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한 해를 마무리하며 시끌벅적한 연말 모임을 잡느라 바쁜 12월의 신규 업장: 뉴테이스트 by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2023.12.06 10:23:48

연말 모임을 잡느라 바쁜 12월의 흐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 매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준비된 음식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연말 모임 장소가 이제는 더욱 재미있는 콘텐츠나 특별한 팝업이 공존하는 곳으로 점차 이동하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이번 연말에는 굵직한 이슈를 가진 팝업이나 갈라 디너가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다. 짧게는 당일 하루로, 길게는 내년 봄까지 이어지는 팝업 소식과 이야기들 그리고 집에서 맛보는 편안한 한식부터 모임에 안성맞춤인 프라이빗 한우 맞춤 특실까지 소개한다.


이조식탁

‘죽향’이라는 이름으로 명동 부근 백병원 맞은편 건물에 위치했던 죽 전문점이자 한식 음식점이 메뉴 개편을 하고 이조식탁, LEE & CHO’S TABLE이라는 이름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이민재 오너 셰프와 어머니의 성을 함께 붙여 만든 이름처럼 오랜 한식의 깊이를 녹여낸다. 외식으로 만나기 어려운 정성 어린 한식을 캐주얼 하게 반상 차림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주변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점심과 저녁 시간 초반에는 피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이어지는 영업시간 덕분에 다양한 세대의 손님들이 발걸음 한다.

소고기 뭇국

시그니처인 산채 비빔밥과 곤드레 솥밥은 비건 메뉴이며 우렁이 강된장 비빔밥과 평양온반은 전부터 오래 사랑받아 온 메뉴들이다.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는 특선 요리도 빼놓을 수 없는데 오후 5시부터 저녁 메뉴로 즐길 수 있다. 

우렁이 강된장비빔밥

육회의 퀄리티부터 녹두전과 미나리전의 매력에 가볍게 술 한잔 곁들이는 맛이 있다. 죽향 시절부터 방문해 온 외국 손님들도 더 다양한 한식 집밥의 느낌을 즐길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내공이 더해진 젊은 셰프의 성실한 노력이 돋보이는 곳이다.

육회


전화 02-2265-1058

주소 서울시 중구 마른내로 14 2층

영업시간 10:00-15:00/17:00-22:00(마지막 주문 21:00)| 일요일 10:00-14:00(마지막 주문 13:00)-토요일 휴무


루이비통 팝업 ‘우리 루이비통, Woori Louis Vuitton’

“서로의 요리 세계를 존중하는 셰프들이 마음을 모아 조화로운 메뉴들로 준비했습니다. 한국의 맛과 문화를 만끽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라는 조희숙 셰프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된 루이비통의 팝업 레스토랑 4번째 이야기.

프렌치 퀴진의 아버지 알랭 파사르(Alain Passard)의 채소 이야기부터 늘 역동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피에르 상 보이에(Pierre Sang Boyer), 그리고 런던의 감각적인 레스토랑 이코이(Ikoyi)의 제레미 찬(Jeremy Chan) 셰프로 이어져 온 루이비통의 선택은 이제 한국의 맛에 꽂히게 되었나?

살아있는 한식의 뿌리와 다름없는 ‘한식공간’의 조희숙 셰프를 위시로 ‘온지음’의 조은희, 박성배 셰프,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그리고 현재 뉴욕에서 가장 핫한 디저트 전문점인 ‘리제(Lysée)’의 이은지 셰프가 함께 하나의 새로운 코스를 만들어 냈다.

늘 한 상에 모여 앉아 식사를 시작하던 우리의 식문화를 대변하듯 ‘우리 한 입 거리’(한식 공간의 감태 다식, 온지음의 ‘곶감 치즈’와 ‘새우포’, 밍글스의 치킨 롤라드 꼬치)가 등장했다. 밍글스의 닭꼬치는 한국의 프라이드치킨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메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한 입 거리

모두가 극찬했던 조희숙 셰프의 전병과 온지음의 백화반은 한식의 수수한 멋과 깊은 맛을 고스란히 보여준 아름다운 디시였다. 화려한 미감을 곁들이지 않고서도 말간 얼굴의 청아한 멋이 참으로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전병

백화반

입 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생선 살의 도톰함이 인상적이었던 어만두 또한 강한 양념이 없어도 재료의 맛을 명징하게 표현하는 데 아쉬움이 없었다.

