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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시즌 가을, 9월의 커피 트렌드 by 심재범

2024.09.19 14:28:39

힘겹던 무더위의 여름이 지나가고, 커피의 시즌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에는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바샤커피 서울 매장, 새롭게 리노베이션한 제주 커피템플, 서현역에서 스페셜티커피 생활권을 만들어가고 있는 커맨드커피, 마지막으로 뉴욕 맨하탄 페이스트리 매장 ‘파베’에서 열린 한국 스페셜티커피 국가대표 쇼케이스 소식을 전한다.


바샤커피 

전세계적인 럭셔리 커피의 대명사 싱가포르의 바샤커피가 서울 청담동에 한국 1호점을 깜짝 오픈했다. 바샤커피는 모로코의 ‘다 엘 바샤 팰리스(Dar el Basha Palace)’를 모티브로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커피 회사이다. 참고로 바샤커피에 표기된 1910년도는 ‘다 엘 바샤 팰리스’의 시작 연도이지, 2019년도에 시작한 바샤커피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바샤커피는 서울 청담동 명품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평일 오후 5시에 매장에 도착했는데, 대기 손님이 없어 빠르게 입장했다. 매장의 외부는 다 엘 바샤 팰리스의 외관을 연상시키듯 고급스러운 중동의 느낌이었다. 내부는 모로코와 같은 화려한 무늬와 다양한 이름의 커피들이 유혹적으로 전시 되어 있고, 매장의 커피 마스터들이 드립 커피를 포함한 제품을 대중의 눈높이 수준에서 쉽고 편안하게 제공하고 있었다.

매장의 1층에서 커피 제품 (원두, 드립백, 기물)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판매하고, 2층은 간단한 음식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숍이다. 바샤커피에서 가향커피 1910 블렌딩, 싱글오리진 에티오피아 시다모, 파인 싱글오리진 예멘커피를 마셨다. 기본 블렌딩 커피와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테이크아웃 커피는 1만1천원, 그랜드 모카 마타리 커피는 1만8천원이다. 그랜드 모카 마타리 커피는 건포도를 연상시키는 테루아가 미묘하게 포착이 되었고, 예멘 특유의 테루아를 비슷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싱글오리진커피는 에티오피아 특유의 장미향을 표현했지만, 플레이버의 강도가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1910 가향 블렌딩 커피는 향미의 인위적인 임팩트가 강하고 후미와 깔끔함이 부족했다.

바샤커피 방문 느낌을 정리하면, 전체적인 브랜딩과 비주얼이 훌륭하고, 포장용기와 같은 디테일도 꼼꼼하다. 반면에, 가향 커피의 품질과 투명성이 아쉬웠고, 연도 표기와 같은 노이즈 마케팅의 요소는 다소 우려스럽다. 럭셔리를 지향하는 바샤커피가 브랜드에 맞는 꾸준한 품질의 커피 업체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커피템플

한국 최고의 스트리트 바리스타로 손꼽히는 김사홍 바리스타의 커피템플 제주 매장이 새롭게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커피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게스트 바리스타를 진행한 커피 전문가로, 커피리브레, 모모스커피, 펠트커피, 커피몽타주, 502커피 등과 함께 한국 최고의 스페셜티커피 업체들과 협업으로 게스트 바리스타를 진행하면서 한국 스페셜티커피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평가 받는다.

커피템플 제주의 위치는 기존과 동일하게 제주시 외곽 한라산 초입 중선농원 내부이다. 과거, 커피템플은 서울 상암동에 1, 2호점이 있었으나,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서울 매장을 정리하고 제주 매장을 메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오픈시간 직전에 커피템플에 도착하였는데도 이른 시간에 오픈런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새롭게 바뀐 커피템플은 자연과 동화된 외관이 그대로이고, 내부는 공간 전체가 바리스타의 동선을 위해서 유기적으로 바뀌었다. 커피템플은 리노베이션과 함께, 어니언 임원 출신 김준연 로스터가 로스팅 담당으로 합류하면서 커피 로스팅 스타일에 변화를 주었다.

커피템플에서 슈퍼파인 에스프레소, 오트사이드 비건 카페라테, 디카페인 브루잉(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다. 첫 번째로 마신 슈퍼파인 에스프레소는 김사홍 바리스타의 전매 특허, 깔끔하고 청량한 스페셜티커피의 우아함이 돋보인다. 담화헌에서 제작한 뚝배기를 연상시키는 에스프레소 전용잔은 커피의 향미를 풍요롭게 응축시켰다. 

식물성 밀크 오트사이드를 사용한 카페라테는 케냐 싱글오리진 커피의 테루아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길고 여운 있는 산미와 커피 풍미가 식물성 오트밀크와 입체적으로 어울렸다. 

