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청량한 푸르름과 함께 미소 짓게 하는, 6월의 뉴테이스트 by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2024.07.09 13:39:33

1년의 중간점을 지나는 이 시기의 청량한 푸르름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이다. 무더운 여름을 맞이하기 전보다 자유롭게 맛집 탐방이 가능한 만큼 6월에도 다양한 장르의 뉴 테이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경험과 공간에 대한 새로움을 장착한 솔밤 2.0,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운 브랜드로 찾아온 노진성 셰프의 꼴라쥬, 탄탄한 실력의 구움 과자와 갸토를 만날 수 있는 라쥬도르, 골드피쉬 딤섬퀴진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수지웡의 재도약을 주목해 보자.


솔밤 (Solbam)

짧은 시간 동안 빠른 성장을 보여 준 엄태준 셰프와 팀 솔밤의 새로운 스테이지 2.0이 시작되었다. 타의적인 이유로의 이전이었지만 엄태준 셰프의 머릿속에 꽉 차 있는 솔밤의 다양한 그림을 다시금 꺼내 실현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듯하다.

안락하면서도 격식 있는 리셉션 공간에서 웰커밍을 해주는 스태프, 셰프들과 디너를 앞두고, 단계적으로 고양되는 설렘 덕분에 그 안에서의 시간이 더욱 다채롭게 느껴졌다. 

가능하면 계절마다 선보이는 솔밤의 맛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솔밤팀이 준비한 요소들을 접하면 늘 새로워서 한국적인 식재료와 조리법에 관한 공부를 계속하게 되는 듯하다.

관자와 크림치즈 바바루아, 백다시마 피클 그리고 펜넬과 딜 크림

프티푸르

초당 옥수수와 캐비아

최근 궁중요리 연구원을 수료한 엄태준 셰프가 만들어낸 킥이 무척 재미있었다. 예상치 않았던 그의 과감한 도전이 무척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워낙 오리나 메추리 등 가금류에 대한 기호가 호에 가까운 편인데 이번 시즌 엄태준 셰프가 선보이는 메인 오리요리는 충격적일 정도다. 오리의 겉껍질과 속살 사이에 보드라운 두부를 채운 센스란.

드라이에이징 한 오리, 갈비양념, 두부와 닭 다리살 무스

전복요리

참외 비빔국수

솔밤의 여름 물회

애호박 덕자 요리

늘 멈춰있지 않으려는 열정과 노력을 만나게 되는 시간. 솔밤에서 흐르는 시간과 맛을 즐길 때가 되었다.

아뮤즈 부시

엄태준 셰프

전화 0507-1385-7308

주소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231 백영논현센터 2층

영업시간 17:30~22:30 | 일요일 휴무


꼴라쥬 (Collage) 

아난티 리조트의 총괄 셰프로 근무하던 노진성 셰프가 ‘꼴라쥬’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으로 대중들에게 복귀했다. 국내에서 프렌치 퀴진을 이어가는 셰프 중에서도 극강의 미니멀한 프레젠테이션이나 생선 요리의 익힘 정도, 디저트의 감미를 다루는 솜씨 등은 그 만의 요리를 사랑하는 매니아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아난티 강남 부근의 살롱 드 아난티에 위치한 꼴라쥬는 Bar 형태의 메인 스테이지에서 셰프와 그의 팀이 요리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한다. 마치 무대 위의 퍼포먼서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달걀노른자, 초리조 폼

은은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 시간에는 디시 각각의 특성을 잘 느낄 수 있다. 꼴라쥬에서 선보이는 코스는 14가지의 디시를 아뮤즈 부시와 식물, 해산물, 육류, 디저트, 미냐흐디즈의 4가지 챕터로 나누어 풀어낸다. 테마별로 3가지의 디시가 들어가 있어 지루함 없이 진행되는 플로우가 재미있다.

아뮤즈 부시

가리비와 발효 토마토, 적겨자, 브로콜리 꽃을 더한 타르트와 발효한 송이버섯을 올린 타르트로 시작되었다. 새로운 ‘발효’라는 아젠다를 자신에 요리에 덧입힌 것이 가장 큰 변화로 다가왔다. 이러한 변화는 억지스러움이 아닌 노진성의 발효라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묵직함보다는 시트러스와 향으로 덧입혀진 산뜻함이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디시 중 잣 퓌레와 로즈마리 폼의 따스한 수프는 잣을 딸 때의 향을 연상하며 만든 메뉴라고 한다.

차가운 참치, 발효 토마토

뜨거운 참송이, 발효 송이버섯

잣 수프

그 외의 저온으로 익혀 튀긴 양파 아이스크림과 샬롯칩, 셰리 비네거 소스의 조합은 온도감의 격차를 재치 있게 표현한다. 하지만 진정 그의 귀환이 감동적으로 느껴졌던 디시는 따로 있었는데, 바로 농어요리다.

