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류크와 함께하는 남쪽나라 1박2일 ② – 광주 편

2022.09.05 23:01:00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덥고 무더운 여름이 지나갔다. 덥지 않은 여름은 없지만, 올해의 여름은 유난히 덥고 지쳤던 느낌이다. 아직도 한낮은 조금 덥지만, 아침 공기는 선선하고 상쾌하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창 더운 여름을 벗어나면 지쳐있던 몸이 조금 돌아오는 기분이고 조금 더 선선해지면 잠시 눌려있던 식욕도 돌아온다. 소위 말하는 천고마비의 계절인 것이다. 실제로 가을에는 한 해의 후반을 알리는 계절감 넘치는 식재료가 쏟아진다. 동물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살을 찌우고, 식물들은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 열매를 맺는다. 우리의 식욕이 돌아오는 가을부터 음식이 맛있어지기 시작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날씨가 선선해지고 입맛이 돌아왔으니 전라도의 개미(혹은 게미. 은근히 구미를 당기게 하는 깊은 맛을 칭하는 단어)를 느끼러 광주로 향해보자. 광주는 전라남도의 중심이자 각종 먹거리가 넘쳐나는 맛의 도시다. 광주가 맛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많은 이들이 광주 음식 맛이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인 것은 인정하면서도 전라남도의 중심이 되는 도시답지 않게 특징적인 음식이 없음을 아쉬워한다. 딱히 광주까지 가야 할 만한 메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광주광역시 문화관광 포털에 소개된 광주의 5미는 한정식, 무등산 보리밥, 광주 김치, 송정 떡갈비, 오리탕이다. 

언뜻 보기에 오리탕 이외에는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기에 소개되지 않은, 광주에만 있는 독특한 음식이 몇 가지 더 있다. 가장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상추 튀김. 상추를 튀겨 먹는 것이 아니라 반죽에 오징어, 돼지고기 등을 넣은 튀김을 상추에 싸 먹는 음식이다. 아주 특별한 맛이라기보다는 이렇게도 먹을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을 듯 하다. 

애호박 찌개도 유명하다. 애호박을 넣은 찌개는 전국적으로 다 먹는 음식이지만, 광주식 애호박 찌개는 좀 독특하다.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애호박을 넣고 시뻘겋게 끓여내는 화끈한 비주얼의 음식인데, 맛은 또 그렇게 맵지 않고 적당히 칼칼하고 담백하고 달큰하다. 애호박 찌개로 유명한 명화식육식당은 광주 외곽 송정에서도 조금 더 떨어져 한적한 마을에 위치하고 있지만, 줄을 길게 설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다. 

광주 비엔날레

<첫째 날 점심>

그런데 상추 튀김이나 애호박 찌개, 김치 같은 것을 먹으러 저 멀리 광주까지 가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우리는 광주에 가야 할만한 이유가 될 수 있는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자. 그 첫 번째가 바로 육전이다. 육전? 제사상에 가끔씩 올라오는 그 퍽퍽하고 질긴 육전? 아니다. 광주에서 맛보는 육전은 완전히 다른 레벨에 있다.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육전은 전국적으로 다 먹는 음식이지만, 원래는 경상도 쪽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었다. 지금도 경상도 쪽에서는 제사에 육전이 빠지지 않는다. 안동이나 진주에서 양반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헛제사밥을 먹으러 가도 육전은 꼭 올라온다. 진주의 명물인 진주냉면은 해물 육수에 육전을 올려서 먹는다. 

그렇지만 광주에서는 흔히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고 한다. 고기로 전을 부쳤을 뿐 특이할 것은 없었던 육전이 80년대에 광주로 넘어가면서 스타일을 달리하게 된다. 유명한 함평 지역의 한우 아롱사태를 테이블 옆에서 즉석에서 부쳐 콩고물 소금을 찍어 먹는 광주식 육전으로 변신한 것이다. 

고기가 질기지 않되 육 향은 느낄 수 있도록 적당히 얇게 썰고, 텁텁함이 없이 바삭하고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를 사용한다. 그리고 계란 물을 살짝 입혀 너무 노릇해지지 않게 촉촉하게 구워낸다. 그 고소한 계란 향에 이어지는 진한 육 향과 씹지 않아도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부드러운 식감은, "육전이 그냥 육전이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지인들을 모조리 육전 마니아로 재탄생 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육전만 맛있는가? 철에 따라 새우전, 굴전, 조개전, 더덕전도 모두 별미 중의 별미다.

