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여름의 절정에 선보이는 8월의 신규 매장, 커피트렌드 by 심재범

2022.08.16 15:55:18

뜨겁고 습한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펠트커피는 판교 카카오 본사에 매장을 오픈했고, 커피인굿스피릿 챔피언 하청비 바리스타의 청년커피랩 5기 매장이 신세계 강남 파미에스테이션에 자리를 잡았다. 이외에, 2022년 6월 밀라노에서 열린 월드 컵테이스터 챔피언십 (WCTC)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돌아온 문헌관 바리스타와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1. 펠트커피 판교 FELT COFFEE

커피리브레, 프릳츠와 함께 수도권 스페셜티 커피 산업을 선도하는 펠트커피가 판교 카카오 본사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펠트커피 판교는 카카오 건물 1층, 상행 에스컬레이터 앞에 위치하고 있으며, 첫인상은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와 함께 판교 특유의 활발한 바이브가 선명하다. 매장에 들어서면 입구 왼편에 보틀 음료 냉장고가 있어 콜드브루 커피를 바로 픽업할 수 있고, 계산을 마친 후에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원두와 드립백을 살펴볼 수 있다. 커피바의 전체적인 구조는 청계천 펠트커피 매장을 압축시킨 듯한 아일랜드 형식이다. 커피바의 왼쪽에는 에스프레소 머신, 그라인더가 있고, 오른쪽에는 브루잉 커피바가 있다. 매장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 리네아 피비, 그라인더는 매저로버와 안핌이다.

펠트커피의 리네아 피비 모델은 듀얼 보일러로 온도를 안정화 하는데, 피아이디 컨트롤러*를 통해 온수의 압력과 온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바리스타 친화적이다. 매저 로버 그라인더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가장 선호하는 대형 코니컬 그라인더* 구조로, 원뿔형 분쇄날이 커피를 분쇄하면서 다각형 구조를 형성, 분쇄 커피의 표면적이 증가해서 커피 향미를 포함한 커피 성분 추출 작업이 최적화 되었다. 안핌SP2 모델은 평면형 티타늄 분쇄날을 지녀 빠른 분쇄 속도와 정방형의 분쇄 형태로 커피 맛이 안정적이고 밀크 커피와의 궁합이 매우 좋다. 펠트커피는 원두의 종류와 블랙, 밀크 커피에 따라서 적절한 그라인더를 사용하고 있다. 

펠트커피의 원두는 클래식 블렌딩과 시즈널 블렌딩을 구성해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다. 클래식은 전통적인 강인함과 단맛을 강조하고, 시즈널은 명확한 산미와 개성을 통해서 커피 본연의 향미를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펠트커피의 시즈널 블렌딩을 선호하지만, 판교의 지역 성향은 클래식 블렌딩의 선호도가 조금 더 높다.

펠트커피 판교의 추천 커피는 새롭게 시작하는 비건라테와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다. 비건 라테는 오틀리 비건 밀크에 콜드브루 커피, 아가베 시럽이 추가되었다. 업무 강도가 높고, 집중력이 요구되는 판교 스타트업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아이스, 콜드브루, 당충전 음료를 컨셉으로 판교 매장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는 1주에 한 번씩 새로운 커피를 선보이고 있는데, 최근 마셨던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농장의 더블 아나로빅 리치 커피의 깔끔하면서 강렬한 향미의 무산소 가공 커피가 인상적이었다.  

매장은 전체적으로 바리스타의 퍼포먼스, 음악, 공간의 분위기가 유기적으로 조합되었다. 펠트커피 특유의 아일랜드 바 구조를 통해 바리스타들의 추출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고, 손님도 투명하고 위생적인 과정에 대한 신뢰감, 커피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분위기였다. 음악 맛집, 펼트커피의 플레이 리스트는 여전하고, 섬세한 음악 시스템, 펠트커피의 시그너처인 견고한 의자와 같은 디테일도 모두 만족스럽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알레그리아커피와 함께 판교 지역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 발전이 더욱 기대된다.

*피아이디 컨트롤러 PID Controller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PID 온도 컨트롤러는 커피 보일러 안에서 온도 손실을 최소화 시켜주는데, 이는 추출 과정 동안 온도가 불안정해지는 현상을 방지한다.

