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망원동 - 김혜준의 동네 한바퀴 Ep. 05

2024.06.10 14:32:22

합정역에 내려 쪼르르 걷다 보면 10여년 전 반가웠던 얼굴들이 생각난다. 사무실이 합정동 부근이기도 했고 지인들의 매장이 지척이라 꽤 익숙한 이 길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권의 변화를 겪게 되었고 나는 그 안에서 또다른 아지트들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양반다리로 앉아 돼지갈비를 굽던 양화정 숯불갈비부터 뜨끈한 고깃국물이 일품인 합정옥, 두툼하고 깨끗한 돈까스에 매료된 최강금 돈까스를 지나 나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는 4곳의 망원동 맛집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라바즈 La Base

일주일에 단 3일, 기본에 충실하지만 그 계절에 가장 훌륭한 과실의 맛을 담은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망원동의 디저트 전문점 라바즈. 

실은 이 곳은 디저트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수업이 없는 3일은 제품을 일반 판매를 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라바즈라는 이름처럼 기본이 되는 기술과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상준 파티시에와 그의 팀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랑스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이상준 파티시에는 디저트리, 삐아프를 거쳐 프랑스의 요리학교 페랑디 'Ferrandi', 를 졸업 후 'Jacques Genin'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 영향이 남아있어서인지 이상준 파티시에가 계절 과일을 대하는 기준은 꽤 높은 편. 늘 생산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원하는 당도와 선도를 중요하게 생각해 매번 생산지까지 직접 찾아가 과일을 받아 오기도 한다. 우연히 그의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 본 적이 있는데 기본이 되는 타르트를 만드는 데에도 허브나 과일이 들어가는 양이 엄청난 레시피를 받아 들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만큼 응축된 맛을 내는 완성도가 라바즈의 디저트가 가진 차별점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은 상큼한 산딸기가 제철인 계절이다. 타르트 반죽 위에 프란지판 크림으로 중심을 잡고 크렘 빠띠시에 그리고 산딸기 콩피튀르 그리고 라임으로 상큼한 마무리를 했다. 

산딸기 타르트

옥수수 파 브루통

잘 만든 캐러멜 타르트와 피낭시에도 발군의 맛이지만 필히 그 계절의 과실을 가득 올린 과일 타르트를 꼭 맛보았으면 한다. 참, 입에 넣으면 녹아 내리는 캐러멜 또한 아주 매력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

라바즈 캐러멜


전화 0507-1338-8961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3길 19-23

영업시간 12:00~19:00 – 월, 화, 수, 목요일 휴무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la_base_official/


서교난면방

이번에 소개하는 곳들 중 가장 최근에 오픈한 뉴 테이스트, 서교난면방. 이름 그대로 면을 메인으로 메뉴가 구성된 곳으로 짐작이 되는데 이 곳은 남다른 메뉴들이 있다. 

근처 카밀로 라자네리아를 운영하는 이탈리안 요리사 김낙영 셰프가 우리밀을 재료로 난면을 만든 것이다. 계란과 밀로 만드는 난면은 우리나라 고조리서에 등장하는 면의 종류 중 하나이다. 이탈리아 음식과 한식은 자연에서 자라나는 식재료에 대한 애정이 또렷한 장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에도 계란을 넣고 만든 생면 파스타와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이는 스톡은 우리나라 고서에 기록이 남아있는 난면과 진한 육수와도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 이에 김낙영 셰프는 이토록 새롭고도 멋진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단정한 한상차림에 우리밀로 만든 난면과 한우 양지와 소목뼈로 우려낸 국수, 난면과 제주 구엄닭으로 낸 육수를 더한 국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육수를 반반을 섞어 블랜딩한 국물에 라비올리와 우리밀 난면이 들어간 이탈리아식 만둣국이 준비되고 있다. 참, 여름을 기다리며 시원한 냉난면도 맛볼 수 있다. 맑고 깨끗한 국물에서 좋은 소금이 내는 청명한 임팩트는 마치 평양냉면 만큼이나 중독적인 맛의 기억을 새로 쓰고 있다. 

