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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업계의 한해를 정리하는 12월의 커피 소식, 커피트렌드 by 심재범

2022.12.16 13:18:18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어디까지 성장 가능할까? 지난 11월 말 코엑스에서 열린 카페쇼에 스페셜티 커피 업체, 장비 업체, 마이크로 로스터를 포함한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여 역대 최고 규모 관람객들의 기대에 한껏 부응하였다. 이번에는 카페쇼를 중심으로 2022년 커피트렌드를 정리하고 2023년 커피 산업의 방향을 간단히 예측하고자 한다.

1.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2022년 카페쇼에는 커피리브레, 프릳츠, 모모스와 같은 대형 업체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전통과 관록의 나무사이로, 로우키와 함께 파스텔커피, 그레이그리스트밀, 더반, 노마드와 같은 업체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나무사이로는 삼년 만에 카페쇼에 복귀하면서, 콜롬비아핑크버번, 칠리버번, 쥬시, 날아올라, 봄의제전, 와이칸파우더커피, 만다린티피카 워시드와 같은 커피를 선보였고, 새롭게 출시한 어드벤트 캘린더* 스페셜티 커피 캡슐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나무사이로는 부스의 상당 부분을 관람객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제공해 화제가 되었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품질 뿐아니라 관람객을 배려하는 나무사이로의 모습이 커피애호가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최근 들어 급부상 중인 로우키는 진테제 (예멘 커피 수입업체)와 협업으로 부스를 준비하여 커피 시음 이외에 전문가들을 위한 커핑 테이블도 준비했다. 진테제 부스에는 커피리브레의 서필훈 로스터가 로스팅한 커피, 로우키 버전의 커피가 사이 좋게 공존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로우키는 진테제와 함께 한국 최초 예멘 스페셜티 커피 캡슐을 선보였다. 로우키의 진득하고 농밀한 예멘 캡슐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 전문 모닝캡슐 머신으로 추출한 결과물이 매우 훌륭했다.

또한 국가대표 방현영 로스터가 활동하는 파스텔커피는 이번 큐레이션 커피를 콘셉트로 소음 차단 헤드셋을 이용해 바리스타와 고객이 밀접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선보였고, 그레이그리스트밀은 특유의 깔끔하고 청량한 커피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 어드벤트 캘린더 advent calendar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하루에 하나씩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24개의 선물을 얻게 되는 선물 달력.


2. 커피 기물  기타 용품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장비 업체들이 이번에도 꾸준하게 관심을 받았다. 한국 최초 스마트 로스팅 머신 회사 스트롱홀드는 전자동 제어 샘플 로스팅 머신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면서 소규모 창업 준비 대상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에이덴은 이번 카페쇼 기간 오스트레일리아의 챔피언과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 신창호 바리스타, 뉴욕 커핑 챔피언 린지로와 협업으로 가정용 머신, 신형 그라인더,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 3종 세트의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사홍 커피템플 대표는 달라코르테와 에스프레소 머신의 새로운 기함을 소개하면서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가 로스팅한 커피와 인디아 후추를 이용한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여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스페셜티 커피의 비건 밀크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오틀리는 호주 마이크로 로스터 니콜로커피와 협업으로 다양한 창작 메뉴와 커피를 선보였다. 과거 비건 밀크의 대안으로만 여겨지던 오틀리는 최근 들어 창작 메뉴를 포함한 자체적인 음료의 구성이 많아지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머신 업체인 라마르조코는 가정용 머신 미크라를 새롭게 선보였는데, 500만원대 가정용 하이엔드 커피 머신의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정용 커피 머신의 새로운 강자 모닝캡슐 머신은 구독경제 원두 데일리와 협업으로 부스를 선보였고, 나무사이로, 로우키, 진테제, 자뎅,  49th Parallel커피와 같은 업체들의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 캡슐을 멋지게 추출하였다.   


3. 마이크로 로스터리 (커피앨리)  

소규모 독립 로스터리들이 본인의 커피를 소개할 수 있는 마이크로 부스 커피앨리가 역대 최고 규모로 확대되면서 커피 애호가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커피앨리에서는 한국 커피의 스승이자, 큐그레이더들의 큐그레이더 송인영씨의 기미사, 부산의 떠오르는 레이지모멘트커피스탠드, 제주 서귀포 최고의 스페셜티커피 로스터 비브레이브커피가 초반부터 화제가 되었다. 마포의 딥캐러멜라테로 유명한 영앤도터스는 커피앨리를 통해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로 자리 잡았고, 부산의 개성 있는 업체 트레져스 커피는 강렬한 산미와 쫀득이는 듯한 질감의 커피가 매력적이었다. 망원동의 로스터리 딥블루레이크는 파나마 엘리다 게이샤커피를 포함한 세계 최고 가격의 커피를 한잔 분량 (20그램)으로 선보였다.

국가대표 바리스타 코치 헤베커피의 브루잉 커피, 인천 스페셜티 커피를 빛내는 크로마이트의 예멘 모카에스프레소, 베트남 파인로부스타 라카프의 핀블렌딩 브루잉 커피가 맹렬한 개성으로 관람객들에게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부산의 뜨거운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 베르크는 커피앨리 입구에 위치해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했고,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 활동을 하는 아얀투 커피는 COE 농장의 커피를 선보였다.


4. 정리 

카페쇼를 포함한 2022년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의 핵심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들의 꾸준한 발전이다. 프랜차이즈 커머셜 커피들이 한계를 노출하는데 반해, 스페셜티 커피 산업 및 시장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과 별개로 프리미엄, 럭셔리를 표방하는 업체들은 반짝 상승세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품질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향후에도 꾸준히 성장하리라 예상한다.

해외 커피 업체의 경우, 더반, 노마드 등이 카페쇼에서 인기를 얻었고, 교토의 아라비카커피, 패트릭롤프의 에이프릴커피, 프랑스 스페셜티 커피 떼르드카페, 뉴욕 로컬 커피의 사랑방 버치커피와 같은 업체들도 신규 한국 매장을 선보였다. 한동안 해외 커피의 무덤과 같은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얼마나 차별화와 성장을 이뤄낼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머신 업체의 경향은 대형 머신보다 소규모 창업과 전문가들을 위한 라마르조코 미크라, 모닝캡슐 머신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향후에도 머신 산업의 방향은 커피 덕후를 포함한 전문가급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더욱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같은 다양한 전시회들이 커피 산업에 원동력이 되고 있지만, 매끄럽지 못한 일부 진행과 특정 업체들의 얌체같은 행태가 아쉬움을 남겼다. 향후 커피 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행사들이 더욱 진화하고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 조원진 작가와 공동 출간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이 있다.  최근에는 영국인 커피 애호가 찰스 코스텔로, 조원진 작가와 함께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코리아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의 영문판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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