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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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범 커피 평론가의 블루보틀 성수점 방문기 - ①편

2019.05.21 14:01:43

• 사진 심재범

2019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의 나라, 한국에 드디어 블루보틀이 들어섰다. 2년 전부터, 삼청동, 삼성동, 성수동 등 확실하지 않은 소문으로 온 국민에게 티저광고를 하던 블루보틀 커피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복합적이다. 한국에서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로 화제가 되고 있지만,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변방에서 메이저로 진입해 일본에서 대성공을 이루기까지, 블루보틀이 걸어온 행보는 의미가 있다. 특히 2019년 세계바리스타 챔피언(전주연 바리스타, 모모스커피 소속)을 배출한 한국에서 블루보틀이 잘 정착할 수 있을지 전 세계 커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과대평가되었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발전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살펴볼 여지가 많다. 우연찮게 나는 샌프란시스코 민트플라자부터 뉴욕 첼시, 브루클린, 도쿄 기요스미, 교토 난젠지까지 미국과 일본에서 블루보틀의 성장을 10년째 살펴왔다. 이번에는 정말 냉정하고 꼼꼼히 살펴볼 예정이다. 


1. 첫인상

오픈일로부터 며칠이 지난 5월 7일 오전 11시, 블루보틀에 도착했다. 성수동 뚝섬역 1번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심플한 붉은색 타일 건물에 파란병이 그려진 간판이 작게 붙어 있어 찾기가 편하다. 블루보틀 성수점은 1층과 지하를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2층은 본사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건물 전체가 블루보틀의 본사라는 소문이 있기도 했지만, 다행히 본업인 커피 외의 사무조직이 과하지 않아 보였다. 일부 프랜차이즈 커피의 경우 과도한 본사인원과 영업조직으로 커피의 본질을 놓치는 때가 가끔씩 있다. 

오픈 첫 주 대기 시간이 4시간이 넘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둘째 주부터 평균 대기시간이 한 시간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일반인 외에도 다양한 매체의 기자들이 대기줄에 서있었다. 매장 밖에서도 직원이 간단한 음료수를 제공하거나 질서 유지에 힘써준 덕택에 내리쬐는 햇볕을 빼면 기다리는 과정이 크게 힘들지 않았다. 두어 차례 새치기와 대리 줄서기 등을 하던 사람들을 적절히 제지하고, 시음한 커피에 대해 질문하는 고객들에게는 바리스타가 나와서 직접 피드백하는 등 과하지 않고 기본을 잘 지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과도한 서비스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고, 예측 가능한 서비스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블루보틀 한국 매장의 바리스타 교육 및 매장 준비에 있어서는 일본 코디네이터였던 마이클 필립스와 한국 교육 담당이었던 료토 바리스타의 역할이 크다. 마이클 필립스는 미국 최초의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본인의 매장이었던 ‘핸섬커피’를 블루보틀에 매각한 후 블루보틀에 합류하였다. 바리스타 챔피언 출신이지만, 마이클 필립스는 커피 업계에서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를 가장 강조하는 사람이다. 스페셜티 커피 업계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일부 바리스타의 서비스 마인드가 아쉽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 블루보틀의 교육을 담당한 료토 바리스타는 런던 최고의 커피 전문점인 ‘프루프락’ 바리스타 출신이며, 영국 ‘스퀘어마일’ 헤드 로스터 출신인 ‘센터커피’ 박상호 씨, ‘프릳츠’의 김병기 그린빈 바이어,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 ‘박근하’ 씨와도 지인이다. 모든 추출에 있어 계량과 표준화된 추출을 강조하는 블루보틀의 방식을 한국 매장에 잘 정착시켰다.   


2. 1층 구조 및 생산설비

블루보틀 성수점은 의외로 1층의 대부분을 대기 장소와 로스팅 랩으로 꾸며 공간활용 측면에서 이슈가 많았다. 인테리어를 최소화하고 생산시설을 강조한 부분은 일본 블루보틀 1호점 기요스미 매장의 분위기와 유사하다. 블루보틀의 세계적인 성공에 있어 일본에서의 대성공이 큰 역할을 했듯 한국 매장 역시 일본과 유사하게 운영되리라 예상했다. 일본의 경우, 아오야마, 신주쿠 등지에 생긴 후속 매장은 전형적인 미국 블루보틀 커피와 비슷한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수점 이후에 오픈하는 매장은 일반 커피 매장과 유사할 것이라 생각한다.


