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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글 ∙ 사진 심재범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커피를 마시는, 일명 ‘스탠딩 커피’ 매장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블루보틀, 스타벅스 리저브와 같은 대형 매장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소개할 로우커피스탠드, 바마셀, 리사르커피와 같이 규모가 작지만 개성이 넘치는 스탠딩 커피 매장들의 단단한 내공이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 커피에 기반한 진득하고 고소한 커피뿐만 아니라 협소한 공간까지도 매력이 되어버린 스탠딩 커피 매장과 함께 커피의 계절 가을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원한다.
1. 로우커피스탠드
성수동 가성비 커피의 극강으로 꼽히는 곳으로, 성수동 직장인들 사이에서 블루보틀 인기를 능가하는 로컬 카페다. 위치는 뚝섬역 2번 출구 앞 골목길 내. 매장이 작고 간소하지만, 의외로 분위기가 넘친다. 올해 초에는 스탠딩 테이블만 있었는데, 최근 한 평 정도의 좌석 공간이 생겼다.
분위기는 일본 도쿄의 커피 전문점인 오니버스, 어바웃라이프와 유사하지만, 커피 가격이 훨씬 매력적이다. (아메리카노 2천원, 카페라테 2천5백원, 바닐라라테 3천원) 빽다방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성수동 일대를 평정한 만족스러운 커피다. 스페셜티 커피와 커머셜 커피의 경계상에 있는 품질의 커피를 안정된 로스팅과 적절한 추출로 만회했다. 일부 가성비 커피 매장은 커피 맛의 편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몇 차례 방문해도 일관된 맛을 유지하고 있다. 산미1와 향미2가 무난하고 스위트니스3와 밸런스4, 질감5을 잘 표현했다. 라테와 같은 밀크커피도 좋지만, 아메리카노와 같은 블랙커피도 만족스럽다.
커피 외의 추천메뉴는 콤부차다. 발효차 종류로, 차갑게 마셨을 때 반응이 더욱 좋다. 가벼운 레모네이드 느낌이 나면서도 청량감이 좋고 독특한 발효취가 매력적이다. 다른 종류의 차는 포틀랜드에서 수입된 스미스티를 사용하고 있다. 콤부차와 스미스티 모두 원가 비율이 높은 편인데, 판매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점심시간 이후 러시타임에는 주변이 들썩일 정도로 손님이 많이 몰린다. 분주한 매장이지만, 의외로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와 태도가 반듯하다. 커피 품질과 직원 서비스 교육에 집중하는 정의태 대표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보고 있다. 안정적인 커머셜 커피와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로 꾸준히 단골들과 교류하는 점에서 허세 없는 진솔한 커피 매장으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4길 28-2 (성수동1가)
전화번호 010-8636-3343
2. 바마셀
한국 커피의 사대천왕(‘커피그래피티’ 이종훈, ‘커피템플’ 김사홍, ‘커피렉’ 안재혁, ‘파이브익스트랙츠’ 최현선) 중 한 명으로 손꼽히던 최현선 바리스타가 오픈한 스탠딩 커피 바다. 매장의 이름인 바마셀은 혼자라는 의미의 바이마이셀프(by myself)를 뜻하며, 용산의 오래된 상업지대 골목길 이면도로에 자리하고 있다.
메뉴는 오로지 에스프레소와 이를 응용한 커피로, 아메리카노와 라테 같은 메뉴가 없다. 파이브익스트랙츠부터 사용했던 디드릭(Diedrich) 로스터와 에스프레소 머신이 자리하고 있으며 매장 내부에 앉을 좌석이 없다. 로우커피스탠드가 순환이 빠른 매장이라면, 바마셀은 정통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바를 연상케 한다. 레트로한 분위기, 국내 최고 바리스타와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밀한 분위기는 덤이다.
