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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맛, 여행에 대한 이야기
여전히 제주의 다이닝씬은 뜨겁다.
2020년 말에 <제주를 여행하는 푸디들을 위한 안내서>를 포스팅하며 제주의 다이닝 레스토랑들을 소개한지 5년이 흘렀다. 2020년 초에 시작된 여행 제한으로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리며 해외여행에서 느끼고 싶은 그 기분을 제주에서 찾느라 한동안 제주의 다이닝씬이 뜨겁게 달아올랐었다. 그러나 2023년에 공식적으로 코로나가 끝나며 전 국민이 썰물 빠지듯 해외로 나가는 분위기가 되었고 연일 뉴스에서는 국내 관광지가 죽어가고 있다며 난리다. 제주도 역시 역풍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제주의 다이닝씬도 과연 그럴까? 실제로 많은 업장들이 폐점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업장들이 오픈했다. 지금 제주의 다이닝씬은 위기를 기회 삼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요리와 서비스를 선보이는 실력파 셰프들의 각축장이 되었다. 예전에는 오는 손님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정도로 훌륭했다면 지금은 식사를 하러 제주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훌륭해졌다. 지금이야말로 제주는 가장 맛있고, 가장 여행하기 좋은 여행지가 되었다.
그래서 다시 준비해 봤다. 20년 차 다이닝 블로거가 발품 팔아 엄선한 제주의 멋진 다이닝 플레이스 총 서른 여섯 곳. (식당명 가나다 순)
* 류크의 제주도 이야기는 세 편으로 나누어서 연재됩니다.
<세 번째 이야기 - 한식>
넘은봄
넘은봄 Last Spring (모던 코리안)
가장 제주스러운 장소에서 가장 제주스러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넘은 봄. 구좌의 청굴물 옆에 청굴물의 둥근 모양을 본떠 만든 멋진 공간에서 선보이는 모던 코리안이다.
이곳을 맡고 있는 강병욱 셰프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오랫동안 근무 후 제주에 정착했고 넘은 봄을 오픈하기 전부터 제주의 작은 농장들을 찾아다니며 제주의 음식과 식재료 공부에 몰두했다고 한다. 푸른콩장, 마른두부 등 제주 전통 음식의 재해석은 물론 제주 비트, 제주에서 만드는 하몽 스타일의 햄 등 다양한 식재료들을 발굴해 내서 훌륭한 요리로 재탄생시켰다.
너무나 세련되고 현대적이지만 본질은 제주 그 자체다. 커다란 통창으로 청굴물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노을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다.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김녕로1길 75-1
영업시간 12:00~15:00/17:00~22:00 | 목요일 17:00~22:00 – 수요일 휴무
전화번호 0507-1340-1182
해녀의 부엌(종달점)
이곳은 저물어가는 제주의 해녀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공연인들이 뭉치면서 탄생된 독특한 공연 다이닝이다. 구좌읍 종달리의 버려진 활선어 위판장을 개조하여 넓은 홀과 무대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여러 해녀분을 모시고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을 이야기처럼, 연극처럼 풀어나가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해녀분이 직접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잡아 설명을 듣고 시식한 뒤 식사가 시작된다.
공연과 식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제작진들의 노력이 무척이나 돋보이는데, 식사는 뷔페식으로 진행하되 따뜻한 구이류는 즉석에서 조리해서 서빙된다. 뿔소라의 암컷을 고르면 경품을 나눠주는 등 작은 이벤트도 있다. 제주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만들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2265
영업시간 10:00~14:30/17:00~18:00 – 월, 화, 수요일 휴무
전화번호 0507-1385-182
해녀의 부엌(북촌점)
해녀의 부엌 종달점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2호점이 북촌에 문을 열었다. 종달점이 해녀와 해녀의 삶에 초점을 맞춘 공연 다이닝이라면, 북촌점은 제주의 바다와 식재료에 초점을 맞춘 미디어아트 다이닝이다.
대기실에서 커다란 스크린에 해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관람 후 다이닝 홀로 이동하게 되면 다이닝 홀 전체가 빔프로젝터 스크린이 되며 식사가 시작된다.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제주의 바닷속으로 들어가 바다 생태계와 해산물들에 대한 소개를 듣고 그것으로 만든 요리를 맛본다.