어만두

화룡점정은 뉴욕 lysée 이은지 셰프의 한국 배 타르트와 유자 약과와 밤다식, 고추장 마카롱, 만두과로 이어지는 디저트였다. 달고 무겁다는 이미지를 벗어나 식감과 켜켜이 스며든 조청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킥이랄까.

배 타르트

유자 약과, 밤다식, 고추장 마카롱, 만두과

한식에 대한 열정과 꾸준한 노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번 우리 루이비통 팝업은 내년 2월 초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예약은 캐치 테이블에서 가능하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54


삼원가든 특실

‘만남이 잔치가 되는 곳’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삼원가든의 특실을 올해 4번 정도 방문하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모임에 초대를 받았던 것이 첫 방문이었다. 무척 만족스러운 구성의 맡김 차림에 감동하여 중요한 해외 손님과의 식사나 가족 모임에 자주 추천하곤 한다. 

한우 모둠 구이를 메인으로 솥 밥과 게장, 산낙지 볶음 등이 차려지는 것도 무척 화려한데 앞서 나오는 보양식 수프와 애호박 만두는 기품 있는 한식의 맛을 자랑한다. 

한우 모둠

산낙지 볶음

애호박 만두

가을에 만나는 고급 식재료로 송이 육회와 와인과 함께 페어링하기 정말 좋았던 된장소스 굴 구이와 캐비아, 구절판도 즐길 수 있다. 

캐비아와 구절판

된장소스 굴 구이

꼭 육류만으로 채워지는 코스가 지겨운 이들에게는 반가운 신선도 좋은 해산물 모둠도 이어진다.

해산물 모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눈앞에서 전문가가 구워주는 한우 모둠 구이 (안창살, 토시살, 생등심, 생갈비)와 삼원 가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전통 양념갈비도 맛볼 수 있다. 

한우 모둠 구이

삼원전통양념갈비

킹크랩구이는 수율 좋은 킹크랩을 구이로 즐기고, 나중에 진한 육수가 매력적인 킹크랩 라면으로도 등장한다. 위장의 포션을 잘 나눠가며 먹어야 할 정도로 준비되는 음식들이 많다. 그 맛도 하나 같이 어릴 적 가족식사로 먹던 찰진 간과 맛이라 수저를 내려놓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킹크랩구이

킹크랩 라면

특실을 대관하는 개념이라 비용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인원으로 나누면 한 끼 코스 가격이다. 한우구이와 한식의 A to Z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만족스러운 곳이라 추천하고 싶다.

삼원가든의 VVIP 고객들을 위한 프라이빗 독채 ‘특실’은 하루에 1팀만 운영된다. 2인부터 최대 10인까지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다이닝 룸이며 예약 일정과 가격은 유선으로 문의하면 된다.


전화 02-548-3037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835


허니비 서울 & 커피템플 제주 팝업

지난봄부터 이야기가 오갔던 허니비 서울과 커피템플 제주의 특별한 팝업. 파티시에의 역량과 그에 세심하게 대응하며 맞춰내는 바리스타의 만남이라니 설레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팝업이나 컬래버레이션이 성행하는 요즘이지만 이 정도의 퀄리티와 실력으로 준비된 팝업이라면 매일 방문하고 싶어질 정도다. 

커피템플 김사홍 바리스타와 허니비 서울 조은정 파티시에

우리나라 스페셜티 커피씬에서 추출의 감도를 가장 세밀하게 잡아내는 천재 같은 김사홍 바리스타. 꾸준히 게스트 바리스타 이벤트를 진행해 오며 전국의 실력 있는 커피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해 서로의 성장을 독려하는 멋진 기술인으로도 유명하다. 

허니비 서울의 조은정 대표 또한 다양한 팝업과 꾸준한 수업을 통해 한국의 디저트 문화를 널리 알리고, 탄탄한 거름 목이 되어주는 터라 이 두 분의 만남이 이뤄낸 시너지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오랜 의논과 고민 끝에 3일간 200여 명의 손님들을 모시고 3부에 걸친 코스로 페어링 디저트와 커피를 선보였다.


[1부 설원의 열매 : 위로]

-세가지 소르베 x 클래식 에스프레소
(리치 / 비트, 쉐리비네거 / 프로마주블랑, 라임)

1부 설원의 열매 : 위로

제과의 영역에는 사탕이나 글라세(빙과류)가 포함되어 있다. 당을 이용하고 향을 입히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첫 제품을 소르베로 선택한 조은정 파티시에의 의도는 무엇인지 물었다.

