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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최근 들어 새롭게 리브랜딩 하는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상호만을 바꾸는 경우가 아니고, 운영 주체 혹은 철학과 지향점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창업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연희동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방 <라우터 커피>는 오랜 정비 기간을 마치고 <다크에디션 커피>로, <세루리안 인사점>는 <코튼 서울>로 새롭게 시작했다. 제주의 <팩파>는 <길버트 커피>가 에스프레소 커피바로 재창업하여 제주 원도심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광주의 한국커피(Hankook Coffee)에서 개최된 한국 국가대표 컵테이스터 대회 운영 및 결과를 간단히 정리했다.
다크에디션 커피
연희동의 라우터 커피가 오랜 기간 정비를 마치고 다크에디션 커피로 새롭게 시작했다. 다크에디션의 매장 위치는 사러가 마켓에서 연희 사진관 방향, 서연 중학교 정문 앞이다. 재개장 첫날에도 매장 안에 손님들로 인산인해였다.
매장의 입구는 평범하지만, 외부 테라스에 손님들이 많아서, 외진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매장 내부 안쪽에는 커피바가 있으며, 입구 통창 주변에는 나무로 단단하게 제작된 테이블이 놓여있다. 매장의 인테리어가 화려하지 않지만, 통창으로 외부가 보이는 조용한 공간에서 다양한 책을 읽고 있는 손님들이 많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 리나야 클래식 모델이고, 그라인더는 ek43, 물빠짐이 좋은 하리오 드리퍼를 사용하고 있다.
다크에디션의 특징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커피 원두를 구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30여가지, 최소한 20종류 이상의 커피들을 상시 베스트 컨디션으로 준비하고 있다. 재개장 첫날 준비한 커피 원두들을 살펴보면, 코스타리카 돈카이토 게이샤 허니 컵오브엑설런스 1위, 파나마 핀카데보라 인터스렐라 게이샤 이스트 내추럴, 에티오피아 물루게냐 문타샤 워시드, 브라질 엔제뉴 엘로우 카투아이 내추럴, 페루 엘세로 내추럴과 같이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브루잉 커피로 제공한다.
다크에디션의 또다른 특징은 밀크커피. 카페라테,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와 밀크 피처를 가지고 와서 손님 앞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커피를 살펴보는 감흥도 있지만, 최적 온도의 밀크커피를 바로 마실 수 있다. 이외에도 재개장과 함께 당근 주스를 선보였는데, 극도의 청량감이 인상적이다.
다크에디션을 재개장 첫날에 방문하였을 때는 코스타리카 돈카이토 게이샤 커피를 브루잉으로 마셨다. 복숭아, 딸기 파인애플 같은 화사한 과일향과 초콜릿의 진득한 바디와 캬라멜 같은 단맛까지 좋은 커피의 교과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크에디션 커피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진심이 전해지는 서비스와 환대다. 연희동의 외진곳에서 최고의 서비스로 지역 손님들과 공존하는 다크에디션 커피 매장은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
코튼 서울
세루리안 인사점이 2023년 코튼 서울 매장으로 리브랜딩 하였다. 새로운 코튼 서울 매장은 세루리안 커피를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신규 로스터리와 협업하여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코튼 서울의 명칭인 Kotton의 유래는 우리가 입는 옷의 소재 중 가장 한국적인 면(cotton)에서 나온 것이다. 자연스럽게 매장의 블렌딩 커피는 폴리와 실크다. 폴리 블렌딩은 가장 대중적인 다크 블렌딩이고, 부드러운 광택이 특징인 실크 블렌딩은 싱그러운 과일 맛을 연상시키는 미디엄 라이트 블렌딩 커피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가장 안정적인 시네소, 그라인더는 스페셜티 커피 맛을 강조하는 로버 계열이다. 매장의 추천 커피는 기본 에스프레소와 창작 메뉴. 기본 에스프레소는 폴리 블렌딩이 가장 대중적이고, 진득한 질감과 단맛의 여운이 매우 좋다.
창작 메뉴는 한국 전통 스위트인 타래를 올린 아인슈페너, 타래(Tarae)가 인기가 많다. 스페셜티 커피의 질감과 향미가 한국 전통의 타래의 비주얼과 단맛, 아인슈페너 크림까지 조합이 되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또 다른 추천 메뉴는 녹차가 올라간 창작 메뉴 카모(CAMO)다. 타래는 진한 아메리카노에 직접 만든 바닐라 시럽으로 맛을 낸 바닐라 크림, 그리고 꿀타래가 올라가는 음료이며 섞지 않고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엔 크림의 단맛이 기분을 좋게 하고 중반 이후로 아메리카노 비율이 높아지면서 깔끔하게 커피의 여운으로 마무리하도록 디자인 되었다.
