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주, 경남 하동 - 김혜준의 동네 한바퀴 Ep. 09

우리나라 가을의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담고 있는 지역을 두발로 딛고, 코로 맡고, 눈에 채우고 싶은 마음에 지난 봄에 이어 구례 보타닉 남도 장현주 농부님의 가이드로 1박 2일의 광주와 하동 여행을 다녀왔다. 워낙 베테랑의 현지인의 추천 스팟들인지라 매 순간 즐겁고도 신기한 눈망울로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조각조각들을 모아 동네 한바퀴에 소개해 본다. 

밀라네 Milane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광주송정역에 도착해 처음 들른 곳은 바로 밀라네. 2023년에 오픈한 밀라네는 프랑스에서 제과와 제빵을 심도 있게 파고든 부부가 각자의 전문 분야를 살려 만들어가고 있는 보물 같은 빵집이다.

김아람 블랑제와 김강 파티시에

밀라네를 운영하고 있는 두 기술자의 경력을 살펴보면, 사진을 전공했던 김아람 블랑제는 프랑스 파리에서 제빵 관련 일을 이어갔고, 프랑스 밀가루 브랜드인 물랑 부르주아 (Moulins Bourgeois) 제분소 유기농 제빵 수업을 이수, ‘블랑제리 보리수 파리(Borissou Paris)’, ‘블랑제리 보(Boulangerie Bo)’ 등을 거쳤다. 그의 아내이자 밀라네의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 김강 파티시에는 ‘제라드 뮬로(Gerard mulot)’, ‘지브릴 보디앙의 르 그르니에 아 빵 파리(Le Grenier a Pain)’, ‘달로와요(Dalloyau)’와 ‘포숑(Fauchon)’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기술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습득한 기술로 현재 어떤 빵과 과자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광주에서 만들어내는 유러피안 제과제빵을 과연 어떤 라인업으로, 어떤 현지화를 더해 완성 해냈느냐가 궁금했다.

도나스

슈크림

시큼하고 두툼하면서 바삭한 크러스트가 매력적인 사워도우나 캉파뉴, 바게트와 같은 제품들도 있지만 정감 어린 도넛도 만날 수 있는 이 재치 있는 메뉴 구성이란! 귀여운 고양이 틀로 구워 낸 아야식빵과 달콤하고 풍요로운 크림이 가득한 슈 또한 꼭 맛보아야 할 메뉴다.

우리 밀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계약 재배를 시작한 밀가루로 만들어 내는 빵도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고 선보일 예정이니 이 또한 귀한 시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주소 광주시 북구 효죽로 10

영업시간 11:00~18:00 - 월요일 휴무(제품 소진시 조기 마감)

전화번호 010-6607-2432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ilanebp/

메종조이초이 Maison JoyChoi

광주 다이닝 레스토랑 씬에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올해 처음 오픈한 메종조이초이. 지난 2023년 말 광주 원도심에 위치한 조명 전문점이 2층으로 이전을 하고, 1층 부지에 새로 들어서게 된 프렌치 캐주얼 다이닝 메종조이초이는 15여 년간 프랑스 요리를 해 온 최해영 셰프의 업장이다. 서울 시그니엘 stay의 오픈 멤버로도 활약했던 실력자인 만큼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도 했는데, 광주에서 1년여의 세월 동안 자신의 색을 가장 또렷하게 내는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리옹 폴 보퀴즈 출신인 만큼 클래식하되 정감 있는 프렌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빠떼 엉 크루트(Pâte en croute)나 니스와즈 샐러드, 진한 어니언 수프, 달팽이 요리까지 풍요로운 프렌치 비스트로의 분위기와 맛이 준비되고 있다. 

뿔소라 요리

빠떼 엉 크루트

빠떼 엉 크루트는 샤퀴트리의 한 종류로 중세 시대 때 잘게 썰어 다진 고기를 차게 식힌 테린을 보관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되었다가 지금은 먹을 수 있는 파테로 만들어 프랑스의 명절 때마다 먹는 음식인데 만드는 노력과 시간이 워낙 정직한 음식이라 잘 만들어진 맛을 만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그것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매년 귀한 채소와 허브로 담그는 장아찌와 절임류는 메인이나 샐러드에 곁들일 수 있는 멋진 가니쉬로 변신하는데, 이 또한 지역의 향토색을 덧입히는 멋진 장치가 된다. 바쁜 일상에서도 일주일에 정해진 일정에 맞춰 구례 보타닉 남도의 농장으로 달려가 허브와 채소들을 수확해 오는 셰프의 정성만큼이나 이곳을 찾는 매니아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갑다.

