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2월의 커피 트렌드 by 심재범

뒤늦은 강추위가 매서운 2월, 국가대표 바리스타 대회 심사위원 클라리멘토 커피, 연희동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 커피가게 동경, 미국 유학 출신 연구원 부부가 운영 중인 은평구의 파브스 커피를 소개한다. 

라운지 클라리멘토

2022년 고양시에서 시작한 클라리멘토 커피가 2024년 4월 서울 합정역 주변에 라운지 클라리멘토 매장을 새롭게 열었다. 클라리멘토는 국가대표 바리스타 대회 심사관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장형순 씨가 운영하는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높은 톤의 산미와 고유한 색을 가진 커피를 꾸준하게 소개하고 있다. 

라운지 클라리멘토의 위치는 합정역 2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이면도로이다. 과거 페어커피와 군드립 커피가 있던 곳에서 멀지 않다. 매장은 1층 커피바와 지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장 입구 왼쪽에는 커피바가 위치하고 있다. 지하의 매장 구성은 성수동 스페셜티커피의 상징 로우키의 분위기가 연상되는데 생각보다 더 아늑하고 분위기가 좋다.

그라인더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선호하는 매저 로버 계열. 머신은 라마르조코 리네아를 사용한다. 머신과 그라인더의 청결상태는 좋은 커피의 향미 발현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머신과 그라인더의 유지 보수 상태가 좋았다. 클라리멘토의 특징은 배치브루 커피. 한 번에 대량으로 추출하는 브루잉 커피를 전용 머신에 보관해서 탭 시스템으로 주문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라운지 클라리멘토에서 #90 에티오피아 구지 우라가 싱글오리진 커피를 마셨다. 클라리멘토는 시즌별 싱글오리진 커피를 번호로 분류해서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 작년 라운지 매장을 오픈하고 지금까지 총 90종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했다.

클라리멘토의 느낌을 정리하면, 바리스타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친절하고, 선명한 개성과 산미 있는 커피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 

커피가게 동경 연희점

망원동에 이어 새롭게 지점을 오픈한 동경커피의 연희 매장이 꾸준하게 지역의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커피가게 동경 연희 매장의 위치는 연희동 사러가 쇼핑 내부. 사러가 외부에 입구가 있어, 쇼핑몰 특유의 번잡함 없이 아늑하고 편안하다.

커피 가게 동경 연희점은 공교롭게도 매번 눈이 오는 날 방문했다. 눈 내리는 날씨와 커다란 통창, 낮은 조도의 조명 덕택에 차분하고 투명한 매장의 느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매장의 내부는 넓지 않지만, 창문 방향에 긴 벤치와 간결한 테이블 배치로 쾌적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매장의 커피는 라이트 로스팅 블렌드와 중배전, 강배전 블렌드가 있고 시즌에 따른 다양한 싱글오리진 커피가 준비되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온도 설정과 가변압 압력 조절이 가능하며, 지속적인 추출에도 안정적인 수동 기능을 갖춘 하이엔드 머신 슬레이어를 사용한다. 또한, 강배전 커피와 어울리는 플랫버 안핌 그라인더와 라이트 로스팅 커피에 적합한 코니컬 그라인더 매저 로버 계열이 세팅되어 있다.

커피 가게 동경의 인기 메뉴는 라이트 로스팅과 다양한 싱글오리진 핸드드립커피와 아인슈패너. 추천 커피는 라이트 로스팅 블렌딩 핸드드립 커피.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내추럴 가공커피를 블렌딩해서 농밀한 잼과 같은 단맛과 향미가 매우 매력적이었다. 아인슈패너는 견고한 에스프레소에 직접 만든 생크림을 더해 커피의 향미와 크림의 풍부한 질감과 단맛이 매우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커피 가게 동경의 연희 매장은 극도로 깨끗하고 청결한 청소상태를 유지하며, 80년대 빈티지 탄노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우아한 음악, 일본 깃사텐 커피의 전성시대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빈티지 커피 잔과 같은 매장의 디테일이 섬세하게 조합된 느낌이었다. 좋은 커피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매장의 진심이 잘 전달이 되는 곳이다. 

파브스 커피

은평구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파브스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의 커피맛을 표현하는 Flavor, Aroma, Acidity, Body, Sweetness의 앞 철자를 조합해서 만든 커피 매장이다. 

파브스 커피는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원 수력역학 연구원 출신 이준선 로스터와 중동 연구 전문가로 활동하는 신정주 바리스타가 미국 유학 중에 커피를 접하고, 2020년 귀국하여 새절역 주변에 새롭게 오픈한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다.

매장은 새절역에서 멀지 않지만, 주변의 상권은 매우 모호하다. 같은 은평구의 와이엠커피가 연신내역 주변 번화가 먹자골목에 위치하고 있다면, 파브스 커피는 최소의 상권조차 없는 곳에서 커피만의 힘으로 지역주민들과 교류하고 있다. 

매장의 내부는 다양한 커피 원두와 커피 상품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고, 매장과 손님들이 소통한 다양한 노트들이 편안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매장의 머신은 라마르조코 리네아. 하이엔드 머신 라마르조코의 가장 기본형 모델이다. 기본적인 압력이 일정하고 연속되는 추출 속에서도 온도와 압력 보정이 꾸준하다.

파브스 커피는 이준선 로스터가 로스팅 국가대표 선발전에 수차례 입상하고, 신정주 바리스타가 국가대표 선발전에 진출하는 등 커피인들에게 실력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매장의 추천 커피는 홈타운 블렌딩 카페라테와 다양한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 매장의 대표적인 홈타운 블렌드는 망고와 리치가 연상되는 열대과일의 향미가 따듯한 우유와 조합이 되어, 커피와 우유가 과장하지 않고 섬세하게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싱글오리진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인 파나마 게이샤 커피부터, 아라비카 커피의 원종으로 손꼽히는 예멘커피, 최근에 수확된 중국 운남성의 카투아이 품종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운남에서 재배된 커피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파브스커피의 의외의 킥은 다양한 커피와 직접 만든 베이킹 제품들이다. 미국 유학시절 파트타임으로 근무한 매장에서 배운 습관대로 모든 베이킹 제품들을 직접 만들고 있다. 직접 만든 시나몬 롤, 호주식 파운드 케이크과 초콜릿이 풍부한 쿠키까지 모든 베이킹류가 맛있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 조원진 작가와 공동 출간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이 있다.  영국인 커피 애호가 찰스 코스텔로, 조원진 작가와 함께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코리아 스페셜티 커피 가이드》의 영문판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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