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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보다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챕터: 아시아 50 베스트레스토랑 시상식 by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2023.04.03 13:55:26

2023년 3월 28일, 싱가포르. 실로 오랜만에 아시아 각국의 셰프들과 푸디, 미디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Asia’s 50 restaurant가 개최되었다. 코로나라는 불가항력의 조건 때문에 지난 몇년간의 만남은 영상을 통해 진행이 되어서인지 유난히 더 반갑고 밝은 인사들이 오갔다.

a50b단체샷

한국팀

3년 반 만의 상봉은 단순히 단발적인 공식 행사로만 끝나지 않았다. Chef’s feast와 본 행사 외에 사전에 발표가 된 Best Female Chef 부문의 수상자인 싱가포르 Lolla의 Chef Johanne Siy와 일본 오사카 La Cime의 Chef Takada Yuske의 콜라보레이션 디너 행사를 필두로 후쿠오카의 Goh x 태국의 Gaggan x 도쿄의 Den 의 6hands dinner, Born x Le Du x KYO bar, Meta x Mosu, labyrinth x Florilage 등의 행사들이 매일 이어졌다. 

덕분에 아시아에서 모여 든 미디어와 푸디들의 출장 일정은 무척이나 알차고 즐거운 대외 일정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순위의 긴장감보다는 오랜만의 만남과 보다 화려해진 싱가포르의 다이닝 씬과 호커 센터 등의 로컬 문화를 즐기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순위

싱가포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Mate의 김선옥 셰프(17위)와 Naeum의 한석현 셰프(83위)가 펼쳐내고 있는 한식은 순위에서도 보이듯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주목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읽히고 있다.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Asia’s 50 best restaurants. 10년 전 첫 발자국을 떼었던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를 시작으로 올해는 밍글스(28위)에 이어 본앤 브레드(47위), 온지음(23위)과 모수(15위)가 순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쉽게 51위-100위권에 든 주옥(51위)과 세븐스 도어(55위), 이타닉 가든(68위) 또한 내년을 기약하는 잠재력을 가진 곳들이다. 이제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의 별로 반짝일 준비가 되어 있다.

15위 모수

23위 온지음 박성배 셰프와 함께 한 앙드레창 셰프

28위 밍글스

47위 본앤브레드

다시 순위로 돌아가서, 눈에 띄는 점 몇 가지를 짚어보자. 글로벌 다이닝 씬에서 스승의 그림자에 벗어나 독립을 선택한 주니어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안드레 창 키즈라 불리던 Chef Zor Tan은 자신이 처음 요리를 시작했던 일본 레스토랑에 이어 스페인 Diverxo, 안드레 창의 Sichuan Moon로 이어지는 여정을 자신의 레스토랑 Born(36위)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순위에서 5위로 재등장을 한 Gaggan Anand를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오픈한 Ms. Maria & Mr Singh을 2023년 3월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하며 그의 오른팔이자 든든한 키친 파트너였던 Chef Rydo Anton가 맡게 되었다. 그의 인도의 테이스트와 멕시칸을 더한 이 펑키한 레스토랑은 33위로 뛰어올랐다.

그 외에 2023년의 주목할 만한 시선 ‘One to Watch’는 인도네시아의 Agust가, Art of Hospitality는 싱가포르의 Zen이 수상을 하였다. 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Asia’s Best Pastry chef는 레스토랑 Odette의 Louisa Lim에게 돌아갔다. 이 외에도 새로 선보이는 부문인 Asia’s Best Sommelier로 중국 선전의 Ensue 소속의 여성 소믈리에 Della Tang이 수상하였다.

One to Watch

요리와 환경의 접점을 고려한 지속가능성을 지닌 레스토랑으로는 필리핀의 Toyo eatery가, 2022년 정관스님이 수상하였던 Icon Award 는 일본 도쿄의 L’effervescence의 시노부 나마에 셰프가 수상했다. 이 외에도 셰프들의 투표로 뽑히는 Chef’s choice는 일본 도쿄 Florilege의 히로야수 가와테 셰프가 뽑혀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올해의 순위에서 가장 큰 놀라움을 선사했던 1위부터 3위까지의 순위의 주인공들. 본인들 조차 예견치 못했던 지각 변동의 결과가 발표 되었다. Den이 4위로 내려가면서 홍콩을 떠나 일본 포시즌 호텔에 새로 자리를 잡았던 셰프 다니엘의 Sézanne가 2위를, 1위와 3위는 태국의 Chef Thitis Tassanakajohn (이하 셰프 톤)가 수상을 했다. 계절을 담은 태국 요리의 클래식을 보여주는 Le Du와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름을 딴 Nusara를 동시에 올렸다. CIA를 졸업 후 Eleven Medison Park에서 경력을 쌓은 후 태국에서 자신의 요리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셰프 톤에게 2023년은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해가 될 것이다.

1위LEDU

이번 순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많이 보인다. 코로나에 대응해 입국을 허가한 국가들의 순서가 순위에 영향을 많이 주었고 푸디나 미디어 등의 글로벌한 움직임들도 이제서야 조금씩 넓어져 가는 추세이기에 올해의 순위 보다는 내년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순위 자체보다는 모두가 한자리에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음식을 함께 즐기고, 함께 콜라보레이션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요리사들이 만드는 요리가 주는 진정한 기쁨을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그리고 진정한 축제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본다. 이제서야 진정한 새 챕터가 열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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