현재 광주의 육전 노포는 <대광>, <미미원>, <연화>가 가장 유명하다. 육전 자체는 세 군데 모두 한우 아롱사태를 사용하고 가격도 대동소이하다. 가게에 따른 차이보다는 그날 그날 들어오는 고기의 질과 그날 그날 테이블에 배정된 직원 분의 작업 숙련도(?)에 따른 차이가 더 크다고 느낀다. 다만 고기 손질 방법에 따른 식감의 차이, 곁들여지는 반찬의 차이, 영업시간의 차이 등 각각 장단점이 있다.

연화식당의 육전

가장 유명한 대광식당은 원래는 고깃집이었는데 안주를 요청하는 손님들에게 즉석으로 요리를 해주다 육전을 내게 되었고 이것이 큰 호응을 끌면서 육전집이 되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동명동 초입의 예쁜 벽돌집에 있었는데 2020년에 상무지구에 큰 건물을 지어서 이사를 했다. 육전의 퀄리티가 가장 안정적이라 생각되는데 대신에 식사의 가짓수나 맛은 다른 두 군데보다는 조금 단출한 편이다.

두 번째로 유명한 미미원은 원래는 한정식집이었는데 80년대 광주에 육전이 유행하면서 육전 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반찬에 많은 공을 들인다. 육전에 곁들일 김치, 장아찌, 샐러드를 비롯해 반찬과 국이 예닐곱 가지 이상 차려지는데 맛이 정갈하고 괜찮다. 미미원의 육전은 힘줄 제거를 잘 해놓아 맛이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식사가 나올 때 각종 젓갈, 장아찌, 김치 등 반찬이 일고여덟 가지가 새로 나오는데 맛도 훌륭하여 융숭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여기 소개한 세 군데 육전집들 중 유일하게 일요일도 영업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연화식당은 외지인들에게 인지도는 가장 떨어지는 모양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식당이다. 광주의 유명한 토속 음식 전문점인 홍아네의 가족이 운영하는 곳인데, 반찬이 아주 제대로 전남식이다. 기본적으로 묵은지, 풀치무침, 멸치젓, 토란찜, 각종 나물 반찬 등이 예닐곱 가지 이상 깔리는데 모두 전라도의 개미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맛이다. 연화의 육전은 힘줄을 조금 남겨두어 씹는 맛이 있다. 대광이나 미미원의 고운 맛을 원한다면 취향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식사로 선택할 수 있는 보리굴비정식, 조기찌개도 한정식집에서 내는 적당히 구색을 맞춘 것이 아닌, 제대로 전문점 수준의 맛을 보장한다.

연화식당의 조기찌개, 굴비정식 

<첫째 날 저녁>

저녁으로는 모처럼 대도시로 왔으니 파인 다이닝을 즐겨보자.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광주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강세를 보이는 독특한 곳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은 동명동에 몰려있다. 동명동은 마치 경리단길인 것 같기도, 서촌인 것 같기도 한 젊은이들의 동네로 아기자기하다. 요새는 실제로 동리단길이라 부르기도 한다. 예쁜 소품 가게, 돈가스, 라멘집, 이자카야들이 즐비하고 수도권에서 유행을 끌고 있는 음식들이 가장 먼저 선보여지는 동네다. 그리고 잠시 후 소개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까지 없는 것이 없다.

식사를 하기 전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를 둘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1983년 전남도청을 무안군으로 이전하고 기존 부지에 건립한 광주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운영하는 공연이나 전시도 볼만한 것들이 많고, 광장에서 항상 벌어지고 있는 작은 이벤트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문화 단체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비보이들이 춤을 추기도 하며 버스킹을 하기도 한다. 전당 부지 북쪽의 넓은 잔디 언덕인 하늘광장에는 돗자리를 깔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밤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어 식사 전에 혹은 후에 한 바퀴 거닐며 산책하기도 딱 좋다. 나는 항상 이 근처에 호텔을 잡고, 동명동의 식당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가로지르는 산책을 즐긴다.

