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제주시 – 김혜준의 동네 한바퀴 Ep. 06

2024.07.22 14:34:51

제주를 지난 십여 년 동안 수시로 드나들면서 생긴 나름의 룰은 현지인 맛집과 단골 향토식당의 비율을 적당히 맞춰가며 카페나 디저트를 사이 사이에 넣어 일정을 짜는 것이다. 해장국집이나 멜튀김, 생선조림집이 보통 단골 향토식당에 속하고 현지인 맛집은 그들의 유년시절에 등장했던 노포들이 주류를 이룬다. 일주일 간의 출장 기간 동안 짬짬이 들른 곳들 역시 이 룰에 맞춰 비율을 짜게 되었다. 제주공항에서 내려 바로 들르거나 공항으로 가기 전 마지막 만찬에 어울리는 맛스팟들로 여섯번째 동네 한바퀴 제주시편을 완성했다.


명호마농갈비

제주에서 고기를 먹으면 흔히 돼지고기를 떠올리는데 전부터 저장해 둔 한우짝갈비 전문점이 너무나 궁금해서 벼르고 벼르다 오픈런에 성공했다. 5년차에 접어드는 명호마농갈비는 제주산 한우 1+를 사용해 메뉴들을 구성한다. 현재 연동 본점과 중문점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청정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 한우 중 도체중 500kg 내외의 건강한 개체에서 35-40kg의 갈비짝을 직접 매장에서 발골, 골절, 포작업을 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일찌감치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상호의 ‘마농’이 제주 방언으로 마늘을 의미하는 것처럼 생갈비에 마늘 양념을 더한 양념 구이인 마농갈비가 일품이다. 제주 대정의 마늘의 맛을 알싸하게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메뉴이다.

생갈비와 마농갈비

생갈비

마농갈비

처음에는 생안창살이나 토시살을 먹다가 마농갈비로 넘어가면서 마농육회로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코스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편.

마농육회


재미있게도 곁들이는 메뉴들 중 된장찌개도 좋지만 일본식 커리에 마늘을 더해 풍미를 입힌 마농커리도 한번 맛보시면 좋겠다. 향신료 배합을 꽤 정성 들여 하신 태가 나는 포인트 있는 메뉴이다. 돼지에 지친 자들에게 한줄기 섬광이 비치는 곳!

마농커리


전화 0507-1463-8986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12길 15

영업시간 13:00~15:30/17:00~23:00(마지막 주문 22:00)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jeju_burningcow/


시골길

구제주 도심에 신해바라기 분식이 있다면 연동에는 시골길이 있다. 연동에 본점을 두고 이도동은 분점이라고 한다. 절대 관광객들은 선택하지 않을 메뉴일 수도 있는 청국장과 낙지볶음은 글로시한 단맛을 뺀 칼칼하고 맵쌀한 옛날 매운맛을 구현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지인의 소개로 방문하게 된 이 곳의 매력은 깨끗하게 유지되는 오랜 익숙함이다. 

낙지볶음


진하고 꾸릿한 청국장과 매운 낙지를 비벼 먹을 밥 한 그릇이 참기름 향을 뿜으며 큰 볼에 담겨 준비된다. 찬으로 나오는 심심한 콩나물 나물과 미역 나물을 더해 슥슥 비벼 먹으면 분홍색 제주 막걸리가 절로 생각난다. 

청국장


낙지볶음과 함께 나오는 소면을 비벼 그대로 먹어도 좋은데 청국장 한 스푼과 번갈아 먹는 것도 추천한다.

낙지볶음과 소면

본점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편이고 연동점은 보다 현대적인 분위기의 내부를 유지하고 있으니 시의적절하게 선택하여 방문할 수 있다.


전화 064-743-1196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연동13길 9

영업시간 12:00~20:30 - 토, 일요일 및 명절 휴무


도라지 제주

밥집보다 많아지고 있는 제주의 디저트 매장들이라고 하지만 세심한 기술이 더해진 본격적인 프랑스 디저트를 맛보는 일은 경험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10년 전에 비하면 다양한 기술자들이 제주로 자리를 잡고 있어 보물처럼 발견하는 행복이 있다. 5월 초 오픈한 신상 디저트 전문점 ‘도라지 제주’를 주목하자. 

레스토랑 스와니에 출신의 신현석 셰프와 디저트 전문점 세드라 출신의 정지향 셰프가 오픈한 이 새로운 공간에서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형식의 디저트를 즐길 수 있도록 접근이 어렵지 않은 재료를 이용하면서도 맛과 퀄리티의 수준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플레이팅 디저트부터 갸토, 구움과자와 커피 및 음료가 준비된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특별한 날을 위한 홀 케이크도 주문이 가능하다. 

내부에 비치된 작은 도라지꽃 작품처럼 시골에서 들꽃을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소박한 반가움을 손님들에게서 찾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비주얼을 보고 연상되는 크림의 풍부함과 은은한 향의 쓰임이 세드라에서 만났던 그 희열과 닮아 있기도 하여 메밀 에클레어와 블루베리 타르트, 5가지 맛의 마들렌을 구입했다. 


메밀 에클레어

블루베리 타르트

마들렌 5종


소중히 들고 다니다가 공항 내 라운지에서 일행들과 순식간에 먹어 버린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한참을 고민했던 플레이트 디저트 옥수수 밭을 꼭 매장에서 즐겨 보리라 다짐하며 다음 방문을 기대해본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설로 11길 15

영업시간 12:00~21:00 - 수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oraji.jeju


털보산해횟집

제주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못생긴 생선, 쏠치. 쑤기미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생선은 등에 난 무시무시한 가시에 쏘이면 독이 퍼질 수 있는 위험한 생선이라 이를 다루는 일이 쉽지 않다. 제주에서 처음으로 쏠치를 다룬 곳으로 알려진 이 털보산해횟집은 40년 정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항에서도 멀지 않은 위치라 비행기를 타기 전 만찬 장소로 무척 훌륭하다. 

물론 쏠치 1kg당 11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보니 인당 7-8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미리 예약을 한 후에 들르는 것이 안전하다. 쏠치가 나지 않는 계절에는 다른 생선들을 맛볼 수 있고 그 구성은 한정식집의 그것과 닮아 있다. 죽으로 속을 달래고 회와 초밥 약간, 데친 내장과 바삭하게 구운 구이, 된장을 풀어 뽀얗게 끓인 지리와 함께 내장 볶음밥이 등장한다. 

쏠치회

남은 횟감으로 잡아주는 스시

껍질과 해산물

구이와 내장

된장 베이스의 지리

볶음밥

여기에 잘 삭힌 김치를 한 점 올려 먹어야 대미가 장식이 되는데 이모의 입담이 음식 맛을 3배 정도 끌어 올리는 효과도 있다. 유쾌하고 맛있고 즐겁다!

쌈을 위한 풍성한 해조류

회쌈


전화 064-742-4441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은남4길 29

영업시간 17:00~22:00 - 연중무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eolbosanhae_in_jeju/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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