추천메뉴는 카페콘주케로(caffe con zucchero)다. 강렬한 스페셜티 커피 에스프레소에 설탕 한 스푼을 첨가하여 제공한다. 상큼한 산미를 진득한 에스프레소가 중심을 잡고, 소량의 설탕이 밸런스와 바디를 상승시킨다. 에스프레소와 창작메뉴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인 최현선 바리스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커피다. (가격은 4천원) 두 번째 추천 메뉴는 카페사케라토(caffe shakerato)다. 에스프레소를 셰이킹한 후 우유와 생크림을 추가해서 제공한다. 데미타세잔 용량의 2배 정도며 카푸치노잔보다는 적은 양이다. 두 번에 걸쳐서 마실 것을 권장하는데, 선명한 개성의 에스프레소와 우유, 크림의 밸런스가 쫀득하게 어우러지며 훌륭하다. 최현선 바리스타의 창작메뉴는 커피인, 커피 애호가, 심지어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항상 만족시킨다.
매장이 소박하지만, 커피가 중심을 지켜주고 훌륭한 바리스타가 커피를 인도하는 보석 같은 매장이다. 바마셀 방문 이후에 커피와 사람을 이어주는 바리스타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주소 서울 용산구 원효로89길 12 (원효로1가)
전화번호 없음
3. 리사르커피
우리나라 스탠딩 커피,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의 원조이자 상징적인 매장이다. 스페셜티 커피 열풍 속에서도 변함없이 이탈리아식 커피를 묵묵히 전달하고 있다. 왕십리에서 두 번, 최근에는 행당동까지 총 세 번 매장을 이전했지만, 꾸준하게 본연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커피 공력만큼 손님들에게 인기를 얻는 매장이다.
지향점은 선명한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다. 이탈리아 남부지방의 꼬릿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에스프레소를 선보인다. 바마셀의 에스프레소가 스페셜티 커피 특유의 날카롭고 화려한 느낌이라면, 리사르커피의 에스프레소는 두텁고 우직하다. 모든 커피는 에스프레소 싱글샷으로만 선보인다.
이곳을 상징하는 메뉴는 에스프레소 커피다. 기본으로 설탕 한 스푼을 첨가한 강렬한 에스프레소다. (가격은 1천5백원) 의외로 동네 여사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단골들이 가장 사랑하는 커피다. 아침마다 한 잔씩 마시고 돌아가시는 동네 어르신들도 수두룩하다. 저렴한 가격 덕택이 크지만, 아침마다 한 잔씩 하는 습관으로 에스프레소 문화가 자연스럽게 지역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뜨거운 데미타세잔 리브(rib)에 감싸주듯 크레마를 제공하는 밀라노 스타일의 에스프레소도 추천한다. 감칠맛이 올라가고 계피 향이 커피와 잘 어울려서 더욱 폭발적인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추천메뉴는 카페피에노. 에스프레소 위에 시그니처 크림을 얹어 제공한다. 진득한 에스프레소와 달콤한 크림이 우격다짐처럼 끌고 가지만, 입안에서의 조화가 다이내믹하다. 에스프레소 두 잔과 시그니처 음료까지 마시다 보면 순식간에 카페인 쇼크가 밀려오지만, 무언가에 홀리듯 다시 찾게 되는 매장이다.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주인장이 주의를 주지만, 다들 주인장의 권고를 무시하게 되는 상당히 위험한 곳이다.
주소 서울 중구 다산로8길 16-7 (신당동)
전화번호 010-9646-5538
저자 주
1. 산미: acidity, 즉 커피의 신맛. 스페셜티 커피 평가에서 중요한 항으로, 우아하고 깔끔한 맛을 의미한다. 사람에 따라 산미가 거북한 시큼한 맛으로 인식되기도 해 커피인이 소비자와의 소통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2. 향미: 커피에서 나타나는 향기로, 스페셜티 커피에는 다양한 향미가 있다. 과일 향, 꽃 향, 초콜릿, 캐러멜, 토질과 같은 다양한 향미가 있으며, 국가별로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다.
3. 스위트니스(sweetness): 커피 맛에서 느껴지는 달콤함. 전세계 표준인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 커피 품질 연구소에서 커피 맛을 평가할 때 쓰는 척도 중 하나다.
4. 밸런스(balance): 향미, 산지, 질감, 스위트니스 등 커피의 여러 가지 맛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느냐의 느낌이다. 복합적이더라도 입안에서 다양한 맛과 향기가 기분 좋게 느껴지면 좋은 커피라 할 수 있다.
5. 질감: 브라질 커피에서 많이 나타나는 특징. 땅콩 같은 고소함이 얼마만큼 부드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가에 따라 커피의 품질이 차이가 난다.
<필자 약력>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카페마실》과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