블루보틀의 해외 현지 로스팅 랩 시설은 의미가 크다. 대부분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가 본국에서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해외 진출의 대부분이 실패했다. 커피를 유통하는 항공운송이 발전했지만, 미묘하게 소비 국가와 시각차가 있다. 하지만 블루보틀 성수점에는 로스팅 랩이 있어 원두를 직접 로스팅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자본이 투자되는 현지 생산설비를 부담스러워할 만한데, 한국 블루보틀 1호점인 성수점은 생산설비 위주의 매장으로 운영된다. 흔히 블루보틀을 마케팅 위주의 회사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품질과 직원 교육을 중요시하고 있다. 다만 보여주기식 위주의 콘셉트 매장이 아니냐는 논쟁이 있기도 한데, 향후 품질 유지를 살펴본다면 판가름이 나리라 예상한다.


현재 한국과 일본 블루보틀의 로스팅 머신은 스마트 머신 로링 제품이다. 전통적인 스페셜티 커피 업체는 보통 독일의 프로밧이나 네델란드의 기센 제품을 사용하는데, 일본과 한국의 블루보틀 지점은 로링을 사용하고 있다. 프로밧과 기센이 플레이버와 스위트니스에 기반한 밸런스 위주의 로스팅 머신이라면, 로링은 대용량 투입이 용이하고 애프터와 클린컵에 기반한 커피에 지향점을 맞추기가 쉽다. 물론 두 가지 로스팅 머신의 장단점이 있지만, 동일한 커피를 기준으로 할 때, 일본 지점의 로스팅 포인트가 조금 더 좋았다. 로스팅 포인트에 대해서는 커피인 사이에서도 매우 논쟁적인 주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차이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프로밧의 로스팅 커피는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의 풍미와 유사하고, 로링 로스팅 커피는 피노 누아 와인처럼 가볍고 깔끔한 향미를 표현하는 데 유리하다. 한국 블루보틀의 로스팅 지향점은 어느 부분에 무게가 실릴지 궁금하다.


3. 지하 매장 및 커피 주문

매장 내부에서 MD 상품과 커피를 살펴보았다. 한국 오픈 기념 에코백은 오픈 첫날 품절되었고, 드리퍼나 머그잔, 텀블러 등은 수량이 충분해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물품을 구매하고 있었다. 두 번째 주말부터는 MD 상품도 상당수 품절되었다. 커피 매장에 부가 판매 상품이 많다는 부분은 블루보틀에 있어 양날의 칼과 같다. MD 상품이 저렴하지 않지만, 한국매장 가격이 유난히 비싸게 책정되지는 않았다. 로스팅을 현지에서 하는 것에 비하면 원두의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현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지만,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정보 전달 면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웠다.

커피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바리스타의 커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커피는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와 벨라도노반 블렌딩과 아프리카 커피를 블렌딩한 ‘3아프리칸 블렌딩’으로 내린 드립커피,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바리스타만의 비밀 레시피로 만든 지브롤터¹와 콜드브루커피를 베이스로 한 ‘뉴올리언스’를 주문했다. 전반적으로 무난 그 이상이었지만, 재미있는 부분이 의외로 많았다. 커피 외에도 바리스타의 입장을 고려한 부분이 많이 보여서 다음 편에서는 이 부분에 집중할 예정이다.


저자 주

1. 지브롤터 : 원래는 미국 리비글라스의 유리잔 제품 명칭을 뜻하며, 블루보틀의 시그니처 커피 음료 중 하나다. 지브롤터 잔에 에스프레소 2샷과 소량의 스팀 밀크가 들어간 카페라테로, 진득한 질감과 스페셜티 커피의 향미가 잘 어울린다. 초창기에는 정식 메뉴가 아니라 바리스타들이 근무하면서 마시는 커피였으나, 단골손님들에게 알려지면서 정식 판매 음료가 되었다. 


▶ 심재범 커피 평론가의 블루보틀 성수점 방문기 -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필자 약력>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카페마실》과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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