우리밀난면과 한우

메뉴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있는 라비올리는 이탈리아의 정취를 더하는 멋진 장치로도 활약한다. 사이드 메뉴로 준비되는 가지튀김과 라구소스는 진정 기름을 맛깔지게 먹은 후후- 불어 먹지 않으면 입천장을 델 수 있을 만큼 바로 튀겨 내는 아주 맛 좋은 애피타이저다. 

가지튀김과 라구

실은 밑에 깔려 있는 라구 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글래스로도 준비되는 화이트 와인을 바로 주문했는데 아쉬움을 미리 생각하신 듯 잘 지은 윤기나는 밥 약간도 센스 있게 준비가 되어 슥슥 그릇에 올려 섞어 먹고 말았다.

 

여기엔 매일 새로 버무려 담는 겉절이도 함께 나온다. 좋은 고춧가루가 내는 칼칼하면서도 들큰한 기분 좋은 맛이 김낙영 셰프가 하나 하나 고심했던 모든 디테일을 대변하는 듯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될 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이 한그릇의 국수를 앞에 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방울의 국물도 남기기 아까울 만큼 먹는 내내 땀구멍이 뚫린 듯 송글 송글 땀이 맺혔다. 내 몸이 알아채는 이 좋은 에너지의 맛.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가는 그런 좋은 시간이었다.


전화 0507-1487-0943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2길 16

영업시간 11:30~14:30/17:30~21:30(마지막 주문 21:00) | 일요일 11:00~20:00(마지막 주문 19:30) – 토요일 휴무


퀜치커피 Quench coffee

퀜치커피는 서교난면방에서 5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물론 퀜치는 오래 전부터 가끔 혼자 커피를 오롯이 즐기고 싶을 때 들르곤 하는 소중한 아지트가 되어 준 곳이다. 

다양한 원두로 만날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와 에스프레소 자체도 충분히 훌륭한데 칵테일과 베리에이션 음료들도 완성도가 높아서 한 번에 한잔 만으로 끝내기에 너무나 아쉬운 곳이다. 오랜만에 들려서인지 그동안 마셔보지 못한 메뉴들이 있어 애정하는 아이스 드립 커피 대신 베리에이션 음료들을 보며 고심을 하게 되었다. 

샤케라토와 아이리시 커피, 마포 카푸치노 그리고 너무나 좋아하는 말차 카푸치노에서도 망설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버터 스카치 밀크를 선택했다. 직접 끓인 캐러멜로 만든 버터 스카치 밀크는 약간의 추가금을 내면 버번을 더해 마실 수도 있다는 팁도 함께 알려 주셨다. 

버터스카치밀크

조용하게 음악이 흐르는 이 공간에서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는 테이블도 혼자 책을 읽는 손님도 모두가 자신들의 시간 안에서 퀜치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와 음료들에 심취해 있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물론 나 역시도.


전화번호 010-3859-6108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2안길 9 1층

영업시간 12:00~20:00 – 연중무휴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quench_coffee_nulimlee/


만두란 

만두란은 망원, 합정 나들이의 가장 마지막이 되는 코스이다. 그 유명한 망원동 즉석우동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만두란은 바로 근처에 만두란 챠오 라는 이름으로 작은 지점을 내기도 했다. 

아주 놀라운 맛의 만두라는 느낌보다는 대만의 아침을 책임졌던 편안하고 간단한 메뉴들로 구성된 약간은 이국적인 맛이 매력적인 곳. 워낙 만두나 교자를 좋아하다 보니 집에 가기 전 뜨끈한 훈툰탕 한그릇을 먹는다든가 집에 싸가지고 갈 광동식 볶음밥과 생생 표고 만두를 포장하러 주로 들르는 곳이다. 

샤오롱바오가 유명한데 이를 냉동만두로도 판매하고 있으니 별표! 내부가 넓지 않다 보니 늘 웨이팅이 이어지고 주로 전화 주문 후 픽업을 하러 오는 손님들도 많은 편이다. 

아주 훌륭한 맛의 김밥천국 같은 캐주얼한 맛집을 가진 망원동 주민들이 가끔씩 부러워지곤 한다.


전화번호 010-4678-3798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81 1층 동측 

영업시간 11:00~15:30/17:30~20:30(마지막 주문 20:00) – 화요일 휴무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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