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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2023년 2월에도 특별한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선을 보였다. 떡과 스페셜티 커피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였던 자하는 휴식 기간을 거쳐 새롭게 로스터리를 열었고, 망원동의 새로운 커피 매장 도래노트와 블루보틀 명동점이 커피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가장 특별한 오마카세 커피를 선보이는 기미사는 커피인굿스피릿 챔피언 황인규 바리스타와 샤퀴테리바 더큐어링과 협업으로 새로운 페어링 칵테일 메뉴를 선보였다.
자하
서촌에서 떡과 스페셜티커피의 조합으로 인기를 얻었던 자하가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광화문의 매장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매장의 위치는 광화문 뒤편 내수동 교회 옆 상가 건물 4층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꼭대기에 카페가 있다는 소식에 걱정을 했지만, 햇살 가득한 매장 내부에는 이미 자하의 커피와 떡을 즐기는 손님이 가득했다. 커피 업체에서 로스터로 근무하던 조정재 씨가 어머니의 찹쌀떡과 커피를 판매하는 쇼룸으로 시작한 자하 커피가 1년여의 휴식을 거쳐 다시 문을 열었다. 파스텔 커피와 함께 서촌을 빛내던 자하는 이전한 매장에서도 차분한 개성으로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있다. 매장 이전과 함께 자하는 떡의 종류를 확대했고, 커피 또한 직접 로스팅하기 시작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하에서 커피의 역할은 한국 고유의 찹쌀떡과 맵쌀떡의 개성을 돕는 왼손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매장 오픈 초기에는 싱글 오리진 커피 없이 블렌딩 커피를 제공했는데, 블렌딩 아메리카노의 전반적인 향미가 톤다운 되었으며 적절한 질감과 단맛이 가득한 개성이 좋았다.
블랙커피는 찹쌀떡과의 마리아주가 매우 훌륭하다. 이 외에도 새롭게 추가된 백설기와 같은 맵쌀떡에는 밀크 커피와의 궁합이 적절하다. 빵과 우유의 조합이 훌륭하듯이 포슬포슬한 백설기가 밀크 커피와의 궁합에서 빛난다. 떡과 스페셜티 커피의 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자하의 꾸준한 성공을 기원한다.
도래노트
미국 텍사스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고, 한국 듁스커피의 트레이닝 센터를 담당했던 김석현 바리스타가 망원동 외곽에 새롭게 도래노트라는 카페를 오픈했다. 도래노트의 의미는 한국의 전통 매듭과 영어 표현 Knot를 결합한 표현이다. 김석현 바리스타는 도래노트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공간을 지향하고 싶다고 한다.
도래노트는 망원동의 또 다른 스페셜티 카페인 커퍼시티의 추천을 받아 방문했다. 이른 아침 매장에 들어섰는데, 정갈한 공간, 전문적인 커피용품과 단단한 가구의 조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건물의 구조상 매장의 층고가 낮은 편이었는데, 카운터를 포함한 전체적인 기물과 디자인을 일정하게 유지해서 시각적으로 편안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하이엔드 언더카운터 머신*으로 유명한 마밤(MAVAM)의 첫 번째 오버카운터 머신. 소통을 중요시하여 언더카운터 머신을 만들었던 마밤은 오버카운터 머신도 무게 중심이 낮고 견고하였다. 싱글 오리진 커피는 두 개의 플랫버*로 구동이 되는 오직(OZIK) 그라인더와 섬세한 디센트(decent)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하고 있다.
*언더카운터 머신: 장비는 카운터 아래에 매립하고 커피를 추출하는 탭이 카운터 위로 나와 있는 형태의 커피 머신.
*플랫버: 똑같이 생긴 날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인 그라인더 칼날. 그라인 시간이 단축된다.