코스는 상웨떡, 뿔소라, 성게알, 군소, 돔베고기, 오메기떡 등 제주의 특별한 식재료와 전통 음식을 요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모던 한식 파인다이닝의 형태로 제공되는데 맛도 썩 훌륭하다. 이렇게 오감으로 제주의 바다를 느끼고 나오면 제주도민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해녀의 부엌은 종달점과 북촌점 모두 경험할 것을 꼭 권하고 싶다.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북촌9길 31
영업시간 10:00~12:30/13:30~15:30/16:30~19:00 – 월, 화, 수요일 휴무
전화번호 0507-1476-1585
Note: 이전에 소개했었던 제주 음식 파인다이닝 <차롱>은 임서형 셰프가 바르왓을 운영하고 있어 영업 재개 가능성이 없어 보이고, 김지순 명인의 <낭푼밥상>은 신제주로 이전 후 영업 형태를 축소하여 향토 음식 한 상 차림만 내고 있어 제외했다.
<제주 향토 음식>
다이닝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꼭 추천하고 싶은 제주의 먹거리와 향토 음식도 있다.
검은쇠 몰고오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제주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제주 "흑우"다. 흑우 역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거의 멸종되다시피 하였다가 1990년대 복원 사업이 진행되었고 2013년에는 천연기념물 546호로 지정되어 3~4백 마리가 사육 중이라고 한다.
제주시의 <검은쇠 몰고오는>, <보름쇠>, <제주흑우> 세 곳이 정식으로 제주 흑우를 취급하는데, 보름쇠나 제주흑우에서 취급하는 고기가 마블링이 조금 더 많고 우리에게 익숙한 고급 쇠고기에 더 가깝지만 제주 흑우의 독특한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제주 흑우만을 취급하는 <검은쇠 몰고오는>을 추천한다.
흑우는 사육하기가 까다롭고 성장 속도가 느려 고기의 퀄리티가 다소 들쑥날쑥하지만 질긴 듯 부드럽게 쫄깃한 질감과 풍부한 육향, 미네랄 느낌은 공통적이다. 그리고 쇠고기 사골 뭇국에 메밀을 풀어 만든 "놈삐국"도 꼭 맛봐야 한다. 참고로 놈삐는 무의 제주 방언이라고 한다.
주소 제주 제주시 신대로20길 27
영업시간 11:00~22:00
전화번호 0507-1352-1692
골목식당
제주 음식을 이야기할 때 꿩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에야 흑돼지니, 쇠고기니 하는 것들이 넘쳐나지만 원래 제주는 척박한 땅이었고 상대적으로 흔한 편이었던 꿩은 제주 도민들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였다고 한다.
꿩은 고아서 꿩엿으로도, 탕으로도, 국수로도, 구워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었다. 지금은 제주도에 꿩 요리를 하는 곳이 많지는 않은데 그런 의미에서 40여 년이 넘은 노포 축에 속하는 골목식당은 아주 귀한 보물 중의 보물이다.
이곳에서는 마늘 양념을 한 꿩 구이, 국수와 수제비의 중간쯤 되는 꿩메밀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노릇하게 구워진 꿩에 막걸리 한잔하고 메밀가루 잔뜩 풀어 넣어 걸쭉하면서도 슴슴한 꿩메밀칼국수 한입이면 이미 제주도민이다.
주소 제주 제주시 중앙로 63-9
영업시간 10:30~20:00
전화번호 064-757-4890
고수목마
아마 유심히 보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제주도에는 말고기 전문점도 굉장히 많다. 제주 사람들은 소 보다 많은 게 말이라고 한다. 진짜 제주를 즐기려면 흑돼지가 아니라 제주 말고기를 맛봐야 한다. 주로 제주에서 먹는 것은 제주 조랑말인데 최근에는 퇴역 경주마를 싼값에 들여와 잡는 집들도 많아 잘 골라가야 한다고 한다.
