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 매거진

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스페셜티 커피 격전지, 성수동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세 곳

2019.01.29 10:20:01

- 블루보틀과 함께 성수동의 보석 같은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 알려지는 계기가 될 전망

- 블루보틀의 성수동 진출로 알아본 성수동의 스페셜티 커피 메카 세 곳 소개


∙ 사진 심재범


블루보틀의 성수동 진출 소식에 연말연시 성수동이 다시 한번 들썩거렸다. 대림창고, 어니언과 같은 대형 커피 매장이 자리를 잡은 지역에 또 다른 색깔의 매장이 들어온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모두가 주목하는 블루보틀의 진출로 인해, 그동안 자리 잡은 독립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 

미국 3대 커피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와 스텀타운에 밀리던 블루보틀이 업계 최고의 인지도를 갖게 된 계기는 일본 도쿄의 블루보틀이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의 블루보틀은 세계 챔피언 출신 코디네이터 마이클 필립스와 소속 바리스타들의 꼼꼼한 준비 덕분에 오픈하자마자 세계에서 가장 대기 시간이 긴 매장이 되었다. 블루보틀의 대성공은 아이러니하게 인근에 있는 어라이즈커피, 크림오브크롭커피와 같은 지역 스페셜티 커피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일본 블루보틀 1호점에서 가장 가까운 어라이즈커피는 도쿄 커피 애호가들의 새로운 성지로 떠올랐고, 블루보틀 바리스타가 어라이즈커피의 단골손님으로 목격되는 일도 제법 많았다. 이후 블루보틀 나카메구로 지점 또한 인근의 오니버스, 스위치커피 등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다. 스페셜티 커피의 발전 외에 지역의 경제적 도움까지…. 한국 블루보틀이 어떠한 연쇄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블루보틀의 성수동 진출 소식에 맞춰, 그동안 아껴두었던 성수동의 독립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을 소개한다.


메쉬커피

2015년 2월, 메쉬커피 오픈 준비를 하던 두 명의 젊은이가 밤샘 작업으로 몸살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응원차 매장을 찾았다. 찬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늦은 겨울, 인적 드문 성수동 매장 앞에서, 한참을 걱정하던 그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간판도 없던 매장에서, 두 젊은이들이 속칭 ‘몸빵’으로 매장을 준비하던 메쉬커피가 그 후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한국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독립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 되었다. 또한 메쉬커피의 난해한 약배전 로스팅 스타일이 대중에게도 받아들여진다는 점이 커피인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가끔씩 대중의 취향을 평가 절하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있는데, 소비자의 판단은 정확하고 날카롭다. 

망원동의 딥블루레이크와 함께 대표적인 노르딕 스타일 로스팅을 추구하는 메쉬커피는 작은 시장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양질의 스페셜티 커피를 추구하고 있다. 대외활동도 활발해서,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커피축제>에 한국 최초로 진출하여 현지 젊은 커피인들과 교류를 맺고 있다. 일본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대부인 마루야마커피까지 메쉬커피를 도와주는 등 메쉬커피의 도전적인 행보를 양국의 커피인들이 꾸준히 응원하고 있다. 얼마 전 김현섭 로스터와 김기훈 바리스타가 공동 작업한 서적 <오예 스페셜티 커피>는 전국 바리스타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스페셜티 커피 책이 되었다. 친절한 설명만큼 저자들의 삶과 커피에 대한 철학이 투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매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있으며 과테말라 CoE *주1 1등을 차지한 고가 커피도 생각보다 빨리 품절된다. 대부분 커피 가격은 5천원대지만, 희귀한 커피는 옥션 가격에 비례하여 가격 변동이 크다. 최근에 방문했을 때 온두라스 파카마라 품종을 에어로프레스로 내린 브루잉 커피를 마셨는데, 폭발적인 약배전 커피라는 것을 깜빡 잊을 만큼 맛있었다. 


