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겨우내 잠들어 있던 입맛을 끌어올릴 수 있는, 3월의 뉴테이스트 by 김혜준 푸드 콘텐츠디렉터

2024.03.22 11:02:14

봄, 봄, 봄. 가벼운 윗옷을 걸치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 하지만 일교차가 아직은 크다 보니 감기를 조심해야 한다. 겨우내 잠자고 있던 입맛을 끌어올릴 수 있는 뉴테이스트를 찾아보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즐겨 먹던 장르의 음식보다는 셰프들의 필살기가 빛나는 다채로운 카테고리의 요리들이 주인공이 되었다. 그 누구보다 자연에 진심인 셰프의 지중해 고조리서에 기반한 요리부터 한식의 미래를 짊어지는 모던 코리안을 더욱 캐주얼하게 펼쳐내는 맛, 아시안 퀴진의 특징들을 잘 캐치하여 자연스레 술잔을 비우게 만드는 향신료의 매력을 발산하는 요리, 마지막으로 탕수육 볶먹의 종결자가 귀환한 그곳으로 인도한다.


기가스

남산을 바라보는 회현동에 위치한 고즈넉한 전시 공간 ‘피크닉’이 주는 문화적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미식. 제로 콤플렉스가 그간 보여 주었던 감각적인 다이닝의 바통을 기가스가 이어가게 되었다. 

도산공원 부근 2층의 첫 공간에서 느꼈던 강렬한 첫인상에서 이제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내부 인테리어와 통창을 통해 보이는 푸르른 계절의 채색으로 변화한 것이다. 

레드향, 당근, 서해생합

푸름당베르, 배세미프레도

군포의 와니농장에서 자라난 허브와 채소들을 토대로 진정한 채집요리를 보여주는 정하완 셰프는 스페인 Mugaritz, 독일 La Vie를 비롯해 유럽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포시즌스에서 총괄 셰프로 근무를 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그의 요리 인생에서 가장 큰 화두로 자리 잡은 것은 결국 뿌리, 맛의 근원, 대지, 자연으로 귀결된 것이 아닐까?

와니 농장의 채소와 감귤류

겨울 루콜라, 서해관자와 저지소 우유 리코타 퐁듀

비트, 갑오징어, 겨울허브

기가스가 처음으로 오픈 했던 시절부터 꾸준하게 계절을 느끼러 방문할 때마다 시간으로 축적된 감미의 산딸기라든가 수십일을 말려 준비한 생선, 소스 등의 집착 아닌 집념을 접시 위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 열정과 집중은 새로운 공간에서도 여전히 빛이 나고 점점 더 와인을 핸들링하는 매니저의 활약도 기대가 된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정하완 셰프답게 다이닝 공간은 키즈 프렌들리로 운영이 된다.

오리가슴살과 복분자

7일 숙성 한우, 18개월 숙성 밤

고등어 에스카베체

그랑메르 클라푸티

전화 0507-1392-9935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피크닉 3층

영업시간 18:00-22:30 (마지막 주문 20:30)| 월, 화요일 휴무


마마리와 뱅글

뱅글이 그동안 내추럴 와인 중심으로 한 와인바의 영업을 주력으로 했다면 이제는 마마리 다이닝과 만나 ‘마마리와 뱅글’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한식 반찬펍의 콘셉트로 등장했다. 와인에 한정되었던 주류 라인업도 하이네켄 드래프트 비어와 하이볼 등으로 확장되어 조금 더 친숙하고 직관적인 맛의 메뉴들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곡물 쌈장과 제철 채소 모둠은 번거롭게 누가 상업 공간에서 준비할까 싶은 구성으로 건강한 채소들을 즐길 수 있고, 완도 전복과 주꾸미 무침, 제철 회 플래터 등은 마마리 다이닝의 송하슬람 셰프의 섬세한 한국식 생선과 해산물을 다루는 손맛을 보여주고 있다. 

특제 쌈장과 제철 채소

완도 전복과 주꾸미 무침

한우 육회와 부각

일행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메뉴로 연근 닭강정과 한돈 안심 돈가스를 꼽을 수 있는데 이는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마마리 다이닝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들이다. 

