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봄이 찾아오기 전 미리 즐겨보는 색다른 맛의 향연, 2월의 뉴테이스트 by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2024.02.28 10:53:35

봄이 나른한 기지개를 켜기 전, 무심한 듯 입맛을 돋우는 익숙한 진한 맛, 발효로 표현되는 산미 그리고 화사한 달콤함을 탑재한 뉴테이스트로 본격적인 봄나들이를 제안해 본다. 신사동에서 성수동 그리고 서촌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맛을 탐험해 볼까?


곰탕랩

정식당 임정식 셰프의 곰탕이 그리웠던 분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곰탕랩이라는 이름으로 안터룸 서울 1층 예전 아이뽀유 자리에 새로이 등장한 이곳에서는 고기 담뿍, 시원한 국물의 쌀국수 대신 우리네 정서를 그리고 위장을 채워 줄 메뉴들이 주인공이다. 

고기곰탕

사골곰탕

흰밥 쓱 말아 즐기는 곰탕 삼 형제를 메인으로 정겨운 맛의 구현을 위한 김치전과 두부 부침, 맵칼한 낙지 무침은 해장과 음주를 무한루프로 반복하게 만들 수 있는 치트 키다.

낙지무침

김치전

두부부침

사골과 잡뼈 그리고 콜라겐류의 부위를 이용해서 만든 '콜라겐 사골곰탕'과 소의 양지 사태, 머리 등 고기 부분만 이용해서 완성한 맑은 '고기 곰탕'. 짬짜면은 아니지만 위 두 곰탕을 섞어 완성한 '반반 곰탕'도 재미있는 위트로 등장한다. 

이 반반 곰탕에 소기름을 이용해서 만든 매운 다대기와 내장류가 들어가 칼칼한 '양곰탕'은 나의 원픽. 이 중 콜라겐 고기 곰탕은 끓이는 시간이 긴 데다 이를 다시 졸여서 만들기 때문에 하루 20그릇 한정으로 판매한다. 

양곰탕

수육

기름의 고소함을 잘 머금은 해물전은 잔치 느낌을 잘 살린 부유한 기름내가 매력적이다.

자연스레 소맥을 말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모던한 곰탕 연구소!


전화 02-517-4656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53 1층

영업시간 11:00~15:00(마지막 주문 14:30)/17:00~22:00(마지막 주문 20:30) |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omtanglab/


미드메

서촌의 사랑스러운 구움 과자 전문점이자 다양한 프랑스 디저트를 만날 수 있었던 모드니에가 작년에 아쉽게 폐업했다. 두 분의 파티시에가 함께 일을 하시다가 그중 한 분인 고승민 파티시에가 독립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오픈하게 된 곳, 미드메 Midme를 방문했다. 

기존 위치에서 불과 100m 정도 옮겨 새로운 터를 자리 잡은 미드메는 재미있게도 불어가 아닌 한글로 ‘믿음의’를 불어처럼 표기한 이름이다. 나 자신은 물론 주변의 많은 분들이 지지해 주는 믿음 그리고 미드메를 찾아 주시는 고객들의 믿고 먹는 선택을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전과 같이 고승민 파티시에의 특기인 프랑스 구움 과자는 물론이고 황금빛으로 잘 구워진 비에누아즈리 또한 쇼케이스를 채우고 있다. 

제철을 맞은 딸기가 담뿍 올라간 갸토 또한 눈에 들어온다. 예전처럼 마들렌과 피낭시에, 카늘레 구성으로 선물 박스를 하나 만들고 내 입에 바로 넣어 줄 오렌지 플로랑탱을 구입했다. 

오랜만에 오렌지 필의 풍성한 단맛과 아몬드의 고소함이 한 번에 느껴지는 이 마법! 다시 돌아와 반가운 선수의 맛이다. 마침 얼마 전 오픈한 인텔리젠시아 커피 부근이라 함께 들리면 좋은 루트로, 아니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추천한다.