광주 ACC. 몇 년 전 전시했었던 아세아의 빛

ACC 광장의 야경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자. 가장 먼저 추천할 곳은 동명동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알랭>이다. 공다현 오너셰프의 업장으로, 2014년부터 동명동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오픈 초기에는 클래식하면서도 조금 간단한 비스트로 스타일의 요리를 내고 있었는데, 이후 프랑스 여행을 통하여 현지 벤치 마킹과 연구를 거듭하여 현재는 클래식에 기반을 둔 본격적인 컨템포러리 스타일 요리를 내고 있다. 광주와 인근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여 만들어낸 해산물 수프와 파테 엉크루트, 메추리 요리, 드라이 에이징한 스테이크 등 서울에서도 상위권으로 인정될만한 인상적인 요리들을 낸다. 최근에는 와인 리스트 보강에도 신경을 써 다양한 컨벤셔널 와인과 내추럴 와인을 페어링으로 즐길 수 있다.

알랭의 공다현 셰프와 요리

그 다음으로 추천할 곳 역시 동명동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로니끄>다. 김용인 오너셰프의 업장으로 2015년 오픈하여 알랭과 함께 꾸준히 동명동을 지키고 있는 곳이다. 김 셰프의 영어이름인 로니(Ronnie)와 부티끄(Boutique)를 합성하여 로니끄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해외의 여러 나라에서 스타주를 하고 가게를 오픈했다는 김 셰프의 요리는 컨템포러리 프렌치이다. 베지터블 콘소메에 담겨나온 달고기 요리나 쌉싸름한 말린 시금치 잎을 올린 돼지고기 요리 등은 광주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세련된 스타일이다. 와인 셀렉션이 저가부터 고가까지 잘 짜여져 있는 편이고 최근의 와인 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않은 품목들도 있어 보물 찾기 하는 재미가 있다.

로니끄의 김용인 셰프와 요리

세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운림동에 위치한 김현우 오너셰프의 프렌치 레스토랑 <라롱드꺄레>. 김현우 오너셰프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귀국 전에는 전설적인 미슐랭 3스타 라스트렁스(L’astrance)에서 근무하고 2019년 광주로 돌아와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그래서 라롱드꺄레의 요리는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풍미가 진한 최근 유럽의 트렌드를 가장 잘 쫓아가고 있다. 

광주와 광주 인근의 농장에서 가지고 온 신선한 제철 로컬 식재료의 사용으로 양식 요리지만, 계절감마저 듬뿍 느낄 수 있다. 와인 리스트도 훌륭하고 잘토 와인잔이나 아뜰리에 페르스발의 Le 9.47 나이프 등 사용하는 기물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이곳은 그대로 들어다 청담 한복판에 옮겨 놓아도 빛이 날 공간이다.

라롱드꺄레의 김현우 셰프와 요리

프랑스 요리가 다소 무거워 부담이 된다면 가이세키 형식의 일본요리 전문점 <오보에루>를 추천한다. 고경민 오너 셰프는 상무지구 쪽에서 캐주얼 재패니즈 다이닝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2020년 동명동으로 한옥을 개조하며 이전 오픈한 이후로는 본격적인 가이세키 일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광주의 스시야에서 내는 것 보다 선도 좋은 사시미와 계절감을 듬뿍 담은 4-5가지 소 요리의 핫슨은 미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맛도 훌륭하다. 서울이나 부산이 아닌 곳에서 이런 본격적이고 정석대로의 일본 요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오보에루의 고경민 셰프와 요리

마지막으로 광주에서 추천하고 싶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광주 남구 임암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비올레따>다. 양창호 오너 셰프는 파르마 알마에서 수학하고 우르비노, 피렌체 등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뒤 광주로 돌아와 자신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서울에서도 대부분의 이탈리아 레스토랑들이 정체불명의 요리를 하고 있고 유학파 셰프조차 이탈리아에서 하던 요리와는 동떨어진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의 요리는 이탈리아에서 맛보는 리스토란테의 요리와 매우 흡사하다. 국내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접하기 힘든 현지 스타일의 요리들이 이탈리아 사람들의 계절감에 맞춰 나오는 것을 맛보고 있자면 잠시 이탈리아 중북부로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하다.

라비올레따의 양창호 셰프와 요리

만약 2차가 필요하다면 이자카야 보다는 멋진 녹두전집에서 동동주를 마셔보자. 동명동의 동쪽 산수동에 위치한 <충장빈대떡집>은 수십년간 이곳을 지켜오고 있는 주점이다.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건물인데 안쪽은 그리 넓지 않은 가정집을 개조해 놓은 듯한 편안한 공간이다. 메뉴판이 있긴 하지만, 형식적이다. 녹두전이 가장 유명하고 나머지 메뉴는 그날 그날 있는 재료에 따라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주문하면 된다. 

