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함양 오일장 - 김혜준의 동네 한바퀴 Ep. 10

새해를 맞이하는 각오와 에너지로 꾸준히 대한민국 곳곳의 맛지도를 찾아보고자 나선 2025년 첫 동네한바퀴는 경상남도 함양군으로 결정. 특별히 스페셜 게스트를 모시고 다녀올 수 있었다. 흑백요리사에서 반찬 셰프라는 캐릭터로 등장해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차분하게 본인의 존재감을 이끌어 간 마마리 다이닝, 마마리 마켓의 송하슬람 셰프님과 식재료 필드트립을 나선 것이다.

함양군의 오일장은 지리산 함양장, 서상장, 마천장, 함양토종약초시장 등으로 나뉘어 전통 오일장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방문한 22일은 지리산 함양장이 열리는 날. 1983년부터 시작된 함양의 대표 재래시장인 지리산 함양시장은 2일과 7일에 오일장이 열리며,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위치해 청정한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어 머루, 잣, 밤과 고종시와 같은 감이나 산야초, 돼지고기 등이 특산물로 꼽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구 감소와 대형 상권들의 입성으로 전통시장의 입지가 쇠퇴한 시기도 있었으나 함양한들상권의 상권 활성화 사업을 통해 가로환경 정비 사업, 신규청업점포 유치 등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사이좋게 어우러지고 있는 지역 전통시장은 곳곳이 역사이며 위생과 편리한 운영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 더해진 살아있는 상권이기에 셰프나 외식업 관련 업자들에게는 맛에 대한 많은 자극과 새로운 공부가 되어진다.

송하슬람 셰프와 함께 아침 일찍 시외버스를 타고 함양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 끼니를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다. 시장 내에 있는 병곡식당의 피순대를 먹을 것이냐, 뜨끈하고 걸쭉한 어탕 국물을 선택할 것이냐 고민하다가 함양집으로 향했다.

함양집의 어탕

함양집의 점심시간은 재빠르게 흐르는 듯 보였다. 노련한 사장님과 서버분들의 손길로 밥상이 금방 차려진다. 뜨끈한 어탕국수와 튀김 한 접시를 주문했다.

테이블 위를 채운 반찬들이 하나하나 슴슴한 간에 맛깔진 매력을 가지고 있어 리필을 외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탕 국수는 후후 불어 반쯤 먹다가 공깃밥을 추가해 말아 먹어도 좋은 그런 온화함을 가지고 있다. 물론 함양집 어탕국수의 킥은 바로 제피! 제피 가루를 뿌려 그 향을 온전히 즐기면 더할 나위 없는 오감 만족이다. 확실히 전라도의 어탕이나 도리뱅뱅이의 또렷한 간과 양념에 비하면 순한맛이지만 후루룩 후루룩 국수로 먹는 이 순한 맛의 매력은 강력했다. 뒤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그런 맛.

주소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용평5길 22

영업시간 08:00~20:00 -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55-963-6366

함양떡방앗간의 쑥찹쌀떡

함양집이 시장 초입이라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오일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바로 입구 왼쪽에 위치한 함양떡방앗간의 쑥찹쌀떡이 유명하다는 추천을 받아서 간단히 6개만 구입을 했다. 생활의 달인에도 나오셨다고 하는데 그런 부연 설명 없이도 정말 쑥 향이 가득하고 과하지 않은 팥소의 밸런스가 인상적이었다. 넉넉히 사 올 것을 후회하는 중.

2대에 걸쳐 운영 중인 곳인 만큼 제대로 예스러운 기본기와 맛을 잘 구현하고 있는 곳이라 생각이 든다.

주소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용평5길 25-5

영업시간 07:00~18:00 - 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55-962-3062

함양닭집의 김부각

요즘 오일장에서 인기 메뉴로 손꼽히고 있다는 김부각을 사러 함양닭집에 들렀다.

