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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 네 가지 특징으로 알아본 에스프레소
– 우리나라 대표 에스프레소 전문점 세 곳
글∙사진 심재범
에스프레소(caffe espresso)는 미세하게 분쇄한 원두를 9기압 이상 고압의 물을 통과시켜 추출한 소량(최대 30ml)의 커피로, 한국인이 선호하는 아메리카노와 라테 같은 커피 음료의 기본 베이스로 사용된다. 20세기 초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된 것이 통설이며, 1940년대에 개발된 레버 머신 덕택에 지금의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이 정착되었다.
이탈리아 인의 에스프레소 사랑은 각별하다. 이탈리아인 성년 대부분이 하루에 반드시 한 잔 이상을 마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프스 산맥 언저리 북부 이탈리아 에스프레소가 아라비카종을 기반으로 하여 깔끔하고 우아한 커피를 지향한다면,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의 남부 에스프레소는 로브스타종 함량이 높아 크레마를 강조하는 박력 있는 질감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이탈리아만의 로컬 커피였던 에스프레소는 미국 하워드 슐츠의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음료회사 마케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렇게 중요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커피인 사이에서 오해와 왜곡이 가장 심한 커피가 에스프레소가 아닐까 싶다. 전통적인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와 달리 최근의 스페셜티 커피 진영에서 에스프레소 추출의 지향점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유의할 부분이다. 한국에서 정통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를 표방하는 곳은 과추출과 쓴맛이 도드라진 커피인 경우가 많은 반면,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를 표방하는 곳은 산미와 스위트니스(sweetness)의 배분에 실패해서 밸런스를 잃기가 십상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맛에 대한 편중된 인식 때문에 에스프레소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 모든 종류의 에스프레소를 완벽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커피인이 꼽는 에스프레소의 특징을 간단하게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1. 다양한 향미는 기본
새삼스럽지만 스페셜티 커피의 기본적인 특징과 궤를 같이한다. 향미는 크게 과일, 꽃 계열, 초콜릿, 캐러멜, 비터니스(bitterness), 디펙트(defect)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과일은 시트러스 계열의 오렌지, 자몽으로, 꽃은 장미와 라일락 등으로 재분류되기도 한다. 조금 혼란스럽지만, 차분하게 살펴보자.
커피에는 과일 계열의 상큼한 향미와 꽃 계열의 화사한 향미, 초콜릿의 진득함, 캐러멜의 달콤함,쌉쌀한 느낌의 비터니스가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에스프레소 추출은 응축된 느낌이다 보니, 얼핏 암흑에 가까운 쓴맛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조금 난해하지만, 양질의 에스프레소를 자주 마시다 보면, 다양한 커피의 맛과 향미가 입안에서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2. 질감 (마우스필 mouthfeel)
가장 유사한 용어로는 영어의 바디(body)가 있는데, 포괄적인 의미가 모호해서 최근 들어서는 질감(texture) 혹은 마우스필(mouthfeel)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양질의 에스프레소에서 중요시하는 부분이 바로 질감으로, 쫀득한 느낌, 입안을 코팅하는 듯한 기름진 질감을 매우 중요시한다. 질감의 강도뿐만 아니라 유지되는 성향에 따라서 에스프레소의 품질을 분류한다. 미끄러운 질감이라고 하는데, 마시는 순간 혀의 미뢰부분을 코팅한 후에 매끄럽게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구강내부 전체를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포인트가 매우 중요하다. 커피의 질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커피생두 자체의 품질, 로스팅 디벨롭먼트(development), 바리스타의 추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에스프레소와 탄산수를 함께 제공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커피를 마시기 전후 탄산수로 입가심을 하면 에스프레소의 질감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 편이다.
3. 후미 (애프터 테이스트 after taste)
커피뿐만 아니라 와인과 위스키와 같은 주류에서도 중요시하는 부분이다. 초반의 커피 향미는 순간적인 착각을 일으키기가 쉽지만, 후미에서 느껴지는 커피의 안정감이 좋은 커피 혹은 좋은 에스프레소의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특히 질감이 강한 에스프레소에서 깔끔하고 우아한 후미를 느껴본다면, 에스프레소의 매력에 한결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4. 스위트니스 (sweetness)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위해서는 좋은 생두와 적절한 로스팅, 섬세한 추출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좋은 커피의 특징과 에스프레소의 특징은 커다란 의미에서 유사하다. 좋은 에스프레소는 진득한 질감의 다양한 향미가 입체적으로 압축된 느낌이다. 특히 커피의 스위트니스는 단순한 단맛의 느낌보다는 후미와 클린컵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가깝다. 실제로 설탕과 같은 당류의 단맛보다는 깔끔하고 우아한 맛이다. 입안에서 단맛이 느껴지는 부분과 유사하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품질 좋은 고기, 생선 등을 먹었을 때 입안에서 달다고 느껴지는 부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대표적 에스프레소 전문점 몇 군데를 소개하고자 한다. 커피업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남다르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 다른 훌륭한 매장이 상당히 많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에스프레소 매장과 커피는 아래와 같다.
◎ 우리나라 대표 에스프레소 전문점
커피리브레
한국 스페셜티 커피의 선구자적인 매장이다. 규모가 확대됐지만, 지금도 로스터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에스프레소는 배드블러드 블렌딩을 사용하는데, 한국의 블렌딩 커피 중 가장 양질의 커피 생두를 사용하고 있다. 에스프레소 추출 머신은 매장(연남동, 명동, 타임스퀘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에는 방정호 대표의 비다스테크(Vidastech)에서 제작된 모아이 언더카운터 머신으로 정리되어가고 있다.
배드블러드 블렌딩 에스프레소는 스페셜티 커피의 교본과도 같은 추출이다. 꽃, 과일, 초콜릿, 캐러멜의 향미가 응축된 향미이며, 입안에서 질감이 좋고, 후미 역시 깔끔하다. 추출 방식은 데미타세(demitasse) 잔을 가득 채우는 풀샷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227-15
전화번호 02-334-0615
영업시간 12:00~21:00 – 명절 휴무
주차 불가
엘카페
커피리브레와 함께 한국 스페셜티 커피 초기에 영향을 미친 매장으로, 역시 비다스테크의 모아이 언더카운터 머신으로 추출한다. 클래식 블렌딩과 이탈리안 잡 블렌딩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클래식은 커피리브레의 배드블러드와 유사하고, 이탈리안 잡 블렌딩은 이탈리아 남부의 에스프레소와 유사한 느낌의 추출이다. 양질의 로브스타종이 들어가서 크레마가 풍부하고 입안에 꽉 차는 박력이 에스프레소의 특징을 주도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동5가 2-1
전화번호 070-8269-0715
영업시간 08:00~21:00 | 주말 12:00~21:00 – 연중무휴
주차 가능
커피몽타주
강동구 성내동의 작은 로스터리에서 하남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이곳의 비터스윗 블렌딩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 로마의 표준적인 에스프레소에 가깝다. 이탈리아 남부의 에스프레소가 로브스타종을 많이 사용한다면, 로마 지역은 북부와 남부의 중간 정도 되는 곳으로, 아라비카종을 사용하고 크레마가 중시되는 추출이다. 커피몽타주의 에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 그 자체로도 좋고, 오트밀크와 아몬드밀크를 사용한 베리에이션과도 잘 어울린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동구 성내동 555-5
전화번호 070-8262-1303
영업시간 08:00~20:00 | 주말 10:00~20:00 – 연중무휴
주차 불가
<필자 약력>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카페마실》과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가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