*코니컬 그라인더 conical grinder 원뿔형 분쇄날의 그라인더. 원두의 분쇄도가 플랫버에 비해 규칙적이지 않지만, 원두의 맛과 향의 손실도가 적어 섬세한 맛 표현이 가능하다. 반면 분쇄된 입자의 표면적이 넓고 일정하지 않으므로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어려워 숙련된 바리스타의 기술이 필요하다.

전화 070-5172-5955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166 1층 14호

영업시간 07:00~21:00 | 토, 일요일 10:00~21:00


2. 청년커피랩 청년 COFFEE LAB

신세계백화점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젊고 유능한 바리스타들과 함께 협업으로 진행하는 청년 커피랩이 한국커피인굿스피릿대회* 챔피언 하청비 바리스타와 함께 새롭게 5기를 시작했다. 커피인굿스피릿은 커피와 스피릿 (알코올)을 이용하여, 아이리시커피를 포함한 다양한 커피 칵테일을 제공하고, 커피 전문성과 믹솔로지 스킬을 선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커피 칵테일 대회다. 2020년 한국 대회에서 우승한 하청비 바리스타는 숙련된 지식과 화려한 칵테일 실력, 전달력 있는 시연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고, 어려운 여건에서 참석한 세계 대회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매장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밀접한 파미에스테이션 1층에 위치하고 있다. 호남선 터미널을 지나 파미에스테이션 왼쪽 방면이다. 매장의 첫인상은 파미에 스테이션 특유의 아치가 있는 낭만적인 분위기로, 이미 입소문이 나서 인지 매장 주변에는 손님이 많이 있었다. 

매장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제작된 라마르조코 gb5 모델이다. 라마르조코의 상징인 사자 로고의 전면이 아름답고, 듀얼 보일러로 연속 추출에도 온도 보정이 안정적이다. 그라인더는 코니컬 콤팩, 플랫버 말코닉 제품이다. 코니컬 그라인더는 향미 좋은 렛츠고 블렌딩 커피에, 플랫버 그라인더*는 고소하고 단맛이 좋은 넛츠고 블렌딩에 사용하고 있다.

추천 커피는 렛츠고 블렌딩 에스프레소와 넛츠고 라테 창작 메뉴다. 화사한 향미와 적절한 밸런스와 길고 여운 있는 후미의 렛츠고 블렌딩 커피의 개성을 과감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적절한 산미가 있지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과일향이 커피 전체에 잘 배었다. 넛츠고 라테 (Nut’s Go! Latte)는 달콤한 크림과 에스프레소, 우유 베이스로 만들어진 음료다. 강렬한 비주얼, 부드럽고 달콤한 캐러멜 크림, 진한 에스프레소, 우유의 질감, 상부에 토핑 된 크런키의 식감까지 모두 만족스럽다. 이외에도 매장의 시그너쳐인 ‘2022 MILANO’를  추천한다. 은은한 유자, 시트러스 과일의 플레이버와 복숭아를 연상케 하는 핵과류의 단맛, 열대 과일의 향긋함이 커피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커피 칵테일이다. 국가대표 바리스타가 선보이는 커피 칵테일이 궁금한 애호가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쉬운 점은 인기가 많아 오후 즈음에는 재료 소진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청년커피랩은 신세계백화점이 머신을 포함한 일체의 장비를 준비해 실력 있는 청년 바리스타에게 1년 동안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 공헌 사업이다. 현재 하청비 바리스타의 청년커피랩은  5기며,  4기는  2020년 로스팅 챔피언 김민호 로스터,  1기 멤버들은  시청역 앞에 위치한  커피 스니퍼를 창업했다. 커피인굿스피릿 대회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전달력 있는 시연을 선보인 하청비 바리스타는 청년커피랩을 통해서 1년 동안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일상의 편안함과 챔피언의 특별한 커피를 선보이는 청년커피랩과 함께 실력 있고 유능한 바리스타들의 자립과 성장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 한국커피인굿스피릿대회(KCIGS, Korea Coffee in Good Spirits Championship) 커피와 스피릿(알코올)이 만나 특별한 음료로 탄생하는 커피 칵테일 대회. 공식 주류를 사용하여 자신이 개발한 따뜻한 디자인 음료, 차가운 디자인 음료를 10분 동안 시연한다. 결선에서는 창의적인 디자인 음료와 아이리시커피를 만든다.

