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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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그리고 스페셜티 커피

2020.09.08 11:20:03

글. 사진 심재범


제주, 제주는 여전히 아름답다. 하지만, 제주 관광지 카페의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열악한 커피 품질은 매번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족함이 없는 제주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을 엄선하여 소개하려고 한다.  

제주에 스페셜티 커피가 시작된 시기는 대략 오륙 년 전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바리스타들이 귀향 또는 이주하면서 관광지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지역 기반이 있는 제주 도심 지역에서 매장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코알라 커피에서 시작된 제주 스페셜티 커피가 픽스커피와 유스커피, 그러므로 등과 함께 무르익기 시작하였다.


픽스커피 FIXcoffee


픽스커피의 정태승, 안희진 대표는 2016년 5월 서울의 커피 관련 회사를 퇴사하고 제주로 귀향했다.

픽스커피는 구도심 서호동 1호점과 최근 오픈한 공단지역 2호점이 있다. 서호점은 조용한 지역 커피 매장이고, 공단점은 창고를 이용한 대형 매장이다. 정태승 대표는 커피 엔지니어 출신으로 제주 지역에서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의 기기 보수 및 설치를 지원하고 있으며, 매장 운영은 안희진 대표의 몫이다.



매장의 대표적인 커피는 커피리브레에서 픽스커피를 위해 맞춤 로스팅한 ‘구제주’ 블렌딩을 이용한 라테와 아메리카노. ‘구제주’ 블렌딩은 커피리브레의 서필훈 대표가 겨울철 제주에서 느낀 감정들을 ‘방어회와도 어울릴 만큼 강한 임팩트’ 로 표현한 커피다. 초기에는 한정 기간 판매로 준비했는데 지역 반응이 좋아 지금은 픽스커피의 상징이 되었다. 싱글오리진 커피는 나무사이로 커피를 가장 오래 사용했고, 수시로 커피 원두를 교체하여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성수동에서 메쉬커피, 센터커피와 함께 지역을 주름잡는 로우키의 커피를 사용하고 있다.



시음한 커피는 아이스라테와 로우키 로스팅 케냐 브루잉 커피다. 진득한 강배전 커피와 우유의 조합이 항구 도시 제주 구도심의 느낌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로우키의 커피는 케냐의 강렬한 산미와 임팩트가 생생하게 느껴져 좋았다. 이와 더불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바스크 치즈 케이크도 훌륭하다. 특유의 꾸덕하고 진득한 질감이 커피와 잘 어울렸다. 그리고 마지막 추천 메뉴는 여름 한정 창작 메뉴인 ‘여름’으로, 아이스크림과 양질의 올리브 과육, 올리브 오일, 신선한 바질 셔벗, 타임을 조합한 디저트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가을철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늦기 전에 방문해 시도해 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디저트 메뉴로도 손색이 없다.


커피템플 coffeeTemple


한국 바리스타들의 스타이자 멘토인 김사홍 바리스타의 커피템플 서울 1, 2호점이 작년 말, 그리고 올해 초 연달아 영업을 종료했다. 김사홍 커피템플 대표는 커피몽타주, 커피리브레 등과 게스트 바리스타 행사를 진행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고는 있지만, 현재 커피템플 매장은 제주 중산간 마을에 위치한 커피템플 중산농원이 유일하다. 참고로 중산농원은 게스트하우스와 갤러리까지 포함하는 종합예술 공간이다. 제주 커피템플의 마스코트 강아지 주니는 성견으로 성장해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김사홍 바리스타는 3년 전 제주 커피템플의 정착 초기 1년여 기간 동안 매장을 지켰으며, 지금도 수시로 매장에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의 상징은 2017년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 메뉴인 슈퍼클린 에스프레소. 이전까지 국가대표 선발전이 커피 품종이나 창작 메뉴에서 성패가 갈렸다면, 채프*를 최소화하여 클린컵*을 극대화한 에스프레소는 지금도 커피인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커피템플은 특별 메뉴로 당시의 슈퍼클린 에스프레소를 시연하고 있다. 채프논이라는 특별 기구를 사용해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본질적인 향미를 강화하고 애프터 테이스트*에 악영향을 미치는 채프와 미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다음은 유자 아메리카노와 탠저린 카푸치노. 한국 창작 메뉴의 원조이자 커피템플의 상징적 커피다. 한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창작 메뉴는 직간접적으로 커피템플 창작 메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제주 커피템플은 독자적으로 로스팅을 시작하였다. 한송이 커피템플 제주 매니저가 커피템플의 대부분 싱글오리진 커피들을 로스팅하고 있다. 최근 방문에서는 슈퍼클린 에스프레소와 탠저린 카푸치노, 케냐 기티투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를 마셨다. 청량감과 단맛, 애프터 테이스트를 상승시키는 에스프레소 추출은 여전하고, 산지의 탠저린 카푸치노는 향이 더욱 깊어졌다. 커피템플식으로 해석한 케냐기티투는 브루잉으로 마셔도 빛이 났다.