오렌지플로랑탱


전화 0507-1352-5906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36 1층

영업시간 11:00~20:00| 연중무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idme_official/


마테르

아시안 노르딕 퀴진을 표방하는 젊은 다이닝 레스토랑 마테르. 어느덧 도산공원의 풍광을 벗 삼아 1년 하고도 3개월을 훌쩍 넘긴 신인 아닌 신인이지만,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 속에 들어온 곳이다.

덴마크 NOMA의 시스터 레스토랑 중 하나인 108 출신의 김영빈 셰프가 발효를 통해 식재료가 가진 맛과 식감, 풍미에 이르는 독특한 변화를 표현해 낸다. 

울산의 미지라는 공간의 라운지 메뉴 컨설팅을 맡아 핑거 다이닝이라는 콘셉트에 적합한 그만의 맛을 구현했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는데 드디어 본진(?)에 들어와 편안한 식사를 즐기게 되었다. 

비트, 명이나물, 본매로우

문어, 샬롯, 굴

부담스럽지 않되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 홀 서버의 역할과 요리에 어울리는 다양한 주류를 제안하는 소믈리에가 키친에서 선보이는 요리에 날개를 달아주는 느낌이다.

감자, 장어, 트러플

제주 당근

사진에는 없지만 생선 요리와 사워도우의 조합이 마테르의 정체성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좋은 클루가 되었다. 하지만 머릿속과 입 안을 가장 행복하게 했던 메뉴는 이베리코 메인요리다.

사워도우

이베리코

한우의 조직감을 남부럽지 않게 만드는 이베리코의 굽기와 조직감 그리고 가니시로 곁들이는 콜리플라워와 흑마늘의 조화. 

뻔할 수 있는 요소들을 뻔하지 않게 만들어 내는 남다른 표현법에 저녁 메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이어진 코스의 끝에 어느덧 누구와 함께할지 즐거운 고민을 시작해 본다.

한우 채끝 등심

르방, 김부각


전화 02-518-5879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54길 16 지하1층

영업시간 12:00~15:00/18:00~22:00| 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ter_restaurant/


케익바

자주 방문하지 못해도 늘 머릿속에 떠오르는 뚝섬역 맛꾸러기들의 아지트, 맛동산. 세대 막론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늘 그리워하던 이 모던 아시안 레스토랑의 매력은 무엇일까?

호주, 핀란드, 마카오 홍콩에서 실력을 쌓아온 TK 셰프와 클레어 김(Claire Kim) 파티시에 부부는 한국의 신선한 해산물과 생선 등을 대중적이지만 깊이 있는 감도로 테이블 위 가장 행복한 디시로 만들어 내는 마법사들이다.

이들이 작년 11월 시스터 브랜드로 동일한 건물 지하에 케익바라는 이름의 술과 디저트가 함께 하는 은밀한 공간을 오픈했다. 다양한 컨설팅과 팝업 활동으로 너른 시야를 지닌 클레어 셰프가 클래식 디저트에 대한 사랑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클레어 셰프는 호주 시드니의 프렌치 파티스리 빅토아 Victoire의 헤드 파티시에를 시작으로 홍콩 이주 후 ‘Claire De Lune’이라는 개인 디저트 브랜드를 런칭, 다양한 팝업과 카페 컨설팅 활동을 했다. 

벌써부터 홀 케이크 사전 주문이 불티난다는 시그니처 메뉴 ‘딸기 코코넛 케이크’는 조각으로도 즐길 수 있다. 

딸기 코코넛 케이크

딸기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올려주는 이 밸런스마저 상큼한 조합부터 밤 크렘 브륄레의 진하고 부드러운 맛까지 자신감 담뿍 들어간 커피 메뉴들부터 홍콩 밀크티 그리고 무엇보다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 위스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주류 메뉴도 사퀴테리, 디저트와 함께 준비되고 있다. 

맛동산에 이어서 2차로도 아주 적합한 공간이 되고 있다.

홍콩 밀크티

밤 크렘 브륄레


전화 0507-1384-9954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668-68 지층 안쪽

영업시간 13:00~18:00(마지막 주문 17:30)| 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akebarseoul/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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