센터커피

한국인 중에서 바리스타 대회 국제대회 성적이 가장 화려한 사람을 꼽자면, 단언컨대 센터커피의 박상호 로스터다.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박상호 씨는 영국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 런던 우승, 영국 브루어스컵 우승 및 국가대표, 세계대회 파이널 진출, 영국 커피인굿스피릿 우승, 세계대회 파이널 진출까지 화려한 성적을 자랑한다. 커피 천재로 알려진 제임스 호프만과 팀 윈들보 이래로 최고의 성적이다. 런던 테일러스트릿 커피 바리스타로 시작하여, T&P에서 헤드 바리스타로 근무하던 박상호 씨는 제임스 호프만이 운영하는 스퀘어마일의 헤드 로스터로 스카우트되었다. 로스터로 분야를 옮긴 박상호 씨는 2017년부터 한국의 센터커피 로스터로 활약하고 있다.  

센터커피는 성수동 서울숲 입구에 자리한 개인 주택을 개조한 매장이다. 독립 커피 매장으로 분류하기에 규모가 작지 않지만, 한국 커피인에게 꿈과 희망이었던 박상호 바리스타의 센터커피를 추천 목록에서 제외하기는 어렵다. 센터커피는 건물의 1, 2층을 모두 사용하는데, 1층에는 추출 바가 있고, 2층에 좌석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방문했을 때는 과테말라 산타로사 농장의 게이샤 품종 커피를 클레버 브루잉으로 마셨다. 게이샤 품종은 에티오피아 게이샤 지역에서 시작되어 파나마에서 꽃을 피웠고, 전 세계 유명한 농장을 통해 재배된다. 자몽과 같은 과일과 장미 향, 캐러멜 초콜릿과 같은 입체적인 향미가 어우러진다. 일반적인 커피는 5천원대이며, 게이샤 등의 품종은 경우에 따라서 1만원의 가격이 매겨지기도 한다. 커피 생두의 가격이 일반 커피의 10배 이상임을 감안하면 원가에 가까운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센터커피 매장과 연결되어 있는, 메종엠오의 세컨드 매장인 아꼬떼뒤파르크의 디저트를 구매해서 센터커피에서 함께 즐길 수 있다. 


로우키커피

‘독립 커피의 어머니’ 격인 로우키커피가 남양주를 거쳐서 성수동 연무장길에 자리 잡았다. 함께 운영하는 광진구에 자리한 커피점빵은 어느덧 10년 차가 되었으며, 새롭게 브랜딩한 로우키커피 성수점이 커피 전문가뿐 아니라 지역 사회의 젊은이 사이에서 새로운 커피 집합소가 되었다. 매장을 찾았을 때는 오후 2시, 엘살바도르 CoE 2위 커피를 포함해 대부분의 CoE 커피가 이미 품절이었다. 평일 오후 한가한 시간에 커피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참고로 로우키커피의 조제인 대표는 테라로사 조윤선,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와 함께 한국에서 CoE 심판관으로 가장 많이 활동하는 커피 전문가다. 소비자들에게 고품질, 산지의 농민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CoE의 긍정적 면에 반해 NGO에 가까운 CoE 시스템은 심판관 및 자원봉사자들에게는 매우 힘든 과정이다. 양질의 커피를 먼저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작황에 따라서 산지 농민의 애환을 목격하는 일은 감정적 소모가 큰 일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의 변수 역시 만만치 않다. 조제인 대표가 르완다에서 CoE 커피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는데, 숙소 근처 정부청사에서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총소리를 직접 듣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군부도 커피 관련 행사에 우호적이어서 잘 마무리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간담이 서늘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로우키커피에서 에티오피아 함벨라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다. 하리오 드리퍼를 사용해 푸어오버 방식으로 내리는데, 우아한 커피 향기와 차분하고 따스한 매장 분위기가 부드럽게 어울렸다. 특이하게 성수동의 메쉬커피, 센터커피, 로우키커피에는 공통적으로 한국형 언더바 머신인 비다스테크 모아이가 설치되어 있다. 라마르조코 모드바와 어깨를 견주는 한국형 언더바 머신 모아이 덕택에 멋진 커피의 추출이 돋보이며 교감하는 손님들의 오감 역시 즐겁다. 


* 주1 ) CoE : Cup of Excellence. 커피 산지의 경진대회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커피 산지의 월드컵과 유사한 형태다.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이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카페마실》과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가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