첫 번째 이야기, 위로는 맑고 깨끗한 눈송이를 떠올리며 리치 소르베를, 부드럽지만 강건한 흙의 에너지를 자아내는 비트 소르베를, 포근한 풍미의 프로마주 블랑과 라임이 상큼한 마무리 여운을 맡아 커피템플의 클래식 에스프레소와 함께 페어링 했다고 한다.
녹진하고, 고소한 직관적인 맛의 결정체인 에스프레소를 소르베와 함께 떠올리다니!

[2부 함박눈 내리는 밤 : 축전]

-포레누아 2023
-예멘 GLAH랏 브루잉 커피

2부 함박눈 내리는 밤 : 축전

달콤한 꽃내음의 타히티 바닐라와 입안 가득 차오르는 풍미의 키르시 크림은 우리에게 익숙한 조합이다. 하지만 포레누아는 그 무게감과 촉감을 아주 가볍게 만들어내 지루하지 않고, 산뜻하게 표현하여 달콤 쌉싸름한 맛의 응축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리오틴 체리를 아몬드 향의 키르시에 풍덩 절여 예멘 커피의 강건함에 지지 않도록 의도하였다.

[3부 설산의 봄 : 기원]

- 제주 바바 오 럼(설산의 봄) x 콜롬비아 엘 트리운포 게이샤

3부 설산의 봄 : 기원

은은한 럼과 패션후르츠 시럽에 푹 적신 바바와 제주 감귤로 만든 바바로와즈를 얹고 휘핑한 감귤 제스트, 티후트 후추를 인퓨징한 가나슈를 사이좋게 쌓아 올렸다. 여기에 시나몬, 후추, 정향, 바닐라에 수비드로 조리한 배와 오렌지를 젤리로 빚어 복합적인 향미를 매만졌다. 커피는 콜롬비아엘 트리운포 게이샤로 선택. 청아하고 맑게 마무리하는 것 또한 훌륭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oneybeeseoul/


리앤머 & 헬카페 뮤직이 함께하는 파네토네 팝업

무스케이크를 즐기는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리틀앤머치가 안식년을 마치고 조심스레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처럼 무스케이크와 구움 과자가 아닌, 겨울에 맛보는 이탈리아의 전통 크리스마스 빵 파네토네를 들고 돌아왔다.

작년부터 준비하여 완성한 리틀앤머치 레시피의 파네토네라니. 맛보기 전부터 그 기대감이 컸다. 슈톨렌에 이어 파네토네가 슬슬 전문가들에게 핫 아이템이 되어가는 초기 단계인 올해에는 빵 전문가가 만든 파네토네와 과자 전문가가 만든 파네토네를 비교하여 먹어본다면 무척이나 재미있는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초콜릿 파네토네

천천히 숨을 쉬는 빵인 파네토네는 효모종으로 반죽을 만들고, 발효하고, 굽고, 말리는 과정까지 거의 3일이 꼬박 걸린다. 다양한 커피 음료나 위스키와 와인, 하이볼과도 페어링이 좋은 재미있는 빵이다. 

클래식 파네토네

오렌지 필이나 건포도와 같은 말린 과일이 들어가 있어 풍미가 화려하다. 또한, 버터의 유질감이 밴 반죽의 포근함은 슈톨렌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판매는 예약을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하며 보다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조각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바로 리틀앤머치와 헬카페가 12월 둘째, 셋째 주말, 헬카페 뮤직에서 특별한 페어링 팝업을 진행하는 것. 

파네토네 패키지

파네토네 조각과 헬카페의 커피와의 페어링을 맛볼 수 있으며 현장에서 구입도 가능한, 독특하고도 맛있는 크리스마스 앙상블이다. 특히 22일 밤에는 송년의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는 디제잉과 파네토네, 술, 세스크멘슬의 샤퀴테리가 함께 하는 특별한 시간이 준비된다고 하니 맛과 멋을 더한 수준 높은 즐거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꼭 달려가 보시길 추천한다.


주소 헬카페 뮤직 : 서울시 중구 을지로27길 1층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little_and_much/

영업시간 10:30-15:00 (12월 9-10일/ 16-17일)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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