고수목마는 외진 곳에 있어 찾아가기 편리하진 않지만 스무 군데가 넘는 말고기 전문점 중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직접 농장을 운영하며 신선한 고기를 공급하면서, 생고기로 "석쇠 숯불구이"를 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고기의 특색을 가리는 떡갈비, 불고기가 나오는 코스요리를 먹을 필요는 없고 모둠 사시미와 말고기 숯불구이 위주로 맛보면 된다. 진한 붉은색에 쫀득하면서도 질기지 않고 담백하고 미네랄 느낌이 풍부한 말고기는 별미 중의 별미다. 꼬릿하고 구수한 말곰탕도 놓치지 말 것.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중앙로 64-3
영업시간 11:00~21:30(마지막 주문 20:30)
전화번호 064-787-4210
봉개족탕
제주는 꼭 맛보아야 할 향토 음식이 유달리 많다. 몇 년 전이라면 고사리 육개장이나 접짝뼈국을 꼽았겠지만 이 음식들은 알려지는 걸 넘어 유행되며 전문점들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굳이 추천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 맛볼만한 것이 아강발탕(혹은 족탕)이다. 아강발은 흔히 새끼 돼지의 발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발목 아랫부분 발을 의미한다. 발가락 부분 뼈 위주라 좀 작다 보니 미니족발이라 불리기도 한다.
원래 이 아강발탕은 임산부를 위한 보양식이었다고 한다. 척박한 땅이라 먹을 것이 그리 많지 않은 상태에서 아낙네들이 주로 노동을 하다 보니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어려웠던 시대의 애환이 있는 음식이다.
돼지족을 탕으로 끓여 먹는 게 제주만의 음식이지는 않지만 아강발탕은 푹 끓인 구수한 족탕에 메밀을 풀어 제주만의 배지근함이 그득하다. 그런데 이 매력적인 족탕은 안타깝게도 점점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봉개족탕은 장사가 잘되어 건물도 새로 올렸지만, 성산의 고성성안식당은 폐점했고 서귀포의 남호식당은 족탕 전문점에서 흑돼지 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하였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제주의 토속음식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소 제주 제주시 삼봉로 329
영업시간 08:30~21:00 – 금요일 휴무
전화번호 064-721-0882
연리지가든
제주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제주 흑돼지다. 그러나 현재 제주 흑돼지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똥돼지"가 아니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지니스랩의 문정훈 교수에 따르면 제주에서 판매하는 흑돼지는 대부분 버크셔 계열이고 토종은, 토종으로 등록된 축진참돈, 축진듀록, 우리흑돈, 난축맛돈 중 난축맛돈과 그 파생 품종이라고 한다. 이 흑돼지들도 충분히 맛있지만 조금 더 오리지널을 찾아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제주 재래돼지는 씨가 마른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1986년경 우도 등에서 5마리 정도를 찾아내 축산진흥원에서 번식시켰고 2015년 260여 마리가 천연기념물 550호로 등록이 되었다. 여기서 나오는 흑돼지를 분양받아 기른 것이 늘푸른농원의 흑돼지이다. 4천평 규모에서 40여 마리를 방목 사육 중이라고 하는데 한 마리를 도축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까지 기르는 데에만 18개월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늘푸른 농원에서 운영하는 연리지가든에서는 하루 25인분 정도밖에 판매하지 못한다고 한다.
연리지가든에서 맛보는 제주 재래돼지의 맛은 정말 대단하다. 보통의 흑돼지보다 선홍빛이 도는 쫄깃한 고기에 감칠맛이 더 진하고, 비계는 보통의 흑돼지가 쫀득한 데 비해 사르르 녹는 질감이다. 연리지가든에서 맛보는 재래 흑돼지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다만 이곳은 한 가지 단점이 있는데 합성 숯을 사용하는 데다 불판이 훈연 향을 내기 충분한 석쇠가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 "둘러앉은 밥상"에서 간헐적으로 연리지 가든의 돼지고기를 받아 판매하고 있으니 바비큐에 자신 있다면 고기를 구매해 직접 구워보는 것도 좋겠다.
주소 제주 제주시 한경면 두조로 190-20
영업시간 12:00~20:00 – 수, 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64-796-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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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여행하는 푸디들을 위한 안내서 by 류크 - 두 번째 이야기, 일식, 중식&아시안
제주를 여행하는 푸디들을 위한 안내서 by 류크 - 첫 번째 이야기, 양식
필자 소개 류 크
20년차에 접어드는 1세대 푸드 블로거로, 전국의 파인 다이닝을 섭렵하였다. 현재는 경남 바닷가 마을에 거주하며 남쪽 나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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