녹두전은 꼭 주문해보자. 녹두를 일부는 거칠게 갈고 일부는 대충 짓이겨 놓은 듯한 반죽에 돼지고기를 넣어서 부쳐내는데 부드러우면서도 녹두가 통째로 씹히는 대비되는 질감이 매우 즐겁다. 고소함과 풋풋함, 돼지고기의 육 향이 모두 어우러져 보통의 빈대떡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조금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 “가장자리를 조금만 더 바삭하게 익혀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여기서는 사장님이 직접 담근 담금주를 마시는 게 제격이다. 생강 향이 솔솔 도는 동동주는 이곳의 음식과 찰떡궁합이다. 녹두전과도, 생선찜과도 홍어삼합과도 근사하게 잘 어울린다. 저녁에만 영업하고 문 닫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으니 방문 전 전화 문의는 필수다.

충장빈대떡집의 녹두전과 홍어

<둘째 날 아침>

기분 좋게 반주를 곁들였다면 이튿날 해장은 브런치 오리탕으로 하면 어떨까? 오리탕은 전국 어디든 산자락에 위치한 시골 마을을 여행하다 보면 종종 마주칠 수 있는 음식이지만, 광주의 오리탕은 조금 차별화된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육전보다 조금 이른 1970년대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광주와 전라도의 지역 신문에 따르면 1960년대 영암에 오리농장이 생겨 대량으로 오리 생산을 하기 시작하였다고 하며 광주가 유통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광주에 오리 요리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한다. 현재 스타일의 오리탕은 나주에서 오리 농장을 하던 청년이 개발한 음식이라고.

오리탕은 광주 어디서든 먹을 수 있지만 광주역 근처에 오리탕 집들이 집중해있는 오리 요리 거리가 있다. 여기 유명한 풍년오리탕, 영미오리탕, 영광오리탕 등이 있다. 오리탕 가게를 전부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몇몇 군데 다녀본 바로는 스타일에서 아주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된장 베이스 들깨 육수에 오리를 푹 삶아낸 탕을 커다란 뚝배기에 담아 낸다. 식탁에서 추가로 끓이며 미나리를 잔뜩 넣어 데쳐 먹는다. 향긋한 미나리를 맛보며 식욕을 돋우고 있다 보면, 처음에는 적당히 진했던 국물이 한참을 끓이면서 더욱 졸아들어 걸쭉한 수프처럼 된다. 감칠맛이 아주 진하면서도 시원한게 마치 보약 같은 느낌이다. 오리살은 전라도답게 들깻가루를 잔뜩 넣은 초장에 찍어 먹는다. 

처음에는 이 새콤달콤하고 고소한 느낌이 오리랑 잘 맞는 건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지만, 몇 입 먹다 보면 이내이보다 궁합이 더 잘 맞는 조합은 찾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든다. 짭조름하고 감칠맛 넘치면서도 새콤달콤하고 구수한 맛. 그야말로 오미가 잘 조화된 개미진 맛이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정신 없이 오리 살과 국물을 먹다 보면 어느새 뚝배기가 바닥을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영미오리탕의 오리탕

<돌아오는 길>

집으로 돌아오기 전 입가심과 카페인 보충은 사직 공원 중턱에 위치한 <까사델커피>에 들려서 해보자. 강렬한 핑크 색 대문이 인상적인 이 카페는 자타가 공인하는, 광주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는 곳이다. 원두의 관리, 로스팅, 커피 내리는 과정까지 세심한 관리를 기울이는 것은 물론 각종 소품의 배치, 커피와 어울리는 방향제까지 공간의 연출에도 많은 신경을 쓴 곳이다. 

모든 커피가 다 수준급이지만 특히나 시그니쳐인 너트9은 진한 커피향과 고소한 너트류의 향의 조화가 무척 훌륭한 커피로, 수많은 유사한 스타일을 만나봤지만 이보다 더 맛있는 커피는 만나보지 못했다. 아마 이곳에서 커피로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아, 이번 여행도 정말 맛있었어.”라고 말이다.

까사델커피와 너트9


<지나간 글 보기>

류크와 함께하는 남쪽나라 1박 2일 – 목포 편


필자 소개 류 크

17년차에 접어드는 1세대 푸드 블로거로, 전국의 파인 다이닝을 섭렵하였다. 현재는 경남 바닷가 마을에 거주하며 남쪽나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