4~50년간 닭을 튀겨 온 함양닭집은 최근에는 김부각을 만들어 판매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소금 간을 한 찹쌀 풀을 끓여 김에 바르고 바삭하게 튀겨내는 주인 아주머니의 솜씨가 대단하다. 

요즘에는 한식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우아하게 튀겨 낸 김부각들을 만날 수 있지만, 이렇게 투박한 듯 튀겨 낸 고소함 넘치는 김부각 이야말로 몇 봉지 사다가 끌어안고 간식이나 반찬으로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아껴 먹을 만큼 맛있게 즐겼다. 참, 계절에 따라 감자부각도 만들어 판매하신다.

주소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중앙시장길 11-10

전화번호 055-963-3220

까매요의 흑돼지 쇼핑

함양의 특산물인 지리산 흑돼지를 구매하고자 들른 ‘까매요’라는 브랜드의 로드샵을 방문했다. 고향 기부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함양 지역의 답례품으로도 본 적이 있는 이름이라 반가웠다. 직접 기른 흑돼지를 직영 농장에서 출하하여 도축과정 후 4일 이내 포장 작업하여 배송받을 수도 있는데, 쇼케이스에는 원물은 없이 사진으로 진열이 되어 의아했다. 알고 보니 주문을 하면 바로 안쪽 HACCP 시설 작업장에서 정형하여 담아주는 시스템. 

오리지널 흑돼지의 존속을 위해 버크셔와 교접을 한 돈육을 판매하고 흑돼지 종돈 혈통등록 증명서도 붙여져 있었다. 보리 부산물로 만든 사료를 먹여 쫄깃한 식감과 육질이 특징이라고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송하슬람 셰프님 역시 다양한 부위를 샘플로 살 요량인지 킬로 단위로 주문을 하여 결국 문을 나설 때에는 큼직한 아이스박스를 안고 나오고 말았다.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다니 샘플링 해보고 맛있으면 주문해 봐야겠다. 재미있게도 돈가스 체험 프로그램들도 있어서 시간 맞춰 방문하면 즐거운 경험도 할 수 있을 듯. 

주소 경남 함양군 함양읍 상림1길 13-7

영업시간 09:00~18:00 - 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55-962-8858

안의 원조할매갈비식당

함양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소요되는 안의면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바로 안의면에서 먹을 수 있다는 특별한 갈비찜 때문이다. 안의 원조 갈빗집이나 광풍루도 있지만 우리의 픽은 원조할매갈비식당.

어머니로부터 전수 받은 손맛으로 2대째 운영 중인 곳인데 왜 안의면에서는 갈비찜을 먹느냐,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느냐에 대해 궁금증이 있었다. 지역적으로는 70년대에 영호남 한우의 집산지로 도축장과 우시장이 안의면에 위치해 있던 이유가 있었고,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가기 전 힘을 내기 위해 꼭 갈비찜을 먹을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갈비탕을 팔던 한 식당이 삶은 갈비를 수육 형태로 만들어 팔다가 간장 양념을 더해 찜으로 만든 것이 이 안의 갈비찜 현대화의 시초라고 하는데, 걸쭉한 전분을 풀어 묽지만 밸런스 좋은 간장 양념의 맛이 잘 배어드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다른 곳보다 갈비를 크게 잘라 두 번 삶아 잡내를 없애는 조리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인상적인 갈비찜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주소 경남 함양군 안의면 광풍로 139

영업시간 08:00~21:00

전화번호 055-962-0065

함양 오일장만 보아도 즐거운 나들이가 되었겠지만, 함양을 필두로 처음 방문해 본 안의면까지 이어진 동네 한바퀴에서는 여느 때보다 더 알찬 일정을 채웠다. 송하슬람 셰프님 덕분에 전문적인 시선에서 많은 공부를 하고 알게 된 새로운 지식들 또한 채울 수 있는 보람찬 시간이었다. 역시 알면 알수록 더 맛있는 미식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올 한 해도 동네 한바퀴를 통해 맛있고 즐거운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각오를 다져본다!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7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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