비브레이브 BE BRAVE


제주 지역의 커피 추천을 받았을 때 가장 많이 받은 곳이 서귀포 지역의 비브레이브다. 비브레이브는 과거 서귀포 우군커피에서 상호명을 변경했고, 1호점과 2호점 모두 서귀포 신시가지에 위치하고 있다. 매장의 외관은 평범하지만,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커피 향기에 압도됐다. 특히 커피들의 라인업이 탁월하다.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파나마 핀카데보라 농장의 게샤 애프퍼글로우, 파나마 돈페페 농장의 게샤, 코스타리카 돈마요 농장, 멕시코 COE 커피까지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커피들이 진열대에 함께 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추천 메뉴는 다양한 종류의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 EK그라인더로 분쇄하고 하리오로 브루잉 추출한다. 이외에도 에스프레소와 밀크 커피도 좋고, 매장의 창작 메뉴는 페레로 로셰를 오마주한 로셰를 추천한다. 매장에서는 핀카데보라 게샤 애프터글로우를 브루잉으로 마셨다. 핀카데보라 농장의 선별한 게샤 품종의 커피를 자연 건조와 수세식 가공*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가공하여 복숭아, 자스민, 자몽, 초콜릿, 카라멜과 같은 다이나믹한 향미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클린컵과 애프터 테이스트 역시 깨끗하다. 로셰는 편안히 맛있고, 테이크 아웃으로 파나마 돈페페 농장의 게샤 커피를 싱글오리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발열을 최소화한 코니컬 그라인더 콜드를 사용하고 추출 머신은 세계 대회용 블랙이글이다. 돈페페 게샤의 향미와 단맛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훌륭하게 표현하였다.  로스팅은 프로밧과 한국식 전자제어 로스팅 머신 스트롱홀드를 사용하고 있다. 블렌딩 커피는 프로밧, 싱글오리진은 스트롱홀드를 사용하고 있다.



제주의 픽스커피, 커피템플 그리고 비브레이브는 훌륭한 커피 뿐만 아니라 따뜻한 분위기, 성실하고 친절한 바리스타까지 모두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제주 도심의 그러므로, 컴플리트커피, 유스커피, 모슬포의 와토커피, 금능의 이면커피도 함께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용어 설명

*채프:  chaff 커피를 볶을 때 남는 커피 껍질

*클린컵: cleancup 커피를 평가하는 표현 중 하나로, 커피의 후미와 연계된 청명한 느낌을 나타낸다. 희석을 많이 한 커피와는 다른 의미로 커피 자체가 가진 선명한 느낌을 뜻한다. 한국 큐 그레이더를 초기에 심사한 SCAA 산하 CQI 인스트럭터 Marly가 선호하는 커피 성향이다.

*에프터 테이스트: after taste 커피를 마신 후 입안에 남아 느껴지는 향미를 뜻하며, 후미 또는 피니시라고도 표현한다.

*미분:  fies 원두를 그라인더로갈면 나오는 미세 분말. 맷돌처럼 으깨는 듯 곱게 분쇄할수록 미분이 나오기 쉽다. 날로 곱게 다지는 듯 절삭하는 커트날 타입은 미분이 덜 나오지만입자를 거칠게 갈 경우 입자가 고르지 않는 단점이 있다. 미분은 액체를 혼탁하게 해서 향미에 영향을 두기 때문에 적은 편이 좋다.

*수세식 가공: wet process 커피 수확 후 생두를 가공할 때 과육 부분을 물로 씻어내는 방식. 내추럴 방식(자연 건조 방식)보다 깔끔하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물이 풍부한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픽스커피 1호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설로 11길 2

064-902-9899

픽스커피 2호점

제주 제주시 청풍남8길 55

064-902-9799


커피템플

제주 제주시 영평길 269 중선농원

070-8806-8051


비브레이브 서호점

제주 서귀포시 신서로48번길 66

010-5751-9111

비브레이브 혁신도시점

제주 서귀포시 서호중앙로 85-13

064-738-9112



저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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