한돈 안심 돈가스

라구파스타

계절마다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단기 팝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어지는 반응이 좋아 연장 진행을 하는 만큼 믿고 갈 수 있는 한식 반찬펍으로 자리 잡을 듯하다. 특히 4월은 세스크 멘슬과 마테오 견문록과 함께하는 팝업을 기획 중이라고 하니 스케줄을 비워 둘 것.


전화 02-465-7306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18길 16 2층

영업시간 17:00-24:00 (마지막 주문 23:00)| 월요일 휴무


언더바 키

약수-신당 라인의 맛집들을 꼽자면 금돼지 식당을 비롯해 중앙시장의 알찬 먹거리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중 가장 애정하는 곳, 언더바 키를 뺴놓을 수 없다. 한남 소관 시절부터 아시안 퀴진의 맛을 잘 펼쳐내는 이기석 셰프의 업장이기에 굳이 약수동까지 모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언더바 키가 잠시간의 리뉴얼 기간을 마치고 새롭게 운영한다고 하여 다녀왔다.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딤섬을 시작, 주류의 카테고리가 넓어졌다. 시그니처나 다름없었던 병어 커리 디시는 사전에 주문하여 다양한 조리법으로 병어를 요리해 주는 시스템으로 변경되었다. 

이른바 시가 메뉴로 2-3일 전에 여유 있게 주문하면 대게, 킹크랩, 보리새우는 칠리크랩, 파생강 소스 등으로 덕자 병어, 자바리 등은 삭힌 고추찜, 어간장찜부터 다양한 조리법으로 준비한다.

딤섬

꼴뚜기 모닝글로리

탄탄면

타이 세비체

쯔란 난과 피멘토

기존에 사랑받았던 X.O. 가리비찜이나 조개볶음, 어간장 특제 우럭찜, 볶음밥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남찜 우대갈비, 쥬호우 양정강이, 와규 마파 등을 맛볼 수 있다. 하나같이 간이 정확하고 매력적이라 어떤 종류의 술과 곁들여도 페어링이 좋다.

시그니처 XO 가리비 찜

특제 어간장 통 우럭 찜

헝그리 볶음밥

특히 내추럴 와인부터 프리미엄 소주, 직접 제조해 주는 칵테일과 목테일, 위스키 하이볼도 추천하고 싶다. 적어도 3-4명이 모여 잔치처럼 즐기기에도, 연인이나 친구와 조촐히 보다 맛있는 술자리를 가지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전화 02-2235-3926

주소 서울시 중구 다산로24길 31 1층

영업시간 월요일 17:00~22:00 | 12:00~15:00/17:00~22:00(마지막 주문 20:45)| 연중무휴


효제루

합정동에 사무실을 얻어 일을 할 무렵 점심시간 또는 저녁 시간에 친구들과 일부러 약속을 잡고 들를 만큼 매력적인 중식을 맛볼 수 있었던 플로리다 반점을 기억한다. 어느날 조용히 문을 닫은 후 22개월 만에 종로5가 효제 초등학교 옆 효제루라는 이름으로 다시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거의 1년이 되어간다.

플로리다 반점 아니 효제루만의 특별한 맛과 스타일, 일명 볶먹 스타일의 탕수육 종결자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 특별함을 다시금 맛보기 위해 효제루에 들렀다. 물론 이곳에서는 탕수육은 기본으로 깔고 팔보채, 짬뽕, 짜장면도 맛을 보아야 한다. 

짜장면은 유니짜장 스타일로 잘게 다져진 채소와 고기를 설탕이 아닌 양파로 단맛을 내어 만들어 쓱 비벼 호로록 먹기에 참 적합하다. 무조건 연태 고량주를 찾게 되는 중독적인 이 맛을 보기 위해 아직도 오픈런을 불사하는 단골들이 있다. 웨이팅 및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하니 가능하면 일찍 움직이길 추천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8 1층

영업시간 11:00~15:00(마지막 주문 14:00)/17:00~21:00(마지막 주문 20:00)| 일요일 휴무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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