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서촌 - 김혜준의 동네 한바퀴 Ep.02

2024.03.06 09:30:45

고즈넉한 사대문 안의 분위기를 가지런히 유지하고 있는 이 조용한 동네, 서촌. 인왕산과 북한산의 산세는 물론이고 경복궁과 같은 고궁을 곁에 두고 있는 그야말로 한국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지역입니다. 

인왕산의 옛 이름인 서산에서 비롯되었다고도 알려진 서촌이라는 이름은 경복궁을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해 서촌, 북쪽은 북촌으로 명명되고 있습니다. 

청와대 주변으로 진행된 개발 제한으로 인해 보존되고 있는 전통 가옥들의 형태를 만날 수 있고 국립현대미술관, 국제갤러리 등의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는 천혜의 문화적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성장한 그리고 여고 시절을 보낸 지역권이기에, 거리의 골목 하나하나에 오랜 추억이 담긴 곳도 꽤 많습니다. 그중 요즘 제가 서촌을 거닐며 꼭 들리게 되는 참새 방앗간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통인시장

모든 약속의 시작은 통인시장을 기점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촉촉한 술 약속을 위해서라면 지하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안주마을이나 서촌 계단 집으로 직행하게 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죠.

통인시장의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유명한 기름 떡볶이나 고소한 기름 향을 자랑하는 전과 지지미 가게들부터 생활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의상실이나 방앗간 등도 만날 수 있어 경복궁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자연스레 방문하게 되는 관광 스팟이기도 합니다.

이 시장의 정문으로 들어가 쭉 걸어 출구로 빠져나오면서 저의 서촌 나들이는 시작됩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

영업시간 07:00~21:00/ 도시락카페 이용시간 11:00~16:00| 도시락 카페는 월요일 휴무


마사마드레

통인시장의 출구에 서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몇 발짝 걷게 되면 왼편 골목에 작은 빵집을 만나게 됩니다. 반지하에 자리 잡고 있지만 창 안쪽으로 보이는 따사로운 공간의 분위기와 구수한 빵 내음은 그야말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법이나 다름없습니다.

부근의 효자베이커리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한국식 간식빵들과는 다른 천연발효종을 이용해 만드는 유럽식 식사빵 계열을 중심으로 라인업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티초크포카치아

기다란 바게트, 퐁신한 감자빵, 호방한 모습의 호밀, 통밀빵을 주로 사 먹게 됩니다. 집에 돌아가 빵칼로 자른 후 한 번에 먹을 양을 따로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 두면 편하게 아침 테이블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답니다.

실은 실내에서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와 프렌치토스트가 유명한데 저는 아직 시도를 해보지 못했어요. 다양한 와인들도 함께 구비하기에 빵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꼭 방문해 보세요. 서촌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맛있는 빵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전화 0507-1331-7234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68-3

영업시간 10:00-20:00 | 월, 화요일 휴무, 재료 소진 시 이른 마감


노멀사이클코페

빵을 샀으니 커피 생각이 절로 납니다. 최근 오픈한 인텔리젠시아의 첫 지점이나 티모시 살라메가 방한해서 들러 이슈가 된 에디션 덴마크도 아주 좋은 커피와 티를 준비해 두지만, 오랜 저의 아지트 같은 커피 공간이 있습니다.

 

다만 이곳은 편하게 수다를 떨거나 카페 공간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물론 예전에는 작은 공간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커피를 마실 수도 있었지만, 요즘은 테이크아웃으로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2년 6월에 오픈해 지금은 주인장이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하는 시간대에만 짧게 운영하므로 서촌 일정이 잡히면 제일 먼저 커피를 즐길 짬을 내는 것이 루틴입니다. 거기에 오래 이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는 텀블러를 가지고 가시는 것을 강하게 추천합니다. 다양한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그 원두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버 노트를 손 글씨와 그림으로 그려 메뉴판을 만드시거든요. 그 글에 매료되어 원두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지난번에는 온지음에서 점심을 먹고 들렀는데요. 한식을 먹은 후 입 안을 개운하고, 화사하게 만들 수 있는 맛을 추천해달라는 저의 요청에 말린 청대추와 자두가 떠오르는 아주 아름다운 아이스 커피를 드립으로 내려 주셨습니다.

아이스 커피일수록 두어 시간 가까이 천천히 두고 맛의 변화를 즐기기를 추천해 주시는데 그 방법대로 커피 한잔을 온전히 집중해 마시다 보면 무척 재미있는 맛의 여정이 펼쳐집니다. 소분된 원두를 구매해 오시는 것도 좋습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47-32번지 3층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ormalcyclecofe_

(영업시간과 메뉴는 인스타그램으로 공지)


호라파

블루리본 뉴테이스트를 통해서도 소개했던 태국 음식 전문점 호라파에서의 저녁은 어떨까요? 분명 점심시간도 영업하지만, 숯불에 구운 닭고기나 돼지 귀 요리를 즐기려면 주말 점심과 저녁이나 평일 저녁 예약을 추천합니다.

후무양(숯불에 구운 돼지 귀)

카이룩커이

태국 Nahm의 데이비드 탐슨 밑에서 태국 요리를 배우고 국내 라이즈 호텔 런칭 때도 멤버로 일을 했던 손승희 셰프와 새롭게 손발을 맞추는 문정섭 셰프가 가장 태국스러운, 향신료의 매력을 아낌없이 담고 신선한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는 솜씨를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레스토랑입니다.

까이고를레(태국 남부의 치킨 바비큐 카레)

특히 매 계절마다 곁들이는 한국 과일이 매력적인 쏨땀부터 호라파라는 이름의 태국 바질을 튀겨내 담뿍 올려내는 가지튀김 요리도, 맑은 똠얌 수프에 국내산 오징어로 시원한 맛을 낸 위트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방콕 길거리에서 즐기던 바나나 로티도 뜨끈하게 준비가 됩니다.

쏨땀

똠얌

로티 꿀루어이(바나나 로티)

그동안 한국에서 즐기던 태국 요리의 톤과 확실히 다른 방향성을 가진 태국의 또다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띰남따오후

핸드릭스 진토닉


전화 0507-1414-0216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7-1 2층

영업시간 12:00~15:00 (마지막 주문 14:00)/18:00~22:00 (마지막 주문 21:00)| 월요일 휴무


참 제철

서촌에 칵테일 왕자가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으신가요? 바로 바참 BAR Charm과 뽐 Pomme의 임병진 대표가 그 주인공입니다. 작은 체구에 넘치는 에너지와 깔끔한 바텐딩으로 국내 바씬을 리딩하는 선구자인데요.

그가 제철이라는 한국적 식재료의 뿌리를 찾고 발효 기법을 결합하여 칵테일을 선보이는 세 번째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개월에 한 번씩 메뉴가 바뀌는 연구실과 바가 결합한 독특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산 재료와 국내 리큐르를 가장 잘 사용하는 바텐더로 손꼽히는 그와 그의 크루들이 엄청난 창의력과 호스피탈리티로 서촌의 밤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곳입니다. 서촌 나들이의 마지막을 참 제철에서 장식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마티네즈(시즌)

팔로마인(시즌)

전화 0507-1383-4750

주소 서울 종로구 사직로 133-10 4층

영업시간 19:00~02:00(익일) (마지막 주문 01:00)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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