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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벡스코에서 동시에 개최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과 월드 오브 커피, 한국 커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최신 경향 by 심재범

2024.05.17 09:43:13

2024년 5월 1일부터 4일까지,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를 선발하는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 (World Barista Championship, WBC) 과 세계 최고의 커피 행사 월드오브커피가 부산 벡스코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WBC월드오브커피가 동시에 개최되는 것은 한국 커피 역사상 최초이고, 이번 행사를 통해서 전 세계 커피 산업의 최신 경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월드바리스타대회와 월드오브커피의 진행 과정, 최신 커피 트렌드를 간단히 살펴볼 예정이다.


월드오브커피 

한국 커피 산업의 위상이 급속히 올라가고 있다. 이번 부산에서 개최된 월드오브커피는 세계 최고의 커피인들이 최고의 제품을 경연하고 최신 커피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선보이는 행사다. 이번 월드 오브 커피 부산을 통한 최신 커피 트렌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홈 카페의 성장과 대형 장비 업체의 부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대형 장비 업체 중에서도 홈 카페 소비자들을 간과하고 꼼꼼하게 대응하지 못한 업체들의 부진이 특히 눈에 띈다. 이번 전시회에서 눈에 띄는 부스들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홈 카페 바리스타들을 위한 다양한 기물(그라인더, 드립 용품)들이다. 특히 그라인더 제품들이 인상적인데, 대만에서 새롭게 시작한 믹스쿨 에리스 그라인더는 퀵릴리스 기능과 저알피엠 기능을 선보여서 다양한 홈바리스타를 포함해서 심지어 일부 전문 업체들까지 관심을 가졌다. 

퀵릴리스 기능은 분쇄날을 쉽게 분리함으로서 수시 청소가 가능하고, 낮은 알피엠으로 그라인더 분쇄가 가능하다. 따라서 커피 원두에 충격 없이, 절삭할 수 있어서 더욱 섬세한 커피 향미를 표현할 수 있었다.

커피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만단테는 한국 브루잉 커피 챔피언 정형용, 김승백 바리스타와 협업해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홈바리스타를 위한 브루잉 장비는 펠로우 제품들이 기능과 비주얼 분야에서 인상적인데, 일본 본사 임직원들과 일본의 다양한 스페셜티커피가 함께 참여해서 멋진 커피를 선보였다. 많은 홈바리스타들이 사용 사용하는 하리오 제품은 비교적 무난한 라인업이었다.

코만단테

커피 쇼핑몰 뮤제오는 홍콩의 러브라믹스 부스를 선보였는데, 한국계 세계 챔피언 엄보람 바리스타가 설계한 제품들이 가정용 제품으로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러브라믹스에서 인천 송도의 스페셜티커피 커피화와 스텔라온의 싱글오리진 게이샤 커피를 마셨는데, 다양한 모양의 커피잔들이 보르도 글래스처럼 커피의 향미를 모아주고 입체적으로 선보였다.

러브라믹스 부스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커피 빌리지. 한국 스페셜티커피의 뜨거운 열풍 덕택에 다양한 스페셜티커피 부스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스는 모모스와 함께 부산 스페셜티커피를 상징하는 블랙업 커피. 특히 블랙업 커피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위해서 최상의 연습실을 최대의 선수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는데, 이는 세계 대회 역사상 전례가 없는 모습이었다.

블랙업 커피

손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 모모스와 블랙업의 노력이 부산 뿐만 아니라 한국 커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국가대표 임정환 바리스타도 블랙업 커피에서 방문객들을 위해 커피를 제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을 대표하는 세계 챔피언 먼스커피, 여성들을 위한 세계 우먼스 커피 부회장 게더커피, 부산 서면의 에프엠커피, 전포동의 스트럿이 다양한 커피를 선보여서 한국의 수준을 빛내 주었고, 서울의 커피스니퍼, 로우키, 진테제, 언더프레셔커피가 개성 있는 커피를 선보였다.

먼스커피

에프엠커피

커피스니퍼

진테제, 글리치

이외에 한국을 방문한 네덜란드의 닥커피, 오스트레일리아 국가대표 악실커피 등이 임팩트 있는 커피를 선보였고, 일본의 글리치 커피가 인기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일본의 글리치 커피는 전시회에서 매장과 동일한 가격(1~2만 원)의 커피를 판매했다는 점에서 가격 접근성이 아쉬웠다는 의견이 있다.

닥커피

악실커피

맷윈턴

커피 머신의 경우는 스페셜티커피 머신 라마르조코, 시네소, 키스반더웨스턴, 빅토리아 아르두이노, 달라코르테와 같은 하이엔드 머신들이 모두 참여를 했다. 가정용 머신까지 출시한 라마르조코와 김사홍 바리스타와 함께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는 달라코르테가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달라코르테

빅토리아 아르두이노는 브루잉 머신을 새롭게 선보였는데, 충분한 정보가 없어서 아쉬웠다. 전통적인 머신 업체들의 부진에 비해서, 새롭게 머신을 준비하는 비다스의 신형 머신과 홈바리스타를 위한 계측 장비 디플루이드가 인상적이었고, 독특한 칠링 툴을 사용해서 커피 향미를 응축한 파라곤 커피툴스를 선보인 뉴클리어스 부스에 상당히 많은 홈바리스타들이 관심을 가졌다.


월드바리스타 챔피언

바리스타 대회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는 에스프레소, 밀크커피, 창작메뉴 총 3잔 씩의 커피를 제공하면서, 획기적인 커피 발전, 친절한 호스피탈리티, 전문적인 커피 추출 기술의 특징을 선보이는 가장 난이도 있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 부산 출신 한국 챔피언 임정환 바리스타는 픽셀이라는 주제로 수단루메 커피를 기반으로 섬세하면서 다이나믹한 커피를 선보였다. 임정환 바리스타는 커피에 픽셀이라는 개념을 적용해서 커피 향미의 방향성뿐만 아니라, 향미의 총량과 밸런스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임정환 바리스타

특히 대회 중간에도 현장에 참여한 관람객들을 위해 블랙업 커피 부스에서 커피를 시연하는 자발적인 봉사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을 선사했다. 임정환 챔피언은 홈그라운드 부산에서 전주연 세계 챔피언과 이종훈 바리스타 이후 가장 훌륭한 성적으로 파이널 라운드(최종 5위)에 진출했다. 결과도 훌륭하지만, 겸손한 모습과 멋진 커피를 선보인 임정환 바리스타 덕택에 이번 대회가 더욱 빛이 났다.

이번 대회 우승은 2019년 전주연 바리스타가 보스턴 대회에서 우승 당시 파이널리스트로 함께 했던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미카엘 자신 바리스타가 우승했다. 우연한 기회에 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척박한 인도네시아 커피 산업을 발전시킨 미카엘 자신 바리스타는 커피의 기술적 발전 이외에 커피를 대하는 자세, 다양한 향미를 표현하기 위해 정서적 접근과 시청각을 자극하는 표현 방식으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미카엘 자신

이상과 같이, 부산시와 한국 스페셜티커피 협회 그리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큰 결실을 보았다. 멋진 행사를 빛내준 수많은 참여자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 조원진 작가와 공동 출간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이 있다.  영국인 커피 애호가 찰스 코스텔로, 조원진 작가와 함께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코리아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의 영문판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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