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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초입과 늦여름의 사이, 9월의 커피 트렌드 by 심재범

2023.09.19 09:46:08

가을의 초입과 늦여름의 사이, 9월.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상징적인 <커피리브레 연남점>이 재개장했다. 대구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의 범어점 본점 역시 리노베이션을 했고, 수성구에 문을 연 하명현 바리스타의 <피델리티 커피>가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외에 대구 약령시 주변에 위치한 <잽엔헨리>의 농후라테는 올해 마셔본 밀크 커피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번 커피 트렌드에는 커피리브레 연남점대구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 소식을 전한다.


커피리브레 연남

모모스, 프릳츠, 펠트커피와 함께 한국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로 손꼽히는 커피리브레의 본점, 연남점이 동진 시장 재건축과 함께 매장을 이전했다. 세계 로스팅 대회 역사상 최초 2연패를 기록한 아시아의 존경받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 서필훈 씨의 커피리브레 연남점의 새로운 매장 위치는 경의선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새로운 리브레는 단독 주택을 리노베이션 한 매장이다. 1층은 커피바와 약간의 좌석이 있고, 2층 공간은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휴식할 수 있는 곳이다. 마당을 통해 들어가는 입구에는 반려견을 위한 식수대가 있고, 커피바 창문 앞에 자동 브루잉 머신 푸어스테디가 있다. 물온도, 물줄기를 포함한 다양한 변수를 제어하는 푸어스테디는 어지간한 바리스타보다 결과물이 좋은 커피를 선보인다. 

커피바 입구에는 동진시장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한약방 장식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연남점 오픈과 함께 커피리브레는 베스트오브파나마 대회 우승농장인 핀카하트만의 게이샤커피, 연남점 마지막 블렌딩 동진시장, 디카페인 블렌딩 나이트 호크까지 다양한 원두를 준비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동진시장과 동일하게 라마르조코, 그라인더는 향미좋은 커피에 적합한 로버다.

커피리브레의 연남점 오픈과 함께 신규 메뉴로 그라니타, 아포가토, 마로키노를 선보였다. 

그라니타는 수제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펠앤콜의 레몬 소르베와 배드블러드 블렌딩 에스프레소를 결합했고, 아포가토는 펠앤콜의 솔트 아이스크림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선명한 산미의 에스프레소와 레몬 소르베 그라니타는 커피 향미가 레몬 소브레와 입체적으로 구성되었고, 솔트 아이스크림을 조합한 아포가토는 단짠의 느낌과 커피의 궁합이 풍성하다. 

그라니타

아포가토

이외에 마로키노는 초콜릿 크림을 스팀해서 에스프레소와 결합시켰다. 마로키노의 커피 향미와 초콜릿의 질감, 밀도의 어울림이 상당히 인상적 이었다. 커피에 진심인 리브레가 모처럼 멋진 창작 음료를 만들었다.  

커피리브레는 연남점 재개장과 함께 어린이 환영, 반려동물 환영, 교통약자 우선권 적극 반영을 테마로 준비했다. 1층 커피바 화장실은 어린이와 교통약자를 위한 우선사용. 1층에 반려동물 전용 식수대 비치와 같이 사회적 약자를 우선 배려하는 구성이다. 매장 2층은 넓은 층고로 쾌적하고,  밝고 화사한 느낌이 리브레의 선명한 커피 향미와 아름답게 어울린다.


커피맛을 조금아는 남자

대구 스페셜티 커피 1세대이자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매장,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범어동 본점이 리노베이션을 했다.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는 범어동 본점외에 로스팅 공장겸 카페인 직영 더피크, 르코르동블루 프랑스 출신 파티시에가 경영에 참여하는 베이커리 사피디트, 팔공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하는 직영 팔공점, 직영 커피 아카데미까지 운영중이다. 커피맛을조금아는 남자는 독일식 열풍 로스터 p12, 기센W6, 이지스터, 후지로얄까지 다양한 로스팅 머신을 사용해서 커피 생두의 특징을 최대한 발현하는 로스팅을 지향한다.

커피와 베이커리 원재료에 최선을 다하는 커조남은 핸드드립 전문점으로 다양한 추출도구를 이용한 브루잉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범어동 본점은 오픈 초기부터 아메리카노 없이 핸드드립으로 블랙커피를 제공해서 대구 커피신에서 전통있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으로 손꼽힌다. 지금도 커조남은 모든 커피를 바리스타들이 테이스팅한 후 정성스럽게 제공하고 있다. 범어동 매장은 리노베이션을 거쳐 초창기의 클래식하면서 따뜻한 분위기에서, 밝고 깔끔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분위기로 변화했다.

