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빛낸 신규 스페셜티 커피 매장 by 심재범

코로나를 마감한 2023년은 여러모로 역동적인 한 해였다. 커피 산업에서는 확장성, 상징성을 주제로 재밌는 신규, 인디 매장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2023년 한 해를 빛낸 신규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을 간단히 정리했다.

1. 다크에디션 커피

다크에디션 커피 (과거 라우터 커피)는 라우터 시절부터 연희동의 가장 상징적인 로컬 매장이었고, 지금도 한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라우터 매장을 정리하고 두 달이 넘는 정비 기간 후에 매장을 오픈하였는데도, 첫날부터 단골손님들로 인산인해였다. 로컬들의 성지라는 표현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새롭게 매장을 리브랜딩 한 다크에디션은 이전보다 두 배 정도의 규모로 확대가 되었고, 로스팅 머신과 약간의 좌석이 추가되었다.

다크에디션의 특징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커피 원두이다. 평균적으로 30여 가지, 최소한 20종류 이상의 커피들을 상시 베스트 컨디션으로 준비하고 있다. 

다크에디션의 또 다른 특징은 밀크커피. 카페라테, 카푸치노와 같이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바가 아닌 손님 앞에서 밀크커피를 직접 만들어, 최적의 커피 온도로 마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크에디션 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진심이 전해지는 서비스와 환대이다. 연희동의 외진 곳에서 최고의 서비스로 지역 손님들과 공존하는 다크에디션 커피 매장은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

2. 제주 롱플레이

제주 롱플레이 커피에 프릳츠 김병기 대표의 추천으로 방문했는데, 커피, 음악, 분위기, 호스피탈리티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롱플레이 커피의 위치는 구좌와 함덕의 중간, 정확히는 함덕에 가까운 바다마을이다.

롱플레이 커피는 음악가 이상순 씨가 오픈한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작년, 오픈 초기에 과도하게 화제가 되었지만, 이제는 커피와 음악을 즐기기 좋은 로컬 커피 매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롱플레이 제주는 지역사회에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사전 예약으로 방문하는 시스템이다. 전화 통화를 하면, 자동적으로 예약 링크가 연결이 되어서, 생각보다 예약이 어렵지 않다.

매장 이용 시간은 한 시간이며, 시즌에 따라 이상순 씨가 선정한 플레이리스트를 고음질의 음원으로 플레이하고 있다. 방문한 날에는 김현철, 장필순, 이승환, 주찬권, 노이즈, 강인원, 코나와 같은 한국의 한시대를 풍미한 팝 음악이 정겹게 흘러나왔다. 

롱플레이의 커피(프릳츠, 로우키, 센터 커피, 몽타주와 같은 스페셜티 커피와 협업으로 블렌딩을 제작하고 싱글 오리진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음악 뿐만 아니라 바리스타들의 친절한 모습과 정성 어린 추출도 인상적이었다. 멋진 커피와 여운 있는 음악과 분위기까지 롱플레이 때문에라도 꼭 다시 제주에 가고 싶다.

3. 커피리브레 연남

한국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로 손꼽히는 커피 리브레 1호점 연남점이 동진 시장 재건축으로 한 달여 간의 휴무를 마치고 연남동 경의선 공원으로 새롭게 이전했다. 한국 최초의 큐그레이더이자, 세계 로스팅 대회 2연패를 기록한 존경 받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 서필훈 씨의 커피리브레 연남점의 새로운 매장 오픈으로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크게 들썩였다.

새로운 리브레는 단독 주택을 리노베이션 했다. 1층은 커피바와 약간의 좌석이 있고, 2층 공간이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휴식할 수 있는 곳이다. 마당을 통해 들어가는 입구에는 반려견을 위한 식수대가 있고, 커피바 창문 앞에 자동 브루잉 머신 푸어 스테디가 있다. 커피바 입구에 동진 시장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한약방 장식장이 그대로 비치되었다.

커피리브레는 연남점 오픈과 함께, 그라니타, 아포가토, 마로키노를 선보였다. 그라니타는 수제 아이스크림 펠앤콜의 레몬 소르베와 배드블러드 블렌딩 에스프레소를 결합했고, 아포가토는 펠앤콜의 솔트 아이스크림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선명한 산미의 에스프레소와 레몬 소르베 그라니타는 커피 향미가 레몬 소브레와 입체적으로 구성되었고, 솔트 아이스크림을 조합한 아포가토는 단짠의 느낌과 커피의 궁합이 풍성하다. 이외에 마로키노는 초콜릿 크림을 스팀 해서 에스프레소와 결합시켜 커피의 향미와 질감, 밀도가 인상적이었다.   