* 플랫버 그라인더 flat burr grinder 원두가 비교적 일정하게 분쇄되어 커피의 맛을 일정하게 낼 수 있다. 반면 칼날의 회전이 빨라 열손실이 있으며, 맛과 향의 손실도 있는 편이다.

전화 02-6282-1717

주소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205 1층 FP121호

영업시간 10:00~22:00


3. 문헌관 WCTC 챔피언과의 인터뷰

2022년 6월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커피 바리스타 대회 컵테이스터 (World Cup Tasters’ Championship) 부문에서 한국의 문헌관 선수가 역사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 한국 대표 주상민 바리스타의 준우승, 오스트레일리아 대표 추경하 바리스타 (당시 오나커피 소속, 현 모모스 커피로 이적) 의 성과에 이어, 한국 국가대표 컵테이스터 첫 번째 세계대회 우승이다. 컵테이스터는 세 잔의 커피 중에서 다른 커피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총 8세트의 커피를 빠른 시간에 감별하는 대회다. 문헌관 세계 챔피언과의 인터뷰는 부산 양정역 주변 먼스커피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Q: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A: 코로나로 2년 여를 기다리는 과정이 지쳤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전년도 한국 바리스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덕택에 홀가분하게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덕택에 생각보다 훌륭한 결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Q: 부산 커피가 인상적입니다.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몇 년 사이에 부산 지역에서 컵테이스터 세계 챔피언2명, 준우승 1명이 나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더군요. 커피를 감별하는 컵테이스터 대회는 큐그레이더 (커피 감별사)들이 가장 많은 한국인에게 유리한 대회입니다만, 알게 모르게 부담감이 작용했는지 그동안 쉽지는 않았습니다. 전년도 수상자들 덕택에 현장 분위기와 멘탈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구체적인 준비 과정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오랫동안 커피 산업에 종사했지만, 다양한 커피를 접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출국 이후에는 건강 관리가 조심스러웠으며, 이번에는 ‘코로나’ 라는 변수가 정말 컸습니다. 대회에서는 예선, 본선, 결선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냉정하게 전략을 유지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커피를 경험하는 전략 때문에 예선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게 가장 큰 위기였습니다. 한국스페셜티커피 협회 소속 응원단들도 간담이 서늘했지만, 덕택에 본선에서는 수월했습니다. 결선의 경우는 예선과 본선 과정 덕택에 특별한 고민없이 결정했고, 우승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맛있는 커피란 무엇일까요?

A: 큐그레이더 컵테이스터 대회 챔피언들의 성향상 자연스럽게 다양한 향미를 나타내는 아름다운 커피를 좋아합니다만, 현실적으로는 데일리 커피를 지향하는 편안한 커피를 추구합니다. 지역에 위치한 매장 (문헌관 챔피언의 먼스커피는 부산 지역에서 전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대상으로 B2B 커피를 납품하고 있다.)의 특성을 비춰 보아도 하루에 여러 잔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인기가 많습니다.

Q: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대회 우승 이후, 다양한 곳에서 여러 요청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국 커피 산업의 오랜 숙원이던 컵테이스터 세계 대회를 우승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실력을 다지고 본업인 비지니스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회에 참여하는 바리스타들의 노력을 잊지 않고 꾸준히 격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당일 인터뷰 진행 중에 마셨던 먼스커피의 시즈널 블렌딩  아이스 드립 커피의  깔끔하고 우아한 질감과 선명하고 강렬한 애프터의 조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문헌관 챔피언의 먼스커피는  이지스터 로스터를 기반으로 밸런스 좋은 커피를 납품하고 있으며, 시즌에 따라 다양한 블렌딩을 선보이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소매 매장도 문을 열 예정이며, 세미나, 바리스타를 위한 컨설팅, 카페 창업 지원 등의 비지니스도 진행 중이다.

먼스커피 

전화 010-4985-1125

주소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950 4층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최근 조원진 작가와 함께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를 공동 출판하였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