매장의 추천커피는 핸드드립 커피와 로마노다. 이번 방문에서 커조남의 여름 블렌딩을 마셨다.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계열의 무산소 커피를 사용한 커조남의 여름 블렌딩은 사과, 자두와 같은 과일에 망고스틴과 같은 열대과일향이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이외에 로마노는 은은한 레몬향이 나는 부드러운 크림과 묵직한 커피가 조화롭게 아름다운 아인슈페너다. 상큼한 레몬즙이 처음에 표현되고, 부드러운 크림과 묵직한 커피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피델리티커피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하명현 바리스타가 2023년 4월 새롭게 문을 연 피델리티 커피가 대구 스페셜티 커피인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매장의 위치는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피크점에서 멀지 않은 수성구 주택가이다. 외관이 전혀 카페 같지 않지만, 멀리서 느껴지는 좋은 커피향기 덕택에 매장을 찾을 수 있었다. 피델리티 커피는 대구의 커피인들로부터 여러 차례 추천을 받은 곳이다.

매장의 내부는 깔끔하고 정갈하다. 올해 상반기에 매장을 오픈했는데, 벌써부터 단골 손님들이 많다. 피델리티 커피의 특징은 청아하고 정갈한 클린컵. 스마트 로스팅 머신 로링을 사용해, 클린컵이 일품이고 후미에서 이어지는 단맛이 매우 훌륭하다. 대전 톨드어스토리, 서울 몽타주와 함께 로링 로스팅 머신의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한다.

피델리티의 추천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밀크커피. 에스프레소는 과테말라 와이칸 싱글오리진이다. 과테말라 와이칸은 나무사이로에서 수입한 생두로, 과테말라 고지대의 선명한 산미와 함께 빛과 같은 아름다움이 커피에서 반짝이는 느낌이다. 피델리티의 로스팅 후, 깔끔하고 청아한 아름다움이 더욱 빛이나는 느낌이다. 

또 다른 추천 커피는 밀크커피. 피델리티는 현지에서 카페라테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비건밀크 오틀리를 이용해서 가볍게 가당을 한 캐주얼 밀크커피가 인기가 많다. 유당 불내증 한국인들에게 소화가 용이하면서 오틀리의 영양분도 충분하고 커피와의 궁합도 훌륭하다.


잽엔헨리

잽엔헨리는 에스프레소 전문점과 농후라테 전문점으로, 지금 대구에서 가장 뜨거운 스페셜티커피매장이다. 매장의 위치는 대구 약령시 한약재골목에서 멀지 않다. 잽엔헨리라는 이름의 의미는 팝가수 잽앤로저 이름과 박상훈 대표의 영어이름 헨리가 조합이 되었다.

 

매장의 분위기가 조금 산만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젊은 바이브가 훌륭해서 현재 대구의 젊은층에서 가장 다이나믹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잽엔헨리 커피의 특징은 강렬한 임팩트. 커피의 산미, 향미, 질감과 같은 특징중에서 강력한 개성을 표현하는 커피를 꾸준하게 소개하고 있다.

잽엔헨리의 추천커피는 스페셜 에스프레소와 농후라테이다. 2주 간격으로 꾸준하게 변경하며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고 있다. 자작 그라인더를 사용해서 다양한 향미, 로스팅, 추출 포인트를 변경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임팩트가 강하다. 매장의 에스프레소머신은 스프링의 장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레버머신이다. 자작 그라인더와 레버머신 에스프레소의 임팩트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외에 잽엔헨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커피는 농후라테다.

농후라테는 잽엔헨리의 에스프레소에 독특하게 농축한 우유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라테는 전주연 바리스타가 사용했던 냉동방식, 신창호 바리스타 사용한 저온 건조식이라면, 잽엔헨리의 농축우유는 일본 온천 우유에서 영감을 받아, 직화로 끓이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방식인데, 우유의 수분 30퍼센트를 증발하는 과정에서 탄맛이 없이 고소함과 단맛이 극강이다. 올해 마셨던 밀크커피중 고소함과 단맛과 밸런스의 최강이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 조원진 작가와 공동 출간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이 있다.  영국인 커피 애호가 찰스 코스텔로, 조원진 작가와 함께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코리아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의 영문판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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