 있는 시그니처다. 재밌는 이름과 달리 생각보다 진중하고 묵직하면서 달콤하다. 이외에 당일 매장에서 근무하는 박근하 바리스타를 만나서 몇 가지 커피를 함께 테스트했다. 조만간 프릳츠 성산은 싱글오리진(단종커피) 에스프레소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멋진 커피, 훌륭한 빵과 제과, 친절한 직원까지, 프릳츠 커피의 오픈 이후 제주의 스페셜티커피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매장을 열기 전부터 지역사회와 꾸준히 소통하는 프릳츠 커피의 모습이 제주 지역 커피인들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다양한 계층에서 폭넓게 환영받고 있다. 


룩백커피

연희동에는 대단한 스페셜티커피 매장들이 많다. 챔피언의 챔피언 디폴트밸류커피, 인디커피를 넘어 엄청난 팬덤이 있는 로우키커피, 로컬커피의 상징 다크에디션 (구. 라우터커피), 호주식 커피를 상징하는 컬러드빈, 인싸들의 상징 궤도, 프로토콜과 같은 다양한 커피 매장 속에서 룩백커피가 연희동 로컬에서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룩백커피는 돌아보다라는 뜻 이외에 회상이라는 의미로, 스페셜티커피 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장주원 바리스타가 오픈한 매장이다.  위치는 사러가마켓 주차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연희동 베이글 맛집 에브리띵베이글에서 멀지 않고, 히메지카레 바로 옆집이다.

 

매장의 외부는 과하지 않은 디자인이지만, 내부의 단정한 손님과 임팩트 있는 분위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매장의 느낌은 미국 서부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을 연상시킨다. 포틀랜드의 스텀타운이 연상이 되기도 하고, 망원동의 뜨거운 비전스트롤도 떠오른다. 비전스트롤이 힙스터다움을 강조한다면, 룩백커피는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차분하게 손님들과 분위기를 공유하는 느낌이다.

매장의 로스팅 머신은 이지스터 소형모델이고, 에스프레소 머신은 비주얼이 아름다운 라마르조코다.

매장의 분위기와 손님들의 바이브까지 상당히 비주얼을 강조하는 느낌이 강하지만, 생각보다 커피가 좋다.

룩백에서는 브루잉커피와 플랫화이트를 각각 마셨다. 브루잉커피는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적절한 향미와 진중하면서 묵직한 밸런스와 단맛 그리고 섬세한 애프터까지 좋은 커피일 뿐만 아니라 커피의 지향점이 진지하고 묵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소한 커피와 산미 있는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 플랫화이트는 치밀한 에스프레소와 함께 고소한 밀크의 궁합이 상당히 좋았다.


디진테제하이카페

예멘 사람, 알라 알무라시는 독일에서 의대공부를 하면서 한국계 부인을 만나서 결혼했다. 의과대학이 적성에 맞지 않았던 알라는 파일럿 준비를 위해서 미국이 아닌, 한국에 입국했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발이 묶이는 애매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한국처럼 배타적인 사회에서 예멘과 독일 이중문화권 이주민이 살기에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고, 알라는 어린 시절부터 마시던 커피를 찾아 마시기 시작했다.

마침 최근 몇 년간은 예멘 커피가 재발견되는 시기였고, 커피리브레, 엘카페 등에서 커피 수업을 받은 알라는 한국에서 에멘 커피를 수입·유통하는 디진테제라는 생두 회사를 시작했다.

현재 디진테제는 미국의 씨엔엔에서 화제가 되었던 포트오브모카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양질의 예멘 커피를 선보이는 생두 업체다.

세계적인 예멘커피 생두회사인 디진테제는 최근 뚝섬역 주변 헤이그라운드(서울숲점) 10층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디진테제의 추천커피는 배치브루 커피. 저렴한 가격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예멘커피를 마실수 있다. 예멘커피는 현지의 척박한 기후와 토질, 강수량으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일반 커피 농장의 10퍼센트도 안되는 소량이라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알라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제공하는 브루잉커피, 에스프레소싱글오리진, 예멘카페라테도 훌륭하다. 

 


리사르커피

한국 최고의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바 리사르커피가 새롭게 캡슐커피를 선보였다.

 

그동안에는 스페셜티커피 산업의 캡슐커피는 3개 내외의 업체들이 외주 생산을 했다면, 커피 회사에서 직접 캡슐커피를 생산한 사례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리사르커피는 새로운 캡슐 커피 출시와 함께 스페셜티 캡슐커피 머신, 모닝과의 협업으로 이달의 캡슐 행사에 이어 레시피 스로우 다운 대회를 명동 매장에서 개최했다. 대회 준비는 모닝, 리사르, 커피칼럼니스트가 협업하여 진행하였는데, 총 20여 명의 참가자들이 뜨거운 참여 덕택에 후끈한 분위기로 진행이 되었다.

 

맥주와 음료, 간단한 음식이 있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했지만, 1차, 2차, 본선을 거치면서 참여자들의 결과물이 상당히 좋았다. 리사르의 기본 에스프레소 캡슐은 정통 이탈리아를 연상시키는 암흑같이 진득하면서 달콤한 뉘앙스가 섬세하게 피어난다면, 에티오피아 블렌딩 캡슐은 섬세한 장미 향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었다. 만장일치로 선정된 일등 수상자의 섬세한 캡슐 커피 에스프레소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좋은 캡슐커피와 섬세한 조절과 레시피가 가능한 모닝 캡슐머신의 기술력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 조원진 작가와 공동 출간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이 있다.  영국인 커피 애호가 찰스 코스텔로, 조원진 작가와 함께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코리아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의 영문판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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