도래노트에서는 네덜란드 닥커피의 에티오피아 싱글 오리진 커피와 코스타리카 에스프레소와 밀크 커피, 맨해튼 세이커피의 브룬디 싱글 오리진 브루잉 커피를 마셨다. 네덜란드 닥커피의 에티오피아 싱글 오리진은 카다멈 워시드 가공 방식*을 사용하여 라임의 은은한 산미와 카다멈, 라벤더, 민트 티와 같은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사이드카 메뉴는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밀크 커피의 궁합이었는데, 초록 사과의 단맛과 로즈힙과 같은 산뜻한 산미가 인상적이었다.
*워시드 가공 방식: 커피 수확 후 생두를 가공할 때 과육 부분을 물로 씻어내는 방식.
매장의 동선, 소비자들의 시선 처리, 편안한 음악과 분위기 까지 매장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도래노트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리라 예상한다.
블루보틀 커피 명동
블루보틀 커피는 지난해 12월, 명동에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을 새롭게 오픈하였다. 블루보틀 커피 명동 매장 내부에서 외부의 풍경을 살펴볼 수 있는 한옥 특유의 자경*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블루보틀 코리아는 한국적인 디자인을 꾸준히 작업하는 양태오 디자이너에게 공간 디자인을 의뢰하였으며, 도예가 김덕호와 이인화의 손을 거친 문패를 달았다. 그리고 카페 내부의 모니터를 통해 블루보틀 코리아를 상징하는 영상들을 상영하고 있었다. 블루보틀 일본이 교토 매장을 통해서 일본의 전통을 표현했다면, 블루보틀 코리아는 명동 매장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점으로 삼는 것이다.
*자경(自景): 방에 앉아서 내 집의 일부를 본다는 뜻으로, 한옥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창이나 문을 통해서 보이는 장면이 자연 요소, 마당, 담, 집의 일부인 것을 말한다.
매장은 온더고,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좌석은 없고 커피와 원두, 간단한 스낵만을 구비하고 있다. 블루보틀 코리아는 명동점만의 시그니처 음료인 '놀라스파이스'를 새롭게 선보였는데, 기존의 놀라에 한국적인 스파이스를 강조한 음료다. 놀라스파이스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밀크 커피에 수정과를 결합한 느낌이라 할 수 있다.
블루보틀 커피는 창작 메뉴의 임팩트가 강하지는 않지만, 세계인이 찾는 명동 거리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매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커피에 대한 진지함과 손님을 대하는 따듯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블루보틀의 바리스타 때문에라도 자주 방문하게 될 듯 하다.
기미사(氣味士)
2023년 2월부터 기미사는 한국 커피인굿스피릿 챔피언 출신인 황인규 바리스타와 샤퀴테리 바 더 큐어링과의 협업을 통한 커피와 칵테일의 페어링 메뉴를 선보인다. 기미사는 한국 최고의 커피 심사관인 송인영 씨가 운영하는 카페다.
이번 코스에서 기미사는 파나마 핀카하트만농장의 커피 연구소 커피미핀카의 게이샤와 예멘 퀴마커피농장의 예메니아 알에어커피를 선보였다. 파나마 미핀카의 게이샤 커피는 모처럼 만나는 순수한 느낌의 깔끔한 수세식 가공 게이샤 커피라면, 인류 최초의 커피 재배지 예멘 퀴마의 알에어는 선명한 테루아의 카다멈과 같은 스파이스가 도드라지는 느낌이었다.
황인규 바리스타는 코스 오픈 첫날 직접 기미사에서 시연을 보이며 파나마 게이샤의 딸기와 같은 향미를 강조한 콜드 베버리지, 예메니아의 스파이스를 강조한 핫 커피 칵테일을 선보였다. 특이하게 알코올과 논 알코올을 함께 준비하였는데, 두 가지 음료 모두 의외로 명확히 표현된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이번 시즌 기미사의 코스 메뉴에는 사퀴테리바 더큐어링과 협업을 통한 푸드 페어링도 포함되었는데, 커피와 칵테일 푸드의 마리아주가 인상적이었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 조원진 작가와 공동 출간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이 있다. 영국인 커피 애호가 찰스 코스텔로, 조원진 작가와 함께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코리아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의 영문판을 출간하였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