니스와즈 샐러드

비프부르기뇽

양갈비 메인

바바오럼

점심에 들렀지만 단품으로 풍성하게 즐긴 식사로 니스와즈 샐러드와 햇밤과 밤꿀, 어른의 향을 더하기 위해 꼬냑으로 조리한 프랑스식 밤수프인 벨루떼 그리고 따끈한 어니언 스프, 고소한 땅콩호박 요리로 시작해 한우 사태살을 레드와인에 저온 조리해 만든 뵈프 부르기뇽을 잊을 수 없다. 덩어리 진 고기의 형태가 아닌 이탈리아식 만두인 라비올리의 속으로 채워 낸 센스. 진한 비프 주로 만든 소스와 충분히 적셔 먹으면 그야말로 입 안에서 터지는 육향이 돋보인다. 기회가 된다면 계절마다 꼭 들를 수 있는 광주의 명소로 기억에 남을 곳이다. 

주소 광주 동구 구성로194번길 15-4 1층

영업시간 11:30~22:00(마지막 주문 20:30), 일요일 11:30~14:30(마지막 주문 13:00) - 수요일 휴무

전화번호 0507-1429-7357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ison_joychoy/

도재명차

우리나라 녹차의 명지인 하동. 꼭 와보고 싶었던 지역인 데다 가을을 맞이한 자연의 맑은 품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니 놓칠 수 없는 일정이었다. 도재명차는 하동을 기반으로 차실과 스테이를 운영을 하기도 한다. 화개장터가 10분 거리, 쌍계사가 5분 거리인지라 1박을 묵으며 조용히 주변을 즐기기에도 편안한 환경이다.

김원영 명인

우리나라 홍차 명인이신 김원영 대표님과 아드님 김완준 실장님이 운영하는 이 도재명차는 지리산 자락 바위틈에서 자란 유기농 찻잎을 전통 방식으로 덖어 완성한다.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차 수확부터 가공까지 수작업으로 진행하기에 그 맛과 품질에 대한 믿음이 있다. 도재명차는 일전에 시음을 한 후 현재 뉴욕에 오픈한 주옥 뉴욕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티 세레모니에서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차이기도 하다.

녹차

홍차

다식

마침 도재명차에서 만든 유기농 녹차와 홍차 그리고 여러 대용차들을 코스로 시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아침 시간을 향기롭게 일깨우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누구나 미리 신청하여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니 꼭 시도해 보시길!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목압길 39-2 도재명차

영업시간 10:00~18:00 - 연중무휴

전화번호 0507-1467-8101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ojae_official/

좋은세상식당

하동에서 차를 한참 즐긴 후, 깨끗하게 비워진 속을 채우려고 찾은 도재명차 김원영 대표님의 추천 식당인 좋은세상식당. 하동 쌍계사 입구에 위치한 이 한정식집은 들어가기만 해도 고소한 나물향이 물씬 풍겨온다. 

메뉴

실내와 야외에 위치한 자리 모두 매력적으로 메뉴는 좋은 세상 정식과 더덕구이 정식, 재첩 정식, 산채 정식 등이 준비된다. 가장 상위 메뉴인 좋은 세상 정식을 주문하면 더덕구이와 재첩국이 나오니 편하게 선택했다.

더덕구이

재첩국

찬으로 나오는 나물들과 부침개, 묵무침이 촤르르 깔리는데 우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하나하나의 맛도 참 좋았다. 더덕의 쌉싸름한 맛에 맛깔진 빨간 양념이 부담 이 더해져 밥을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숟가락, 젓가락이 쉴 틈이 없었다.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터지는 재첩국을 사이사이에 먹어주며 목을 축인다. 막걸리 한 발은 그대로 비울 이 맛은 서울에서 자주 생각이 날 듯한 귀한 맛이었다.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차시배지길 23

영업시간 09:00~19:00 - 연중무휴

전화번호 055-883-3363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6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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