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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커피 산업이 가장 분주한 11월, 대구 삼덕동에 위치한 수평적관계, 서울 한남동의 에이프릴 서울 1호점, 양재동의 떼르드까페 서울 1호점이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구테로이테 수유 매장에서 개최된 2022년 한국 에어로프레스 챔피언 선발전에서 언더프레셔 커피 소속의 천명준 선수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1. 수평적관계
대구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김태환 로스터가 지난 9월, ‘수평적관계’라는 카페를 새롭게 시작했다. 수평적관계는 후지로얄 로스팅 머신을 이용하는 직화식 방식으로 강렬한 질감의 로스팅을 통해 커피 본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발현하고 있다. 커피 추출은 고노 드리퍼를 포함한 다양한 핸드드립 방식이다. 고노 드리퍼는 칼리타 구형 드리퍼와 함께 핸드드립 커피 장인이 선호하는 드립 방식으로,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질감 있는 커피와의 궁합이 훌륭하다.
매장의 위치는 최근 대구에서 뜨겁게 발전하는 삼덕동이다. 수평적관계에 두 번에 걸쳐 방문했는데, 늦은 시간에도 커피를 즐기는 손님이 매장 내부에 가득했다. 매장의 구조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하면서 천장을 오픈해 개방감이 좋고, 깔끔하고 정갈하다. 커피바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안쪽의 매장 좌석을 이용하는 형태로, 내부의 적절한 조명과 차분한 분위기 음악의 구성이 매우 안정적이어서 오랜 시간 머물기에도 편안하다.
인상 깊게 마신 커피들은 과테말라 큐써티파이드 커피, 케냐 캄완기, 페루 게이샤 핸드드립 커피였다. 과테말라 싱글오리진 핸드드립 커피는 깊이 있는 단맛이 초콜릿과 같은 농후한 질감으로 표현되었고, 케냐 커피는 산미가 부담스럽지 않고, 촘촘한 밸런스가 단맛과 함께 어울렸다. 페루 치리로마 이니 게이샤 커피는 김태환 로스터가 고노 스타일 점드립*으로 추출했는데, 특유의 강렬한 질감과 함께 게이샤 커피의 오렌지와 선명한 핵과류, 장미와 같은 섬세한 향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평적관계에는 머신을 이용한 블랙커피 (아메리카노)가 없지만, 창작 메뉴 등이 가능하다.
커피 이외에 풍부하고 입체적인 단맛이 인상적인, 버터바와 치즈케이크와 같은 디저트들도 생각보다 좋았다. 수평적관계의 아름다운 매장과 차분한 분위기, 강렬하고 개성 있는 커피까지, 커피에 대한 진심과 손님들에 대한 진지하고 차분한 자세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점드립: 물방울을 한방울씩 떨어뜨리는 추출 방식으로, 정교한 물 조절이 필요하며 일반 드립 방식의 추출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화 0507-1364-0884
주소 대구 중구 동덕로26길 115
영업시간 10:30~22:00(마지막 주문 21:30) | 연중무휴
2. 에이프릴 서울 april seoul store
2019년 세계 브루어스 커피 대회 (WBRC) 준우승, 2022년 세계 바리스타 대회 파이널리스트, 패트릭 롤프의 에이프릴 서울 매장이 10월 26일 한남동에 문을 열었다. 브루어스 커피와 에스프레소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패트릭 롤프는 현재 활동하는 북유럽 커피인들 중에 가장 뛰어난 실력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바리스타로 손꼽힌다. 에이프릴은 라이트 로스팅 커피면서 깊은 단맛을 잘 표현하는 커피 업체로 명성이 자자하다. 2021년부터 꾸준히 한국 진출을 모색하던 에이프릴은 오픈 첫날 한나절 만에 준비한 커피가 동이 나는 등, 시작과 동시에 크게 화제가 되었다.
에이프릴 서울 매장의 위치는 한강진역에서 멀지 않은 한남동 지역이다. 매장의 구조는 덴마크 본점과 최대한 비슷한 느낌의 가구와 조명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써 여유 있고 고급스러운 라운지, 혹은 패션 쇼룸과 같은 분위기다.
