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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을 먹으면서 살을 뺀다, 케토제닉 식단

2018.02.22 02:29:16

건강하고 가벼운 몸을 위한 첫걸음2 – 케토제닉 식단


<건강하고 가벼운 몸을 위한 첫걸음> 시리즈
1. 탄수화물 줄이기, 혈당지수가 중요하다
2. 지방을 먹으면서 살을 뺀다, 케토제닉 식단
3. 구석기인처럼 먹자, 팔레오 식단


지난 <탄수화물 줄이기, 혈당지수가 중요하다>에서는 체중 감량 시 주요한 쟁점이 되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일 때 참고하기 좋은 지표인 혈당지수와 혈당부하지수에 대해 살펴보았다. 두 번째로는 저탄수화물 식단의 한 종류로, 국내에서는 일명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으로 알려져 있는 케토제닉 식단에 대해 알아본다.



케토제닉 식단은 저탄수화물 식단의 한 가지로, 탄수화물은 적게, 지방은 많이 섭취하는 식단을 말한다. 최근 수년간 저탄수화물, 중단백질, 고지방으로 요약되는 케토제닉 식단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가 많이 등장하면서 케토제닉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체 어떻게 해서 지방을 많이 먹는데 체중 감량이 되는지, 지방이라면 아무 지방이나 섭취하면 되는지, 상식과 너무나도 어긋나는 식단 구성에 혹시 몸에 이상이 오지는 않을지 고민하지는 않았는가?

우리몸은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지방 역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방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케톤체’가 생성이 되는데, 쉽게 비유하자면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포도당이 되는 것과 흡사하다. 바로 이 ‘케톤체’가 이 케토제닉 식단의 핵심이다. 이미 알아차린 분들도 있겠지만 ‘케토제닉ketogenic’이라는 단어는 직역하면 ‘케톤체ketone body의’라는 뜻으로, 이 식단에서는 이름 그대로 케톤체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우리몸은 자연적으로 포도당을 이용한 대사와 케톤체를 이용한 대사 모두 가능한데, 포도당 대신 케톤체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식단이 바로 케토제닉 식단이다.

케토제닉 식단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방 섭취량을 늘려 우리몸이 당을 연료로 삼는 대신 케톤체를 연료로 삼도록 한다. 케토제닉 식단에 관심이 있다면 ‘인슐린 저항성’에 대해 언급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탄수화물(포도당)을 주요 에너지 공급원으로 사용하면 음식을 섭취할 때마다 혈당이 높아진다. 혈당이 높아지면 분비되는 인슐린은 혈당을 ‘세포에 흡수시켜’ 낮추는 작용을 한다. 즉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여 에너지원으로 소비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호르몬인 셈이다.



그러나 탄수화물 과다섭취가 계속되면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계속 분비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몸은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된다. 마치 처음에는 알약 한 알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냈지만, 약을 계속 복용하다 보면 같은 양을 복용해도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과도 비슷하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혈당을 낮추지 못하고, 이는 지속적인 혈당수치 상승으로 이어져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 에너지 대사에 활용되지 못한 여분의 당은 지방으로 저장되어 결과적으로 비만의 위험 역시 높아진다.

과체중인 이들에게 케토제닉 식단이 유익하다고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 상태에서는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섭취 열량을 줄인다고 체중 감량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탄수화물(포도당) 대신 지방을 연소하여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케토제닉 식단의 요지다.


전체 열량의 약 70%를 ‘건강한’ 지방으로 섭취…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나?


일반적인 식단에서는 하루 필요한 전체 칼로리 중 탄수화물을 60% 가량, 단백질과 지방은 20% 수준으로 섭취해야 한다고 한다. 케토제닉 식단에서는 몸상태와 운동량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을 30~50g 수준으로 제한하여 10% 이하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 단백질 역시 과다섭취는 금물이다. 단백질도 과다섭취할 경우 포도당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적당한 양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하루 섭취 열량의 약 20% 수준을 단백질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머지 약 70%는 지방으로 섭취해야 하며, 그것도 ‘건강한 지방’으로만 섭취해야 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지방에는 어떤 식품이 있을까? 케토제닉 식단에서 제시하는 ‘건강한 지방’에는 (고기를 제외하면) 버터, 기버터, 코코넛 오일, MCT오일, 코코아버터, 아보카도 등이 속한다. 계란 노른자 역시 건강한 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품이다.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재료로 통하는 기버터는 인도 등지에서 사용하는 천연 정제 버터의 일종이다. 일반 정제 버터와 마찬가지로 저온에서 버터를 녹여 수분을 증발시키고 그밖의 불순물을 제거하여 만들지만, 이 과정에서 정제 버터보다 더 오래 가열하여 연한 갈색을 띠며 고소한 견과류 향이 돌도록 만든다.

