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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블로거 ‘비밀이야’ 이탈리아 알바 화이트 트러플 축제를 가다!
글· 사진 배동렬
매년 가을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알바(Alba)에서는 ‘땅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화이트 트러플(흰 송로버섯) 축제가 열린다. 매년 10월과 11월 두 달간 주말(토, 일요일)에만 진행되는 축제로, 2018년에는 10월 6일부터 11월 25일까지 열렸다.
전 세계에 200종이 넘는 트러플이 존재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탈리아 피에몬테, 특히 알바 인근에서 나는 화이트 트러플(학명:Tuber Magnatum Pico)이다. 원래 블랙 트러플은 프랑스 페리고르(Périgord)산이, 화이트 트러플은 이탈리아 알바산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20세기 후반부터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곳에서 트러플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땅 위에 있는 버섯이 아니라 땅속 20~30cm에서 자라는 버섯이라 예전에는 발견되기가 어려웠다.) 특히 블랙 트러플은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해 많은 유럽권 국가들과 호주, 미국, 심지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발견되고 있고 그중에는 퀄리티가 좋은 것도 많아 페리고르산이 가지고 있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화이트 트러플은 이탈리아 일부 지역과 이란, 중국 등에서 소량만 발견되고 퀄리티 차이도 심해 알바산 화이트 트러플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피에몬테(알바 인근)에서 화이트 트러플은 10월 초에서 12월 말까지 채취하고, 가장 성수기인 12월 전에 화이트 트러플 축제는 끝이 난다. 봄에는 비안케토(Bianchetto)라는 또 다른 화이트 트러플(학명: Tuber Borchii Vittadini)을 채취하는데 여름에 덜 익은 블랙 트러플을 섬머 트러플(Summer Truffle)이라고 파는 것과 비슷한 경우로 추정된다. (아직 트러플 시장에서는 실제 필드에서 거래되는 이름과 학명이 혼재되어 정확하게 종의 분류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후발주자인 호주와 중국 등지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트러플 축제에는 입장료가 있는데, 굳이 홈페이지에서 사전 결제나 예약을 하지 않아도 들어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만약에 셰프들의 음식 시연 행사나 이런저런 테이스팅 행사에 참여하려면 예약하고 표를 사야 하지만, 행사장을 구경하고 트러플 구매만 하려면 현장에서 3.5유로를 내고 들어가면 된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트러플 향이 진동한다. 트러플과 트러플로 만든 제품이 대다수를 이루는데 트러플이 아니어도 인근 지역에서 나오는 많은 물건을 판매한다.
보통 축제장에서의 트러플 가격은 hg(100g) 기준으로 적혀 있는데, 블랙 트러플은 현장에서 상태에 따라 40~80유로 정도 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블랙 트러플의 경우 계절에 따른 트러플 가격 변동이 무척 심한 편이라, 여름에는 100g 기준으로 20~30유로에 거래가 될 때도 있다. 겨울철에는 보통 70~80유로 정도 되고, 소매점에서는 물론 훨씬 더 비싸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의 일반적인 블랙 트러플은 중국에서 나오는 A급 트러플보다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블랙 트러플은 이탈리아에서는 7월 말부터 3월까지, 프랑스에서는 섬머 트러플이라고 해서 7, 8월에 잠시 채취하고 11월 중순~3월 말까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화이트 트러플은 짧은 기간에만 나오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시세 변동은 별로 없지만 해마다 작황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일반적으로 여름, 가을철에 비가 많이 와야 풍작이다. 역대급 가뭄이었던 2017년에는 현지 가격이 100g에 700~800유로 정도 했는데, 다행히 2018년에는 300유로대로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가격은 100g 기준으로 작은 것은 300유로 초반, 크고 좋은 것은 300유로 후반이었는데 쓸만한 것으로 고르면 보통 100g에 380유로 정도 했다. (당시 환율로 따지자면 50만원 초반.) 더러 가격이 조금 싼 곳도 있고 카드를 받는 큰 부스도 있는데 몇 번 경험해보니 채취한 사람들과 가족들이 직접 파는 작은 부스(현금만 받는다.)에서 잘 고른 트러플이 훨씬 오래가고 상태가 좋았다.
이탈리아에서도 알바 인근에서만 화이트 트러플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움브리아나 토스카나에서도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퀄리티에 차이가 조금 있어 보인다. 이 시기에는 알바의 길거리에서도 화이트 트러플을 많이 파는데 이탈리아 다른 지역의 트러플뿐만 아니라 중국산과 이란산이 몰래 유통된다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이란산은 움브리아나 토스카나보다 오히려 낫다고 할 정도고, 중국산도 5cm 이상 큰 트러플은 아예 이탈리아에서 싹쓸이해간다고 하니 가격이 길거리보다 비싸도 행사장에서 구매하는 편이 가장 확실한 것 같다.
블랙 트러플은 열을 가해도 향이 유지되어 여러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반면 화이트 트러플은 향과 식감이 죽기 때문에 음식 위에 생으로 올려 먹는다. 달걀 위에 올리거나 타야린 등의 단순한 파스타 위에 슬라이스 해 먹는 것이 화이트 트러플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이탈리아 알바 화이트 트러플 축제> 공식 홈페이지 https://www.fieradeltartufo.org/en/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알바에서 슬라이서를 비롯한 트러플 관련 제품을 파는 가게 두 곳을 소개한다.
1. 레이소 디 페로네 안토니오 Reiso Di Perrone Antonio
주소: Via Vittorio Emanuele, 19N, 12051 Alba
영업시간: 09:00~19:30 | 일요일 10:00~19:30
2. 페루카 아르티콜리 페르 라 카사 알바 Perucca Articoli Per La Casa Alba
주소: Via Acqui, 5, 12051 Alba
영업시간: 09:30~12:30/15:00~19:30 – 일, 월요일 휴무
글·사진 배동렬 (비밀이야)
맛있는 음식과 여행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2004년부터 15년째 맛집 및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주로 다니고 있다. 저서로는 <비밀이야의 맛있는 프랑스>, <비밀이야의 맛있는 스페인>, <비밀이야의 맛있는 이탈리아>, <비밀이야의 전국해장음식열전> 등이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