에이프릴커피는 에스프레소, 필터, 밀크 커피 메뉴를 제공하고, 평균적으로 3종류의원두를 선보이고 있다. 에이프릴은 중남미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농장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에콰도르 필코카자의 필터커피와 과테말라 엘소코로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에콰도르 필코카자 농장의 커피는 에티오피아 원종을 에콰도르 농장의 토양에서 재배한 품종이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섬세한 장미향이 중남미 토양과 어울려서 진득한 질감이 배가된 느낌이었다. 에이프릴 커피는 약하게 커피를 볶은 라이트 로스팅 커피를 지향하면서도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커피가 가진 단맛을 강렬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패트릭 롤프는 세계 브루어스 커피 대회 (핸드드립 커피 세계 대회)에서 사용했던 독자적인 드리퍼를 사용해서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에이프릴의 드리퍼는 칼리타 웨이브와 같은 평면적인 형태라서 추출 수율이 좋고, 특유의 바닥 구조를 통해서 물빠짐도 자연스럽다. 에스프레소는 언더바 에스프레소머신 모드바를 사용하고 있었고, 엘소코로 게이샤 커피는 쨍한 산미와 함께 깊은 단맛이 향미와 함께 어울려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평균1만원 이상의 커피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한적하고 여유 있는 매장의 분위기와 세련된 느낌,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바리스타까지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전까지 진출한 외국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과 달리, 부티크 매장을 지향하는 에이프릴의 성공 여부가 궁금하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19
영업시간 09:00~17:00(마지막 주문 16:30) | 월, 화요일 휴무
3. 떼르드까페 서울 TERRES DE CAFE
지난11월 11일, 양재동에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떼르드까페 서울 1호점이 문을 열었다. 떼르드까페는 가오픈 기간부터 프랑스 브루어스 커피 대회 2연패, 2022년 에어로프레스 현직 챔피언인 피에르가 한국 매장에서 직접 커피를 내리는 등, 한국 진출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시작한 떼르드까페는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고, 파리 시내와 베르사유를 포함해 총 7개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서울 1호점은 첫 번째 해외 매장이다. 현재 일본과 대만, 중동 등에서 새로운 매장을 준비 중이다. 떼르드까페 서울 매장은 스페셜티 커피 등급 85점 이상의 익셉셔널 등급의 커피, 88점 이상의 그랑크뤼, 최고 등급인 나노랏까지 총 세 종류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85점 이상의 스페셜티 커피가 기본이지만. 추가 요금을 결제하면 그랑크뤼 등급의 커피를 별도로 마실 수 있다.
매장을 방문한 시기는 정식 오픈 첫날이었다. 프랑스 브루어스 커피 챔피언을 2연패한 피에르가 직접 브루잉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피에르의 추천으로 케냐 차이니아 커피, 프렌치미션 커피를 마셨다. 프렌치미션은 흔히 버본* 커피로 알려진 품종인데, 최근 들어 연구를 통해서 청명함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티피카* 계열의 품종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챔피언 출신 피에르는 커피의 향미를 강조하고, 4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추출을 진행하면서 진득한 질감, 단맛의 향연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외에도 떼르드까페의 추천 커피는 알롱제. 프랑스 매장의 단골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로, 30밀리 내외의 에스프레소에 동량의 온수를 추가해서 짙은 농도감의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중간 형태의 커피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섬세한 향미와 진득한 질감의 알롱제가 매우 잘 어울렸다.
떼르드까페는 양재 매장을 기반으로 꾸준히 매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프릴커피가 차분하고 조용한 라운지 같다면, 떼르드까페는 프랑스 특유의 활발하고 고급스러운 카페의 표준으로 정착이 되리라 예상한다. 떼르드까페의 디저트는 프랑스 꼬르동블루 출신의 안선영 파티셰가 준비를 하고 있고, 떼르드카페의 로고인 커피를 마시는 원숭이를 형상화한 쿠키가 대표적이다.
*버본(Bourbon): 예멘의 모카 품종의 나무를 프랑스 식민지였던 버번(부르봉) 섬에 이식한데서 유래한다. 생두는 작고 둥글며 향미가 우수하다.
*티피카(Typica): ‘Typical’의 스페인어로 아라비카 원종에 가장 가까운 품종이다. 모양이 길고 얇으며 뛰어난 향과 신맛을 지니고 있다. 병충해에 약해서 생산성이 낮고 가격이 비싼 편이다.
전화 02-572-1906
주소 서울 서초구 양재천로 111
영업시간 10:00~18:00 | 연중무휴
4. 에어로프레스 국가 대표 선발전
지난 10월 30일, 구테로이테 수유 매장에서 2022년 에어로프레스 챔피언 선발전이 성황리에 열렸다. 에어로프레스는 수동식 에스프레소 추출 기구로 시작했는데, 다양한 브루잉 방식으로 확대되어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매우 선호하는 추출 도구다. 해마다 독자적인 세계대회가 열리며, 한국 에어로프레스 대회는 로스팅 챔피언의 산실 180커피가 주최해서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 2년 동안 대회가 열리지 않았던 에어로프레스 대회는 이번 2022년 챔피언 선발전을 통해 역대급 선수들이 참가했고, 결선에서 언더프레셔 커피 소속의 천명준 바리스타가 압도적인 시연을 통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브루어스컵 선발전 본선에 진출했던 천명준 바리스타는 섬세하고 복합적인 예메니아 커피를 사용해서 커피와 기후 변화라는 주제로 화제가 되었고, 동일한 커피를 기준으로 시연하는 에어로프레스 대회에서는 18그램의 원두를 사용해서 93도씨 50그램의 온수로 1차 추출, 40초 후 96도씨 130그램의 온수를 이용해서 2차 추출. 총 2분이 지난 후에 천천히 저압을 이용해서 커피를 추출했다. 초반 저온을 통해서 커피의 향미를 발현했고, 후반에는 높은 온도를 이용해서 단맛과 질감이 배가 되는 훌륭한 커피를 설계했다. 미디엄 로스팅의 커피를 기준으로 섬세한 추출을 설계한 천명준 바리스타의 실력이 한국 커피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예상된다. 다양한 커피 대회를 통해서 능력 있는 바리스타들의 시연이 커피 산업 발전에 커다란 토양이 되고 있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 조원진 작가와 공동 출간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이 있다. 최근에는 영국인 커피 애호가 찰스 코스텔로, 조원진 작가와 함께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코리아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의 영문판을 출간하였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