MCT오일은 코코넛오일이나 팜유 등을 추출하여 만드는 중쇄지방산 오일로, MCT라는 용어 자체가 중쇄지방산(Medium-chain triglycerides)의 약자다. 장쇄지방산에 비해 빠르게 소화되는 것이 특징으로, 코코넛오일에도 함유되어 있으나 일반 코코넛오일을 섭취했을 때에 비해 MCT오일을 섭취하면 케톤체 형성이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다. 다만 MCT오일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MCT오일을 섭취하거나 적정량 이상을 섭취하게 되면 복통,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소량부터 조금씩 늘려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고기는 지방과 단백질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식품으로, 케토제닉 식단의 핵심이 된다. 닭가슴살처럼 지방이 적은 부위보다는 삼겹살처럼 지방이 비율이 높은 부위가 좋다. 가능하면 방목해서 목초를 먹여 키운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케토제닉 식단을 유지하면서 피해야 하는 식품은 무엇일까? 트랜스 지방은 케토제닉 식단에서도 섭취해서는 안되는 지방에 속한다. 마가린, 식물성 쇼트닝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딸기, 사과 등 과일 역시 당 함유량이 높아 케토제닉 식단 중에는 피해야 한다. 채소는 일반적으로 섬유소가 풍부해 소화에 도움을 주지만, 고구마, 감자처럼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채소는 피해야 한다.


신장, 췌장 등에 악영향 줄 수 있어…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 후 진행해야


케토제닉 식단에 대한 인지도가 높기는 하지만, 이 식단에 도전하기 전에는 반드시 케토제닉 식단이 자신의 몸 상태와 맞는지 알아보아야 하며, 특히 의사와의 상담을 필수적으로 선행해보아야 한다.

케토제닉 식단은 신장에 부담이 갈 수 있어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인슐린 분비와 관련된 췌장이나 지방 소화에 관여하는 쓸개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케토제닉 식단을 피해야 한다. 마른 사람이나 대사장애 환자도 마찬가지다.

또한 식단 제한으로 인해 나트륨, 마그네슘, 칼륨 등 대사에 필수적인 미네랄 결핍이 일어나기 쉬워 두통, 현기증, 피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케토제닉 식단의 전문가들은 비타민, 미네랄 등의 건강보조제를 함께 챙기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케토제닉 식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래의 책을 참고해보자.




지방을 태우는 다이어트 케토제닉 레시피 170
마리아 에머리히 저 / 윈타임즈

고기부터 채소, 과일, 허브 등 케토제닉 식단에 좋은 식재료와 나쁜 식재료를 구분해서 분류해놓았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케토제닉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소스부터 스낵, 고기 종류별 요리, 채식요리, 디저트 등 다양한 종류의 레시피를 살펴볼 수 있다. 레시피별 열량과 케토 정보도 함께 수록했다


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
무네다 테츠오 저 / 판미동

태아와 신생아가 케톤체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아온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힌 무네다 테츠오 의사의 저서.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현대인의 영양상태를 비판하며 지금까지 지방이 받아온 누명을 지적하고 케톤체 대사 과정이 자연스러운 대사 과정임을 밝힌다. 임신성 당뇨병, 1형, 2형 당뇨병 환자의 케토제닉 식단 적용사례도 수록하였다.
지방을 태우는 몸: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

케토제닉 다이어트의 모든 것
지미 무어, 에릭 웨스트먼 저 / 라이팅하우스

케토제닉 식단으로 건강을 되찾은 지미 무어와 비만, 당뇨병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인 에릭 C. 웨스트먼의 공저. 22명의 의학, 영양학 전문가의 코멘트와 함께 케토제닉 식단의 이점과 케토제닉 식단이 일반적으로 받는 오해에 대한 해명을 꼼꼼히 모아 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