마지막으로 디카페인 아이스 브루잉 커피는 얼음 바스켓을 사용해서 샴페인처럼 급냉, 커피의 농도감을 유지하고, 향미와 질감을 보존했다. 디카페인 커피라고 믿기 힘든 질감과 입체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 최고의 스트리트 바리스타의 경험이 커피 템플의 새로운 리노베이션과 함께 멋진 커피 메뉴로 돌아왔다. 새롭게 바뀐 커피 템플 매장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커맨드 커피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인디아 커피를 선보이는 커맨드 커피는 분당 서현역을 기준으로 커맨드 에션셜(1호점), 커맨드 로스팅매장, 분당 우리교회 1층 내부에 위치한 커맨드 파인드드림까지 총 3개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커맨드 1호점은 지역에서 단단한 애호가를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다. 분당 우리교회 로비에 위치하고 있는 커맨드 커피 파인드드림 매장은 기존의 종교시설에 위치한 스페셜티커피와 다르게 지역사회와 양질의 커피가 단단하게 결합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커맨드 커피의 여러 매장 중 가장 추천하는 곳은 서현역 주변, 1호점,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처럼 외관이 단정하고 깔끔하며. 내부 역시 정갈하다. 방문한 시간이 러시아워였는데, 꾸준하게 손님들이 있는데도 커피바의 청결함과 직원의 친절이 인상적이었다. 커피 머신은 장시간 추출에도 안정적인 압력과 온도를 유지하는 시네소 머신이다. 커맨드 커피는 대부분의 커피 가격이 4천원 미만으로 지역 밀착형 매장의 특징을 잘 발현하고 있다.

커맨드의 추천커피인 기본 블렌딩 커피, 듀오 블렌딩과 하모니 블렌딩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듀오 블렌딩커피는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과 인디아 마이소르 너겟 싱글오리진을 블렌딩했는데, 에티오피아 커피 특유의 향미와 인디아 싱글오리진의 단맛과 질감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마셨던 블렌딩 커피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외에 인디아 커피로 블렌딩한 하모니 블렌딩은 인디아 커피 특유의 농후한 질감과 인상적인 단맛이 조화롭다. 커맨드 커피는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인디아 생두를 수입하는 스페셜티커피 전문매장이다.

커맨드 커피는 서현역 주변에서 1호점, 로스팅 매장, 종교시설내 대형매장까지 다양한 패턴으로 지역주민들과 밀착형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본 커피 이외에도 스미스티를 이용한 아이스 피치티도 열혈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코리아커피위크 제주, 뉴욕, 서울.

지난 8월 30일, 뉴욕 맨하탄의 페이스트리, 스페셜티커피 전문점 ‘파베’에서 한국 스페셜티커피를 현지의 커피인들에게 소개하는 쇼케이스가 성공리에 진행되었다. 파베의 운영을 담당하는 원종훈 셰프는 뉴욕 정식당에서의 페이스트리 셰프를 시작으로, 뉴저지에서 베이커리 겸 페이스트리, 스페셜티커피 매장 라타바티에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후, 2023년 뉴욕 맨하탄 5번가에서 멀지 않은 핵심 상업지구에 스페셜티커피와 베이커리를 소개하는 ‘파베’를 시작했다.

맨하탄의 스페셜티커피 페이스트리 전문점 파베는 꾸준하게 스페셜티커피 관련 오픈 클래스를 운영하는데, 이번에는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사단법인 코리아커피위크와 연합으로 한국 제주의 스페셜티커피를 현지에서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코리아커피위크는 제주에서 시작한 스페셜티커피를 소개하는 사단법인으로 각지의 스페셜티커피 축제 및 큐레이션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 쇼케이스는 제주 코스모스커피, 뉴욕 파베, 서울 리브레에서 순차적으로 진행이 되었고, 제주의 무우수커피, 스테이위드커피, 크래커스커피, 커피템플, 카페성지, 하소로커피를 소개했다. 

아울러 제주에서 활동 중인 라테아트 스페셜리스트 황지예(제니) 바리스타의 특별 세미나도 뉴욕에서 함께 진행되었다. 

코리아커피위크의 이번 쇼케이스는 뉴욕에서 한국의 스페셜티커피의 아름다움을 멋지게 소개했고, 서울의 커피리브레 파란점에서 제주와 뉴욕의 스페셜티커피를 함께 비교하면서 다양한 스페셜티커피를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 최초의 비영리 해외 쇼케이스를 통해서 제주의 대표적인 스페셜티커피 업체들이 성공적으로 해외에 소개가 되었고, 세계 최고의 커피 시장 뉴욕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뉴욕 맨하탄의 뜨거운 페이스트리와 스페셜티커피 매장 파베, 코리아커피위크의 노력 덕택에 한국의 스페셜티커피 산업이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 조원진 작가와 공동 출간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이 있다.  영국인 커피 애호가 찰스 코스텔로, 조원진 작가와 함께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코리아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의 영문판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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