커피리브레는 연남점 재개장과 함께 어린이 환영, 반려동물 환영, 교통약자 우선권 적극 반영을 테마로 준비했다. 1층 커피바 화장실은 어린이와 교통약자를 위한 우선 사용. 1층에 반려동물 전용 식수대 비치와 같이 사회적 약자를 우선 배려하는 구성이다. 매장 2층은 넓은 층고로 쾌적하다. 매장의 밝고 화사한 느낌과 리브레의 선명한 커피 향미가 아름답게 어울린다. 한국 커피산업의 기념비적인 커피리브레의 새로운 이전과 함께 스페셜티 커피 산업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기원한다.

4. 잽엔헨리

대구 약령시 한약재 거리에 위치한 잽앤헨리는 에스프레소 전문점과 농후 라테 전문점으로, 지금 대구에서 가장 뜨거운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잽앤헨리 라는 이름은 가수 잽앤로저의 이름과 박상훈 대표의 영어 이름 헨리가 조합이 되었다. 매장의 분위기가 조금 산만하지만, 생각보다 바이브가 훌륭해서 현재 대구의 젊은 층들이 가장 좋아하는 매장 중 한 곳이다.

잽앤헨리의 추천 커피는 스페셜 에스프레소. 2주 간격으로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를 꾸준하게 변경해서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자작 그라인더를 사용해서 다양한 향미, 로스팅, 추출 포인트를 변경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임팩트가 강하다. 매장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스프링의 장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레버머신이다. 자작 그라인더와 레버머신의 에스프레소 임팩트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외에 잽앤헨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커피는 농후 라테다. 잽앤헨리의 농후 라테는 매장에서 직접 가공한 농축 우유를 사용하고 있다. 잽앤헨리의 농축 우유는 일본 온천 우유에서 영감을 받아, 직화로 끓이는 방식이다. 우유의 수분 30퍼센트를 증발하는 과정에서 탄 맛이 없이 고소함과 단맛이 극강이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마셨던 밀크커피 중 고소함과 단맛의 밸런스가 최강이었다.

5. 유어홈 커피 ( 2023년 한국 로스팅 대회 우승, 세계 로스팅 대회 7위 최전주 로스터 )

2023년 한국 로스팅 대회 우승과 세계 대회 7위를 기록한 유어홈 커피의 최전주 로스터는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 매니저를 시작으로 칼라스커피, 딥블루레이크커피와 같은 스페셜티 커피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2021년 영등포 문래동에 유어홈 커피를 시작했다. 매장은 신도림과 문래역의 중간지역 문래공단 철공소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유어홈 커피의 라인업은 단단한 브라질 커피를 배경으로 하는 강배전 워크 블렌딩과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커피가 섬세하게 조합된 홈블렌딩 커피다. 개인적으로는 단단하고 견고하며 아름다운 밸런스의 홈블렌딩 에스프레소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싱글 오리진 브루잉 커피들을 5천 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유어홈에서는 블렌딩 에스프레소와 두 종류의 브루잉 커피를 마셨는데, 단맛을 기본으로 향미의 복합성을 잘 발현했다. 예상보다 더욱 훌륭하고, 같은 생두를 기준으로 올해 마셨던 커피 중에서 가장 좋았다. 괜히 로스팅 챔피언의 매장이 아니다. 좋은 로스팅 커피가 궁금하다면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6. 정리하며

2023년 신규 매장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다크에디션과 같은 인디, 로컬, 신규 매장들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고, 기존의 커피인이 아닌 외부 유명 인사가 진지하게 스페셜티 커피를 보급하고 소비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롱플레이 덕택에 커피 산업이 확장하고 있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를 상징하는 커피리브레 역시 재개발로 부득이하게 매장을 옮기게 되었는데, 오랜 시간을 준비하고 직원을 배려한 근무 환경이 커피인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의 잽엔헨리는 덕후와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품질에 대한 집착과 노력이 멋진 커피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커피 로스팅 실력을 당당하게 입증한 유어홈 커피와 같은 로컬 로스터리 매장들이 한국 커피 산업의 긍정적인 결과에 기여하리라 예상한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 조원진 작가와 공동 출간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이 있다.  영국인 커피 애호가 찰스 코스텔로, 조원진 작가와 함께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코리아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의 영문판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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