카모는 에스프레소와 바닐라 크림을 먼저 떠서 마시고, 견과류의 고소함을 즐긴 후 말차 소스와 우유를 함께 섞어 마시는 음료다. 말차 특유의 쌉쌀함이 에스프레소와 잘 어울린다.
매장의 분위기는 한옥의 정취를 매우 아름답게 살렸으며, 서까래와 하늘이 한번에 보이는 조망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참고로 코튼서울 방문객의 평균 50퍼센트 이상이 외국인이며, 미국, 영국, 중국, 일본, 필리핀까지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들에게 한국에서 반드시 들려야 할 카페로 널리 소문이 났다. 어니언 안국과 함께 가장 외국인의 비중이 높은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청결한 매장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맛있고, 멋있고, 청결함을 함께 유지하는 매장을 찾기가 생각보다 힘들다. 정성 어린 커피와 섬세한 큐레이션, 한국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분위기, 다양한 창작 메뉴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코튼 서울 덕택에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다.
팩파(팩토리얼파크)
제주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새로운 로컬 업체들의 발전이 매우 활발하다. 특히 구도심을 중심으로 팩파, 그린루스카, 커피라이트와 같은 신진 업체들이 지역사회에서 단단하게 발전하고 있다. 팩파는 전주사람 강평화 씨와 제주사람 길영배 씨가 함께 운영하는 에스프레소 전문점이다. 2023년 초기에 매장을 오픈한 후 단기간에 제주 원도심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 에스프레소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팩파는 구도심의 깔끔한 건물 1층에 위치한다. 매장 내부 조명이 많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식물들의 종류들이 매우 많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커피인들에게 추억 같은 페이마를 사용한다. 독특한 그룹헤드 덕택에 이탈리안 스타일의 에스프레소가 쫄깃하게 추출된다.
팩파의 추천 메뉴는 기본 에스프레소로, 쫄깃하고 담백하고 임팩트가 강하다. 두 번째는 창작 메뉴 서핑 플레이를 추천한다. 서핑 플레이는 팩파의 플레이 커피 블렌딩을 베이스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머스캣과 레몬으로 블렌딩한 티슬러시를 시원하게 추가한다. 쌉싸름한 커피의 바탕색에 파도가 들어오는 느낌과 함께 청량감이 가득하다. 식후 입가심으로 마셔도 좋고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신 후에 정리하는 기분으로 즐기기에도 좋다.
이외에도 에스프레소와 레몬의 조합 레몬로마노*도 훌륭하다. 레몬이 담겨있는 커피를 마시고, 에스프레소 바닥의 설탕과 레몬을 함께 먹으면, 단맛, 신맛, 쓴맛이 강력하고 매력적으로 조합된다.
이외에도, 오전 11시까지는 모든 커피 음료를 커피 뷔페 한정으로 무한으로 마실 수 있다. 제주 원도심의 새로운 패러다임 팩파를 새롭게 추천한다.
*로마노라는 단어는 식수 상황이 좋지 않던 중세시대, 생수에 레몬을 띄워서 마시는 로마 스타일(Romano)이라는 표현에서 시작되었다. 칵테일 음료 업계에서는 다양하게 레몬을 첨가한 음료를 로마노라고 통칭한다.
한국 컵테이스터 국가대표 선발전
2023년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한국커피에서 한국컵테이스터국가대표선발전(Korea Cup Tasters Championship)이 성황리에 열렸다.
컵테이스터 대회는 통상적으로 커피를 평가하는 큐그레이더와 조금 다르다. 큐그레이더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주최하는 커피를 평가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자격증이라면, 컵테이스터대회는 3개의 커피를 한 세트로 하며, 최대 8세트에서 다른 커피를 찾아내는 경기에 가깝다. 큐그레이더가 커피의 전반적인 향미와 특징들을 주관적으로 서술하는 데 지향점이 있다면, 컵테이스터 대회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다른 커피를 찾아내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선발전 모집 10분 만에 300여 명의 선수들이 신청을 완료했고, 예선, 본선, 결선을 거친 심사를 통해서 토마스커피랩의 이현재 씨가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2년 동안 세계 컵테이스터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을 한 여파로, 이번 국내 선발전도 역대급으로 치열한 경쟁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예선에서 만점자들은 시간과 상관없이 대부분 본선에 진출했지만, 이번 대회는 예선 만점자들의 절반 이상이 탈락할 정도로 치열했다.
이현재 챔피언
마지막으로, 이번 컵테이스터 선발전은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존경을 받는 한국커피에서 진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국커피는 장소 제공 외에도 다양한 생두를 제공하고, 대회 이후에도 컵테이스터 대회의 대중화를 위해 크게 조력했다.
*2022 먼스커피 문헌관 챔피언, 2021 모모스커피 추경하 챔피언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 조원진 작가와 공동 출간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이 있다. 영국인 커피 애호가 찰스 코스텔로, 조원진 작가와 함께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코리아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의 영문판을 출간하였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