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또렷하면서도 다채로운 장르의 새로운 맛, 4월의 뉴테이스트 by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2024.05.07 10:19:43

4월에 발견한 새로운 맛들은 개성이 아주 또렷하면서도 장르도 다채롭다. 제주의 봄을 찾아 떠난 짧은 여정에서 만난 메쉬커피 제주의 남다른 물맛의 커피, 큼직한 파에야 팬에 익어가는 제주 밭에서 나는 쌀 ‘산듸’로 만든 파에야와 먹음직스러운 제주 돼지 BBQ로 채워지는 밤. 연남동에서 오래 영업해 온 피에트라에서 만나는 봄의 매화, 그리고 섬세한 프렌치를 보다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송정동의 새로운 보물 프렌치 레스토랑 뛰뚜아멍을 찾아냈다.


메쉬커피 제주

성수동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단순히 커피라는 음료에 그치지 않는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옹골찬 힘을 가진 브랜드 메쉬가 제주에 새로운 뿌리를 내렸다. 공항에서 택시로 7분이면 당도하는 구도심, 탑동의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 1층에 4월 17일 문을 열었다. 

운이 좋아 가오픈 첫날 도달한 내가 주문한 커피는 에콰도르 크루즈 로마 게이샤였다. 물론 로스팅을 한 데이터 자체도 상당히 화사한 재스민과 크랜베리 계열의 향이 피어오르는데 메쉬 사장님들의 말씀대로 구도심 쪽 물의 맛 자체가 무척 좋다는 점 또한 시너지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청량하면서도 노트가 또렷하게 드러나 맛을 느끼는 한 모금 한 모금이 애달프게 느껴질 정도였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와 같이 커피가 주는 일상의 작고 소중한 기쁨을 제주에서도 진하게 느껴볼 수 있어 무척이나 반가운 만남이었다.


전화 064-755-7078

주소 제주 제주시 탑동로 14 1층

영업시간 09:00-17:00| 연중무휴


오팬파이어 제주

정호영 셰프의 우동 카덴과 함께 제주 조천, 교래리의 맛집으로 꼽히던 오세득 셰프의 버거 맛집 ‘친밀’이 구도심으로 이전을 예정했다. 본디 자리는 오팬파이어라는 파에야 전문점으로 변신했다. 도구를 쓰는 인간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오세득 셰프가 유럽에서 직접 구입한 초대형 파에야 팬에 올려진 제주 밭 쌀 ‘산듸’와 화려한 제주 식재료들이 먹음직스럽다.

제주는 척박한 토양 환경으로 논이 아닌 밭에서 쌀을 재배하곤 했다. 화산 지대인 땅의 특성상 물을 머금지 못하는 특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이 쌀의 품종을 다시 살려 구수한 향이 매력적인 골든퀴 3호를 제주 밭 쌀로 재탄생시켰다. 그래서인지 재료와 어우러지는 식감이나 쌀의 풍미가 돋보였다.

오세득 셰프의 특장기인 육류 요리, 한우를 갈비로 양념해 올리거나 부드러운 제주의 한치, 전복, 딱새우 등의 해산물 그리고 큼지막한 옥두어까지 올려 구워 낸다. 파에야 팬의 크기가 이미 압도적인데 지루하지 않게 함께 곁들이는 배추 피클과 아이올리 소스, 쌈장과 비슷한 맛깔스러운 소스까지 파에야에 올려 먹으니 색다른 느낌이랄까. 맥파이의 ‘동네 친구’ 라거도 준비되어 있어 제주에서 즐기는 스페인의 정취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요즘 사전 예약을 통해 야외 BBQ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소규모 모임이나 여행의 즐겁고도 특별한 밤을 위해 이용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전화 0507-1372-6806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1781 1층

영업시간 10:30~15:00(마지막 주문 14:00)/16:30~20:00(마지막 주문 19:00) | 수요일 휴무


피에트라

연남동 경의선 숲길을 따라 길게 뻗은 길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젤라토 전문점 피에트라는 2021년 2월에 오픈한 젤라토 전문점이다. 얼마 전 보타닉 남도의 매화꽃을 하이드로솔 제조법을 통해 식물이 가진 특유의 쓰고 떫은 맛을 감소시키고 매화꽃의 그 화려하고 진한 향만을 뽑아내어 젤라토를 만든 것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원래 건축을 전공한 신석 대표가 추구하는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맛을 담은 젤라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고 있다. 100%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컵과 라벨 스티커를 사용한다거나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스푼 등 생분해 처리가 가능한 친환경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계절 한정의 플레이버를 맛보는 것도 좋지만 브론테 피스타치오와 같이 늘 준비되는 스테디 플레이버도 훌륭하다.


전화 0507-1337-5863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23길 62 1층

영업시간 12:00~22:00 | 일요일 휴무


뛰뚜아멍(Tutoiement)

믿을만한 추천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성격인데 가장 최근 소개 받은 곳 중 아이덴티티가 명확하며 매력적으로 느낀 프렌치 바 레스토랑이 있다. 순천 오트르망의 오너 셰프 이노선 셰프의 소개로 알게 된 송정동의 뛰두아멍. 6명의 시트가 준비된 바에서 즐기는 가스트로노미와 비스트로노미의 중간쯤에 서 있어 어렵지 않다.

김도현 셰프

하지만 무척이나 섬세한 김도현 셰프의 요리는 쉽게 떠오르는 프렌치 퀴진의 버터리한 풍요로움과 화려한 플레이팅을 벗어났다. 그리고 가볍지만 감도 높은 맛의 표현과 한국의 사계절을 담은 식재료를 최대한 살려 만들어내는 진짜 실력자의 포스가 깃들어 있다.

해산물과 비스크 캐러멜 소스

아스파라거스의 아삭하면서도 쥬시함이 가득한 한 접시의 샐러드부터 생선의 살을 넓게 두드려 펴서 돌나물 오일과 수레국화 등을 더해 만든 카르파초는 무엇 하나 아쉬움이 없는 완성도라 할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 샐러드

브란지니 카르파초

관자 리올레

옥돔

작년 7월에 오픈해 저녁 영업만 운영하는 것도 본인 혼자 요리하고, 누나인 김민경 매니저님이 홀을 담당하고 있어 가장 적합한 환경으로 매만진 것이라고 한다. 계절이 기다려지는 다이닝을 오랜만에 마주한 것 같아 무척 반가웠다.

금귤 치즈 케이크와 백자

올리브, 브랑다드, 금귤버터 바게트


전화 0507-1345-9056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11길 20 1층 101호

영업시간 19:00~21:45| 일, 월요일 휴무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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