영콘 가니시와 쿠스쿠스 위에 올려진 농어는 무척 얇게 조리되었다. 촉촉하면서도 아름다운 빛깔의 퀴숑이 가진 텍스쳐는 가히 그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겠다. 저온으로 조리해 투명하게 익힌 브란지노와 뵈르 볼락, 패션 프루트 소스가 곁들여져 완벽한 구성을 이루었다. 이 한 접시 만으로도 충분히 꼴라쥬를 방문한 가치를 만끽할 수 있었다.

양파 아이스크림과 샬롯칩

농어 

그리고 육류 세션으로 넘어간 후 등장한 차가운 염소요리는 레몬을 곁들인 요거트와 소렐, 발효 터치가 들어간 블루베리의 조합이었다. 캬, 노진성 셰프의 과감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남다른 한 끗의 미학. 

디저트 역시 소홀할 수 없는 그인지라 프리 디저트와 메인 디저트, 미냐흐디즈로 식사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간결한 듯 보이지만 맛의 설계는 역시나 단단히 짜인 흐름으로 끝난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연상되는 요리들의 색과 특징이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절마다 바뀔 꼴라쥬의 시간을 꾸준히 즐겨볼 생각에 벌써 설렌다.

미냐흐디즈

민트와 솜사탕

발효한 바나나, 꿀

세 가지 과일


전화 0507-1491-4115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136길 11 2층

영업시간 18:00~22:00 | 일, 월요일 휴무


파티스리 라쥬도르 (Patisserie L’age D’ore)

잠원동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아니 서울 내에서도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춘 파티스리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라쥬도르(L’age D’or)라는 이름처럼 황금기, 프랑스 과자의 전성기를 의미하는 듯 클래식한 메뉴의 라인업은 오너셰프인 전종우 파티시에가 몸담아 온 일본 도쿄의 오봉뷰탕 (Au Bon Vieux Temp) DNA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뿌리는 같지만, 자신의 개성을 더해 독립한 ‘온고’의 권형준 파티시에의 제품들과는 향과 텍스쳐, 표현하고자 하는 섬세한 디테일이 다르다.

그렇다 보니 두 곳의 과자를 번갈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트렌드에 민감한 대한민국의 제과 산업에서 클래식한 프랑스 향토 과자나 갸토를 구현해 내는 것이 기술자의 숙명이라 생각하는 곳. 이러한 뚝심을 가진 곳이 늘어나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다.

다쿠아즈

‘나’를 표현하는 과자이기 이전에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색의 철학과 방향을 또렷하게 잡는 브랜드다. 이런 특성은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는 브랜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향과 맛, 풍미를 충분히 갖춘 완성도 높은 디저트를 만나기 위해서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진한 크림이 매력적인 슈


전화 02-6012-0513

주소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95길 48-6 102호

영업시간 10:00~20:00 | 화, 수요일 중 택일 휴무, 업체에 문의


수지웡

압구정의 터줏대감으로 사랑받고 있는 골드피쉬 딤섬퀴진. 광둥식 딤섬 전문점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시기부터 준비했던 하이엔드 다이닝 ‘수지웡’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다이닝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 다녀왔다.

산사 열매와 마로 만든 맞이음식

아뮤즈 부시 새콤 가지냉채와 전복찜 등

박성열 대표가 인상적으로 감상했던 영화 ‘수지웡의 세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천 베이스의 홍콩과 상하이의 도회적인 느낌을 더한 깊이 있지만 접근성이 좋은 다이닝으로 풀어낸다. 메뉴들은 현지에서 경력을 쌓아 온 현지인 셰프들의 기술과 오랜 시간 중국에서 거주했던 박성열 대표가 직접 짠 메뉴들로 꼼꼼하게 준비된다.

노계와 돈 사골, 건관자와 하몽, 호박으로 만든 샥스핀

4가지 고추를 사용한 두부튀김

점심과 저녁 모두 코스로 준비된다. 그런데 요즘은 단골이 된 손님들이 상위 메뉴들을 커스터마이즈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한다. 그만큼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정된 맛과 요리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반증.

골드피시와 스테디셀러 딤섬 샘플러

무항생제 삼겹살 요리

딤섬을 캐주얼하게 즐기는 골드피쉬 딤섬퀴진의 베스트 메뉴도 코스 안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산라탕과 마파두부의 진정한 레벨을 보여주는 수지웡의 하반기 도약이 기대가 된다. 참, 매니저님이 직접 만들어 주시는 바이주 칵테일과 무알콜 칵테일의 페어링과 중국 전통차의 페어링은 놀라운 시너지를 보여준다. 꼭 참고할 것.

해삼과 보리 리조토, 전복 소스와 트러플

다양한 티, 바이주 칵테일


전화 0507-1354-5266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9길 36 2층

영업시간 11:30~15:00/17:00~22:00(마지막 주문 21:00) | 일요일 휴무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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